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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48화 (248/357)

248화

퉁!

“......!”

도경의 무대가 끝나고 무대에 밝은 빛이 비쳤을 때 모두가 조용해졌다. 아니, 조용해졌다기보다는 숙연해졌다는 것이 맞았으리라. 무대 위에 찍혀있는 선명한 붉은 색의 발자국.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참상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하. 잠시 좀 쉴까요? 여기 무대 정리 좀 해주세요.”

“자, 잠시 휴식시간 갖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질퍽질퍽.

“.....”

무대의 현장감을 중시하던 [TOP.10 Project]가 처음으로 촬영을 끊고 중간에 휴식시간을 가졌다. 현재 무대를 마친 도경과 무대 상황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춤추다가 다친 건가?”

“저 상태로 그런 춤을 춘 거야? 피봐 장난 아니네...!”

“으으으...!”

“얼마나 다친 거야? 괜찮나?”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도경의 뒷모습에 스튜디오 안에 있는 모두는 경악한 시선으로 도경의 발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그의 발바닥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쳤는지 몰라도 무대에 찍힌 핏 발자국을 보아 부상상태가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다다닥.

슥슥!

잠깐의 휴식시간.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핏자국을 지우며 무대를 정리하고 있었고 몇몇은 구급상자를 가지고 어디론가 황급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사석에 앉아있던 지성준과 태현섭이 일어나서 도경이 있는 무대 뒤편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도경의 무대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는데 특히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들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향해 재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의외로 저런 악바리 근성 같은 독한 구석도 갖추고 있었네? 솔직히 의외야. 능력이 뛰어나 멋대로 구는 느낌이 강했는데 말이야.”

“맞아. 요즘 들어서 계속 놀라고 있다니까. 노력이라던가 근성 같은 건 거리가 먼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이번 방송으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

“그러게 그나저나 이번 방송으로 박도경 이미지 엄청 좋아지겠는데? 박도경이 마이너스였던 요소가 그나마 있던 게 잘난 척하는 거였는데 이번에 이미지까지 개선되면 챙길 건 다 챙기는 거잖아.”

“어? 그러고 보니...”

업계 관계자들에게 도경의 존재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등장한 천재. 처음에는 그 굽힐지 모르는 성격과 겸손함이 없는 그 태도에 모두들 도경이 건방지다고 생각을 하며 언젠가 사고를 치거나 실수를 하여 오래 못 갈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도경에 대해 알아보면 그가 빈틈이 없는 철벽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빈틈이 없는 캐릭터 아니야? 능력도 좋아 사건 사고를 많이 쳐도 인기만 사는 호감형이야 이번 방송으로 근성도 있는 것도 확인되었으니 진짜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하긴 지금 이대로만 쭉 나가면 향후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네. 나중에 박진용 사장처럼 소속사를 차릴 가능성도 있어.”

“아! 그럴지도 모르겠어. 작곡이야 검증됐고 오늘 애들 무대 보니까 아이돌 내놓아도 될 실력이더라.”

천재임에도 근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무대를 보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먼 미래의 도경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샌가 무대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점치면서 갑론을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애들이 누굴 뽑을지 궁금하네.”

“멘토 쪽이 힘들지 않겠어? 애들이야 자기들과 같은 처지의 애들을 뽑고 싶어질 테니까.”

“아무래도 그러려나?”

“에이~. 걔들도 보는 눈이 있는데 솔직히 박도경 무대가 훨씬 좋았다는 걸 알 텐데 설마 그렇게 동정표로 쉽게 뽑겠어?”

“음... 그것도 그러네...!”

솔직히 참가자들의 무대는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미 도경이 무대를 누비는 모습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각인 되었기 때문이다. 경험의 차이인지 아니면 인기도에 따른 주목도의 차이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 자체가 급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웅성웅성.

객석에 앉은 300명의 연습생들도 참가자와 멘토의 무대의 차이를 모르는 것은 아닌지 잠깐의 휴식시간 틈타서 서로들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꽤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야 솔직히 좀 다르긴 다르다. 그렇지 않아?”

“어. 참가자들도 모두 잘하긴 했는데 확실히 저건...! 괜히 대세가 아니구나.”

노래는 립싱크라던가 기계로 어느 정도 꾸밀 수 있지만 춤은 거짓말을 못 한다. 그 사람이 연습한 만큼 가지고 있는 재능만큼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이 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도경과 드림걸즈가 멤버들이 보여준 무대는 감탄 그 자체였다.

빠른 비트에 쉴새 없이 댄스를 추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 그리고 더 나아가 정말로 무대를 즐기는 도경과 드림걸즈 멤버들의 기량과 팀워크는 [TOP.10 project] 참가자들의 무대를 압도한 까닭이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누가 이길 거 같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멘토들이 잘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고 참가자들 모두 기량들이 상승해서 무대를 잘 펼친 건 사실이니까. 어떤 점을 보고 점수 주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하긴 투표방식이면 현장 분위기 보고 감을 잡는데 모든 무대를 본 후에 상대평가로 점수를 기입하는 방식이니까... 감이 안 잡히지. 참! 그나저나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야?”

“응? 뭐가?”

“박진용 사장님 말이야. 아직 무대가 남아있잖아. 솔직히 마지막 무대 순서 미스 아니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즘 애들하고 비교하기엔... 좀 그렇지?”

“맞아 맞아. 나도 그 생각 했어. 도경과 탑10 애들 사이에 껴서 망신당하고 우리도 민망한 상황 나올까 봐 걱정이야.”

“내말이!”

“으음...”

박진용에 대해 직설적인 말에 모두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는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누구도 그 말에 부정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실 민망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속으로 그 둘의 말에 동의를 표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기에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차라리 그냥 박도경 대 TOP.10 참가자들로 깔끔히 끝내는게 좋았어.”

“......”

무언의 긍정. 모두는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며 무대를 바라보았다.

도경과 드림걸즈. 그리고 MC가 무대 위에 올라서는 모습에 잠깐의 휴식시간이 끝났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

[네 모두들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도경과 드림걸즈 멤버들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부상을 응급처치하고 올라온 도경.

무대를 끝마친 도경의 소감은 생각보다 감흥이 그리 크지 않았다. 부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만, 돈 받고 하는 일 별거 아니라며 넉살 좋게 그저 웃고 넘어가는 도경의 말과 행동에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드림걸즈 멤버들의 생각지도 못했던 댄스 실력이 부각되어 도경보다는 드림걸즈 멤버들의 무대 소감이 길었을 정도였다.

[네! 이제는 도경 씨의 투혼이 돋보였던 무대 다음을 이어받을 박진용 멘토님의 마지막 무대가 남았습니다. 원래라면 무대 위에 잠깐 모셔서 앞으로 펼쳐질 무대 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리려 했는데 박진용 멘토님이 설명보다는 직접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력히 희망하셔서 바로 무대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그래도 조금이나 무대에 대해서 알려드리자 제작진의 말을 전달해 드리자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감동케 할 엄청난 무대가 될 거라고 하는데요. 그 말이 사실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MC의 무대의 소개와 함께 무대의 조명의 톤이 천천히 다운되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무대에 차분한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3년 전 마지막 이후로 박진용 멘토님. 아니, 박진용 씨의 무대는 오랜만에 보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박진용 씨 팬으로서 매우 기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오랜 세월 가요계를 생활을 해왔던 박진용 씨는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뚜벅뚜벅.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죠.]

마지막 무대. 무언가 벌어질 것처럼 은은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MC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이내 모습을 감췄다.

퉁!

은은한 조명마저도 꺼져버리고 완전히 찾아온 암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은은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딴딴딴딴딴~,

짝짝짝짝!

피아노 건반 소리와 박수 소리. 속삭이듯 은은한 두 볼륨은 일정한 박자로 한데 섞여들어 소리를 키워가며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퉁! 퉁! 퉁! 퉁! 퉁!

리듬에 맞춰 원형의 불빛이 하나씩 무대 위를 비추고 그 자리에는 이번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인원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드림걸즈네!?”

“와! 의상하고 분위기 봐...!”

어둠 속 조명 아래 검은색 레깅스 위에 갱스터 패션의 스타일을 한 다섯 미소녀가 박수 소리에 맞춰 가볍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박진용과 함께 팀으로 무대를 장식할 모습을 드러낸 드림걸즈 구성원에 객석에 앉은 연습생들의 관심도는 한순간에 최고조로 오르고 있었다. 드림걸즈 안에서 주로 귀여움과 말없이 얌전했던 멤버들이 지금 무대 위에서는 갱스터로 변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퉁!

“......!”

여유롭게 리듬을 타고 있는 다섯 미소녀들 사이에서 붉은색의 반짝이는 비단으로 된 곤룡포를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어둠 속에 얼핏얼핏 보였는데 이내 마지막 조명이 무대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이 무대의 마지막 주인공 박진용을 비추었다.

[너희들은 오랫동안 기다렸어. 안 그래?]

짝!짝!짝!짝!

영어로 홀로 속삭이는 나지막한 중얼거림.

어두운 고뇌의 찬 목소리.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잔잔했던 박수의 리듬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쿵!

점점 커지며 빠르게 가속하는 박수 소리는 무대 중심을 가득 울려 퍼지며 모두의 귀를 사로잡으며 반복되는 박수 소리로 최면을 걸듯 청중들의 집중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박수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을 때. 부지불식간에 강렬한 비트 터져 나오며 모두의 귓가를 강타했다.

퍼엉!!!

Grrrrrrrrrrrr!

파바밧!

“!!!?”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울려 퍼지는 포효소리!

정말로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튀어나온 강 펀치에 정신이 화들짝 놀라 눈으로 무대를 보고 있음에도 무대에 무엇이 벌어졌는지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눈이 따라가기 엄청난 속도로 힘 있는 동작을 취하는 박진용과 드림걸즈는 한순간에 반짝이는 빛을 터트리는 플래시였다.

끼끽!

퍼엉~!!!

본능을 자극하는 트랩 비트의 중독성 있는 힙합 사운드 속에서 등을 돌리고 있던 박진용은 순식간에 무대의 맨 앞으로 튀어나왔다.

쿵!!!

허공을 높이 날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강력한 한방이 있는 훅 부분에 맞춰 땅을 묵직하게 강하게 찍는 박진용의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난 지금 내 바이블을 읽고 있어.

나 자신을 느끼고 있어.

나에게 많은 여자가 있어. 약을 말고 맥주를 마셔.

신용카드와 사기꾼들

그들로 큰집에서 마약을 만들지]

쿵!쿵!쿵!쿵!

파바밧!

콰앙!

단순한 업 다운 동작. 하지만 거칠기 짝이 없는 거친 몸짓에 모두가 눈을 빼앗겼다.

바닥을 강하게 찍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잔상을 남기며 온몸을 이용해 힘을 표현하는 야성적인 춤이었다.

끼이익!

쿵!

타앙!

“......!”

한 호흡에 동작을 폭발시키고 그다음 한 호흡에 느긋하게 리듬을 유지한 채로 숨을 고르며 힘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내 다시 한번 더 모아놓은 힘을 다시 격발시킨다.

Reload & Trigger.

그것은 그야말로 방아쇠를 재장전하고 망설임 없이 격발하는 44구경 매그넘 그 자체.

쿵!

씨익.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묵직하고 강렬한 한방을 선사하는 박진용을 바라보며 도경은 그의 바운스에 맞춰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진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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