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49화 (249/357)

249화

쿵쿵!

[수많은 킬러와, 수많은 총

수많은 적. 그만큼 난 잘 나가

죽여주는 곡들을 사탕처럼 팔아치워.

주머니가 불룩해.]

허스키한 음색 위로 짙은 음허함이 스며들어있는 목소리는 마치 담배의 탁한 연기를 뿜어내는 듯했다. 나른한 느낌을 가지면서 강렬한 사운드가 군데군데 섞여 있는 노래의 제목은 [Panda].

도경과 탑10 참가자들이 노래를 직접 녹음하거나 편곡을 한 것과 달리 박진용 사장은 원곡을 그대로 사용했다.

타타닥! 팟팟!

쿵!

타닥 휙!

특이한 시그니쳐 사운드에 자신에게는 없는 멋(Swag)을 살린 노래. 이 노래를 박진용은 살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지.’

누구나 타길 원하는 비싼 자동차를 [Panda]로 표현하는 미국 힙합신의 정신 나간 천재의 노래.

그가 뿜어내고 자아내는 에너지와 신선함을 살리기엔 자신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서글프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시상식 박수 소리가 기관총 소리 같아.

겁쟁이 같은 놈들은 여자 속옷이나 올려 입어

내 말 이해해?]

‘이 곡으로 받았을 때는 정말 당황했었지.’

공격적이기 그지없는 가사와 젊음의 패기라는 에너지로 가득한 노래. 불혹을 넘어선 박진용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노래였던 것이다.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박진용은 이 노래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을 알기에 도경이 건넨 곡을 고사했지만, 당연히 도경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도경은 박진용에게 잔인한 말을 건네었다.

‘내가 늙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니...!’

빠득.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던 만큼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는 몸과 체력을 지닌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던 박진용에게 도경의 그 말은 울컥할 수밖에 없는 언사였고 박진용은 이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도경이 건넨 곡을 자신 있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TOP.10 Project] 총 책임자인 도경의 앞에서 중간점검을 박진용은 그 말이 옳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할 줄 아는 것만 할거예요?)

도경의 묵직한 한마디. 익숙함에서 벗어나라는 그 말에 박진용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나이 먹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 말이다. 그 이후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익숙함이 안정을 가져온 대신 새로움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처음 본 노인들이 버벅거리고 헤매는 것처럼 박진용은 실패의 나날을 보냈다.

사장이고 뭐고 가차 없는 도경의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수없이 목격하며 시간을 보내었던 2주는 말 못 할 자괴감의 연속이었다.

‘정말 그때는 너무 분했지. 그리고...!’

까놓고 말해 쪽팔리고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도경이 자신보다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이를 악물었던 시간을 가졌다.

‘안주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따라기 못하는데 분함, 자신에 대한 창피함과 실망감, 한계에 대한 좌절감. 그런 가차 없는 감정들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감정은 아까움이라는 감정이었다. 도경과 함께 무대를 준비했던 그 힘들었던 시간. 도경의 가차 없는 피드백 아래에서 받아들이는 새로움과 조금씩 나아지며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한 까닭이다.

조그마한 변화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현상은 자신이 나름 음악과 함께 바쁘게 생활해 왔다고 자부했던 것이 사실은 익숙함에 안주했던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박진용은 자신이 안주했던 시간을 마음속 깊이 아까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아까움과는 이별해야 할 시간이었다.

‘이렇게 단순한걸... 왜? 고민했을까...!’

끼기긱! 팟!

퉁퉁퉁!

아까워하는 시간조차도 아까워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Panda. Panda. Panda. Panda...

Graaaah!]

왜 자신의 삶에 고민했을까? 지금 들리는 이 가사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지르면 명확하게 보였던 것인데 말이다.

안락함 속 아무리 고민해도 보이지 않던 길이 어려움 속으로 직접 발을 들이자 명확하게 보였다. 안전한 곳에서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는 어려움을 택하고 위험부담을 지며 몸으로 겪어봐야 했던 것이다.

쿵쿵쿵!

휙휙!

팟!

[WOW!]

강하게 바닥을 박차고 있는 힘껏 몸을 휘두르며 음악을 물씬 느끼며 노랫소리를 따라 외치는 자신을 보면 고민했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지도록 명확하기 그지없었다.

두근두근!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솜털이 서는듯한 짜릿함, 무대 위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느끼며 미친 듯이 춤추는 것에 말로 표현 못 할 만족감이 차오른다. 도경과 함께 무대에 올라섰던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맛보면서 박진용은 자신에게 부족한 게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확신했다.

[화려한 것들이 가득해

누가 잘 나가나 물어보고 다니지.

돈을 세는 고릴라들. 바나나 탄창으로 쏴 죽일 거야.

GRRRR!]

한계에 부딪혀 모든 것을 쏟아부어 터트리는 것.

박진용은 그 안에서 우러나오는 자극과 충실함을 맛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대형 기획사의 대표라는 안락함을 얻은 뒤로 잊고 있었던 그 쾌감을 박진용은 갈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 생각은 이제 그만 할거야...!’

쾅!!!

‘나도 JY 소속 가수잖아. 이득이 안되더라도 나 하나쯤 감당 못 하면 그게 대형 기획사야? 망하지만 않으면 되지 그렇지?’

불끈.

끊었던 약을 다시 맛본 것만큼 큰일은 없었다. 무대 위에 오르기 전과 오른 그 짧은 순간 박진용은 180도 바뀌어 버렸다. 조금 더 이기적이고 조금 더 감성적으로 혈기왕성하게 변해 버렸다.

예전과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 변화지만 박진용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자신이 원래의 자신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떠돌아다니는 팬텀이 이제는 멈춰서 욕심대로 벌어들일 때.

친구들을 불러서 돈을 세게 만들어.

내 욕심으로 은행을 가득 채워.

그래! 난 이렇게 살아!]

“...!”

펄럭!

입고 있던 곤룡포를 하늘 위로 높게 벗어 재끼는 박진용은 과시욕으로 가득 찬 노래 속에 몸을 과감히 뛰어 던졌다. 나이 들어 주책이라는 소리를 해도 상관없었다.

받아들이는 것은 그쪽의 몫이지 자신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는 게 박진용의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게 결과 따위를 생각하는 건 이젠 자신에게 무의미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으니까...!’

도경의 말대로 자신은 늙었다.

안주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남들이 당연히 누리는 것도, 변화조차도 이제는 별도의 노력을 해야 따라갈 수 있는 시기이다. 그렇기에 이제 조금은 뻔뻔해져야 했다.

낭비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일단은 자신을 던져야 했다.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대처한다.

그것이 박진용이 내린 결단이었다.

[Panda Panda Panda...

Graaaah!]

끼긱!

말도 안 되는 노래 속 가사를 들으며 박진용은 드림걸즈와 함께 합을 맞춰가며 갱스터가 된 것처럼 무아지경 속에 격렬한 춤을 이어갔다. 6명 모두 자신의 멋(Swag)을 과시하는 무대. 그중에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박진용이었다.

“......”

상상치 못했던 박진용의 무대에 객석에 앉아있던 연습생들 입을 멍하니 벌리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특히나 박진용을 은연중에 무시했던 연습생들은 더욱더 몰입하며 박진용의 무대를 보았다.

“하하. 사장님...!”

모두를 깜짝 캐 하는 광경을 둘러 보고 있던 도경은 순간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진용을 발견하고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최고입니다!”

씨익.

엄지를 치켜세운 도경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박진용은 그만이 알아볼 수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현재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순간의 만족감과 자신감으로 가득 찬 환한 웃음. 박진용의 그 웃음은 그를 막던 장애물들은 모두 스르르 녹아 없애고 있었다.

---

두구두구!

[자! TOP.10 Project 2번째 스테이지. 기다리셨던 결과의 발표의 순간이 다가왔는데요.]

충격과 반전. 그리고 모두가 놀라워하며 박수로 가득했던 무대가 드디어 끝이 나고 이제는 결과를 마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을 끄는 무의미한 짓은 TOP.10 Project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모두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공개해주세요!!!]

띠리리리리!

무대 위 걸려있는 큰 스크린 화려한 이펙트가 터지고 있는 영상에 모두가 시선을 고정하였고 자신들이 투표한 결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탕!탕!탕!탕!탕!탕!

“...!”

[1등] 박진용 1423점

[2등] 박도경 1373점

[3등] 여성 C팀 1021점

[4등] 여성 A팀 992점

[5등] 남성 A팀 987점

[6등] 남성 B팀 821점

[7등] 여성 B팀 811점

[8등] 남성 C팀 789점

요란 벅적한 효과음과 차례로 나타나는 결과에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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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대세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과 감동의 무대. 노익장이 무엇인지 보여 주다!]

[맨발의 투혼! 웃음을 잃지 않았던 박도경!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줘.]

[참가자 1위를 차지한 반전의 C팀! 리더쉽이 빛났던 장미진은 누구?]

[태현섭 앞에 5위란 순위에 눈물을 흘리는 지현진 참가자. 울음은 보였던 이유는 무엇?]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무대 하지만 클라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던 무대!]

[이견이 없었던 만장일치의 무대. [TOP.10 Project] 객관적인 평가와 결과를 보여 주다!]

멘토 대 30명 참가자의 대결. 그리고 [TOP.10 Project]가 준비한 8개의 무대는 큰 반향을 이끌어 내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참가자들의 질 높은 무대와 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땀 흘렸던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주었고 더 나아가 멘토들이 참가자를 상대로 어떤 부담과 생각을 가지고 무대를 준비했는지에도 포커스를 잡으며 촬영을 마친 [두 번째 스테이지]인 이번 화는 모두에게 감동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대박! 대박! 이번 편 대박 아니냐?]

┗[ㅇㅇ 개인적으로 레전드 나왔다고 생각함]

┗[지현진도 그렇고 박수현도 그렇고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데 진짜 N.net 방송 맞냐? 왜 이리 퀄이 높냐? 서바이벌 방송 중 제일 좋은 듯. 공평한 분량에도 재미 뽑는 완성도가 ㅎㄷㄷ하다.]

┗[ㅇㅈ! 게다가 무대 순위 매기는 투표방식도 투표제가 아니라 상대 평가 점수제라 참신했음. 그 덕분인지 결과도 깔끔하게 나오고 진짜 이렇게 불만 없이 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이게 처음임.]

┗[이렇게만 만들어라!]

저번에는 참가자들의 개인 무대와 트레이닝 과정의 호평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정하고 깔끔한 경연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편향되어있지 않는 방송 분량과 참가자들의 완성도 있는 무대와 스토리. 그리고 점수제 방식에 차용으로 모두가 납득하는 공정한 결과에 시청자들은 크게 만족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멘토들에게 박수를! 짝짝짝!]

┗[박도경 부상 투혼 진짜 지리더라. 보니까 발바닥 걸레짝이던데 점프 리프트 등장신 실화냐? 보기만 해도 경악스러웠다. 진짜 프로다운 게 저런 거구나 느꼈음. 성공하는 이유가 있는 듯.]

┗[저는 박도경 무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박진용 무대가 더 감탄이 나왔어요. 아니, 감동적이었음요! 진짜 대단한 듯. 솔직히 가수 안 해도 아쉬울 게 없는 위치인데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 보고 존경스러웠어요.]

┗[오버하는 코믹한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레코드에서 음원 세대의 댄스 가수는 박진용이 유일하다. 이번에 클라스 제대로 보여줬음...!]

┗[진짜 두 사람 다 말이 안 나옴. 진짜 제대로 멘토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듯.]

┗[ㅆㅇㅈ! ㄹㅇㅍㅌ ㅂㅂㅂㄱ!]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대를 보여준 도경과 박진용에 대한 두 사람에 대한 경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존경스러운 멘토의 탄생은 경이로운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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