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여러분 돈 좋아하시죠? 저는 좋아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가지고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도 그렇잖아요? 세상에 무슨 일을 하려면 필요한 것은 제일 먼저 돈이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
사람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돈을 좋아하냐 물어보고 뜬금없이 돈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도경의 행동에 따라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TOP.10 Project을 10화까지 늘리고 광고와 PPL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하, 겨우 저 말 하려고 이렇게 폼 잡은 거야? 결국은 돈을 위해 프로그램 질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한 거잖아?”
“그러게 그것도 그거지만 차라리 돈 이야기 꺼내지 말지. 너무 구차해 보이잖아...”
“실망이야. 이번에는 박도경스럽지 않다.”
반전 없는 드라마처럼 김새는 이야기는 없다. 돈이 필요해서 광고와 PPL을 받았다는 도경의 말은 그것과 다른 바가 없었는데 그에 따라 몇몇 사람들은 도경의 행동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돈이라는 단어. 그것은 알게 모르게 사람을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밝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분명 누군가는 저에 대해서 속으로 나무라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죠.]
뜨끔.
도경의 말에 몇몇은 자신을 가리키는 거 같아 알고 찔린 듯 뜨끔한 표정을 지었는데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도경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하. 괜찮아요. 저라도 분명 한마디 했을 테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말 있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말! 장담하는데 제 마지막 말이 끝나는 순간 분명 환호성이 터져 나올 겁니다.]
“웬 환호성...?”
“뭐가 있는 건가?”
장난스럽지만 무언가 의미심장한 도경의 그 미소에 사람들은 궁금한 표정을 지었고 기자들이나 연예계 관계자들은 본능적으로 도경이 무언가 준비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기대감이 부푼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항상 사람들을 놀래켰던 도경의 행적들을 본다면 이번에도 분명 무언가 깜짝 놀랄 거리를 가져온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제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TOP.10 Project는 떠도 제대로 떴죠. 시청률 20%를 앞둔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어디 있습니까? 솔직히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 게 실제 상황입니다. 광고다 뭐다 해서 출연만 시켜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뭐, 그 덕분에 방송에 위화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만 대신에 억 소리 나는 돈을 벌었습니다.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과연 지금 대세 방송 TOP.10 Project가 얼마나 벌어들였는지 말이에요. 놀라지 마세요. 자그마치...!]
꿀꺽.
억 소리가 날 만큼 벌어들였다는 도경의 말. 그리고 그 액수를 밝히려는 듯한 도경의 예상치 못한 언행에 모두는 짠 것처럼 합죽이를 동시에 유지하며 조용히 도경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참, 희한하게도 자신의 돈이 아님에도 상대방의 수익이 얼마나 되고 돈을 얼마나 벌어들였는지 알고 싶어하는 본능 같은 걸 지니고 있어 금세 모두들 도경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그마치...”
씨익.
“...!”
도경은 좀 전에 내뱉었던 말을 반복하며 일부러 한 차례 뜸을 들였다. 자신이 앞으로 할 말에 어떤 반응들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 까닭이다.
[25억입니다. 하하! 좀 놀랍죠?]
웅성웅성.
“헙! 25억!”
“대박 2화 늘려도 4화밖에 안 되는데 4화 만에 25억을 벌어들였다고?”
“헐...! 진짜 억 소리 나네.”
“저 정도면 광고 받을 만하다. 진짜 광고라는 게 돈이 많이 드는구나.”
업계 관계자들이야 [TOP.10 Project]의 시청률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객석에 판정단으로 앉은 연습생들이나 방송에 출연 중인 어린 참가자들은 그 놀라운 액수에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
“와...! 우리가 잘 나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나갔었구나.”
“형 이게 실화에요?”
“대단하네요. 언니. 설마 25억이나 벌었을 줄이야.”
“그러게. PPL 상품이라고 하면서 우리한테 선물로 주던 게 그리 많더니 진짜 많이 벌었구나.”
수군수군.
극장 맨 앞 좌석에 앉아 도경을 바라보고 있는 [TOP.10 Project] 참가자 30명 전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들 이야기를 바삐 나누고 있었다.
노트북, 스마트 폰같은 전자기기와 의상과 음료 등등 며칠 내내 PPL을 위해 간접광고를 위해 촬영을 했던 참가자들은 [TOP.10 Project]가 광고를 받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만한 돈을 받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2, 3분 간단한 연기와 촬영. 그리고 그 대가로 상품들을 받으며 희희낙락했을 뿐인데 25억 원이란 거금이 오고 갔을 줄이야 솔직히 실감이 가지 않았다.
‘후후! 녀석들 놀라는 표정들 봐라.’
도경은 맨 앞에 앉은 아이들을 보며 방긋 웃었다. 자신들이 발연기 해가며 촬영했던 것들이 가져오는 결과에 놀라는 표정들이 역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좀 있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도경이 제일로 기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가르치고 육성한 [TOP.10 Project]의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이 방송의 주인공은 자신이 직접 뽑은 30명의 아이들이었으며 이 자리에 가장 크게 놀랄 사람은 바로 그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자! 놀라긴 아직 이릅니다. 제가 졸부처럼 얼마 벌었는지 자랑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니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겁니다!]
팟!
“너무 놀라지 마라. 애들아!”
짝!
그 누구보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가며 도경은 [TOP.10 Project] 아이들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며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손뼉을 치며 어디엔가 신호를 보냈다.
투웅!
“!?”
치지직!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드는 영화 상영관.
도경이 손뼉과 동시에 영화 상영관은 순식간에 암전되어 모두를 놀라는 가운에 상영관 안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나와 상영관 안을 가득 메웠다.
[Surprise~!!!]
“뭐, 뭐야?”
“깜짝이야!”
“...!”
거대한 스크린 화면 위.
장난기를 짙게 머금은 도경이 손을 활짝 흔들며 깜짝 선물을 공개하기 시작하고 모두들 그 깜짝 선물이 전해 다 주는 내용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화면에 눈을 떼지 못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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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모두들 더욱더 파이팅하며 분발해 주길 바란다! 그럼 이만!!! 진짜 끝!]
8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 끝났다.
조명이 꺼져 어두웠던 상영관은 다시 빛을 되찾으며 원래대로 환해져 있었지만,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소속사 관계자들도, 판정단으로 온 연습생들도, 특종을 찾던 기자들도, 도경이 전했던 내용과 연관되어 있던 당사자인 [TOP.10 Project] 아이들 또한 말을 잊지 못한다. 그만큼 영상이 전하는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교통사고나 다름이 없었다. 상상치도 못한 충격에 치여 받아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뚜벅뚜벅.
“......”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주범. 도경은 내려왔던 무대에 다시 올라섰다. 이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인 만큼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뭐야? 반응들이 왜 그래?”
“어...”
도경이 상황을 정리하는 말은 예상외로 짧았다.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하는 답변 또한 예상외였다.
“도경 멘토님! 이거 몰카 아니에요? 이거 몰카 냄새나는데...!”
“마, 맞아! 이거 몰카 아니야?”
“그래. 애들아 속지 말자.”
끄덕.
“도경 오빠라면 그럴 수도 있어.”
“수미야.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몰카를 하겠니?”
“수현 언니. 도경 오빠 몰라요? 저 오빠는 장난치는 스케일이 다를 수 있어요.”
웅성웅성.
깜짝 선물의 수혜자인 [TOP.10 Project] 아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몰카로 치부할 만큼 믿기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도경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믿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은 했지만 설마 몰카를 떠올릴 줄은 예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들이 꺼낸 몰카라는 말에 주변 사람들도 이 상황을 몰카로 여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몰카? 이게 몰카 같아?”
“네...? 아니에요?”
“욕 바가지 먹을 일 있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앉아 있어. 몰카 아니야. 그러니까 좀 기뻐해 봐라. 기분 안 나게 리액션 할래?”
“아...”
도경의 헛웃음에 [TOP.10 Project] 아이들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작진을 살피고 저 멀리 있는 김지승 PD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 모두 자신들을 향해 흐뭇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정말로 도경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몰카 아니에요?”
“어.”
“정말로 저희한테 그 돈을 다 주신다고요?”
“다는 아니지? 제작진들에게 2억 5천. 그리고 나머지를 너희들이 나눠 갖는 거니까 한 사람당 대략 7천 500만원 정도 되겠네.”
“으...! 아...? 어...!?”
용돈 주듯이 손가락으로 셈을 하면서 거액을 태연하게 입에 담는 도경의 그 말에 [TOP.10 Project] 아이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는데 도경은 그런 아이들을 향해 마법의 단어를 꺼내 들었다.
“신분증하고 계좌 준비해 오도록.”
“네?”
“현찰로 받을 생각이야? 돈 받고 싶으면 입금받을 계좌를 가져오란 소리야.”
“으어어...!!!?”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는 마법의 단어.
[계좌]
계좌와 신분증을 준비해 오라는 현실적인 공지에 아이들은 이것이 진짜로 벌어질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 정말로, 정말로! 자신들에게 [TOP.10 Project]는 7천 500만원이라는 거액을 입금할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참, 그리고 입금 조건이 있는데 말이야. 입금받은 걸 SNS로 인증 샷을...”
두근!
“으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악!”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그저 자신의 말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기색들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 심상치 않음은 희열과 흥분. 그리고 기쁨이 듬뿍 담긴 환호성으로 아이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 이 반응이지...! 이런 리액션이 나와야지!”
피식.
“이 자식들아! 그렇게들 좋냐?”
“네!!!”
“그럼 기쁜 만큼 소리 질러라!”
“...!”
기뻐하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려 진두지휘하는 도경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신나게 소리 지른다.
“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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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경! 박도경! 박도경!”
“으하하하!”
축제 분위기. 참가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축하를 보내주면서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대박 진짜 미쳤다!”
“말도 안 돼! 이거 실화냐!”
“전원한테 7천 500만원...! 돌았다. 개 부럽다. 애들 계탔네.”
“이거 역대급 아니야?”
“박도경...! 진짜 멋있다.”
도경이 짧게 준비한 서프라이즈의 영상은 내용은 이러했다.
[TOP.10 Project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만들어진 방송이다. 그런 방송을 통해 돈을 벌었다면 아이들에게 쓰는 것이 옳다.]
이러한 이유로 [TOP.10 Project]로 벌어들인 수익 모두를 30명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 결단을 내린 도경의 행동에 모두는 감탄하며 도경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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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돈 쓰는거 아니겠어. 나는...’
부르르.
“존나 멋있어.”
모두의 우러러보는 시선 속 한 도경은 자신의 멋있음에 연신 감탄 중이었고 그런 도경을 바라보고 있던 한 중년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뭐야...!”
핼쑥.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안 되는 거라고!!!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하는 분위기와 반대로 얼굴빛이 썩어가는 한 중년인. 그는 밀려오는 현기증을 부여잡으며 속으로 미친 듯이 원성에 가득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이 사태는 그에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흠. TOP.10 Project:시즌2는 지금보다 더욱 스케일을 키우고 화려하게 만든다라... 그렇게 된다면 저로서는 정말 뿌듯하고 좋은 일이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국장님.)
씨익.
소리 없는 절규를 지르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차승룡 국장.
그는 지금의 사태에 문득 조금 전 대기실에서 도경과 잠깐 나누었던 대화의 순간을 떠올리며 도경이 짓던 미소가 어떤 의미의 미소였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박~도~경...!”
빠드득.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비웃음.
나무만 볼 줄 알고 숲을 못 본다고 생각했던 도경이 사실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것에 차승룡 국장은 자신의 몇 개 없는 머리숱을 앞머리를 강하게 움켜 쥐어짜며 그 누구보다도 분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