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모두가 놀란 도경의 깜짝 서프라이즈.
감탄과 기쁨, 환호성과 축하를 지르는 축제 분위기도 잠시 방송은 원래대로의 보컬을 겨루는 경연 무대를 가지기 시작했다.
20명. 남녀 포함에서 4팀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였지만 모두들 일기당천의 기세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녀석들 봐라. 도경아. 어지간히 좋았나 보았나 보다. 평소와 좀 다르지?”
“하하하. 저게 돈의 위대함 아니겠어요?”
피식.
리허설 무대를 봤지만 희한하게도 지금 무대에서 더욱 파이팅 있게 열창하는 참가자 아이들을 보며 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입바른 소리로 응원하는 것보다는 돈으로 응원하는 게 최고죠.”
입금 전과 입금 후의 변화랄까?
평소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은 최선을 넘어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는 열창. 그렇다고 실력이나 기량이 급상승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질은 전과 확실히 달랐다.
‘어떻게든 우승을 해야 돼!’
우승을 해야 ‘해’가 아니라 해야 ‘돼’로 바뀌었다.
미세한 차이지만 그 차이는 작은 차이가 아니었다. 참가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모두가 이번 무대의 우승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의 차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이 이미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는가?
모든 수입을 자신들에게 줄 만큼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도경이 제작에 참여하고 프로듀싱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을 준비해 뒀다고? 이거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잖아!’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다. 욕먹어도 좋아! 백현아 이 기회를 잡자. 이건 놓칠 수 없어!’
‘저런 사람은 다시 없을 거야... 저 사람 밑이라면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거야.’
‘할머니 말이 맞았어! 사람은 살면서 귀인을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된다더니 성준이 형 다음으로 저 사람이 내 두 번째 귀인이야!’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하는 사람.
참가자들 사이에서 멘토 박도경이란 사람은 이미 그런 사람이었다. 그만큼 참가자들 사이에서 도경에 대한 믿음은 이젠 절대적이라고 해도 좋을 그들 마음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왜 안 그러겠는가? 트레이닝에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었고 약속대로 공정한 심사에 힘썼으며 이번 기회에 자신들을 가지고 돈 장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아이돌을 지망하는 만큼 그쪽 세상이 얼마나 밝고 어두운지 알고 있는 아이들로서는 도경은 일생일대의 귀인이자 꼭 잡아야 기회나 다름없었다.
‘꼭! 붙잡겠어!’
화르륵.
데뷔가 걸려있는 마지막 무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 참가자들은 무대라는 자리에서 자신들의 모든 것들을 꺼내 들어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날 봐!’
우우웅!
그 누구보다 눈에 띄기 위해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이심전심인지 팀원 서로가 그 마음을 느끼며 모두 하나가 되었다. 어찌 보면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진정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겪는 일도 흔치 않은데 모두가 하나 되는 일체감까지 느끼다니 말이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
그래서일까? 참가자 전원이 후회 없이 웃으며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큰 박수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도경은 환하게 웃음 지었다.
모두가 손색없이 최선을 다한 무대.
실력과 기량을 떠나 보기만 해도 배부를 정도로 기분 좋은 만족감이 마음속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다. 저런 무대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자. 그럼 우리도 슬슬 준비해 볼까요?”
받은 것이 있다면 되돌려 줘야 하는 법.
자신의 무대를 떠올리며 도경은 몸을 풀기 위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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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링!
딴!
따다당~!
[식어버린 땀방울. 떨리는 입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이루지 못할 일을
떠올리는 내 모습이 두려운 거니]
“아...!”
[TOP.10 Project] 참가자들의 모든 것을 불태웠던 무대. 그 무대의 보답하는 노랫소리가 부드러운 선율과 함께 영화 상영관 안을 가득 채웠다.
[외면했었던 내 현실이
새하얀 얼음처럼 투명히 녹아내려.]
애잔함과 잔잔함 속에서 떨리는 독백의 노래. 스크린 화면 속 흩날리는 눈송이와 그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들에게 모두가 빠져들고 있었다.
[어두워졌지만 밤하늘을 떠나지 않는 별들처럼
믿음이란 영원으로 반짝였던 꿈.
얼어버렸던 그 마음을 내가 될 수 있다면
영원이란 따스함으로 감싸 안을 거야.]
일곱 명의 독백과 아카펠라를 오고 가는 노래 속. 서정적인 가사에 모두가 감탄하며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유독 [TOP.10 Project] 참가자들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노래를 듣고 있었다.
“분위기 대박! 노래 너무 좋다...”
“현성이 쟤가 작곡한 노래라고? 대단하잖아!”
“이거 왜 이리 울컥하냐? 나 울 거 같에 어쩌지...!?”
“그러게요. 쟤들이 저런 무대를 준비했을 줄이야 너무 감동 이잖아...”
“아 진짜 오늘 무슨 날이야? 뭐 이리 감동할 게 많아?”
훌쩍.
아직 노래의 초반 부분이건만 [TOP.10 Project] 참가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촉촉하게 접은 눈으로 이번 도경과 박진용이 준비한 멘토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탈락했던 팀과 멘토들의 콜라보 무대라니 그 무대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했던 참가자들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현실이란 찬 벽에 부딪혀 (시려 오는 가슴이라도)]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방울 끝에는!]
[Dream in the ice]
탈락한 한 참가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노래.
탈락으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한 좌절과 실패. 그리고 다시 차가운 현실 속을 거닐며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들의 노랫소리는 노랫말처럼 모두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데 충분했다.
탈락자와 합격자 종이 한 장 차이. 그 차이에 일희일비하는 현실과 이런 노래를 만들 때 어떤 심정을 담았는가를 이해하기에 [TOP.10 Project] 관계된 사람이라면 그 누구보다 지금 무대에 집중하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스윽.
일곱 명이 화음을 맞춰가며 부르는 노래에 깊게 빠져 있을 때. 그들 가운데 꼭꼭 존재감을 숨겨왔던 도경이 무대 앞을 나서기 시작했다.
땅을 바라보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는 도경의 모습에선 항상 활기차고 밝던 도경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뚜벅뚜벅.
“...!”
그 누구보다 진중한 모습으로 애달프고 서글픈 감정선을 꾹꾹 담아 걸음을 옮기는 도경에 모두들 자신들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감각이었다.
[흐려져 가던 빛줄기는]
[(어둠 속을 환하게 비추고!)]
[모두에게 스며들어~!]
“하아...!”
단 한 소절.
도경이 내뱉는 한 소절에 모두의 가슴이 진탕되었고 그 도경의 목소리에 높은 화음을 넣는 박진용과 그다음에 이어지는 노랫소리에 탈락한 남성 C팀의 아카펠라 합창은 완벽한 삼위일체를 보여주었다.
‘아직 절정에 이르기엔 이르지!’
꾸욱!
“훕!”
그 완벽한 하모니에 노래를 부르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전율에 일고 있을 때. 한 남성 만큼은 아직 멀었다는 듯 자신이 들고 있는 마이크를 꽉 움켜쥐며 숨을 거칠게 들여 마셨다. 모두의 예상보다 더욱더 나아가는 자. 그게 바로 도경이란 사람의 진면목 이었다.
[세상 끝에 홀로 남겨졌다고, 혼자였다고
겁내지 말아요~!!
아주 오랫동안 내가 지켜낸 꿈이니까~!]
“!!!!”
전율에 이은 전율이 모두를 강타한다.
하늘을 향해 호소하는 듯한 도경의 미친 듯이 올라가는 도경의 고음에 모두의 심장을 부서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
[아~!] [아~!] [아~!]
[아아아~.]
그들의 놀란 가슴.
그것을 진정시켜주기 부드러운 아카펠라 화음이 그들을 다독이기 시작했지만,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은 여과 없이 모두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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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
짝짝짝짝!
“최고다~!!!!”
“너무 멋있어요!!!”
오늘 있던 그 어떤 무대보다 뜨거운 호응과 반응. [TOP.10 Project] 아이들은 노래가 끝나자마자 모두들 일어서 멘토들의 무대에 그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치며 무대에 대한 극찬을 표현하고 있었다.
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눈물을 훌쩍이며 크게 손뼉을 치는 그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순수하게만 보여 밉지 않고 보기 좋았다.
[후우. 어땠어요. 무대 좋았습니까?]
“네!!! 최고의 무대였어요!”
하하하!
[이런 그러면 안 되는데...]
도경의 물음에 관객 중 하나가 흥분한 듯 큰 소리로 도경을 향해 힘차게 대답하고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는데 도경은 해맑게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수습하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너무 좋아하면 곤란해요. 그럼 다음 무대를 할 사람이 힘들어지거든요...]
“응?”
모두가 도경의 의미심장한 말에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도경은 이내 어디론가 시선을 보내며 한 인물을 보며 물음을 던졌다.
[안 그래 리아?]
[웃기시네. 우리 무대도 엄청나거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본때를 보여주겠어. 애들아 일어나 가자!]
“....!!!!”
어눌하지만 또박또박한 한국말.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금발의 한 여성을 바라보았다.
“리아 그라테? 리아 그라테야!?”
“우아아아! 리아 그라테다!!!”
“미친 이거 실화냐!? 누가 내 뺨 좀 쳐 줘 봐봐. 꿈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게”
짜악!
“악!”
좀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는 비어있던 좌석에 갑작스레 등장해서 무대에 오르는 리아와 탈락했던 여성 B팀 참가자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하하! 돈 받은 값은 제대로 해야겠죠. 오늘 제대로 놀아 봅시다!]
화려한 무대 의상, 아리따운 모습으로 메이크업을 마치고 무대에 서 있는 그녀들을 소개하며 도경은 한껏 분위기를 띄워 올리며 카메라를 향해 진한 웃음을 피어 올렸다.
“죽어보자!!!(?)”
의미불명의 말을 내뱉어도 그 누구도 도경에게 태클을 걸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는 더이상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와아아아아아!!
그저 미친 듯이 환호성과 함성을 가득 채워야 하는 곳.
꿈에나 그리는 콘서트장이 지금 모두들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