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화
[대놓고 광고한다. 이색적인 PPL 그리고 믿지않는 PPL.]
[25억 통 큰 결정! TOP.10 Project 참가자들 입금 인증샷 하다! 갓도경이라 외쳐라]
[예능 프로그램? 아니, 아니! 미친 퀄러티의 스폐셜 음악 방송!]
[돈 받은 만큼 한다! 2시간의 폭주 기관차 TOP.10 Project]
[믿기지 않는 파격적인 드림 방송. 시청률도 미쳤다 단숨에 9% 껌 충 뛴 28.3%. 진정한 국민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남성 A팀 & 여성 A팀. 반전 없는 더블A팀 하지만 반전을 예고하는 TOP.10 Project!]
[박도경의 한계는 어디까지? 모두가 웃는 방송을 지향한다는 젊은 청년의 포부 어린 한마디. 업계는 한 번쯤 그 말에 의미를 생각해 봐야...]
난리가 나도 제대로 났다.
TOP.10 Project 참가자들과 제작진들에게 25억을 모두 나눠 준 것도, 데뷔가 확정된 A팀도, 리아 그라테의 출연도 이번 한화에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졌다.
[갓~도경! 클라스. 25억 실화냐? TOP.10 애들 계탔네. 졸 부럽!]
┗[ㅇㅈ. 이거 역대급 사건.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박도경은 돈 욕심이 없나? 쉬운 결정이 아닐건데 무슨 용돈 주듯이 25억을 주네.]
┗[우리 도경 형님은 돈 따위에 쩨쩨하게 구는 사람이 아님. 애들 가지고 돈놀이는 안 한다고 웃으며 얘기할 때부터 알아봤음요.]
┗[그걸 또 순수하게 믿네... 일종의 투자지. 그렇게 순수한 의도는 아님. 박도경이 제작자면 탑텐 애들이 활동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을 다 가져갈 텐데 너무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길 이쪽 판이 어떤 판인데 그걸 믿냐?]
┗[진지 빠시는 비판 충 나오셨네. 뭐가 그리 꼬였냐? 막말로 탑텐 애들 25억 안 줘도 굴려 먹는데 말도 안 되는 개소리 리얼하게 지껄이냐? 게다가 네 말대로 투자라고 해도 너는 박도경 나이에 25억 투자비용을 선뜻 치를 수 있냐?]
┗[ㅋㅋㅋ 무시하셈. 어디를 가든 저런 모난 사람들 있음.]
┗1111
┗2222
제일 첫 번째로 화제가 된 것은 25억이란 거금을 프로그램에 참여한 30명 참가자 아이들에게 내놓은 도경의 파격적인 행보로 모두가 그에 도경을 보고 갓도경이라 외치면서 찬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일조한 데에는 [TOP.10 Project]에서 찍은 도경의 인터뷰의 영상의 힘이 컸다.
[Interview-(TOP. 10 Project)]
Q. 광고 수익을 전원 참가자에게 나눠주신다고 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연습생 아이들이 데뷔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요? 아이돌로 데뷔하면 걔들 다 미래의 빚쟁이예요.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억 단위로 빚을 내는 빚쟁이요. 상상이나 가요? 10대의 소중한 청춘을 수 시간 연습실 안에서 내내 처박혀서 춤 노래 연습하고 경쟁하고 칭찬받아야 할 시기에 타고난 외모나 몸매를 비교당한 시간을 인내하고 데뷔하는 순간 빚쟁이로 된다는 게 말이에요.)
화려한 아이돌. 모두가 선망하고 꿈꾸는 아이돌 뒤에 짙게 서려 있는 어두움을 덤덤히 읊는 도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중했다.
(그런 아이들한테 대부분의 멘토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쉽게 이야기하죠.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질 거고 노력하면 모두가 언젠가는 알아줄 거라면서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양쪽 다 알 겁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안 되는 현실이 엄연하게 존재하며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 방송에 출연해서 연예인이 되고 성공한 아이들이 몇이나 될 거 같으세요?)
도경은 혹독한 현실을 거론하며 한숨을 내쉬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25억. 그건 총알 한 방값이에요. 망해도 한 번 정도는 걱정 없이 꿈에 몸을 던져보라는 총알 말이에요. 말뿐인 응원보다 이런 지원이 그 녀석들에게 훨씬 도움 되겠죠.)
Q. 그래도 한 푼도 남기지 않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까?’
(아깝냐고요?)
피식.
25억을 아무렇지 않게 총알값이라고 표현하는 도경. 그런 도경에게 제작진은 감탄하면서도 마지막으로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경의 행동을 띄우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정말 그 선택에 후회가 없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전혀요! 대신에 역대급으로 멋있었잖아요.)
Q. 네...?
(돈 이렇게 멋있게 쓸 수 있어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멋있게 돈 쓰는 건 저밖에 없을걸요? 대박 시청률에 감동에 재미까지 감히 누가 날 따라 할 수나 있겠어요?)
......
해맑게 웃으며 자화자찬하는 도경의 말에 제작진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던가 올바른 선택이었다 같은 감동적이고 그럴듯한 멘트가 나올 줄 알았지. 저런 터무니 없는 대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경의 말에 딱히 반박할 거리를 찾을 수도 없었다. 도경 본인의 말처럼 그 누가 봐도 멋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한 반응은 지금 [TOP.10 Project] 게시판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최고의 멘토 갓도경~!]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TOP.10 Project 파이팅~~!]
[데뷔는 언제부터 하나요? 꼭 음원 구입하겠습니다.]
[최고,최고,최고! 리아 그라테]
[남자 중에 남자. 도경이 나 너한테 빠졌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형평성에 대한 욕과 참가자들의 응원밖에 없는 것에 비해 [TOP.10 Project]는 칭찬과 도경에 대한 찬사로만 가득했다.
“이야~! 터지다 못해 그냥 폭발해 버렸구나!!!”
“그러게요. 진짜 이건 역대급 아니에요? 봐도 봐도 믿기지 않는다니까요. 지금 다들 축하한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하하하 그래? 무시할 때는 언제고 태도들을 싹 바뀌긴 하여간 사람들하고는...!”
“PD님 그런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하더라고요. 같은 업종 사람으로서 그런 멋있는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고맙고 부럽다고 말이에요. 그 말 들으면서 집 가는 어깨가 내려오질 않더라고요. 진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하긴...! 요즘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 중 몇 개나 되겠어?”
게시판의 글을 읽고 있던 김지승 PD와 작가들은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회의실에 모여 있었는데 웃음이 만연한 그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뿌듯함과 당당함이 있었다.
단순히 재미와 시청률을 넘어서 어디 가서 내세워도 부끄럽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진짜 도경 씨한테 두손 두발 들었습니다. 차승룡 국장을 제대로 엿 먹였어요!”
“아아! 완전 새 됐지. 시즌2 찍는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더니 아주 꼴좋게 됐다니까? 지금 임원들한테 불려 갔다더라.”
“푸하하하! 분명 지금쯤 한 소리 듣고 있겠죠?”
“시즌2 제작이나 되려나 모르겠네요. 그 사람들이 도경 씨처럼 돈이 안 되는 방송을 제작하려 할 리 없을 거니까 말이에요.”
“맞아. 광고랑 PPL로 벌어들일 돈이 모두 새되게 생겼는데 지금 아마 난리도 아닐거다.”
“뭐 그래도 그 사람들이라면 얼굴에 철판 깔고 상금이라면서 푼돈 떼어주고 시즌2 제작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긴 건덕지가 워낙 크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 그런데... 그 후 폭풍은 누가 감당하려고? 욕을 바가지로 먹다 못해 프로그램 시청률이 박살 나버릴걸?”
“으으으...! 저, 상상해버렸어요. ”
그 말에 작가들이 오싹하다는 듯 몸을 떨었다. 미래의 [TOP.10 Project] 시즌 2의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전작이 사랑을 많이 받은 만큼 원성 또한 엄청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뭐, 우리가 알 바야? 시즌 2는 우리와는 상관없잖아.”
“하긴... 차승룡 국장 사단이 맡기로 했으니. 뭐, 그쪽이 알아서 할 문제죠. 안 그래요?”
“맞아! 진짜 뻔뻔한 도둑놈들이라니까. 제대로 고생해 보라지!”
작가들이 CG&J 임원에게 불려 나간 차승룡 국장을 꼴좋다며 좋아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시즌1을 제작한 자신들을 몰아내고 그와 가까운 사단의 인맥인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방송국 안에서 자자한 까닭이었다.
남의 애써 지어 놓은 밥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수작질은 만국 공통으로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다들 그만해. 그러니까 마치 우리가 망하길 비는 사람 같다.”
“PD님 그래도 혹시라도 시즌 2가 만들어지면...”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까 걱정 마라.”
“네?”
“내가 장담하는데 시즌2는 절대로 만들어 질 수 없다.”
“?”
걱정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그런 걱정은 김지승 PD가 제일 먼저 했었다.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시청자가 지지하는 자랑스러운 [TOP.10 Project] 프로그램이 어른들의 더러운 돈 놀음에 더럽혀질 것을 말이다.
피식.
‘시즌 2는 무슨...! 따라 할 걸 따라 해야지.”
하지만 그런 걱정은 도경이 건네 온 [TOP.10 Projcet] 참가자들의 일정표를 본 순간 날아가 버렸다. 순간 자신이 잘못 봤나 싶었지만,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잘못 본 게 아니었다.
“TOP.10 Project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
시즌2의 속편? 그런 것은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의 [TOP.10 Project]는 도경이 존재함으로써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성립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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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0 Project]등장과 엄청난 인기를 누릴 아이돌 유닛의 탄생을 앞둔 음악 업계가 미친 듯이 술렁이고 있을 때. 또 다른 업계 쪽에서도 술렁이고 있었다.
[CVC]
“대박이라고?”
툭툭.
“네. 지금 난리가 납니다. 평론가들이 극찬하며 나서고 있는데 그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듣기로는 독립영화에다가 제작 기간도 1달 남짓한 영화 아니었어? 그런데 대박 영화라고?”
“네...!”
“흐음... 워낙 이 판이 뜬 소문들이 자자하니까 말이야. 쉬이 믿기 힘든걸? 이거... 한 번 그쪽 대표랑 직접 만나 봐야겠군. 일정 좀 잡아봐 김비서”
“네. 알겠습니다.”
음악 업계 다음으로 술렁이는 곳은 다름 아닌 영화업계였다. 다름이 아니라 도경과 최정훈이 만든 [Again]이란 영화가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청받았던 자리 중 제일 황당무계하고 쇼킹한 상영회였다. 하지만 이내 이 만큼 완벽한 상영회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동진 평론가
[귀로 듣는 영화 한국에 이런 밀도 높은 음악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 그지없다] -차필현 평론가
[과도한 연기 없이 음악으로 담백하게 캐릭터의 감정선을 담는 매력적인 영화] -신현아 기자
[다시 시작하는 것에 필요한 건 단 한 줌의 용기! 클라이맥스 신 장면에서 노래로 모든 것을 말하는 박도경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 강한나 작가
[약 한 달간의 여정. 그 짧은 기간 속 그들은 믿기 힘들게도 놀라운 것을 만들어 내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매우 기대되는 영화] - kk연예 기자
[리얼한 현장감 속에 음악과 연기를 담는 감독의 시선은 매우 신선하다. 충무로는 최정훈이라는 무명 감독을 주목해야 한다!] - 한명필 감독
무대를 마치고 [TOP.10 Project]에서 최종으로 데뷔 확정자가 발표되는 순간. 도경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자신과 리아가 출연한 음악영화 [Again] 시사 상영회를 가졌는데 지금 [Again]이란 영화에 대해서 입소문이 맹렬하게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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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상영관 문제는 얼추 해결할 빌미가 보이겠지.”
[Again]을 봤던 사람들의 평론과 후기 글을 읽은 도경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TOP.10 Project] 무대에 각 분야의 사람들을 초청했던 자신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시청률 28%의 홍보 효과다. 방송을 통해 사람들은 [Again]에 대한 소문과 기대감은 퍼질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상영관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영화 정말 재밌었지... 역시, 그 형은 재능이 있어!”
씨익.
편집이 완성된 [Again]을 그날 시사 상영회에서 처음 보았던 도경은 매우 만족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최정훈이 예상한 것 이상으로 영화를 너무나 잘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한 달의 제작. 소자본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엔 [Again]의 퀄리티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상업영화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세련된 영상미는 최정훈이 얼마나 영화에 공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어서 배우로서 그야말로 고마울 따름이었다.
‘분명 날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했었겠지.’
자신의 심미안으로 장면 하나하나 장인처럼 섬세하게 공들여서 만든 최정훈의 영화 [Begain].
타협하지 않는 고집도 고집이지만, 도경이 보기에는 최정훈은 영상미와 연출 쪽으로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그런 영화를 상영관 문제로 묻히게 둘 수는 없지.’
감독은 감독의 역할이. 배우는 배우의 역할이 있는 법.
최정훈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주며 감독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었으니 이제는 배우로서 도경이 나설 차례였다.
스윽.
“자, 그럼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시러 가볼까?”
도경은 앞으로 바빠질 자신의 일상에 웃음 지으며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