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박도경이 예능에 나왔다면서요?”
“어. 케이블, 공중파 3사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전부 출연했다고 하더라. [TOP.10 Project] 애들 예능 훈련이라는 목적하에 말이야. 이게 말이 되냐? 타 방송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는 방송국이라니. 믿기지가 않는 일이야.”
예능판은 현재 난리가 났다.
온갖 예능의 러브콜을 고사하던 도경이 갑작스레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대세는 진짜 대세인가 보네요. 그런데 무작정 예능에 다작으로 촬영하는 거 별로 좋지 않은 방법 아니에요? 내용도 겹치고 이미지 소모 때문에 식상해 지잖아요. 괜찮으려나 몰라.”
카메라 앞에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순간 연예인의 이미지 소모는 시작된다.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하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은 분명 했지만, 예능 프로그램 쪽에서나 도경 쪽에서나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닌 듯싶었다.
자주 보이면 싫증을 내는 것이 사람의 심리 비슷한 내용을 보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네 말도 틀린 건 아닌데 도경이잖냐.”
“네?”
“역시나는 역시라고 날아다녔다고 하더라. 다들 칭찬 일색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진짜요?”
“어. 너무 떠서 으스댈지 알았더니 의외로 하나도 안 뺀다고 하더라. 신인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다가 영리하게 방송해서 MC들하고 PD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하더라”
“오? 그래요? 아...! 너무 궁금하다. 진짜 소문처럼 그렇게 재밌으려나?”
다른 예능 플랫폼에서 소문이 자자한 도경이 과연 어떤 식으로 촬영을 했을지 궁금한 FD의 말에 선배 작가가 웃음 지으며 뜻밖의 희소식을 가져다주었다.
“안 그래도 [TOP.10 Project] 이번 주 편 방영하고 바로 다음 날 [핫한 형님] 쪽에서 방송 먼저 내보낸다고 하더라. 그다음에 순차적으로 다른 쪽에서도 내보낼 예정이고 말이야.”
“정말요? 기존에 녹화한 것들은 어쩌고요?”
“어쩌긴 대세라는 녀석에게 밀려난 거지. [TOP.10 Project]가 다른 예능을 이용한 것처럼 그쪽도 [TOP.10 Project]를 이용해야 하지 않겠어? 이해득실이 서로 맞은 거지.”
“와...! 무슨 어벤져스에요? [핫한 형님],[위아 투게더],[러너],[라디오 수다]면...”
“그래”
“허...”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도경과 [TOP.10 Project] 하나 때문에 기존에 내보낼 방송을 뒤로 미룬 사태에 FD는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거 한 주간은 완전 도경의 날이 되겠네요?”
도경의 날.
FD의 말에 선배 작가가 그럴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했다.
“도경의 날이라. 그래. 어찌 보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
피식.
현재 칭찬 일색의 도경과 [TOP.10] 아이들의 활약상이라면 후배 FD가 말을 꺼낸 ‘도경의 날’은 실현 불가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배 작가는 헛웃음 지었다.
“정말 우리 프로그램에도 한 번 나와 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우리 방송에 박도경이 출연할 리 없잖아요?”
“뭐라고 임마! 우리 방송이 어때서!?”
“...!”
---
한 방송국에서 FD와 작가가 나눈 이야기. 그 이야기는 현재 현실로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25억? 그건 아무것도 아닐걸? 이건 비밀인데 마지막에 줄 선물에 비교하면 껌값일 수도 있어] -(핫한 형님)
[Nnet에서 만드는 [TOP.10 Project 시즌:2]는 더 좋은 대우하지 않을까요? 국장님이 1보다는 더욱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게 만든다고 하신다 약속하셨거든요.] -(라디오 수다)
[노래 좋죠? 이번 영화에 들어가는 노래인데 어때요? 흥행이요? 1000만 정도 찍지 않을까요? 공약은 뭐가 좋을까요...? 그래! 영화 Again의 팀들을 데리고 무료 콘서트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리아 그라테요?] -(위아 투게더 노래방 탈출 편)
각종 예능에서 킬링 파트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분량을 각인시키는 도경. 그리고 그런 도경을 중심으로 [TOP.10] 아이들의 가족 같은 케미와 호흡은 손쉽게 사람들에게 웃음을 이끌어내었다.
단짠단짠이라고 어떨 때는 폭소를 어떨 때는 감동적인 이야기로 남들을 울리는 드라마를 도경과 [TOP.10]의 아이들에게 사람들은 빠르게 매료되고 있었다.
거기에는 남다른 도경의 전략이 있었다.
[라디오 수다]와 [위아 투게더]의 성향에 맞춰 남녀를 나누고 [핫한 형님]에서는 도경을 중심으로 [TOP.10 Project]의 상황을 구현하며 한 가족 같은 호흡으로 꽁트를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내냈기 때문이다.
러너-[TOP.10 Project]편
“너, 꼼생이 자식 이리와!”
덥석!
“자, 잠깐! 도경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됐어. 와~. 배신자, 배신자 하더니. 아주 제대로였네. 형이 설마 이중 스파이였다니. 아주 감쪽같이 속았어. 뭐, 함께 가자고요?”
으득.
자기네 팀의 스파이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스파이는 진작에 제거되고 이중 스파이로서 배신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며 활약한 이강수를 보며 도경이 이를 갈았다. 자신의 팀 10명 중에 4명이 이강수의 손에 탈락하였기 때문이다.
“이익! 이렇게 되면...!”
덥석.
휘이익!
“어딜!”
궁지에 몰린 배신의 캐릭터 이강수가 최후의 발악을 하기로 했는지 자신의 긴 신장과 팔다리를 이용해 도경의 등 뒤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떼려고 했지만, 도경은 어림없다는 듯이 비웃음 지으며 이강수의 옷을 우악스럽게 붙잡으며 처절한 응징을 가하였다.
찌이익!
“!!!?”
“자, 잠깐...! 야! 잠깐만! 이런 게 어딨어!!!?”
“옷이 약하네.”
찌익! 찌이익!
“뭐야! 얘 미친놈 아니야? 그냥 이름표 뜯어! 뜯으라고!”
말도 안 되는 우악스러운 손길. 속 안에 입은 티셔츠까지 찢어 재끼는 도경의 손길에 이강수가 몸부림치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지만, 도경의 손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옷은 어느새 넝마가 되어 강수의 속살이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등 뒤에는 이름표만 남아있어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수야!”
“송국이 형! 살려줘. 애 완전히 미쳤어!”
“박도경 너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혼나 볼래?”
“이런 어서 이름표를 뜯어야...!”
“누구 좋으라고!”
털썩!
“윽! 바퀴벌레도 아니고...!”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등장한 갑작스러운 인물에 도경의 얼굴에 낭패가 스치며 서둘러 강수의 옷째로 이름표를 뜯으려 했지만 이를 눈치챈 강수가 독기 품은 얼굴로 이름표를 사수하며 바닥에 들어 누었고 덕분에 도경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신호음.
삐이익!
[5분 경과! 공수교체! 청팀 수비!, 5분간 적팀의 공격 시간입니다.]
“......!”
신호음과 동시에 도경은 움찔거렸다.
[러너]의 이번 컨셉은 진격의 술래잡기.
5분의 타이머에 맞춰 공수가 교대되며 그 안에 이름표를 뜯어야 하는 규칙. 그 안에서 지금 도경은 사면초가에 빠져버렸다.
스윽.
“도경아...! 이젠 가야지?”
“우쒸! 너 죽었어!”
벌떡!
“음...”
현재 수비의 포지션으로 도망쳐야 청팀인 도경. 하지만 도경은 도망을 칠 수 없었다.
앞에는 옷이 뜯긴 채로 독기를 내뿜는 이강수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두박근을 꿈틀거리는 김송국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뒤에는 2층의 난간뿐이었기 때문이다.
독 안에 든 쥐가 있다면 지금 도경이 딱 그런 꼴이었다.
“그래. 어휴. 박도경 씨. 기세등등한 모습은 어디로 가셨대요?”
헤벌쭉.
“아주 좋았지? 잘도 이 몸에게 수치를 주셨겠다?”
까닥까닥.
그 어디에도 도경을 위한 탈출구는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퇴로가 막힌 도경을 바라보며 이강수가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수치를 되돌려 주기 위해 도경을 슬슬 약 올리는 것이 누가 봐도 얄미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아야 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이 보통내기의 청년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웬만하면 방송에서 오바 안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뭐?”
“강수형 그거 알아요? 저는 한 놈만 무는 거?”
“뭐래?”
“좀 이따 보자는 거죠.”
타닥.
“억?”
“무, 무슨..!?”
휘이익! 덥석!
탁!
2층 난관 위로 사뿐히 올라가 3층 난간에 턱을 붙잡고 가볍게 올라서는 도경의 아크로바틱 기예에 김송구과 이강수가 놀라움에 가득 찬 경악성을 내뱉을 때. 도경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5분 뒤에 봅시다. 강수형!”
타다닥.
“야! 이거 그런 방송이 아니야!!! 뭐야! 박도경 방송 왜 저따위로 해? 저런 게 있는 어딨어!? PD님!? 저건 아니죠. 사기잖아요!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는 도경에 모든 제작진이 당황하며 얼빠져 있을 때. 자신을 향해 저격하는 도경의 말을 듣고 있던 이강수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도경에게 필사적으로 외쳤지만, 그의 외침은 허공 속의 메아리가 될 뿐이었다.
타다닥.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 도경은 회오리치는 태풍 그 자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적팀을 압도하며 마지막에는 김송국과 1대1의 대결을 펼치는 기염까지 벌였던 도경은 그야말로 거칠 게 없는 적토마를 탄 여포였으나 게임 내내 오들오들 떨고만 있던 박수현의 상상 못 할 배신에 이름표를 뜯기게 되며 결국 게임에 지게 된다.
[ㅋㅋㅋㅋㅋ 박도경 표정 봐. 나라 잃은 표정이다. 박수현 배신 개 쩔었다.]
┗[맞아요. 반전에 반전 아니냐? 남자들 뒤에서 보호받으면서 웃으면서 이름표 때는데 소름]
┗[그러게. 되게 내성적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승부욕 있는 것 같더라.]
┗[웃긴 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현을 보면서 끌려가더라.]
┗[개 꿀잼]
[미친 저게 예능임? UFC 저리 가라네.]
┗[그쵸? 김송국하고 1대1 하는데 ㅎㄷㄷ 하더라. 이름표 뜯기인데 왜 옷들을 찢고 있어?]
┗[그 와중에 이강수 내내 도망가다가 하이에나처럼 기습하다가 김송국하고 부딪혀 철푸덕 넘어지더니 이름표 떨어져서 자연 탈락하는데 진짜 개 웃었음.]
┗[ㅋㅋㅋㅋ 예능신의 가호! 이번 편 이중스파이도 그렇고 정말 제대로 활약함.]
모두가 즐거워했다.
[핫한 형님]에선 신들린 꽁트로, [라디오 수다]에는 다양한 이야기로, [위아 투게더]에선 감미롭고 화끈한 노래로, [러너]에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름표 뜯기까지 정말로 유쾌한 일주일이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대중은 도경과 [TOP.10]의 아이들에게 뜨거운 관심과 화제를 몰아 주었다.
[TOP.10 Project의 효과! 출연 방송마다 시청률 상승!]
[Nnet의 변화! TOP.10 Project 시즌:2의 예고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25억이 껌값이라는 보상 과연 무엇일까? 모두가 기대해.]
[TPM 멤버 강백현 과 지현진의 숨겨진 스토리와 진심 어린 무대. 모두를 울리다!]
[Again 1000만 무료 콘서트 공약. 허황한 공약일까? 아니면 또 다른 대박을 전조일까?]
[러너 TPW멤버 박수현에게 러브 콜 보내다.]
[TPM & TPW 브랜드 파워 입증. 밀려들어 오는 광고 러브 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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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J] 회의실.
쿵!
“지금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
“남의 방송 시청률 올려주고 앉아있지 않나. 뭐? 시즌2에는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고요? 지금 제정신입니까? 그런 걸 제멋대로 섣불리 거론하면 어떡합니까? 차승룡 국장!”
도경의 즐거운 한 주.
모두가 즐거워하지만, 누군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피 말리는 한주가 되고 있었다. 도경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수시로 [CG&J]에 불려 나가는 차승룡 국장에겐 말이다.
“...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TOP.10 Project 자체가 도경 군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거라 제가 참견을 할 권한이...”
“그걸 어떻게 하는 게 차승룡 국장 일 아닙니까!”
쿵!
“하...!”
‘시발! 국장이 무슨 만능이냐?’
차승룡 국장으로선 그야말로 억울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도경의 방송을 제재할 힘도 권한도 명분도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도 수시로 불려서 임원들에게 쪼인트를 까이고 있으니 그의 속 안에서 말 못 할 불길이 솟구쳐 올라 속 안을 새까맣게 불태우고 있는 상태였다.
‘개자식들 박도경을 시즌 2에 섭외하려는 술수를 모를지 알아? 감히 나를 이딴 식으로 써먹어?’
사실 [CG&J] 임원들이 차승룡국장의 갈구는 이유는 앞으로 있을 시즌2의 제작에 도경을 끌어들이기 위한 밑밥 작업을 위해서였다. 도경의 행동 때문에 [CG&J]가 매우 화났음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명분을 얻으려는 속셈이었다.
분명히 얼마 안 있어 도경에게 시즌2를 출연하라는 압박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보일 것이 확실했다.
울구락 붉구락
그 모든 전후 사정을 알기에 차승룡 국장의 얼굴은 어느새 새빨갛게 붉어져 있었다. 자신을 밑밥 작업에 활용하는 그들의 행태에 계속해서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그렇습니까? 차승룡 국장이 얼마나 얕보였으면 [TOP.10 Project]쪽에서 저렇게 나오겠...”
“시끄러워 낙하산 새끼야...!”
“뭐, 뭐라고? 당신 지금...!”
“야 이 개새끼야! 할 수 있으면 네가 해!”
결국, 참지 못한 차승룡 국장이 이성을 잃고 자신에게 이죽거렸던 젊은 임원을 향해 박차고 달려갔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낙하산 새끼가! 집에 가면 너 같은 아들 새끼가 둘이나 있어 알아!? 어디 건방지게 국장 알기를 우습게 봐? 뒈지고 싶어! 어!”
덥석!
“아악! 이거 놔!”
“못 놔! 씨발! 오늘 제대로 개값 물자! 나 차승룡이야! 젊은 애새끼들 비위 맞출 바에 오늘 콱 뒈져 버리련다!”
“차승룡 국장! 참아요! 모두 뭐해! 어서들 말려!”
“...!”
우당탕탕
건드려도 잘못 건드렸다. 보통이라면 어떻게든 비위를 맞췄을 차승룡 국장이었지만 지금의 그의 상태는 평소와는 달랐다. [TOP.10 Project]로 도경에게 크게 물먹은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아아! 건방진 젊은 놈의 새끼들은 다 죽어버려...!”
“아아악!”
도경과 그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임원을 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폭주하는 차승룡 국장은 그야말로 성난 고릴라 그 자체로 탈바꿈해 버렸다. 덕분에 [CG&J] 회의실은 한바탕 큰 소란이 일고 있었다.
---
띠리릭!
“여보세요? 정훈이 형?”
어디선가 한바탕의 소란이 일고 있을 때. 긴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빈둥빈둥 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도경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온 전화를 받아들였다.
“오오! 그래요? 잘됐네요. 생각보다 빠른 날짜에 잡혔네요. 네네. 그때쯤이면 [TOP.10 Project]도 끝날 테니 문제없어요.”
최정훈에게서 온 전화의 용건은 영화[Again]의 상영날짜가 잡혔다는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지만, 도경은 그저 덤덤했다.
그도 그럴 게 [TOP.10 Project]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영화를 수시로 간접 홍보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도경의 의도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놀랄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1달 뒤면 생각보다 촉박한데...?”
힐끔.
“조금 빡시게 되겠어.”
최정훈과 영화일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전화를 끊은 도경은 벽에 달린 달력을 보며 머리를 굴리기 셈을 시작하다니 이내 결단을 내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에서 벗어나 숙소에 마련된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안 그래?”
피식.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