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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59화 (259/357)

259화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작가의 의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TOP.10 Project] 남은 회차까지 무엇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 속에 한 작가가 하나의 기획안을 건의한 것이다.

[Last Chance] 프로젝트.

탈락한 참가자 중 시청자들이 많이 아쉬워했던 인물들에게 데뷔의 마지막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

희망차고 좋게 들리는 이 기획은 의외로 [TOP.10 Project] 내부에서 많은 반대를 받았다. 10명의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TOP.10 Project] 취지와 프로그램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은 충분하다. 그러니 우리의 프로그램이 지니고 있는 공정성을 굳이 깨트릴 필요는 없다.’

제작진들에게 있어 [TOP.10 Project]는 자기들에게 있어 자랑스러운 자식이나 마찬가지. 시청률과 화제성은 이미 충분하니 프로그램의 형평성과 질을 지키고 싶은 게 그들의 본심이었다. 하지만 도경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공정성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죠. 애초에 이런 기획안이 나온 것 자체가 참가자 중에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이끌어낸 인물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참가자 개인이 이뤄낸 힘인 만큼 저는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도경의 말에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TOP.10 Project]의 취지와 공정함을 지키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들이 프로그램에만 집착했지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들이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서 했던 근원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꿈을 제공한 데에 있음을 알게 된 까닭이다.

라스트 찬스 프로젝트는 그렇게 일사천리로 결정되었고 제작진들은 탈락한 참가자 중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을 4명의 인물을 뽑았다.

C팀 언더독의 리더! 카리스마와 쿨뷰티. [장미진].

깜찍함과 과즙미! 그에 특색있는 보컬을 지닌 [차미나].

[Dream in the ice]를 작곡해 모두를 울렸던 [강원우].

노력과 성실함의 캐릭터. 괄목 성장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한현승].

모두가 하나같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만큼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원래라면 이 4명의 친구는 데뷔하는 [TOP.10] 아이들이 구상하고 만든 작업물에 참여해 경쟁하여 둘 중 한 명을 추가 멤버로 받아들일 계획이었지만 [TOP.10] 아이들의 태만한 행동에 실망한 도경은 원래의 계획을 비틀었다.

“이 친구들을 가지고 너희들은 1주일 뒤에 곡 하나와 퍼포먼스를 만들어 무대를 가지도록 한다. 그 결과물을 보고 이 네 명의 데뷔를 결정 여부를 정하도록 한다.”

“네에?”

“이 녀석들의 마지막 기회는 너희들이 결정한다는 소리다.”

“멘토님 그건...!”

라스트 찬스.

그 프로젝트에 설명을 들었던 참가자들은 도경의 돌발 선언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무대를 가지고 데뷔를 4명의 참가자의 데뷔를 결정한다는 건 자신들에 의해서 그들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추가로 결과에 따라 기존 멤버의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기존 멤버의 변동이라면...!”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거지.”

“...!”

데뷔를 앞둔 마지막에 와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도경의 돌발 선언에 모두는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도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서늘한 눈빛으로 나지막이 말을 마쳤다.

“새드엔딩이 싫으면 모두를 해피엔딩을 맞이하도록 죽어라 달려들어.”

“.......”

“결과는 너희들이 만드는 거니까.”

쿵!

싸늘한 어조로 말을 마치고 장소에서 벗어난 도경의 뒷모습.

그의 뒤를 바라보던 모두는 말문이 막혀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

[와 지렸다... 박도경 웃음기 지우니까 엄청 무섭네.]

┗[ㅇㅇ 진심으로 화난 듯. 그치?]

┗[화날 만하지. 애들이 준비한 게 솔직히 성의 없긴 했음.]

┗[그래도 예능이다 뭐다 해서 준비한 시간이 부족했잖아요. 저리 화낼 필요까지야...]

┗[인터뷰 보면 알겠지만, 애들이 너무 도경에게 의지했었음. 솔직히 조금 들떠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너무 과한 처사 아니에요? 데뷔 확정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현실적으로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그렇긴 한데... 뭔가 생각이 있으니까 그러지 않았을까?]

┗[맞아. 낚시일지도 모름.]

정색하는 도경과 당황해서 하는 [TOP.10]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전파를 타고 TV에 방영되었고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들떠서 데뷔에 진지하게 임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람과 데뷔를 앞두고 있던 아이들에게 서바이벌을 벌이려는 도경의 처사는 너무 과하다는 사람이 서로 대립의견을 벌이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경과 [TOP.10 Project]에서 큰 크림을 그리고 있다고 예상하며 기대를 품으며 다음 회차를 기다렸다.

[라스트 찬스 과연 몇 명이나 합류될까?]

┗[글쎄? 진짜 모르겠다. 솔직히 너무 갑작스럽긴 해]

┗[여자 쪽은 확실히 장미진이 되지 않겠냐? 마스크도 그렇고 분위기도 배우 뺨치는데 떨어트리려야 떨어트릴 수가 없지 않다. 인터뷰 보니까 멘탈도 엄청 단단하던데 나는 진작에 패자 부활전 같은 거 나올 줄 알았다.]

┗[우리 미나 무시함? 아이돌은 귀여움이지 의외의 복병이 될 거다.]

┗[ㅇㅇ 그리고 남자 쪽은 나는 강원우가 될 듯. 이번 편에서는 작곡하는 존재는 든든하니까. Dream in the ice처럼 대박곡 내면...!]

┗[노력 바보! 현승아 꽃길만 걷자!]

잔혹한 서바이벌이라고 뭐라면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라스트 찬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의 탈락자에게 쏠리고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얻는 시청자들로서의 본능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Last Chance]

그들 중 과연 누가 마지막 기회를 잡아 웃을지, 아니면 눈물지을지 시청자들은 기대하며 다음 주를 기다리고 있다.

---

[TOP.10]회의실.

“반응들은 어때요?”

“역시 뜨겁습니다. 여론을 보니 누가 추가 합류를 할지를 두고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욕하면서도 기대할 건 기대한다는 건가요.”

“하하. 뭐, 도경 씨는 이런 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죠.”

“그나저나 어쩔 거냐 도경아? 설마 정말로 데뷔 조 애들을 탈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냐?”

“그래요. 슬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 말해봐요. 도경 씨. 뜸을 들여도 너무 들인다~.”

[Last Chance]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나서 겪는 다시 불붙는 열기. 하지만 그만큼 더욱 뜨거워진 반응에 [TOP.10 Project] 회의를 해야 했다. 앞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방송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도경이 무슨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했기 때문이다.

“음... 생각이라...!”

긁적긁적

헌데 지금 회의실 안 모두의 초롱초롱한 시선을 받고 있는 도경이 조금 이상했다. 항상 여유와 자신만만한 기색을 띠고 있던 도경이 오늘따라 난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도경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딱히 뭘 계획한 건 없는데...”

“뭐?”

예상치 못한 도경의 답변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도경이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진심을 얘기하는 건지 긴가민가하며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도경은 잔인하게도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때 제가 말했잖아요. 결과는 애들이 만든다고요.”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그때 그건 뭐였어? 기대해도 좋을거라고 말한 이유는 뭐였어?”

“그거야 애들을 기대해 달라고 말한 거였죠.”

“아냐 그건 그런 게 아니었어. 분명 뭐가 있다는 듯이 반전이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단 말이야.”

“그냥 버릇 같은 거였어요. 요즘 오랜만에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온 리액션 같은 거예요.”

“뭐라고?”

“그, 그럼 도경씨...!”

박진용과 도경의 대화를 듣고있던 김지승 PD는 이쯤 되니 도경이 정말 진심으로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김지승 PD는 마지막으로 도경에게 확인차 물음을 던졌다.

“정말로 [TPM], [TPW] 멤버 중에 데뷔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겁니까?”

“무대의 결과에 따라서요. 라스트 찬스 애들에 비해 기량이 너무 떨어진다면 그리될 수도 있겠죠?”

“허...”

“응?”

“아니, 모두가 합격한다거나...”

“모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잘한다면요. 그런데 그럴 확률은 아무래도 적지 않을까요?”

“......”

“아니, 도경아 진심이야? 무언가 깜짝 반전 같은 건 없는 거야? 라스트 찬스 참가자들만을 위한 그룹을 만든다거나 그런 거 말이야.”

“사장님 그런 걸 왜 해요? 2팀도 충분히 힘들어 죽겠는데...”

‘이 자식...! 왜 여기서는 평범하게 가는 거냐?’

울컥!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도경을 보며 박진용이 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이 4명의 합류 후보들을 원래의 계획과 달리 사용하면서 무언가 준비해둔 회심의 수가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헐...! 기존 데뷔팀 애들이 진짜 탈락할 수도 있는 거야?”

“그런가 봐. 진심인가 봐.”

“애들 어떻게...!? 나, 걔들한테 그런 일은 적지 않을까 했는데...”

“만약 탈락하면 역풍 장난 아닐 텐데...!”

수군수군.

박진용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도경에게 모두를 놀랠만한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깜짝 놀랄 반전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이 말이다.

여기저기서 피해자가 속출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의실 안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 속에 박진용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도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너 진짜 이러다 난리 난다. [TPM], [TPW]애들 인기가 장난 아니라고 데뷔 취소시키면 역풍 장난 아닐 거다. 여기저기서 너한테 욕을 쏟아부을 게 확실하단 말이다.”

“그래요. 도경 씨. 여기서는 유도리 있게 전원 합격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을...!”

“안돼요.”

“......”

모두가 납득하고 원하는 그림. 그것은 데뷔 조와 라스트 찬스 후보자들의 전원 합격밖에 없었건만 도경의 뜻은 단호하였다.

“납득할만한 무대가 아니라면 철저한 평가대로 갈 겁니다. 욕먹는 게 두려워 그런 가짜 해피엔딩을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이...! 똥고집이!”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양보 못 해요.”

“......”

‘좋지 않아...! 이건 내 실수야.’

방송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방송인들은 그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특히 [TOP.10 Project]로 초대박을 친 프로그램일수록 더욱이 말이다. 모두가 꿈을 이루는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분명 최고의 결말임이 틀림없을 테지만 도경은 억지로 그런 그림을 만들 생각이 없는 듯싶었다.

‘도경 씨는 방송인이 아니라는 것을 깜빡했어.’

그도 그럴 게 도경은 방송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박도경은 박도경이었다. 그것을 김지승 PD는 알고 있음에도 간과하고 있었던 자신을 깨닫고는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가치관의 충돌. 진작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PD로서의 의무였다.

‘도경에게 의지하고 있던 [TOP.10]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던 거야...!’

불끈.

도경을 탓할 수도 있건만 김지승 PD는 도경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탓하며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었다.

“도경 씨...!”

쿵!

“!?”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뭐죠?”

[TOP.10 Project]는 도경으로 인해 여기까지 왔기에 그에게 따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대로 손 놓을 수도 없는 게 김지승 PD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김지승 PD는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내 결단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도경 씨가 생각하는 전원 합격의 기준선이 어느 정도입니까? 레퍼런스가 필요합니다. 참고할 만한 그룹이 있겠습니까?”

“네?”

“저는...! 아니, 우리는!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

김지승 PD는 이번에는 도경이 아니라 자신과 [TOP.10 Project]에서 나서야 할 차례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우리는 방송인이니까요.”

방송인으로서의 승부수!

도경의 손안에서 이 자리까지 성장해 온 [TOP.10 Project]는 지금 이 순간부터 도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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