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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62화 (262/357)

262화

“다들 고생했어. 나 없어도 잘 할 수 있지?”

“네~! 걱정마세요!”

“감사합니다. 도경 선배님!”

“박진용 멘토님도 감사해요!”

“나중에 다시 뵐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꼭 연락하는 거예요!”

우르르.

다음 날 아침. 간단한 쫑파티를 벌이며 멘토들을 떠나 보내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TOP.10 Project]. 아이들의 앨범 작업도 끝이 난 지 오래였고 아이들의 앞으로 활동에 관한 이야기도 끝이 나서 멘토들의 역할이 다해 이제는 떠나려는 것이었다.

“이야 정말로 끝났네요. 뭔가 시원섭섭하네요.”

“그렇겠지. 애들하고 같은 곳에서 합숙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긴 했는데 2년 뒤에 그룹이 유지가 될까요?”

“글쎄다...”

[TOP.10]의 아이들은 서로가 머무를 숙소를 구해 그곳을 거점으로 [TPM] & [TPW] 두 남녀 그룹으로 계약한 2년 동안에 연예계 활동을 이어 가게 된다.

“워낙에 변수가 많은 곳이 이 바닥이니까 말이야.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그룹이라는 건 유지하기 힘든 부분이 생기니까...! 그것도 14명이면 말 다한거지. 결국, 결정하는 건 아이들과 소속사가 얼마나 양보하고 노력하냐야에 달려 있어.”

“흐음... 그럼 사장님은 얼마나 양보하고 노력하실 생각이에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TOP.10에 [JY] 소속사 출신만 4명이나 되는데 솔직히 사장님이 영향력이 가장 강하잖아요. 안 그래요?”

“으응? 그렇긴 하지...?”

[JY]엔터 출신인 전수미와 신유진. 그리고 이번에 [JY]엔터테인먼트에 새 식구로 들어온 강백현과 박수현으로 인해서 총 14명의 [TOP.10] 멤버 중에 4명이 [JY]엔터테인먼트 소속 출신이 된 상태였다.

“게다가 각 남녀 그룹에 리더를 맡고있는 강백현하고 박수현을 데려다 왔으니 잘 처신하셔야 할걸요? 안 그러면 갑질이다 뭐다 욕 엄청 먹을 거니까 말이에요.”

“어어...? 그게 그렇게 되나!?”

“네.”

“음...”

도경의 말에 박진용 사장은 신음성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웃으면서 남 이야기하듯 할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지끈.

강백현, 박수현 유망한 인원이 자신의 소속사의 새 식구로 들어왔음에 그저 기뻐만 했지 그 이후의 일을 떠올리자 절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좀 전에 말했던 양보와 노력. 그것을 가장 많이 해야 할 대상이 알고 보니 자신이었던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생 좀 하시겠는데요?”

“하아~. 그러게 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 잠깐!”

훽!

자신을 짐짓 위로해주는 도경의 말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던 박진용이 무언가를 깨닫고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도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도끼 눈을 치켜뜨기 시작했는데 마침 리무진 밴안에 마련된 샴페인을 까며 여유롭게 잔을 꺼내고 있는 도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 설마...!’

쪼르륵.

잔에 샴페인을 채우며 입가에 호선을 그리는 도경. 어딘지 유쾌한 기색을 띠고 있는 도경의 모습을 보자 박진용은 머릿속에 한 가지의 추측을 떠올렸다.

“도경아...!”

“응?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너지?”

“네?”

“너가 다 의도한 일이지? 강백현, 박수현 모두 네가 데려온 애들이잖아.”

“...”

쪼르르 뚝.

자신의 말에 잔에 샴페인을 채우던 도경의 손길이 멈춘 것을 보며 박진용은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

강백현과 박수현 모두 도경에게 강한 호감과 신뢰감을 보였고 사정이 좋게도 무소속 출신이다. 게다가 그 둘을 각 팀의 리더로 만든 존재는 다름 아닌 도경 아니던가?

생각해 보니 아귀가 들어맞는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에이. 형! 영화 너무 많이 보셨다. 갑자기 웬 음모론이에요? 아니, 무엇보다 제가 뭐를 위해서 그런 피곤한 행동을 하겠어요?”

“5%의 지분.”

“네?”

“나와 회사에게 부담을 지게 만들어서 [TOP.10] 애들의 매니지먼트를 확실하게 맡길 생각인 거겠지. 5% 본전을 제대로 뽑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냉철한 눈빛을 빛내며 명탐정이 된 것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진용은 이제는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다. 조금 전 도경에게서 발을 뺄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불렀다는 거지.”

“아...!”

“역시!”

불리하거나 찔리는 상황이 되면 자신을 사장님이 아니라 형이라 부르는 도경의 입버릇. 그것을 지적하는 박진용의 말에 도경이 낭패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고 이로써 모든 진실을 밝힌 박진용 사장은 거리낌 없이 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잠깐은 무슨 너 이 자식 이리와.”

덥석.

“아악!”

도경에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징벌. 도경에게 헤드락을 걸은 박진용이 성난 고릴라처럼 콧김을 세차게 내뿜었다.

“감히 나한테 이딴 수작을 버려?”

“아니! 뭐 잘못했어요? 솔직히 말해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입김이 센 만큼 [TOP.10] 애들 관리하기도 쉽고 회사도 돈도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에요?”

“시끄러워! 내 나이에 골머리 썩혀가며 고생해서 돈을 더 벌어서 뭐하겠니? 그리고 이미 벌 만큼 벌었어.”

“우아아! 재수 없어.”

“너가 그럴 말 할 처지는 아니거든?”

꾸우욱!

샴페인이 엎질러질까 봐 도경은 이도 저도 못한 채 무방비하게 박진용에게 헤드락을 당하며 진심으로 비명을 질렀다.

‘으으...! 하필 민소매를 입어서...!’

머리로 전해지는 고통보다는 민소매를 착용한 박진용의 패션 덕에 온전히 느껴지는 그의 겨드랑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탁탁탁!

“아아! 잠깐 타임! 형! 잠깐 보여줄 거 있어요!”

도경은 서둘러 그의 팔에다 탭을 치며 그의 헤드락을 벗어나기 위해 비장의 수를 동원하였다.

원래라면 나중에 써먹을 카드였지만 맨살의 향연에 지금 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보여줄 거? 됐어. 필요 없어”

“어허! 일단 보시라니까!”

뒤적뒤적

탁!

“응? 이거 악보잖아? 갑자기 웬 악보냐?”

“신곡! 내 다음 앨범 신곡이에요!”

“뭐야!? 그걸 왜 지금에서야 말해? 당장 이리 내.”

덥석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박진용은 도경에게 건 헤드락을 풀고는 도경이 건넨 악보를 들어 올리며 도경이 적어넣은 음표들을 읽기 시작했다.

“에이 씨...! 만회 용으로 쓸 게 아닌데...!”

“흠~! 흠~! 흥!”

흰색 오선지 위에 놓여있는 검은색의 음표를 허밍으로 읊조리는 박진용은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고 그런 상황을 바라본 도경은 아까운 눈으로 자신의 악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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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좋잖아? 역시! 천재 작곡가야! 애들 앨범 만들었다고 당분간 게으름 피울 줄 알았더니 언제 이런 걸 만들었대? 진작 보여주지. 그랬어. 그럼 이렇게 추태 부릴 필요도 없잖아.”

“그러게요. 진작 보여줄 걸 그랬네요.”

“에이. 왜 이리 기분이 저조하실까? 카일 작곡가님.”

“됐거든요.”

상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새 역전되어 있었다. 도경은 볼멘 목소리를 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박진용은 그런 도경을 다독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웬일이야? 갑자기 이렇게 곡을 뽑아내다니 말이야. TOP.10 Project 끝나고 당분간 쉴 줄 알았는데 말이야.”

[TOP.10 Project].

솔직히 말해 박진용은 이번 방송이 도경에게 중노동에 가까운 일이라 여겼다.

이 방송을 위해 앞당겨서 일주일 내내 [아현]을 연속으로 촬영하였고 집을 나와 낯선 숙소 생활에 24시간 참가자와 연습과 무대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심지어 작곡에다가 비즈니스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

그야말로 바쁘고 힘들었던 일정의 연속. 휴식을 통해 기운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필요한 수순인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 2번째 앨범에 대한 곡을 준비했을 줄이야...!’

“정말 감동이다. 도경아.”

“뭘요. 필요한 시기이니까요. 땡겨 쓴 거죠.”

“응?”

도경의 열정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도경의 말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낀 박진용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콘서트를 열어야 하는데 부를 노래 리스트는 자기 노래로 채워야 하지 않겠어요?”

“...!?”

영문을 알 수 없는 도경의 말. 박진용은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야기해 보라는 눈으로 도경을 재촉하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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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스카이돔]

“흐음.”

“어, 어때 도경아 마음에 들어? 돔 구조라 야외 날씨에 따라 구애도 안 받고 좌석 수도 1만 7천 명 까지 수용 가능하니 이 정도면 네가 말 한대로 딱 적당하지 않아?”

“그러네요. 듣고 보니 이쪽이 더 구미가 당기긴 하네요.”

“그렇지? 무식하게 큰 잠실 경기장보다는 이쪽이 도경 씨에게 맞을 거야.”

“그런가...”

“그렇다니까!”

‘제발 여기로 결정해라. 이게 한계야!’

머뭇거리는 도경을 향해 애써 미소지으며 맞장구치는 풍채 좋은 여성은 애원하다시피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인원수용이 많은 잠실 경기장이...”

“이익!”

‘확 박아버려? 왜 자꾸 잠실 경기장을 고집해? 그곳 규모의 공연을 준비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나!?’

되돌이표처럼 잠실 경기장을 상기하는 도경을 보면서 중년 여성은 결국 울분 섞인 눈빛으로 도경을 몰래 노려보았다.

“사장님 말씀만 아니 었다면...!”

빠득.

남몰래 이를 가는 여성은 [JY] 엔터테인먼트 공연기획팀 부서에서 주로 현장을 섭외하고 일정을 조사하는 역할을 맡은 직원이었는데 현재 그녀는 도경과 공연을 열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극한 직업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고 있었다.

“1만 7천이라... 좀 작은 규모인데? 아, 이거 고민이다...!”

빠드득.

1만 7천의 돔을 작은 규모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경을 보며 그녀는 기막힌 심정에 속으로 비명성을 내지르며 자신을 도경과 보낸 팀장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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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엔터테인먼트]

까톡!

[사장님! 뭐라고 좀 해주세요. 도경 씨가 도저히 말을 안 들어요! 잠실 경기장에 공연하겠다고 계속 고집을 피운다고 합니다.]

까톡!

[거기 대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거는 사장님도 아시잖아요. 게다가 소극장 경험 외에는 콘서트 경험도 없으면서 고척돔을 깐 게 말이 됩니까? 사장님! 빠른 답장 부탁드립니다.]

까톡! 까톡! 까톡! 까톡!

“후우... 도경이 녀석 적당히 하지. 고집 부리기는...! 뭐, 무리도 아닌가? 순순히 말을 들을 놈이었으면 그런 터무니 없는 말도 꺼내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마치 화를 내듯 과열되어 울리는 메신저 알림음에 박진용 사장은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자신의 회사 직원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애도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에휴. 미친 놈...! 내가 죽지 죽어!”

훽.

콘서트를 열려는 이유를 설명하던 도경의 말을 떠올리며 박진용은 욕설을 내뱉고는 뒤집었던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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