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64화 (264/357)

264화

[홀로 넌 지하철을 기다리네.

발아래 놓여있는 발밑에 있는 기타 케이스의 인생을 담으면서 말이야.

멍청이...!

넌 되돌릴 수 없는 멍청이야.] -[Pain]

영화의 시작은 허름한 술집.

씁쓸하고 자조적인 하나의 노래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당탕!

[너 같은 놈에겐 아메리칸 드림은 아까워! 더러운 동양인 놈 당장 너희 나라로 꺼져버려]

[빌어먹을 새끼들. 나라가 잘난 거지 너희들이 잘났냐? 응? 뭐야 당신?]

[당신 나랑 앨범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하? ]

[Again]이란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했다.

뉴욕. 콘크리트 정글의 혹독한 현실 속에서 재능은 있지만 방황하는 동양인 청년 뮤지션과 연인과 친한 친구에게 모든 것을 잃고 옛날의 영광만 남은 천재 프로듀서의 한 여성의 만남.

그리고 앨범을 함께 제작하면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였다.

[아티스트? 그딴 허울 좋은 말 하지 말라고 당신 프로듀서잖아? 제작자가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릴 하면 어떻게?]

[뭐라고요? 당신 말 다 했어?]

거주할 곳과 일이 필요한 카일과 마지막으로 앨범을 만드는데 뛰어난 재능을 지닌 뮤지션이 필요한 프로듀서 카일리.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 만난 두 남녀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격 차이에 끊임없이 다툼을 벌이지만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변화해 나간다.

[멍청아. 그만 좀 깨달아.

네가 사랑했던 남자는 알고 보니 흔하디흔한 남자였다는 걸 말이야.

그게 네 남자였어. 그런데 왜 슬퍼하니?

한 번 생각해봐]

좋아하고 사랑했지. 하지만 슬퍼할 가치는 없지 않았니?] -Walk Alawy

영화는 고집불통인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어떤 계기로 사이가 좋아지는 전형적인 클리세를 띠고 있었지만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기도 했다.

음악이란 공통분모 앞에 서로가 꿀 떨어지듯 바라보며 웃음 짓는 도경과 리아가 연기하는 카일과 카일리. 두 캐릭터의 케미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가슴에는 설렘을 안기었고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카일리 용서해줘! 내가 잘못 생각했어.]

[됐어. 네게 들을 이야기는 없어.]

[카일리!!!]

반전은 없었다.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가까워지며 행복해하다 어떤 시련으로 다툼을 벌여 상처를 주고받고 멀어지며 고통스러워하다 이내 용기를 내어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Again! 다시 시작하자.

잊어버리는 거야.

사람이 실수할 수 있잖아.

Again! 다시 시작하자!]

[Again! 내게 마법의 단어를 읊어줘.

다시 시작하자!] - Again

한 남자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한 노래.

그 노래를 끝으로 두 남녀 캐릭터의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고 모두가 각자만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며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스르륵!

영화가 끝났음을 알리는 엔딩 크레딧.

하지만 극장 안에 있는 관객들은 그 누구도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엔딩 크레딧 자막 위로 보이는 하나의 영상 때문이었다.

와아아아!

영화 제작을 위해 마련했던 도경과 리아의 게릴라 콘서트 영상.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도경과 리아의 모습에 진심으로 열광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콘서트 광경은 눈을 뗄 수 없었다.

“대박...”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정말로 콘서트를 벌이다니 [Again]이란 영화의 기지와 스케일에 진심으로 감탄할 뿐이었다.

“이거...!”

방황하던 두 남녀가 서로를 만나 부딪혀 변화해 나가고 성장해 나가며 사랑과 꿈을 이룬 것을 보여준 영화 [Again].

솔직히 뻔해도 너무 뻔한 소재의 영화라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영화였으나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몰라도 그러기에 [Again]은 특별한 영화였다.

“너무 재밌잖아!!?”

뻔한데도 재밌다. 익숙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익숙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말이다.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영화 그것이 도경과 최정훈이 만든 영화 [Agai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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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 들이지 않고 바로 빠르게 개봉한 영화 [Again].

평범하게 시작하지 않은 영화라 그런지. 현재 [Again]을 두고 이상한 반응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었다.

[XXX 영화 리뷰 댓글 창]

[34 일만에 제작한 독립영화? 대한민국 영화산업 관계자들 좆 잡고 반성해라.]

[OST 음원 어디서 구합니까? 보통 영화 개봉과 동시에 OST 앨범 내지 않나요?]

[진심! 별점 테러하기 전에 빨리 내놓아라!]

[노래 개 좋다. 일단 들으러 가라 후회하지 않는다.]

[들으러 가래 ㅋㅋㅋㅋ 그런데 이 리뷰 맞는 말이다. 왜 들으러 가는 영화인지 극장가면 이해한다.]

[우리나라 음악영화 갓작 나왔다. 보니까 상영관 확보가 좀 열악한 모양인데 간판 내리기 전에 가라. 극장에서 안 보면 후회한다.]

[지금 들으러 갑니다!]

[게릴라 콘서트 왜 우리나라에선 안 하냐? 해외 내수차별 하냐?]

[아, 현기증 나잖아요. 음원 어디서 구함?]

[노래 듣고 싶어 다시 들으러 갔습니다. 극장에서 녹음했음돠. ㅠㅠ]

사람들이 영화를 평가하는 데 수많은 묘사와 독특한 표현을 내뱉지만 유독 [Again]은 비슷한 평가를 주로 얻고 있었다.

‘들으러 가는 영화’

그야말로 독특한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고 표현하지 들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식어야말로 [Again]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했다.

[Pain], [Say Something], [Walk Alway], [I’m Rock star], [Again].

영화 속 캐릭터들의 심리와 상황을 반영하는 노래들이 현재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려 빌보드 차트에 곡을 올리는 도경이 직접 작사 작곡 그리고 노래까지 부른 노래들이다. 들으러 간다라는 표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의 결과였다.

[10억짜리 저예산 독립영화? 음악과 노래는 블록버스터 안 부러운 초호화 음악영화다.]

[Again]을 두고 한 네티즌이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

그 작성한 글대로 생각해보면 [Again]은 그 어떤 영화보다 호화로운 영화이기도 했다.

명연기 하는 배우의 몸값만 해도 수백억 원이다. 그런데 음악영화에서 노래는 물론 연기까지 잘하는 도경과 리아 그라테 두 배우의 존재 가치는 얼마나 될까?

게다가 영상업계에서 CF와 MV 제작과 각종 영상 일을 하며 쌓아 올린 최정훈의 기술력이 영화에 더해지는 것까지 생각해본다면 [Again]이란 영화는 저예산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하는 일이었다.

저예산이지만 초호화 영화 그야말로 기분 좋은 오류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으며 [Again]에 대해서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밀리지 않는 웰메이드 음악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목소리로 찬양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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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할까? 영화에서 음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표현이자 무의식과 의식을 사로잡는 매체로 영상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필수불가결의 관계였다.

어떤 3D 애니메이션은 3분 43초짜리 노래 하나로 전 세계를 휩쓸며 신드롬을 일으키며 영화를 히트치게 만들었고 엄청난 부가적인 효과를 창출해 내었다.

그리고 지금 [Again]에 대해서 심상치 않은 신드롬이 일어나고 이었다.

[여러분 혹시 Again이란 영화를 보셨어요? 오랜만에 진짜 제대로 꽂혔어요. 진짜 미친 영화니까 꼭 보도록 하세요. 저 노래 듣고 싶어서 3번이나 갔습니다.] - 유명 BJ 철판.

[도경이 형 존경합니다! 갓 입니다.] - XxX 아이돌 한군

[우리 도경 후배가 찍은 영화를 보았다. 쵝오!] - 핑크에이스

[러블리 다녀가다!] - 러블리 일동

[오라버니 우리 같이 빨리 작업해야죠~!] - 드림걸즈

[또 보러 왔습니다! 도경 멘토님~!] -TOP.10 일동

[미친 영화 덕분에 자극받고 작업실로 갑니다.] - GO High

[아무래도 박도경에게 있어 한국은 좁은 거 같다.] - 라디오 수다 윤종진

영화에 관련 유명 BJ들이 [Again]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극찬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영화를 홍보하고 있었고 도경과 함께 작업하거나 만난 아이돌, 가수 선 후배들이 SNS에서 영화를 봤다는 각종 인증 샷을 남기고 있었다.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요계 전반에 있는 스타들과 영화 팬들이 한 사람이 출연한 음악영화를 지지하며 스스로 홍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서 한 평론가는 이리 말했다.

[한국 음악영화 역사에 갈증을 풀어주는 영화]

유독 음악영화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 하지만 희한하게도 그것은 외국의 음악영화 한정이었다. 한국에서 나온 음악영화들은 모두가 다 흥행 참패를 맛보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현실 속에 마침 제대로 된 음악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다. 걸작이다 명작이다 하는 수준의 대단한 작품의 탄생이 아니었지만, 음악영화로서 제대로 기능하는 영화의 등장에 모두가 명작의 탄생 못지않게 기뻐하고 반기었다.

그것도 할리우드 스케일의 영화에 밀리지 않는 음악영화 그것은 한국영화사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었고 사람들은 [Again]의 그런 유니크함에 본능적으로 이끌리고 있었다.

[혜화 대학로 거리.]

우글우글.

“...!”

티켓을 팔기 위해 나오는 극장 단원이 우글거리며 줄 선 사람들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는데 때마침 익숙한 얼굴의 사람을 발견하고는 연유를 그에게 물었다.

“뭐야!? 이게 다 무슨 줄이야?”

“아, 이거? 박도경이 여는 소극장 보러 온 사람들의 줄이래.”

“뭐? 이게 전부다? 인기가 장난 아니네? 평소에도 인기가 많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아.”

“그게 오늘이 박도경이 오랫동안 공연을 쉬다가 여는 첫 소극장 공연이란다.”

“허... 우리 극장은 객석에 비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하는데 저쪽은 미어터지네. 정말 샘난다니까.”

“에이. 그러지 마라. 그래도 좋은 일 아니냐? 덕분에 대학로에 활기가 띠고 있잖아.”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샘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냐?”

“응? 나는 아닌데? 오히려 난 고맙던데 말이야. 마음 좀 곱게 써라.”

“어휴~! 사람 속 좁게 만들긴. 나 가보련다. 티켓이나 많이 팔아라!”

“하하하! 그래 너도 많이 팔아!”

티격태격하지만 웃음 지으며 돌아서는 극장 단원들의 표정에는 알게 모르게 묘한 활력이 서려 있었는데 아마도 그 원인에는 예전처럼 조금씩 이나마 활기를 띠어가는 대학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 까닭이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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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의 소극장]

“형. 어떡하죠? 사람들에게 객석이 다 찼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갈 기미가 안 보이는데요?”

“응? 대체 왜? 보통 때는 객석 차면 다들 다른 공연 보러 가거나 카페에서 S앱으로 공연 감상했잖아.”

“그게 그렇긴 한 데... 이번에는 좀 다르네요.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거든요.”

“소문? 무슨 소문?”

평소보다 많이 찾아온 사람들에 소극장의 티켓팅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도경에게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티켓팅이 끝났음에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오늘 형이 [Again]에 나온 노래 불러주신다고 말이에요.”

“뭐? 그런 소문이 났어?”

“네.”

“그건 그렇고 그거랑 사람들이 안 떠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밖에서라도 듣겠다네요.”

“어?”

예상치 못한 알바생의 답변에 도경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노래를 부르면 불렀지 객석이 찼음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 까닭이다.

“소극장 밖에 들리는 노래라도 듣겠다고 한다고요...!”

“하아?”

“아무래도 형 영화 제대로 터진 거 같아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홀린 것처럼 영화를 본 사람들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긴 곳은 다름 아닌 도경이 여는 소극장이었다.

13일.

이 모든 게 영화 개봉한 지 2주일도 안 되어 벌어진 일들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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