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D-7],[D-6]......[D-3]...[D-2]..[D-1]!
[드디어 D-1이네 오늘 자정에 뭔지 정체가 밝혀지겠구나.]
[두근두근!]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일까?]
[앨범이다 새로운 앨범 발표하는 걸 거야!]
도경의 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예고하는 [D-Day] 예고.
바보가 아닌 이상 도경이 무언가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다만 도경이 과연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워낙에 다재다능한 데다 괴짜 짓을 하는 도경이기에 행동이 예측되지 않는 것이다. 도경이가 예능을 할지 앨범을 낼지 아니면 연기를 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콘서트 공약 아닐까? 영화 1000만 넘었잖아.]
┗[ㅇㅇ 콘서트 열 것 같은데 조금 이르지 않나? 영화 상영 아직 안 내렸는데?]
┗[무료콘서트 공약? 말하는 거죠. 아... 티켓 잃어버렸는데 영화관 다시 갔다 와야 하나?]
┗[ㅋㅋㅋㅋ 진짜 영화티켓으로 공연 보면 개 꿀이겠다. 얼른 갔다오셈.]
┗[공약공연 현장티켓팅임?]
┗[네 현장티켓팅으로 할거라 하네요.]
[콘서트보다는 앨범이겠지. 빌보드 가즈아! 도경아.]
┗[노래 찍는 기계도 아니고 TOP.10애들 앨범 만든 지 얼마 됐다고 새 앨범 만들겠어?]
┗[ㄴㄴ 도경이면 가능. 도경 무시함?]
┗[ㅇㅈ 도경이니까 가능하다]
┗[그런데 앨범 내는 타이밍 별로지 않아요? TOP.10 애들하고 그럼 겹치는 거 아님?]
┗[어... 그러네? 그럼 완전 민폐인데?]
[그냥 저래놓고 뻥이라며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불길한 생각을 하는건 나뿐일까?]
┗[ㅋㅋㅋ 부정 못 하는 내가 싫다.]
┗[진짜 그럴 수도 있음 ㅎㄷㄷ 또도는 예상할 수가 없다.]
┗[소극장에선 D-day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안 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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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예측 가운데 사람들이 도경의 D-day에 모두가 관심을 끌고 있을 때 당사자인 도경은 마스크를 쓴 채로 길거리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어! 박도경 씨 아니세요?”
“음... 네.”
“팬입니다! 저 죄송한데 사진...!”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요. 게다가 여기서 사진 찍는 건 조금...”
“아, 네...”
“죄송합니다.”
꾸벅.
“휴~.”
길거리에서 만난 스타와 일반시민은 그렇게 서먹서먹한 인사를 올리며 어색하게 헤어졌다. 이에 도경은 피곤한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아서 미뤘는데 이제는 진짜 운전면허 따야겠네.”
예전과 달랐다. 평범한 인상이어서 대충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고 지나쳤던 때와 달리 지금은 도경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문제는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을 좋아하는 도경이 사람들에게 발걸음을 계속 잡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조금 전과도 같은 상황이 지금 한두 번이 아닌 여러 차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해주기도, 안 해주기도 애매하고 사진 찍는 것도 생각보다 골치 아픈 문제였구나.”
처음에는 사진이나 싸인을 해주었지만 이내 그 행동 때문에 자신의 발길이 묶이자 피곤한 일이 번번이 발생 되었다. 해주자니 다른 사람도 해줘야 하고 안 해주자니 정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도경의 고민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찍히는 것은 상관없지만 길거리에 붙잡혀서 박제 당하듯 의미 없이 사진 찍는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사진은 소극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기로만 하는 게 좋겠어. 그나저나...”
피식.
“이런 게 인기의 부작용이란 건가? 요즘 들어 피곤한 일밖에 안 생기네.”
톱스타들만 겪는다던 인기의 부작용. 도경은 슬슬 자신의 주변 상황이 버거워 지고 있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연예계 관련 종사자들은 물론 상상치 못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자신과 접촉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스타들 중에 제정신인 사람이 드물지.”
사실 인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히는 것은 애교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진짜로 무서운 문제는 바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관계들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주변이 보험, 사업투자, 자선, 빚 같은 문제들로 찾아와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면 과연 사람이 어떻게 될까?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업종에서 부러움과 질시로 가득 찬 위치에 놓여있는데 주변 사람들까지 그래 버리면 정신이 맛탱이가 가는 것은 어쩌고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잘나간다고 사람 무시하는 거야?)
(의리 없는 새끼. 더러워서 너한테 안 빌린다. 얼마나 잘 되나 보자!)
(건방진 놈. 어린놈이 벌써부터 싹수가 없구나.)
(네 부모님이 그리 가르쳤나? 어른들끼리 이야기하는데 어딜 끼어들어?)
(너한테 얼마 안 하잖니. 고모한테 빌려줄 수 있지? 응?)
(이런 문제로 친척들하고 얼굴 붉히면 너한테도 별로 좋지 않을 텐데?)
“들이박을 수도 없고 정말 속 터져 버리지는 줄 알았지..!”
당연한 거지만 남의 돈을 빌리러 온 사람 중에 정상은 없다.
비굴하거나, 뻔뻔하거나 보통 이 두 개의 유형 중 하나인데 도경을 찾아온 사람들은 이 유형을 벗어나는 독특함을 보였다.
비굴하거나 뻔뻔한데 거기에 더해 도경이 돈을 빌려줄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희한하지? 돈 빌리러 온 주제에 당연히 돈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말이야.”
안면이 있는 사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도경이 연예인이라 그런 것일까?
참 희한하게도 도경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모두가 도경에게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다가왔다. 그리고 도경의 단호한 거절에 하나같이 배신감 섞인 분노한 표정으로 도경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등을 돌렸다.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배신감이나 분노를 가질 만큼 서로가 신용이 있던 것도 의리가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뭐, 200억이 좀 많긴 하지. 벌어도 너무 벌었지...”
긁적긁적.
200억.
사람들이 도경을 향해 인면수심을 하며 다가와 돈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200억이라는 거대한 금액에 있었다. 200억 앞에 1, 2억쯤이야 돈 꾸는 사람에게 있어 100원 200원 같은 느낌일 테니 말이다.
그러한 감각을 부여하는 데에는 도경에 관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기사들이 큰 한몫을 하고 있었다.
[인생 한방! 박도경 영화 한 편에 200억 벌어들여! 2년 차 데뷔 단기간 최고로 성공한 스타!]
[국내 배우 역대 최고 원탑 개런티!]
[박도경 TOP.10 Project, Again로 탁월한 투자 감각까지 갖춘 것을 증명하다.]
국내영화 그것도 독립영화의 한 편 출연료에 200억 원을 벌다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으나 엄연히 현실이기도 했다. 도경은 배우이기도 하면서 [Again]에 2억 5천을 투자한 투자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300만 관객을 찍은 [Again]이 국내에서 벌어들일 수익만 최소 1200억. 그중 10%인 120억 을 세금으로 내고 50%를 상영관과 나눠 600억.
그중에 10%를 배급사에 수수료 60억을 떼고 남은 540억이 영화 제작비를 분담한 투자자인 최정훈과 도경 그리고 리아가 가지게 되는 순이익이었는데 여기서 5억을 투자한 최정훈은 270억 원을 가지게 되고 각자 2억5천씩 투자했던 도경과 리아는 최종적으로 270억을 2등분 한 135억을 가지게 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음원, VOD랑 해외에서 (+α)로 벌어들일 수익까지 합하면 최소 추정치만 해도 기사에서 시끌벅적하게 떠들어 대던 200억이라는 액수가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만한 상황이었다. 다만 도경 당사자가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눈이 돌아가서 문제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정훈이 형은 잘 도착했나 몰라? 야반도주하는 하듯이 외국을 가냐? 그것도 부탄왕국으로 말이야.”
주위가 얼마나 극성이었냐면 도경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최정훈은 당분간 한국을 떠나는 결정을 내릴 정도였다. 그것도 갈 수 있는 수많은 나라 중에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유명한 부탄왕국에 간 것을 보면 최정훈의 심경이 어떨지 예상할 수 있었다.
“하여튼 그 형은 참 요령이 없어.”
저벅저벅.
최정훈의 행동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도경은 최정훈이의 대처 방식이 너무 요령 없다고 생각했다.
“돈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사람을 피한다고 해결되나.”
부탄에서 청승을 떨고 있을 최정훈을 떠올리며 도경은 피식 웃으며 자신 앞에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돈 문제는 돈으로 해결해야지.”
스윽.
[스팟부동산]
도경이 당도한 곳은 혜화의 소극장을 매입했을 때 신세 졌던 부동산.
그 당시 장소와 다른 곳에 이전해서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도경은 그래도 이곳에 수고를 들여 발걸음을 옮겼다. 많고 많은 부동산 굳이 이곳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 부동산이 끌렸던 게 이유였다.
“안녕하세요.”
딸랑
“어서 와! 도경 총각 기다렸어~! 약속 시간이 되도 안 와서 얼마나 속이 탔는지 알아? 전화기도 꺼져 연락도 안 되고 말이야.”
“하하! 많이 기다리셨어요? 죄송해요. 오다가 사람들한테 붙잡혀서 말이에요. 전화는 요즘에 하도 연락 오는 사람이 많아서 필요할 때 이외에는 전원을 끄고 있어서 못 받았습니다.”
“아냐 아냐! 도경 총각한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걱정했다는 거지. 도경 총각같이 큰 손을 가진 손님이 연락 이 안 되면 누가 가로챘을까 불안했으니 말이야. 왔으니까 All Right! 다 괜찮아! 호호호! 참, 녹차 커피 중 뭐 먹을래? 아니다. 잘나가는 스타님인데 이런 건 조금 누추한가? 근처 맛있는 찻집 있는데 거기서 시켜다 줄까?”
“하하... 아니에요. 그냥 저기 녹차로 주세요.”
“그래도 돼?”
“네. 별로 가리는 거 없습니다.”
“어휴. 이쁘기도 하지.”
“하하하...!”
어디서나 볼법한 넉살 좋은 빠글머리 아줌마. 도경은 부담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난감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내가 여길 왜 고집했지?’
팔락!
“응?”
무언가 팔락이는 소리에 도경은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액자에 담겨 선풍기 바람에 흔들거리며 복스럽게 웃고 있는 달마도를 발견한 도경은 이내 자신이 이 부동산에 왜 발걸음을 옮겼는지 깨달았다.
달마대사의 저 시원한 웃음이 담긴 달마도에 풍겨 나오는 기분 좋은 기운이 자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게 틀림없었다.
“저기 사장님.”
“응?”
“저기 달마도 말이에요.”
“어, 저거 왜?”
“저 달마도 제가 살 수 있을까요? 왠지 끌려서 말이에요.”
“그래? 그냥 흔한 달마도인데 저게 끌려?”
“제가 인연이나 미신 같은 걸 잘 믿는데 지금 달마 대사님하고 눈이 마주쳤네요.”
“어머? 젊은 사람이 참 희한한 취향을 가지고 있네. 그런데 저건 음...!”
갑자기 뜬금없이 자신의 사무실에 걸려있는 달마도를 사고 싶다는 도경을 보며 여사장은 젊은 사람이 별난 취향을 지녔다며 생각하다가도 이내 자신과 함께해온 정이 있는 달마도를 팔기 마음에 걸려 도경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려 하였다.
하지만 도경의 이어지는 말에 여사장은 그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참! 사장님!”
“응?”
“제가 생각이 바뀌어서 건물 2채를 매입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150억 정도면 살 수 있을까요?”
“어머! 어머! 정말이야 도경 총각?”
“네. 이번에 제가 번 돈 가지고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에요. 사업이니 뭐니 애먼 짓 하기 전에 그냥 건물이나 사놓게요.”
“호호호호! 어쩜 이리 똑 부러질까. 진짜 도경 총각 같은 아들 둔 부모님이 너무 부럽다.”
“뭘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그리고 달마도는...!”
“에이! 당연할 걸 물어본다. 우리 사이에 그깟 달마도 하나 못내 주겠어? 도경 총각이 인연을 정말 인연이 있나 봐! 호호호!”
“...!”
흔들흔들.
기분 탓일까? 그녀의 뒤에 걸려 있는 달마도에 그려진 달마대사가 왠지 모르게 서운한 눈빛으로 여사장을 바라보는 듯싶었는데 그런 달마도를 향해 도경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삐끄덕!
우연의 일치일까? 웃음 짓는 도경과 눈이 마주친 달마대사가 그려진 달마도가 선풍기 바람에 흔들리다가 한쪽을 향해 비뚤게 기울어졌다.
---
띵똥!
자정 12시.
2개의 건물. 1개의 달마도 사진. 그리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Again]의 티켓을 들고 있는 도경의 사진이 스타그램에 기재되어 올라왔다.
[D-day!]
[오늘 150억 화끈하게 질렀어. 건물주 등급!
기념으로 3일 뒤 축하 파티할 예정이니까 모두들 놀러 와.
신나게 놀아보자.]
“미친! 150억을 질렀다고 대체 이게 뭔 소리야...? 파티는 또 뭐고? 어?”
도경의 스타그램에 게시된 내용을 보며 이게 뭔가 싶어 보던 네티즌들은 도경이 건물을 질렀다는 게시물 내용에 어이가 없어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들짝 놀라기 시작했다. 게시글 맨 아래 작게 기재되어 있는 글씨를 뒤늦게 발견한 까닭이다.
[#PM:06:00 #잠실 종합운동장 #콘서트 #입장권 #Again 영화티켓 #가자!]
“!!!?”
간결하게 스리슬쩍 적어놓은 정보 기입.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정보를 쉬이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분명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콘서트를 예고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파티(Party).
3일 뒤.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성대한 파티가 벌어질 상황에 넷상은 금세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