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화
[갓도경 성공의 상징 갓물주로 등극!]
[‘나는 사실 빚쟁이다.’ 자신의 수입에 대해 허심탄탄하게 밝히는 박도경.]
[돈 모아서 뭐하나? 인생 한방! 화끈하게 지르다!]
대한민국의 각박한 사회. 건물주가 가지고 있는 위치는 그만큼 특별하다. 궁극의 이상향이라고 해야 할까? 우스갯소리로 조물주보다 위에 있는 것이 건물주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한민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선 건물주는 성공 제일의 상징이었는데 그 위치에 도경이 올라섰으니 사람들이 시끌벅적해지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화끈해도 너무 화끈한 거 아니야? 영화 정산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바로 질러버리네.]
┗[확실히 돈 감각이 다른 듯해요. 소극장 차릴 때도 대출받고 35억에 매입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그 건물을 통째로 사버렸네요. 진짜 후덜덜 합니다.]
┗[박도경 인터뷰 읽었는데 진짜 빽 도어 없는 인생임. 이번에도 담보 대출 끼고 건물 매입해서 결과적으로 빚이 더 늘었음. 총 갚아야 할 빚이 70억대라는데... 아직 연예계 초창기인데 빚을 이렇게 많이지면 안 무섭나?]
┗[에이~ 건물 2채 샀는데 저건 빚도 아님. 도경의 수준이라면 1년 안에 다 갚을걸? 이번에 빌보드 100차트에서 Pain하고 Again이 40위권 순위에 올라갔잖아. 그리고 영화 2차 수입하고 도경이 프로듀싱해서 투자한 TOP.10 Project 애들이 활동해서 벌 돈 생각해보면 70억은 껌 아니냐? 허, 70억이 껌이라니... 내가 말해놓고도 괜히 자괴감 드네. 형들 나만 이런 거 아니지?]
┗[그러게 자괴감 들긴 한다. 한방도 정도가 있지...! 진짜 얼마나 버는 거냐? 박도경 원래 이런 느낌 아니었잖아. 갑자기 왜 이렇게 넘사벽이 된 거야?]
┗[맞아. 꽃길을 걸으랬지. 황금길은 걸으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ㅠㅠ 너란 남자 낯설다 도경아.]
┗[ㅇㅈ! 너무 갑작스러운 클라스 체인지다. 적응이 안 되니까 모두 환원하고 초심으로 돌아오자! 원래의 도경으로 돌아와 줘 ㅠㅠ]
┗[역대급 초심 드립ㅋㅋㅋ 대가리에 총 맞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듯.]
도경의 소극장 건물인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짜리 200평대의 빌딩을 110억에 매입. 그리고 다시 대출 껴서 75억을 마련해서 합정에 있는 150평대의 3층 건물을 매입했다는 도경의 소식에 사람들은 놀라면서도 묘한 기분을 겪고 있었다.
도경이 성공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탈하게만 보였던 도경이 막상 건물주로 등극하는 모습을 보니 낯선 거리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묘한 감정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도경은 역시 도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주 토요일은 내가 책임진다!
박도경 천만 공약 〈Again:Kyle&Ria〉 스케일부터가 다른 무료 콘서트 개최!]
콘서트 [Again:Kyle&Ria].
거대한 잠실에 있는 종합운동장. 그것도 주 경기장을 통째로 빌려 여는 무료콘서트에 사람들은 그저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도경의 통 큰 행동에 이제는 그가 돈을 많이 벌었든 건물을 사든 상관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꺼냈던 공약. 그 공약을 잊지 않고 빠르게 그리고 화끈하게 지키는 도경의 행동은 큰 호감을 사고 있었다.
[역대급 스케일이다. 언제부터 파티를 여는 장소가 잠실 종합운동장이 되었냐?]
┗[내일 진짜 기대된다 ㅠㅠ 대형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잖아. 그럼 가야지! ㄱㄱㄱㄱ!]
┗[타이밍 오지고요. 스케일 지리구요. 기대감에 내 심장은 떨리 구요!]
┗[이건 꼭 가야 하는데... ㅆㅂ 난 못감. 출장 실화냐? 꼭 그렇게만 해야 속이 후련했냐!? 양아치 같은 회사 새끼들아!!!]
[10만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주 경기장에 콘서트 여는 건 좀 오버 아니냐? 레전드 가수들만 여는 곳인데... 그 정도로 사람들 많이 올까?]
┗[지금 도경 자체가 레전드인데 뭔 소리냐? 하루 이틀 겪어 봐? 지금 지방에 있는 또도 팬들은 지금 텐트 챙기는 중인데 무슨 소리 하는거야?]
┗[ㅋㅋㅋㅋ 미친...! 텐트는 좀 오바다. 무슨 락 페스티벌도 ㅋㅋㅋㅋㅋ]
┗[농담 아닌데? 지금 여기저기서 사진 인증샷 올리고 있음.]
┗[헐... 진짜네 ㄷㄷㄷ]
[떳다! 미쳤다. Again 게스트 라인업 봐라. -링크-]
!!?
하나같이 호평 일색. 도경이 주최하는 무료콘서트에 대한 뜨거운 기대감을 사람들이 드러내고 있을 때. 컨셉일까? 콘서트를 앞둔 전날 자정의 시간에 도경의 스타그램에서 대형폭탄 하나가 떨어져 커뮤니티 사이트들과 연예계란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Again 게스트 라인업 공개]
〈리아 그라테(Ria geulate)〉
〈Go High〉
〈드림걸즈〉
〈JIN 김우진〉
〈I 이지원〉
〈TOP.10 Project〉
〈러블리〉
다름 아닌 Again 콘서트에 참여하는 게스트 라인업 명단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경의 게스트 답게 그 라인업 명단에 적혀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았다. 출연 게스트 모두 가요계에 떴다 하면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는 음원 강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졌다!!! 이게 말이 되냐? 도대체 무슨 콘서트냐 이거?]
┗[라인업 이거 실화? 이 정도면 콘서트가 아니라 뮤직 페스티벌 아님?]
┗[와~! ㅆㅂ 이거 간다! 회사 좆 까고 간다. 그래 주말에 쉬어야지 무슨 회사냐. 상사]
┗[지금부터 도경을 라인왕이라고 칭하노라!]
실력도 인기도 검증된 초호화 게스트들의 참여에 [Again]콘서트는 이젠 단순한 콘서트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한 네티즌이 단 댓글처럼 도경이 주최하는 콘서트의 규모는 공연이 아닌 축제 급의 페스티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공연 전날인 자정에 게스트 라인업을 공개해서 다행이지 만약 저 라인업을 일찍 공개했다면 정말 난리가 나도 제대로 났었을 것이다.
공약을 위한 무료콘서트가 사실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역대급의 콘서트라는 것을 알았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우주 대축제]]
[은하수 멤버],[드림걸즈],[러블리],[Top.10 Project],[리아],[Again]
도경의 연예계 생활 함께 작업하고 인연을 맺었던 인맥들이 총출동한 콘서트에 사람들은 은하수 멤버들을 [우주 대축제]란 유치한 호칭을 붙였는데 나중에는 이 유치한 이름의 축제가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닐 거라는 것을 이 당시의 사람들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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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진심인 게냐?”
“네.”
도경이 건네는 노란 봉투. 그것을 받아서 안에 있던 건물 계약서들을 훑어보며 박호찬과 서단비 여사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서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바라보았다.
갑자기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점심을 하자고 외식 나온 자리. 상상도 못 한 이야기를 꺼내는 아들에게 박호찬은 무뚝뚝한 그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 건물을 우리에게 주겠다고?”
“네. 그렇다니까요. 어떠세요?”
“허, 거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부스럭.
‘외제 차 하나 뽑아준다거나 가게를 차려다 주는 건 들어봤어도 건물을 사주다니. 내 자식이지만 이거 희한한 거 맞지?’
[건물매매 계약서(서교동)]
박호찬은 복잡한 눈빛을 띠며 자신의 들고 있는 계약서에 시선을 두었다. 이 가벼운 종이 계약서 하나가 무려 75억이나 하다니 아무리 만져 보아도 실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들에게 그것을 선뜻 건네는 아들의 행동은 더욱더 이해가 가지 않고 말이다.
“크흠. 도경아 네 마음은 고맙다만 이거는 좀 부담스럽구나. 안 그렇소 여보?”
“당신 말이 맞아요. 한두 푼도 아니고 부모라고 넙죽 받는 건 아니죠. 특히나 연예인 부모들이 망가지는 걸 자주 봐서 그런지 석연치가 않네요.”
“내 생각도 같소.”
도경이 주는 선물을 거부하는 박호찬과 서단비 여사. 두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건물주의 자리를 지금 마다하려 하고 있었다.
부담도 되었고 아직 자신들은 자식에게 무언가를 받을 준비가 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모라는 존재는 참 그렇다. 자식에게 주는 것은 아낌없이 주려고 하면서 받는 것에는 부담스러워서 하니 말이다.
도경은 그런 부모님들을 보며 고개를 저으며 부모님이 자신에게 되돌려 주었던 건물 계약서를 다시 들이밀었다. 도경이 건물을 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드리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고집부리지 말고 받으세요. 필요하실 거에요. 주변에 저 때문에 말들이 많잖아요. 사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건물 산 거예요. 현금이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미 건물에 돈을 다 써버렸으니 욕심을 못 낼 테니까요. 도움은 요청하더라도 저번처럼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죠.”
“녀석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부모가 돼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말이다...”
“?”
갑작스럽게 벌어들인 큰돈. 그것에 대한 주변에 대한 반응은 한평생을 살아온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오랫동안 같이 얼굴을 맞대고 일해왔던 동료들에게 반가움과 웃음으로 맞이했던 형제들도 어느 순간부터 부러움과 시샘을 보내고 있는 까닭이다.
“도경아 아직 우리 안 늙었다. 네가 이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우린 이런 거 없어도 괜찮다.”
“그래 도경아. 아직 자식에게 뭘 받기에는 우린 아직 한창이야. 주책스럽게 뭘 이런 걸 주려고 하니. 애!”
“그러니까. 이건 네가 가지고 있거라.”
“후우... 제가 괜찮지 않아서 그래요.”
“응?”
끝까지 거절하려는 부모님의 모습에 도경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거니 만 아무래도 자신의 숨겨둔 본심을 털어놓아야 하는 듯싶었다.
“제가 걱정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선 아버지가 이걸 받아 주셔야 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가 너의 걱정거리가 된다는 소리 같구나? 우리가 너의 짐이 될 거로 생각하는 게냐?”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냐?”
“여보 화내지 말고 이야기 좀 들어봐요. 응? 도경이 말해보렴. 지금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말이야.”
“제 주변이 말이에요...”
“네 주변이?”
부모로서의 자존심과 자식으로서의 입장.
두 가치관과 입장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상황 속에 도경의 생각지도 못했던 말은 박호찬의 역정을 샀다. 도경의 말은 마치 자신들 때문에 위로 못 올라간다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그것은 여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어서 박호찬 서단비 여사 두 사람 모두 도경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 주변이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어요.”
“그게...!”
“이젠 이런 형태로 지내지기가 버거워진다는 소리죠. 엄마, 아빠...!”
인생은 언제나 Give & Take.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무언가를 얻으면 잃는 것이고 잃음으로써 얻는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사람은 변해간다. 그것이 타의든 자의든 간에 말이다.
“이젠 저 독립해야 할 것 같아요.”
“...!”
자신의 인생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발자국.
그것을 얻기 위해 도경은 한평생 그리워했던 따스한 둥지를 벗어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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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기다렸죠!?]
“와아아아아아!”
〈종합 주 경기장(잠실)〉
“허...”
“여보...!”
글썽.
넓고 넓은 경기장. 거대한 하늘을 담고 있는 원형의 운동장 가득 빼곡하게 차 있는 사람들은 함성으로 한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무대 위 새하얀 조명을 받으며 환하게 웃음 짓는 청년.
그 청년을 바라보던 중년의 두 부부는 자신들도 모르게 복받치는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자, 놀아 봅시다!!]
와아아!
그 두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두 중년 부부의 시선을 받는 청년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나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