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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70화 (270/357)

270화

바글바글.

“정말로 객석이 가득 찰 줄이야. 정말 놀라운 일이야.”

“이런 콘서트가 어디 있겠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건 당연한 일이죠. 상황보고도 했고 그럼 일 보러 갈게요.”

“그래. 참, 티켓팅 쪽 하는 애들한테 일 끝났으면 안전요원들과 함께 구역별로 마지막으로 상태 점검 부탁해줘”

“네~!”

“...당연한 일이라. 언제부터 주 경기장을 채우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는지...”

힘차게 대답하며 자리를 벗어나는 자신의 부하직원을 바라보는 무대감독은 주 경기장 안에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객석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무료공연에 초호화 게스트의 힘을 빌렸다고 해도 연예계에 데뷔한 지 2년 차도 안 된 신인이 잠실 주 경기장을 채우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잠실 주 경기장을 콘서트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가수는 대한민국에 손에 꼽는 데 그것을 20대 중반의 신인인 가수가 혼자서 이루어낸 것은 조금 전 부하직원이 당연하다고 말한 것과 달리 절대로 당연한 일이 아니다.

“정말 세상에 난 놈이라는 게 있는 거였어.”

자신이 만들어낸 새하얀 무대 위. 자신이 만들었던 것 중에 가장 큰 LED화면을 바라보며 그는 도경이란 존재를 떠올리며 순수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대를 만들어 놓고도 새삼스레 감탄할 수밖에 없다.

“내 인생에 이런 무대를 만들어 볼 줄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정말로...”

잠실 주 경기장. 그것도 거대한 자본으로 무대를 만드는 일생일대의 일주일의 프로젝트. 그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도경이란 청년이 남긴 존재감과 그 열기는 아직 그의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온갖 사람들과 함께 일해왔지만, 도경만큼 그릇의 차이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 때문이다.

“무료콘서트에 30억을 사용한 건 그 녀석밖에 없을 거야.”

그렇다. 제작비만 무려 30억.

평균 무대 제작비가 3억에서 5억임을 고려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콘서트 제작비였다. 그것도 무료콘서트에 저만한 돈을 쓰다니 맨 처음엔 제정신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성격이 화끈하거나, 돈 지랄인가 싶었지만, 도경과 일주일 함께하면서 그는 도경이 그런 단순한 성격의 유형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소문 이상. 상상 이상으로 놀라운 존재.’

대세다 보통이 아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눈으로 목격한 도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나이에 가질 수 없는 덕목들을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까칠한 예술가인 척하지 않았고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은 하지만 못하는 것은 빠르게 욕심을 버렸다. 무대를 만들 때 그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대단한 것인지는 현장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바람’

무대제작을 두고 진두지휘하면서도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리더십과 현실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그의 행동력은 힘든 무대제작의 현장 속에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모두가 도경이에게 빠져들었지.”

중얼.

도경에게는 인간미가 있었다. 자신감 넘치지만,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 편안하게 해주며 마음을 사는 법을 알았다.

이쪽 바닥은 크든 작든 성공하면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지면서 싹수없게 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도경은 그런 모습이 한점 없다. 오히려 현장 일을 하는 사람들은 챙기는 예상치 못한(?) 배려심에 오히려 도경에게 빠져들어 갈 뿐이었다.

시끌벅적.

“하하하! 안녕들 하세요! 감독님은 어디 계세요? 아, 저쪽에 계시는구나? 감독님!”

듣기만 해도 생기 넘치는 목소리. 바쁘게 현장의 사람들과 요란스럽게 인사하며 무대 위로 올라오는 도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네놈도 양반이 못 되는구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말이야.”

“네? 뭐에요? 제 칭찬하고 계셨어요?”

“칭찬은 무슨! 그나저나 어째서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한테 깔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하하하!”

“나 원 진짜 능글맞다니까. 그나저나.... 너도 역시 연예인은 연예인인가 보다.”

“네?”

“평범한 놈 꾸며 봤자 얼마나 할까 싶은데 꾸며놓으니까 제법 볼만해서 말이야.”

“그런 실례되는 말을...! 이래 봬도 비율은 어디서 밀리지 않거든요?”

“하하하!”

힐끔.

‘평범한 코디인데도 희한하게 그게 더 잘 어울린단 말이지...! 스타일이 좋은 걸까?’

청바지와 흰 셔츠의 깔끔한 스타일의 도경. 큰 무대를 앞두고 다소 평범한 복색이긴 하지만 도경의 웃음이 얹어지자 시원한 매력이 잘 살아났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심플하게 꾸밀수록 친근한 매력이 사는 도경의 모습에 공연 감독은 그저 웃음 짓는다.

아무리 건방진 말을 해도 밉지 않고 정이 가는 게 볼수록 매력이라는 단어는 저 녀석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았다.

씨익.

“얼마 안 있으면 공연 시작인데 자신 있냐? 저기 봐라. 사람들 수가 장난 아니다.”

“하하! 7만 명 정도 된다죠??”

객석 가득 앉아 공연의 시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감독의 손길에 도경이 고개를 돌려보더니 웃음 짓는다. 소극장에서 300명을 마주하는 광경하고는 차원이 다른 풍경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안 떨리냐?”

“떨리죠.”

“뭐...!? 떨린다고?”

예상외의 대답. 자신만만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농이 아닌 듯 상기된 표정으로 흥분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 정말로 떨리는 듯싶어 감독은 놀란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하긴 추정 숫자만 7만 명이다. 어마 무시한 숫자의 사람 수는 그것으로만 압도적이다. 도경이 이세계에 음유시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던 전적이 있다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을 가진 경험은 도경으로서도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 놓여있다면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것이었다.

“신나서 완전 떨려요.”

씨익.

“뭐라고? 너 이 녀석...!”

물론 보통의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도경은 보통이 아니다. 저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환호성을 받을 생각을 하니 그저 미친 듯이 신날 뿐이었다.

도경의 떨림은 긴장해서 나오는 떨림이 아니라 흥분되어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솟구치는 떨림인 것이었다.

공연 감독은 도경이 자신을 향해 장난친 않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분통 터진 표정을 지으며 도경의 등짝을 후려쳤다. 큰 무대를 앞두고 긴장할까 싶어 응원해줄까 싶었는데 이런 장난이나 치다니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라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꾸 쓸데없는 연기로 재능 낭비할래? 진짜 떠는 줄 알고 놀랐잖아.”

퍽!

“아야야...! 감독님 손길 너무 매운 거 아니에요? 이러다 컨디션 난조로 공연 못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그런 놈이 잘도 그런 장난을 치겠다.”

“하하하!”

“망할 녀석! 바빠 죽겠는데 시답잖은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그나저나 왜 나를 찾았어?”

“맞다! 감독님! 언제 공연 언제쯤 시작 하나요? 상황 보니까 점검들은 거의 다 끝난 거 같은데 뜸 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하죠.”

“뭐야?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 아직 오프닝까지 시간 남은 걸로 아는데? 그리고 빨리 시작하고 싶어도 못 하지. PPL 광고주들이 아직 다 안 모였잖아.”

“그냥 없이 먼저 하면 안 돼요? 중간에 감사의 말과 함께 잠깐 화면에 비춰주는 거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말이 되냐? 네 무대에 20억 부은 사람인데 퍽이나 그러겠다.”

“쯧! 망할 광고주들 빨랑빨랑 올 것이지. 아니 말이 돼요? 오프닝에 참여해서 대체 뭐 하려는 건지? PPL 확실히 해주겠다니까. 진짜 개똥 같은 오퍼라니까요. 아아...! 빨리 공연 시작하고 싶은데...”

“애냐...?”

공연의 시작을 재촉하는 도경을 보면서 공연 감독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 대단하신 고객님에게도 결함이 있는 듯했다.

‘공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피식.

욕심. 도경은 무대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게 많았다. 함께 무대를 제작하며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공연을 시작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도경을 보자니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못 말린다니까. 참, 도경아 카메라 체크 좀 해야 하는데 얼굴 좀 비춰 볼까?”

“네? 조금 전에 점검한 지 오래잖아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찡긋.

“확인은 꼼꼼하게 여러 번 하면 좋은 거니까. 안 그래?”

“...!”

무언가 의미심장한 윙크를 보내는 감독의 신호에 도경은 이내 감을 잡은 표정을 지었다. 7만여 명이 가득한 경기장에 거대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죠. 꼼꼼한 건 좋은 거였죠.”

웃음 지으며 뒤돌아 관중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나절이지만 길었던 반나절. 부모님께 독립을 선언을 시작 회사와 미팅을 나누며 정신없는 리허설로 시간을 마치고 나니 하늘은 어느새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 시작해봅시다.’

짝!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마주치며 무대 정중앙으로 걸음을 옮기는 도경. 고진감래라 했던가 무대의 막을 알릴 생각에 도경은 몹시 들떠 보인다.

---

[게스트 대기실]

“......”

모두가 흥분으로 들떠 있을 때. 한쪽에서는 묘한 정적이 감도고 있는 중이었다. 그곳은 [Again]의 콘서트 무대를 꾸며줄 게스트들의 대기실이었다.

원래라면 개인별로 대기실을 마련해 줘야 했지만, 방안에서 공연무대를 모니터링할 장비가 갖춰진 방은 이 방 단 한 군데밖에 없어 모두가 자연스레 대기실에 모여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묘하였다.

“분위기 왜 이래?”

“몰라. 숨쉬기 그나저나 불편해...!”

“그치? 나도 아까보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든다니까.”

“주눅이 드는 게 당연하지. 그도 그럴 게...”

힐끔

‘이 사람들과 있으면 누구나 주눅 들걸?’

대기실에 마련된 의자. 맨 뒤 구석에 찌그러져서 숨죽이며 눈치 보고 있는 10명의 남녀 [TOP.10 Project] 아이들은 묘한 공기가 흐르는 대기실에서 긴장감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Again] 출연진과 함께 앉아있는 리아 그라테와 한국의 글로벌 밴드 [Go high]. 그리고 도경의 프로듀싱을 받고 대세 여아이돌 등극한 드림걸즈와 러블리. 싱글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김우진과 이지원까지 이곳은 그야말로 드림팀이 모여있는 꿈같은 풍경이었다.

다만...

“지금 확실히 분위기 이상하지?”

소근

“네. 분명 좀 전까지는 서먹하긴 했지만 그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리허설이에요.”

“응?”

“무대 리허설 이후부터 분위기가 묘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그러고 보니 그랬다. 오프닝무대를 맡게 된 [TOP.10 Project]는 맨 처음에 제일 빨리 리허설을 마친 후. 메이크업을 받고 대기실로 돌아왔는데 확실히 그때부터 미묘한 공기가 대기실에 흐르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세계스타들이 정적에 잠긴 채 서로들 각자 상념에 빠져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마치 그 모습이 무언가의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도대체 무대 리허설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와아아아!

움찔!

“어?”

“음? 아직 시작할 시간이 아닐 텐데?”

“아...! 도경 오빠다.”

대기실의 긴 정적을 깨는 익숙한 목소리. 모두가 갑작스러운 목소리와 울려 퍼지는 함성에 깊이 빠졌던 상념에서 벗어나 게스트 룸안에서 무대 상황을 중계해주는 TV 화면에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큰 TV 화면에서 눈부신 새하얀 조명 아래에서 미소짓고 있는 도경을 발견하였다.

씨익.

이제는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를 잡은 도경 특유의 짓궂은 미소.

도경의 미소에 사람들은 모두들 기대감을 담은 채 도경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경은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정감 가는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좋은 하루입니다!]

기분 좋은 첫 스타트.

그의 시작은 언제나 미소를 띠는 인사로부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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