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테일러,앨런,리아 이 무대를 저분들이 마련해주신 주신 거야. 감사 표시해야지? 내가 가르쳐준 한국말 하시면 엄청 좋아하실 거야 해봐]
[사장님들 사랑해요?]
와아아!
[잘했는데 내가 여러 개 가르쳐 줬잖아. 다해봐 봐.]
[아,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그래 그리고 또?]
[음...! 김치 좋아요?]
하하하하!
[그래 그거야.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
[김치 좋아요?]
갸웃.
[저들이 왜 웃는 거야 도경? 발음이 이상했나?]
[테일러 씨! 그게 아니잖아! 분명 도경이 또 우리에게 이상한 것을 가르쳐 준거야!]
[헐! 우리 또 당한거야?]
[하하하!]
예정보다 이른 시작의 콘서트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였다.
[Again]이란 주제에 맞게 콘서트의 시작은 영화 [Again]의 주 조연을 한데 모아 콘서트를 보러온 관중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즐겁기 그지없었다.
친한 친구처럼 서로 대하는 도경과 배우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좀 전부터 미친 듯이 [Again] 배우들에게 지금처럼 장난치는 도경의 병맛 진행력에 쉴새 없이 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Again 배우들 사랑스럽죠?]
네!!!
[어딜 또 이렇게 넘어가려고? 도경! 이젠 그 방법은 이젠 우리한테 안 통해. 김치가 무슨 뜻이야!?]
[쯧. 그냥 넘어가지 이래서 급식충은 안된다니까.]
[그, 급식충? 그건 또 뭐야? 통역사님 급식충이 뜻이 뭐예요?]
[그게...]
[학교 급식만 축내는 벌레라는 뜻이다. 너 같은 학생들을 가리켜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핫한 유행어지 어때 영광이지?]
[뭐!? 벌레가 되는 게 어떻게 영광이야!]
[근면 성실함의 대명사로 쓰는 말이거든? 그나저나 벌레 무시하냐? 사과해!]
[어? 그런 거야? 진짜예요? 여러분?]
“YES~!”
[그런...! 한국 이상해. 학생들에게 벌레라고 하는 게 칭찬이라니 컬쳐 쇼크야.]
하하하!
[Again] 배우들이 한국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가 쌓이고 있었지만 모두들 웃음을 터트릴 뿐 그들의 오해를 바로잡으려는 사람은 그 아무도 없었다. 배우들을 골리는데 이미 맛 들인 관중들로서는 그러한 편이 더 재미났기 때문이다.
“헐...! 사악해 관객들하고 같이 짜서 배우들 가지고 노는 거 봐. 앨런 나중에 알면 분명 난리 나겠다.”
“도경 오빠야 짓궂은 거에는 도가 텄었으니까요. 괜히 소악마라 불리겠어요?”
“그래도 덕분에 분위기들이 좋아요. 배우분들이 의외로 소탈...!”
“맞아요. 다들 착하지 않아요? 테일러 씨는 젠틀하시고 앨런은... 새침한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놀리기 쉬운 성격인 듯?”
“아직 17살이라고 하니까. 깜짝 놀랐다니까?”
“그나저나 진짜 저 둘의 관계는 대체 뭐야? 리아 씨가 도경 오빠 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소희야 너 뭐 들은 거 없어?”
“글세... 사귀는 것 같지는 않던데... 아마도...?”
힐끔
“.......”
‘에휴. 하나 또 오늘 마음고생 하겠네.’
차도남과 나쁜 남자를 연기했던 테일러는 젠틀한 신사의 면모를 그리고 [Again]에서 감초 역할인 괴짜 캐릭터를 연기했던 앨런은 새침함과 허세 섞인 허당미를 드러내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는데 그중 사람들의 마음을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Again]에 출연한 주연배우. 도경과 리아 두 사람의 관계였다.
[도경과 제 관계요? 음... 그만 좀 튕겼으면 하는 사이랄까? 그러니까 오늘부터 1일 어때 도경?]
와아아아!
[미안 리아. 나는 만인의 연인이 되어야 할 몸. 한 여자에게 묶일 수가 없어.]
[여러분! 보셨죠? 맨날 저런 식이에요. 진짜 너무하지 않아요?]
“우우우우!”
“나쁜 남자 최악이다~! 물러가라”
[에이! 농담이지. 사실은 저나 연애할 때가 아니잖아요. 서로 활동에 집중해서 커리어에...]
[제가 자기 스타일 아니래요.]
“쓰레기-!”
[뭐야? 누구야!? 지금 쓰레기라 외친 놈 누구야? 나와!]
하하하하!
미국에 있을 때부터 열애설이 돌았던 두 사람. 대중이 좋아하는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연애사. 그것도 보기 드문 연예 케이스라면 더욱더 열광하는 법인데 도경과 리아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 그렇지 않은가? 미국의 알아주는 셀럽과 떠오르는 한국의 스타의 만남은 듣기만 해도 흥미진진한 소재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도경과 리아가 무언가만 하면 객석에서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오는 게 그야말로 대중의 공식적인 썸남썸녀로 등극 된 분위기였는데 리아는 그 분위기에 몸을 맡기며 도경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사귀자니까?]
덥석!
우오오오!
[아, 뭐 하는 거야 저리 떨어져!]
[봐봐. 도경 모두가 우리가 잘 되길 원하고 있잖아. 한 번쯤은 괜찮지 않겠어? 닳는 것도 아니잖아.]
오오!!!?
[무슨 소릴 하고 앉아 있는거야? 리아 이거 지금 라이브로 생중계되고 있다고 말조심해야해 리아.]
우우우!
[아니,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걱정해 주는...]
우우우우!
[됐어!]
도경의 팔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리아의 행동에 관중들 남성 태반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도경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고 도경은 그들의 행동에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야유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 부럽다! 능력남.’
‘저 팔꿈치가 부러워(!?)’
‘아아...!’
남자들의 본연의 생리적 반응.
리아의 저 모습이 장난인지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도경을 향해서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미소를 흘리며 미소녀가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모습을 보자니 부러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어서 야유를 보내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저건 좀...”
“도경 오빠 바보...!”
“역시 외국인이라 그런가? 엄청 적극적이네(?) 나도 저런 점은 배워야...!”
불끈.
하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이 배 아플 일들은 아직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말이다.
도경을 남몰래 사모하는 소녀들이 도경과 리아가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는데 뭇 남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본격적인 도경의 여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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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도저히 안 되겠어.”
스윽.
“...?”
모두가 도경과 [Again]의 배우들의 무대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을 때.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화면을 지켜보던 성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당연히 그의 주변에 있던 [Go High] 멤버들이 성준을 바라보았다.
“성준아 왜? 뭔일 있어?”
“응? 뭐야 어디가?”
“화장실? 같이 가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연습하려고”
“연습? 설마 노래 연습하려는 거야?”
“응.”
[Go High] 멤버들은 성준의 말을 들을 들으면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콘서트 전날까지 맹연습에 본 공연 콘서트 무대의 리허설만 5번이 넘게 했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무대 직전에 오르기 전에도 연습하려 하다니 성준이 아무리 연습벌레라도 평소에 비해서 도가 지나친 바가 있었다.
그런 멤버들의 의구심이 담긴 눈빛을 알았을까? 성준은 쓴웃음 지으며 멤버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불안해서...”
“뭐가?”
“도경이 형. 노래에 묻힐까 봐 불안해.”
“...!”
[Go High] 멤버들은 놀란 눈으로 성준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탑밴드 [Go High]. 그 그룹에서 여태껏 카리스마 리더로서 여유를 잃지 않던 천하의 그 지성준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약한 소리를 내뱉다니. 데뷔 이래 처음 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성준은 멤버들의 놀람에 반응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 정도로 가볼 건데 할 수 있지?’
씨익.
마지막 합을 맞추었던 리허설. 그곳에서 도경이 건네었던 마지막 말이 성준의 여유를 없애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린 성준은 자신의 멤버들을 뒤로한 채 조용히 홀로 연습할 장소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성준이 홀로 연습하러 움직이고 얼마 안 있어 [Go High] 멤버들이 따라나서고 이후에 게스트 대기실에 있던 사람 하나둘 성준이 그랬던 것처럼 조용한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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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
[여러분 좋은 날이네요.]
와아아!
[Again]의 배우들과 만남의 시간이 끝이 나고 본격적으로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무대 위 좋아 죽겠다는 듯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남자가 걸음을 옮기며 무대 위로 나오고 그 인물의 정체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 일일 콘서트의 진행을 맡은 일일 MC 박진용입니다.]
씨익.
[이런 뜻깊은 자리에 MC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경의 부탁에 콘서트의 진행과 사회를 맡은 박진용의 등장은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손색없는 인물인 박진용이 콘서트의 MC로 왔다니 그야말로 믿음직하기 그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우리 도경이가 출연한 영화 Again이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사실 저는 처음에 도경이 영화 찍는 것을 반대했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주연 출연한 영화는 흑역사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특히나 JY엔터는 희한하게 영화 쪽에만 진출하면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는데 혼자서 이런 놀라운 결과를 얻다니 정말 대단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알아서도 잘하는 척척박사랄까?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도경이 녀석이 데뷔할 때. 기획사 안에서 말들이 많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낙하산’ 여러분은 컨셉인 줄 아셨죠? 사실 도경은 회사에서 정말로 낙하산 취급을 받기도 했답니다. 게다가 고집은 쇠심줄에 말은 잘 안 듣지. 가는데 마다 사고를 치고 다니면서 화제가 되니까 조직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 예상이 가시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박진용은 사람들이 도경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 비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중이었다. 그래도 꽤나 흥미 깊은 이야기라서 관중들은 별말 없이 박진용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그 낙하산이 이제는 ‘성공의 아이콘’을 취급받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래서 걱정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도경은 성공의 아이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네-!”
당연히 궁금했다. 도경이 성공의 아이콘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박진용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귀를 쫑긋거렸고 박진용은 도경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렇게 많이 모인 사람들 앞에서 그냥 공연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이 공연을 주최한 도경이란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든 까닭이다.
[모두들 요즘 쉽게 말합니다. 도경 스럽다. 도경이니까. 도경이가 거둔 성공을 당연하다는 듯 쉽게 말이죠. 하지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도경에게 도와준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앨범, 예능, 드라마, 영화, 소극장과 S-live같이 모두 저희가 지원해준 것이 아닌 도경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서 얻은 것이니까요. 하나같이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방법들로 말입니다. 도경의 행적을 본다면 조금만 삐끗해도 큰 리스크가 따를 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도경이가 성공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걸 반대합니다.]
“성공보다는 도전...”
중얼.
[도전의 아이콘!]
진지하지만 편안하게 귀를 사로잡는 박진용의 말은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았고 가슴을 울렸다. 동시에 그는 사람들에게 도경에 관한 새로운 아이콘을 제시하였다.
[도전했기에 얻은 성공이었으며 실패를 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용기. 어?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메시지죠?]
“...!”
[Again!]
자신이 직접 보고 느껴왔던 도경의 본질. 그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박진용은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도경의 이번 도전은 콘서트입니다.]
퉁!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파아앗!
쿵쿵쿵!
와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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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닭살 돋았어.”
긁적긁적
“아니, 껴 맞추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무슨 헛소리를 저리 장황하게...”
그저 축하를 위한 공연. 즐거움을 위한 공연이 박진용의 언변에 무언가 의미깊은 콘서트로 탈바꿈한 난감한 상황에 도경은 닭살 돈 자신의 팔을 긁적이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진용 사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뭔가, 첫 시작부터 이상한데 이거?”
불길한 예감. 뭔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콘서트가 흘러갈 조짐에 도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