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드림걸즈] & [러블리]
“와아아~!”
시끌시끌.
공연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돌. 그것도 대세 걸그룹의 콜라보라면 사실 뭐든 좋은 남자들이지만 유독 드림걸즈와 러블리 멤버들의 무대의 함성은 더욱 컸다.
“와...! 씨 다들 대박 이쁘다! 콜라보 오진다 누가 보면 한 팀인줄 알겠다.”
“걸그룹이니까 당연히 이쁘지 그나저나 실력파 아이돌이라고 하더니 진짜구나. 위화감이 하나도 없어.”
“그러게 저 정도일 줄 몰랐네. 좀 전에 TPW애들도 잘했는데 확실히 클라스가 다른 느낌?”
“혜자다! 진짜 혜자야!”
드림걸즈와 러블리. 대세 걸그룹이라 불리는 그녀들의 무대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TV에 평소 보지 못한 그녀들의 새로운 모습에 놀랐었다.
서로의 곡을 바꿔 무대를 꾸미기도 한 콜라보 무대와 함께 각 멤버 구성원들의 같은 파트들을 모아 아카펠라, 랩, 댄스 등 평소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는 자신들의 무대를 보였는데 그 구성이 단순히 게스트가 콘서트에 출연해서 무대를 꾸미는 것과는 성질이 전혀 달랐다.
‘만족했냐? 이 오빠야?’
‘아, 조금 아쉽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이 정도(?)입니다.’
‘남의 콘서트에서 너무 열심히 한 거 아닐까? 팬들이 보면 서운해하겠네.’
피식.
무대를 마치면서 숨을 헐떡이는 가운데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들은 자신들에게 환호하는 관중들을 바라보며 각자의 여운에 잠기며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동장 안에 있는 사람들과 카메라 저 너머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팬들까지 역시 경험은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좀 전에 무대를 마치고 [TOP.10 Project] 그룹과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두 걸그룹이었다.
[에-. 마지막 노래는 제 자작곡인데요.]
투웅.
환했던 스포트라이트가 거둬지고 한 사람을 초점을 맞춰 비추고 드림걸즈와 러블리 다른 멤버들은 그녀의 뒤에 자리 잡아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팬분들도 아시겠지만 사실 저희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한 사람의 도움이 컸는데요. 정말 감사한 그 사람에게 제 노래를 부르고 싶어 이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12명의 코러스와 메인보컬. 맨 앞에 나와 숨을 고르면서도 상냥하고 차분한 어조로 멘트를 이어가는 그녀는 러블리 멤버의 리더 하린이었다.
“무대들 퀄이 장난 아니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네.”
“그렇긴 하네. 드림걸즈와 러블리 두 걸그룹 모두 도경에게 프로듀싱 받고 대세 걸그룹에 등극한거니 말이야.”
“”
하린이 말한 고마운 사람.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 고마운 사람이 도경이라는 사실을 유추하면서 그녀들이 공들이며 무대를 선보인 이유를
그녀들은 자신의 성장을 도경에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정말 떨리지만... 모두들 응원해 주시길 바라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끄덕.
띠리링.
정말로 떨리는지 수줍게 웃음 지으면서도 숨을 고르는 하린의 모습에 사람들은 시선을 빼앗겼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서 진지하게 몰입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덩달아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즐겁다는 기분이 드나요.]
[OoH~.]
“...!”
밤하늘. 쾌청한 남색의 하늘. 하지만 이상하게도 먹먹함이 떠오르는 서정적인 멜로디에 툭 내뱉은 그녀의 목소리에 모두가 놀란다.
[겁쟁이 그 자체인 나에게 저 별은 너무 빛이 나.
탁한 공기를 내뱉는 자신에게 너무 갑갑해져요.
하늘 위 떠 있는 별이 나에게 비웃음 짓는 것 같아.]
예상치 못한 목소리와 분위기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헐... 대박.!”
“뭐야 리허설과 완전 다른잖아?”
“이러니까 도경 오빠가...”
얼마나 놀랍던지. 하린과 코러스로 손발을 맞췄던 12명의 소녀들이 술렁거이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리허설과 완전히 다른 그녀의 노랫소리에 동료들조차 놀라버린 노래.
[쾌청한 밤하늘이 앗아가는 온기에
몸이 떨려요.]
‘듣고 있니?’
「맑은 밤」.
맑은 밤하늘. 서늘한 기온을 간직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불안과 초조함 형용할 수 없는 외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밤하늘에 삼켜지는 자신과 달리 환하게 빛나는 별이 눈에 들어왔고 그 별이 마치 도경 같다는 생각에 작곡 작사한 노래였다.
(그런 목소리를 지녔는데 좋은 곡이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깝잖아.)
작곡을 배우라는 자신과 동갑 친구의 조언에 하린은 그 말이 기쁘면서도 부끄러웠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작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도경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수동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않는다고
어둠 속 얼어붙은 마음이 하나.]
‘네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노래야.’
밤하늘 아래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자기 자신과 반대로 별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며 높은 이상향을 걷고 있는 도경.
무력감과 부러움. 그리고 그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이 한데 섞여 그녀의 안에서 휘몰아쳤고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되었다.
[AH~! AH!]
꾸욱.
리드미컬하게 뒤를 받쳐주는 코러스. 자신의 감정선을 끓이고 끓어 올린 하린은 때를 맞춰 터트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앗아간 나의 빛!]
밤하늘에 삼켜졌던 나의 소중함!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아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운명.
맞설 거예요.]
‘이게 내 목소리야!’
주변의 소리를 삼키는 폭발적인 성량이 넓은 운동장 안을 가득 메우며 그녀의 다짐이 담긴 절규가 울려 퍼졌다.
모두를 노랫소리에 집어 삼켜져 정적을 유지했고 그 사이 마이크 하나에 모든 것을 토해낸 하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정면을 응시하며 마지막을 속삭인다.
[밤하늘에 걸려있는 별들에게
약속할게요~.]
“...!”
와아아아아!
노래를 마친 자신을 향해 환호해주는 수많은 사람을 바라보는 하린은 자신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서둘러 하늘로 시선을 두며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무 감정을 끌어 올렸나 봐. 어떡하지? 울면 안 되는데...!’
공연을 축하하고 응원하기 위해 온 게스트가 눈물이라니 언어도단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그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결국 눈가 밑에 작은 물방울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스슥!
[노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여러분!]
아무런 일 없는 것처럼 재빨리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며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하는 하린.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음 지으며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 저 너머의 사람을 떠올리며
‘고마워. 정말 고마워. 도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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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노래 엄청 잘하잖아? 소문은 들었지만, 저 정도였나?”
“탈 아이돌급 아니야? 아이돌 노래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목소리인데?”
“멜로디 분위기가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희한하게 계속 듣고 싶어져요. 곡 잘 만들었네요.”
“진짜 노래 잘 부르는 사람 너무 많아...”
하린의 무대에 대기실이 술렁거렸다. 드림걸즈 러블리. 각자의 걸그룹 멤버들도 자신의 끼와 재능을 보여주는 무대를 꾸몄지만 하린 만큼은 격이 다른 무대를 선보여 주었다.
“하하... 역시 예상한 대로 평범한 무대가 나오지 않는구나. 이러면 다음 무대 만만치 않겠는데?”
하린이 펼친 무대는 일반적인 게스트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원래 게스트의 역할은 콘서트 주인을 위해 분위기를 띄어주거나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 하지만 하린은 그 게스트 수준의 역할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맑고 또렷하게 들리는 청아한 음색과 파워풀한 성량. 쉬이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친 하린의 무대는 주인공을 띄어주는 조연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주연의 역할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뭘 기대했어요? 도경 오빠가 모은 사람들이 평범한 무대를 준비할 리 없잖아요.”
“하하하. 그건 그렇지. 이거 이러다가 공연이 아니라 경연이 되겠는데?”
“경연이라... 오빠 말대로 그렇게 될 수도 있겠네요. 그도 그럴 게 무대를 앞둔 사람들 모두 보통사람들이 아니니까 말이에요.”
힐끔.
‘무엇보다 여기 전원 모두가 도경 오빠를 특별하게 여기지.’
김우진의 말에 이지원은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김우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자신과 김우진. 성준과 리아 그라테. 여기에 모여 무대를 기다리는 게스트들 멤버 전원 내놓으라는 실력파에다 도경을 그 누구보다 인정하며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보통 공연의 게스트를 하듯 평범한 무대를 준비했을 리가 없었다.
‘모두들 도경 오빠에게 기억에 남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거겠지.’
도경이 감탄케 할만한 무대. 인상 깊은 자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그 지극히 단순하고 순수한 욕망이 의욕을 북돋우고 서로들의 경쟁심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서로가 알게 모르게 의식하여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습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나 하린이 보여준 필요 이상의 존재감 강한 무대가 나타난 것이 그 증거였다.
‘경쟁의식이 불붙은 순간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게 되어버렸어.’
풋풋한 신인들의 오프닝. 자신들의 성장을 보여준 드림걸즈와 러블리. 그리고 솔로로서 인상 깊은 무대를 보였던 하린. 그것을 본 이상 이젠 멈출 수가 없었다.
“전력을 다해 가겠어!”
고오오.
다음 무대를 전심전력을 다 할 것을 다짐하는 이지원. 그리고 그러한 다짐은 그녀 한정이 아닌 듯싶었다.
하린의 무대를 보고 나서 남은 게스트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하수」
[I]이지원, [Jin]김우진, [Go High] 지성준.
은하수 멤버들의 전력이 한 무대 위에서 전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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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걸즈&러블리.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두 걸그룹에게 큰 박수 주세요.]
와아아아!
짝짝짝!
무대를 마친 드림걸즈와 러블리하고 이야기를 끝마친 박진용이 시기적절하게 마무리를 짓고 있는 가운데 다음 차례의 무대를 꾸며줄 게스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녀올게요! 거기서 똑똑히 보고 있어 봐요. [I] 이지원이 이런 사람이구나 보여줄 테니까요.”
“뭐래? 뭐 이리 쓸데없이 비장해?”
“도경아 나도 파이팅 넘치게 무대 찢고 올게.”
“아니... 형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요.”
“하하하. 다녀올게!”
다음 무대를 꾸밀 주인공은 바로 좀 전에 하린의 무대를 보며 혀를 내둘렀던 김우진과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던 이지원.
평소와 달리 상기된 모습으로 대기실을 나서는 두 사람을 보며 도경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대체 왜 남의 콘서트장에서 전력을 다하려는데?”
“하하하. 다 형 때문이지. 그리고 내 무대도 기대할 만할 거야 형.”
“이 민폐 덩어리들아! 너무 오버 페이스잖아. 너희들이 다 불태우면 남은 나는 어떡하라고?”
“엄살은...! 리허설 때 형이 부른 노래를 생각하면 형이 우리 때문에 곤란해지리라는 건 상상이 안 되는데?”
“야! [강강강] 공격 일변도 단순한 패턴보단 [강약약 중간 약 강] 변화를 주는 패턴이 더욱 극적인 효과를 거둬들이는 거 몰라?”
“그럼 내가 끝내주는 [약]을 만들어 줄 테니. 형이 [강]을 만들어. 그럼 됐지?”
“약 빠는 소리 하고 앉아있네. 이게 자꾸 기어올라! 그게 말이야 방구냐! 자식아!”
“하하하.”
‘약은 개뿔. 약 빤 듯이 네 녀석이 제일 미친 듯이 날뛸 거에 내 손모가지 건다.’
판을 뒤집던 도경을 많이 겪어봐서 그런 것일까? 뿌린 대로 거둔다고 하더니 도경이 딱 그 짝이나 다름없었다.
무대의 대미를 위해 입맛을 돋울 에피타이저가 멋대로 폭주해 자신을 향해 거대한 스노우 볼을 굴리고 있으니 말이다.
쿠쿠쿠쿠.
“...!”
굴러가며 빠르게 덩치를 부풀리는 스노우 볼. 과연 도경이 어떤 형태로 결말을 맞이할지 지켜봐야 할 듯싶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