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6화
[그래 터트려 봐
BAMM BAMM!
Blow it! Blow it! Blow it!
얼마든지 터트려
원하는 게 이거라면
Just do it
do it-!]
“...!!?”
첫 시작부터 상쾌한 출발을 하다가 제대로 시동 걸린 콘서트의 무대.
아이돌의 무대부터 아티스트의 노래로 점점 과열되고 있던 Again의 콘서트는 한 밴드의 등장으로 터져버렸다.
「Blow it」
이지원처럼 새로운 노래를 꺼내 들은 [Go high]. 신곡이라기보다는 도경의 콘서트를 위해 성준이 준비한 개인적인 노래였다.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채로 성준이 갑작스럽게 가져왔던 「Blow it」은 제목처럼 훌륭하게 무대를 터트리고 있었다.
[너를 향해 터트려
BAMM BAMM!
그게 내맘 내맘 내맘 이야-!]
‘짜릿해-!’
‘미쳤다! 리허설하고 전혀 다르잖아? 노래 개 좋아!’
‘개고생한 보람이 있어!’
폭발적인 밴드 사운드를 가볍게 뚫고 나오는 성준의 강렬한 노랫소리. 그의 에너지는 모든 것을 터트리는 마성의 마력이 서려 있었다.
‘성준이 이 녀석은 진짜...!’
같이 함께 노래를 부르던 같은 멤버들까지도 터트려버리는 그의 노랫소리. 4년과 함께했지만 언제나 무대를 가지는 순간만큼은 새롭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 같은 녀석이라니까.’
힐끔.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성준을 바라보며 팀의 맏형인 정태준이 성준을 바라보며 혀를 내저었다.
혜성같이 등장한 탑밴드 [GO High] 리드보컬 지성준
처음 [TG] 기획사에서 아이돌 데뷔를 준비 중인 자신들을 밴드를 시킬 거라면서 노선 변경하며 자신들에게 악기를 가르쳤을 때는 성준과 회사의 욕을 무진장 했었다.
한물간 밴드 컨셉을 들이미는 것도 맘에 내키지 않았고 무엇보다 밴드를 만드는 이유가 성준이 녀석 한 녀석 때문이라는 거에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
(앞으로 밴드의 리드보컬을 맡을 지성준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녀석인지 보고 싶었던 첫 만남. 고대하던 첫 만남은 예상 이상으로 더욱 최악이 되었다.
첫 만남부터 밴드의 리드보컬을 맡겠다는 선을 긋는 지성준의 자기소개가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운 좋게 눈에 떠서 들어온 낙하산 주제에...!’
‘웃기지 말라고 어이!’
‘빌어먹을 진짜 저 녀석에게 리드보컬을 줘야 한다고?’
밴드의 꽃은 보컬.
멤버 전원이 노래를 부르는 올 밴드 보컬의 컨셉이라고는 하지만 메인보컬이란 포지션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고 그런 중요한 포지션을 도전도 못 해본 채로 성준에게 넘겨주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라 생각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하다고?)
(네! 메인보컬만큼은 외적인 요인이 아닌 순수한 실력으로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을 위해서 말입니다.)
(실력이라... 그래 그 말도 일리가 있구나.)
손에 익지 않은 악기와 멤버들 끼리 삐걱거리는 분위기 속.
끊임없이 하드한 레슨에 레슨을 이어가다 데뷔 조에서 맏형으로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던 정태준이 결국, 참다못해 총대를 메고 회사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보통이라면 회사의 결정에 반기를 올리는 연습생은 엄격한 [TG]기획사 성격상 경을 쳐야 했으나 그동안 정태준의 오랜 연습 기간과 그의 능력을 고려해주어 기획사의 수장인 태현섭과 직접 대면할 기회를 주었었다.
정태준의 의견을 들은 태현섭 대표는 놀랍게도 태준의 말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알겠다. 너희가 낯선 악기를 배우게 시키는데 성준에게 보컬을 떡하니 주는 건 공정치 못하지.)
(그럼...!)
(성준이 녀석에게 댄스를 배우라고 지시를 내리마.)
(네? 댄스요? 갑자기 댄스는 왜?)
(그거뿐이거든.)
(...?)
다만 태현섭이 의견을 수용한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쪽이었다.
정태준으로선 정말 어이없었다. 그가 원했던 건 성준과 멤버들이 메인보컬의 자리를 겨룰 기회였건만 태현섭은 엉뚱하게도 성준에게 춤을 강습시키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정말 그때는 어이가 없었는데...!’
힐끔.
태준은 자신의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성준을 바라보며 그 당시 일을 떠올렸다. 그날 들었던 태현섭의 대답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댄스’ 말고는 너희가 나은 게 없다.)
얄짤없는 확고한 단언.
그야말로 남자로서 자존심 상할 수밖에 없었지만 태현섭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으로 체감하였다.
관리를 받자마자 두각을 나타내는 외모, 어린 나이임에도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카리스마,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엄청난 재능. 그것을 옆에서 목격하면서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뭘 기대한 건 아냐.
내가 원했던 건
웃을 수 있는 하루야.
하지만 현실은
툭하면 어긋나.
너무나 갑갑해.]
대형 기획사에 [TG]에 들어와서 얻었던 자신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지금 자신이 부르고 있는 노래파트의 가사처럼 현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달리 갑갑했던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이었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것은 정말 괴로운 나날이었다.
[자주 뱉던 대사가 조금만 참자야.
이젠 그만하길 빌어.
그저 두려움에 뱉은 말뿐이란 걸
알고 있잖아]
투두두두!
뒤에서 파워풀 넘치게 드럼을 치며 밴드의 중심을 잡아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민용이 녀석도.
[나를 향한
말투와 행동은 점점 더
날카로워져만 가]
둥둥둥둥-!
묵묵히 팀원들이 내는 악기 소리에 맞춰 멜로디 라인을 형성하며 사운드를 풍성하게 베이스를 맡은 선우 녀석도 각자 자신만의 심연을 맛봤을 것이다.
‘정말 난리도 아니었지...!’
천재란 존재는 멀리서 보면 동경의 대상이지만 가까이에서 겪으면 박탈감과 열등감을 낳게 만드는 괴물이었다.
매월 받는 월말 평가. 성준의 월말 평가를 보고 [TG]에 있던 연습생들이 다른 소속사로 몸을 옮기거나 꿈을 접고 기획사를 떠나는 현상까지 생겨났었다.
(쟤는 왜 이리 오버해?)
(그렇게 잘난 척하고 싶은 건가?)
(저 녀석 때문에 분위기 개판이야.)
(누가 보면 저 녀석만 노력하는 줄 알겠네. 퍼포먼스도 정도가 있지 민폐야.)
그와 동시에 성준의 존재는 [TG] 내에서 빠르게 고립되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연습생 신입으로 들어온 성준이 기본적인 사교활동을 배제한 채 귀신에 홀린 듯 연습에 연습. 그리고 매주 매월 평가마다 '적당히'를 모르고 죽자 살자 전력으로 달려들어 연습생 기를 죽이는 무대를 펼쳤으니 눈밖에 벗어난 것은 당연하였다.
그러한 분위기를 모르지 않을 텐데도 성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데뷔는 확정. 모두가 너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어. 요령 있게 하는 게 좋지 않아?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정말로 이유를 몰라 물었다. 짜증은 났지만, 성준의 실력은 독보적이었고 그의 노력은 진짜배기였다. 일일평가든 주말평가든 월말 평가이던 전력을 다하는 성준의 행동은 과해도 너무 과했다.
(...요령 부릴 여유가 저한테는 없거든요.)
(뭐?)
(약속했거든요.)
(약속?)
복잡한 표정으로 묻는 자신을 보며 조금 망설이던 성준은 결국 그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그래도 정태준인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자신의 실력을 질투하기보다는 인정하며 오히려 더욱 노력했던 모습을 보여줬기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고가 되겠다고 말에요.)
지지지 징~!
쾅쾅!
[그래 터트려 봐
BAMM BAMM!
Blow it! Blow it! Blow it!]
피식!
그 누구보다 높게 날아올라 터트리는 폭죽이 되어야 한다던 17살짜리의 성준을 떠올리며 정태준은 자신의 기타를 쳐올렸다.
일렉기타로 폭발적인 사운드를 키워 올리는 그의 모습에선 4년 전의 방황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임마. 너는 이미 우리들에게 최고라고.’
성준과 보낸 4년. 사소한 감정들은 털어내었다.
최고라는 목표를 향해서 진지하게 땀 흘리며 달려가는 성준의 모습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멤버가 같은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맘껏 보여 줘!’
이젠 성준은 [Go High]의 모든 것이자 프라이드였다.
성준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다른 멤버들은 최선을 다해 그의 백업을 돕기 시작한다.
‘이게 우리 막둥이다!’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동생이 존경하는 도경을 위한 무대. 성준에게 형은 이젠 도경 한 명뿐이 아니었다.
성준이가 타고난 것은 타고난 복은 천재적인 재능도 뛰어난 외모가 아니라 그를 팔불출처럼 아끼는 형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좋은 동료를 두었네.”
리허설과 전혀 다른 무대. 밴드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뿜고 있는 [Go High]를 보며 도경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성준의 에너지를 따라가며 함께 호흡하는 밴드 멤버들의 모습에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저 밴드라면 함께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야.’
“그립네...”
진정한 동료.
하나하나가 서로를 위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달려간다. 가지각색의 가치관과 성향을 지닌 사람이 그러기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도경은 오랜만에 과거의 추억에 젖었다.
성준과 [Go High]의 관계를 보자니 옛 시절의 자신과 마무의 관계가 떠오른 까닭이다.
“무럭무럭 자라라.”
과거 자신이 보지 못했던 가능성.
도경은 그 하나의 가능성의 성장을 응원하며 먼 미래 최고의 무대에서 서로의 음악을 맞부딪히기를 고대한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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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
[너와 했던 약속을 기억해.
그 약속 때문에 노력하는 건 그리 힘들지 않아]
‘보고 있나요?’
[방법을 찾아 의심하지 않았어.
네가 나를 믿어 줬으니까.]
‘듣고 있어?’
「Brow it」에 이은 2번 노래 「Promise」로 이번에는 지성준의 단독 솔로곡으로 노래 부르고 있었다.
도경에게 온전히 혼자의 노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지독한 형님아!’
아시아의 별. 21세기 최고의 개성파 그룹밴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성공을 거둬 도경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는 줄지 않을까 싶었건만 아직은 한참 먼 듯싶었다.
[나의 천사. 나의 악마.
항상 나를 막고 있던 세계를 부숴줘.
지금 내가 바라보는 경치는 모두 너의 것이야.]
‘대체 얼마나 위에 올라가 있는 거예요?’
최고가 되겠다는 약속. 성준이 생각하는 최고는 바로 다름 아닌 도경이다.
그 뜻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성준은 도경이 서 있는 위치에 도달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까마득한 듯 싶었다.
[무거운 약속.
나를 띄우고 땅으로 끌어들이는 중력]
노력, 재능, 음악을 뛰어넘는 미지의 영역 같은 것이 도경에게는 있는 듯싶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미숙해서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렴풋하게나마 확신할 수 있었다.
‘대체 그건 뭐예요?’
두근.
‘그 노래는 대체 뭐였느냐고요...!’
리허설 때 잠시 보여줬던 도경의 노래를 떠올리며 성준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노래는 자신이 서 있지 못한 영역의 노래임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리허설뿐인데도 온몸에 전율이 일었던 노래. 그 노래를 떠올리며 성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너의 빛을 느낄 수 있어.
그 빛에 나는 중독이 되어가.
헤어나올 수 없는 Halo]
두근두근
꽈악.
‘이번엔 또 얼마나 대단한 걸 보여줄 생각이에요?’
도경이 보여줄 새로운 경치.
그것을 고대하며 성준은 자신의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힘차게 노래를 이어나갔다. 조금이나마 자신의 두근거리는 기대감이 그에게 전달되었으면 했다.
[그걸 위해서라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게요~!]
와아아-!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