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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77화 (277/357)

277화

뚜벅뚜벅.

“이런 완급조절 없는 콘서트는 처음 봐. 끼리끼리 다닌다고 하더니 도경 너처럼 네 친구들도 정말 적당히 가 없어.”

“하하하. 좀 그렇지?”

“......”

게스트 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나와 걸음을 옮기는 두 남녀. 리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이벤트성 콘서트가 점점 이상하게 바뀌더니 이제는 부담을 안고 올라서야 하는 무대로 바뀌었다.

“음흉해.”

“응? 무슨 말이야?”

“이렇게 과열된 무대가 될 거라고 알고 있었잖아.”

“조금은 예상했지만 나도 저 정도가 될 줄 몰랐지. 살짝 당황한 상태라고?”

“웃기시네. 무대 보는 내내 미소 지었잖아. 그게 어디 당황한 사람의 표정이야? 나는 웃지 못했다고?”

“하하하. 진정하라고 리아. 우리도 쟤들처럼 무대를 뒤집으면 되잖아.”

“정말. 쉽게 말하네.”

자신의 말에 의뭉스러운 미소짓는 도경을 보며 리아는 볼을 부풀리며 도경을 노려보았다. 이 사태에 관해서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가 도경에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건 Again을 위한 콘서트가 아니었어.’

미친 라인업 구성부터 시작해서 레전드 무대와 신곡이 무수하게 쏟아지는 콘서트. 규모도 그렇고 단순히 영화의 성공을 위한 축하 콘서트의 성격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자신이 봐도 한 개인의 역대급 무대. 그리고 그 무대를 또 이어가는 역대급의 무대. 그런 콘서트의 끝 무대는 다름 아닌 도경이 놓여 있었다.

“전부... 도경 너를 위한 콘서트였구나.”

직감적으로 촉이 왔다. 이 공연에는 도경이 노리는 회심의 수가 있다고 말이다.

씨익.

“무슨 소리일까나?”

“이 음흉한 인간아. 시치미떼지 마! 이 콘서트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까지 내보내고 있다며? 분명 노리는 게 있어. 그래! 이번에 낼 신곡 홍보목적이었지?”

“뭐? 신곡 홍보?”

7만여 명의 관중. 운동장에 못 온 사람들을 보기 위한 생라이브 방송까지 모든 것은 자신의 신곡을 위한 홍보를 위해서가 분명하다고 리아는 생각했다.

“그래. 그거라면 모든 게 설명이 돼!”

‘분명해! 지금 과열된 무대의 피날레를 자신이 만든 신곡으로 멋지게 장식할 생각인 거야.’

지금의 무대는 콘서트의 피날레를 맡을 주역이 부담스러울 만큼 과열되고 있었지만, 그 열기를 이겨낼 만한 무대를 보여준다면 분명 그 신곡은 초대박을 칠 것이 분명했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도경이 평소답지 않게 많은 것들을 준비한 이유는 그것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도경 진짜 너는...”

천만 관객 공약을 자신의 신곡 홍보로 쓰려는 도경의 전략에 리아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영악하면서 철두철미한 남자란 말인가? 인맥을 동원해 수만 명을 손쉽게 끌어모으고 투자자들의 돈으로 수십억이 투자된 콘서트장을 뚝딱 만들었다.

도경의 과감하고 효율적인 전략에 소름이 오를 정도였다.

‘능력뿐만이 아니라 머리까지 좋다니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콩깍지가 쓰인다면 모든 게 만사 좋다고 했던가? 그녀의 추측이 많다면 리아는 도경의 성공을 위해 이용당한 여자가 되는 것인데 그녀는 그저 도경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며 감탄이 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서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고 하는 것 같다.

“하하하! 리아 헛짚어도 너무 헛짚었잖아.”

자신을 향해 눈빛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는 리아를 보는 도경은 그녀의 큰 착각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가도 너무간 억측이었기 때문이다.

“신곡 홍보라니 너무 터무니없어.”

“응? 아니야?”

“홍보 같은 쪼잔한 거에 내가 신경 쓸 리 없잖아.”

“쪼잔하다고? 그럼 뭐야!? 뭔가 노림수가 있잖아. 안 그래!?”

“뭐, 있기는 하지.”

“그게 뭔지 어서 말해! 이 리아 그라테가 한번 공연하는데 얼마나 받는 줄 알지? 말 안 해주면 이 콘서트 탈주하겠어.”

“뭐? 탈주라니. 그런 단어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그리고 나중에 다 밝혀질 텐데 좀 참지? 나름 회심의 이벤트라고...!”

“싫어. 난 지금 듣고 싶어.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야. 말해! 말해! 말해!”

“아, 알았다고 말해 줄게. 그만해! 거참 끈질기다니까...”

웃음을 터트리는 도경을 보며 약이 바짝 오른 리아는 도끼눈을 치뜨며 도경의 옷소매를 잡아 흔들며 이번 콘서트에서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추궁했고 도경은 결국 두손 두발을 들고 말았다.

기다리면 알 것을 이 성미 급한 재미없는 손님은 그럴 요령은 없는 모양이었다.

“잘 들어 딱 한 번만 말한다.”

“응! 준비됐어. 어서 말해.”

“난...”

“응응!”

두 귀를 쫑긋 세우며 자신의 말을 기다리는 리아. 그녀를 보자 도경은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돋았다.

“해적왕이 될 거야.”

“뭐!? 해적왕? 해적? 무슨 말이야?”

“하하! 나름 유명한 명대사라고. 난 다 말했다. 그럼 먼저 간다!”

타다닥!

“앗, 잠깐! 도경!!!”

당황하고 있는 리아의 손길을 풀고 이때라며 도망을 치는 도경의 뒷모습에 리아는 도경의 이름을 외쳤지만, 도경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 질주하며 복도에서 사라졌다.

“애도 아니고 진짜 뭐 하는 거야...! 그나저나 해적왕이라니...”

휙!

“궁금하잖아!”

타다다닥!

도경이 사라진 복도에 홀로 남겨진 리아.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다가 이내 무서운 기세로 발돋움하며 복도를 쾌속 질주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도경!”

궁금하게 만들거나 안달 나게 만드는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을 지닌 리아가 도경을 붙잡으러 복도를 달리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해외 팝스타인데 체면치레도 하지 않고 원피스 차림으로 복도를 전력으로 질주하다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백 사건도 그렇고 리아도 도경처럼 평범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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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분 잠시 무대 정비할 시간을 10분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휴식을 취하시거나 볼일을 보실 분들은 스태프의 안내에 따라 조심해서 움직이도록 하세요. 물이나 음료는 각 입구에 배치되어 있으니 가져다 드시면 됩니다.]

우르르

웅성웅성.

오후 10시.

노을진 저녁은 어느새 깜깜해진 저녁이 되고 박진용은 잠시 무대의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역대급의 무대도 좋지만, 완급조절이 없는 만큼 관중들의 체력소모가 심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나오기 전에 이렇게 관중들이 이렇게 기진맥진해지다니. 정말! 이 콘서트 뭡니까? 대박입니다! 진용 씨. 하하하!”

“그러게요. 정말 저도 이런 공연을 볼 줄 몰랐습니다. 가요계 선배로서 뿌듯하네요.”

“맞아요. 요즘 우리나라 가요계가 황금기다 뭐라 해서 말들이 많았는데 직접 보니 왜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 알겠더라고요. 아이돌하고 아티스트가 서 있는 영역을 나눌 필요 없이 모두들 수준들이 모두 대단합니다.”

잠시의 브레이크 타임. 무대의 재정비를 가지는 무대 감독과 MC를 맡고 있는 박진용은 서로 콘서트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가운데 이번 콘서트에서 보여준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무대가 너무나 인상 깊었는지 가요계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었다.

“황금기라...”

피식.

“제가 아는 녀석은 그리 생각하지 않더군요.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고 하더군요.”

“네? 그래요? 거, 되게 엄격한 사람인가 봅니다.”

“하하. 엄격하기는요. 오히려 터무니없지요. 사람 놀래키는 이야기만 입에 담는 아주 골치 아픈 놈입니다.”

‘그리고 심장에 나쁜 놈이지.’

매일같이 새롭게 사건 사고를 치며 사람을 놀래키는 녀석. 그 녀석을 떠올리면서 박진용은 못 말린다는 듯 웃음 지었다.

이번에도 거하게 사고 칠 녀석에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올지 기대가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저 왔어요!”

“오~! 드디어 우리의 주역의 등장인가? 응? 리아 씨는 어디에 있나?”

“하하. 곧 올 겁니다. 기운이 넘치는 상태로 올걸요?”

“도경!!!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정말로 끝까지 달리다니 너무해!”

타다닥!

“그렇죠?”

“하하하! 그러네. 자, 그럼 무대 준비하도록 할까?”

“네!”

오자마자 시끌벅적해지는 현장 분위기. 도경과 리아의 등장에 모든 스태프가 그 둘을 바라보며 웃음 지었고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박진용은 잠시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는 관중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 지었다.

“미안하지만 여러분.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박진용은 저 사람들의 미래가 보였다. 너무 소리 질러서 목이 쉬고 너무 날뛰어서 탈진상태가 될 그들의 모습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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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시작하려나? 좀 긴데? 사람들도 다 돌아왔는데 말이야.”

“글쎄 말이야. 아직 안내가 없는 거 보니까 멀었나 본데?”

“무슨 문제가 생겼나?”

생각보다 긴 브레이크 타임. 넓은 LED화면도 무대가 아닌 다른 곳을 비추고 있었고 무대는 무언가를 준비하는지 패널 같은 것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어 뭐가 어찌 되고 있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지루해지려는 틈.

퉁퉁퉁!

“어?”

시야가 암전되고 순식간에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운동장의 상황에 사람들이 일시에 놀란다.

보통은 어디선가 사고가 터졌나 불안감으로 얼룩 될 테지만 이곳은 콘서트 공연장. 이러한 상황 뒤엔 무엇이 터져 나올지 누구나 다 예상 하고 있었다.

퉁!

철컥! 사아악!

“...!”

어둠 속 무대를 가리고 있던 패널이 사라지고 그곳에는 놀라운 무대가 펼쳐져 있었다. 넓은 무대의 중심 거대한 직사각형 무대 세트장이 펼쳐져 있었다.

“저건...!”

오크통으로 만든 테이블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술병.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작은 낡은 무대.

영화 [Again]을 본 사람이 있다면 저 무대 세트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저곳에 불리는 노래는 누구나 아는 그 노래였다.

[홀로 지하철을 기다려.

발밑에 있는 기타 케이스의 인생을 담았지.]

퉁!

“우와아아-!”

조명이 무대세트장의 낡은 무대만 비추고 있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인영의 등장. 그리고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얀색의 청초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금발의 여인. 리아 그라테의 등장에 모두가 떠들썩해진다.

[후회 없다고 잘한 행동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깨달아.]

노래 멜로디 없이 그녀의 목소리 하나. 쓸쓸한 음색을 담은 아카펠라로 노래를 시작하며 낡은 무대 위로 오르는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Again의 대표곡 OST 「Pain」.

Again의 영화 인트로의 전부이자 영화 첫 장면에서 모두를 몰입시키게 만들었던 도경의 노래를 설마 리아 그라테가 부를지는 상상도 못 했다.

뚜벅뚜벅.

[그게 무엇이든 마지막이 될 거라는 것을 말이야.]

툭!

항상 해맑게 웃던 리아 그라테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낡은 무대에 올라섰고 마이크 스탠드 거치대에 마이크를 꽂음과 동시에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띠리링-! 띵띵!

퉁!

“...!”

[어둠 속에 보이지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 고통들이 보여.]

기타 소리로만 듣던 「Pain」의 쓸쓸한 음색은 아름다운 피아노의 운율 소리로 재탄생되어 흘러나오고 그 피아노의 진원지 조명이 비치며 한 남자의 옆모습이 큰 Led 전광판에 떠올랐다.

그 남자는 도경 지금 리아가 부르고 있는 노래의 원주인 도경이었다.

띠리리링. 딴! 딴! 따라라란~.

“도경? 박도경인가?”

“박도경이잖아!? 아니 그것보다 피아노도 칠 줄 알았나?”

“그나저나 진짜 도경 맞지? 순간 다른 사람인 줄.”

“그러게? 왜 이리 낯설지?”

“내가 미친거냐? 지금 도경이 섹시해 보인다. 내 눈이 고장 났나?”

비비적비비적.

우아하고 섬세하고 피아노 건반을 터치하는 도경.

쓸쓸한 음색을 띠고 있는 노래의 컨셉도 컨셉이지만 저렇게 우수에 젖어 피아노를 치고 있는 도경의 모습에 사람들은 곧바로 도경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도경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타를 두고 피아노를 잡고 있는 모습이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띠리리링!

피아노란 악기는 참 희한하다.

그저 악기를 다룰 뿐인데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지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음악에 젖어 건반을 섬세하게 쳐올릴 때는 관능적이게 보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매력을 톡톡히 수혜를 보고 있는 도경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다 주고 있었다.

매일 보던 도경과의 이미지의 갭 차이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은 도경에게 승복해야 했다.

[되돌릴 수 없는 여행에 몸을 실을 준비가 되어 있니?]

찌리릿!

“하아-.”

단 한 소절뿐인데 몸에서 올라오는 소름과 전율에 적응이고 뭐고 도경의 목소리에 사로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그 고통들을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받아들일 거야.

많이 아플 거야.

너는 고통으로 가득한 어둠 속을 걸어가게 될 거야.]

어둠 속 울려 퍼지는 도경의 중저음에 쓸쓸한 음색과 리아의 아름다운 미성의 하모니.

복도에서 티격태격하여 격하며 해적왕이다. 뭐니 하면서 복도를 전력으로 질주했던 장본인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이 두 사람의 모습은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그도 그럴 게 너는... 되돌릴 수 없는 바보인걸!]

스르륵!

「Pain」의 처연함을 살리는 두 사람의 노랫소리.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목소리에 7만여 명의 관중들이 [Again] 영화 속 세상으로 여행을 나서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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