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79화 (279/357)

279화

[ㅋㅋㅋㅋㅋ 오졌다. 급식체 쓴 팝스타 최초 아니냐?]

[오졌다 발음할 때 리아 씹 귀여움. 오늘 입덕 합니다!]

┗[서양 애라 역변 할 각. 모름지기 국내산이 최고!]

┗[응. 아냐. 니 얼굴이나 보고 말해.]

[ㅋㅋㅋㅋㅋ]

[ㄷㄷㄷ 조회수 실화냐?]

[무대 미쳤네. 아, 좀만 버틸걸. 너무 줄 길어서 그냥 포기하고 나왔었는데... ㅠㅠ]

[무슨 콘서트가 연말 음악방송보다 퀄리티가 더 좋아?]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Again]콘서트 라이브.

무대를 가진 이들의 클립 영상들과 움짤들이 넷상에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고 네티즌들은 [Again]의 콘서트를 보면서 많은 댓글을 생성하고 있었다.

[리아 노래 개 잘 불렀구나. ㅎㄷㄷ 고음 소름 돋았다.]

┗[저도 저 정도로 잘 부를줄은 몰랐어요. 성량이 장난 아니네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쪽에서 활동해서 내공이 탄탄함. 괜히 팝스타 하는 게 아님. 쟤도 재능 충임.]

[재능충 하니까 생각난 건데 콘서트에 참여한 가수들 전부들 재능충이잖아? 끼리끼리 논다는 게 이런 건가?]

[생 라이브가 훨씬 좋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있었다. TOP10 것만 보려고 했는데 벌써 11시 ㄷㄷㄷ]

보통이라면 호들갑이라고 해야 할 터이지만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조회수는 [Again]의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콘서트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말이다.

【조회수 2천만 돌파!】

“미친! 박도경이 이번에도 한 건 저질러 줬구만!”

“아니, 진짜 말이 안 되지 않아? 상식적으로 몇 시간 새에 2천만을 찍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거 나만 이상 한 거야?”

“미친 편집장이 매우 쪼아댄다. 경쟁사 애들은 현장에 가 있는데 나보고 왜 현장에 안 갔냐고 말이야. 나 참 아이돌 연애기사 낼 때라며 뒤밟으라고 할 땐 언제고 진짜 또라이 새끼 아니냐?”

“또 박도경으로 시끌벅적해지겠구먼. 박도경 기사 이젠 그만 쓰고 싶은데 말이야. 물린다 물려...!”

“대단해... 2천만이라니...!”

2천만.

단순히 영상을 재생한 조회수에 불과하지만, 이 조회수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화제의 중심 속에서의 콘서트의 성공을 증명했고 이 콘서트에 참여한 가수들이 지닌 영향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새로이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거품이 아닌 가요계의 한류를 이끌 진짜 미래!’

국내에서만 홍보한 콘서트임에도 독자적인 루트를 통해 도경의 콘서트를 보러오는 외국인들의 존재는 콘서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힘이 진짜배기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업계 종사자일수록 한류라는 단어가 얼마나 거품이 껴있고 허황된 이미지의 메이킹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현상에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

“...!”

Again의 무대 이후. 개인의 솔로 곡을 부른 리아의 마지막 노래가 끝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

그것은 끝을 향해 나아가는 마지막 주자의 존재였다.

“슬슬 나가보실까?”

모두의 뜨거운 관심을 마무리할 주인공이 등장.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수만의 관중들을 향해 도경이 웃음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리아가 화끈하게 해주고 갔네요. 다들 마음에 들었습니까?]

와아아-!

짝짝짝짝!

“최고다-!”

귀를 기울이는 포즈를 취한 도경을 향해서 환호성과 탄성을 내뱉는 관중들. 그들을 보며 도경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디서 이런 공연을 보겠어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라인업에 죽여주는 무대. 이게 다 누구 덕분이다?]

“박도경!!!”

[아니지! 다 우리 Again을 봐준 여러분이지...!]

와아아아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역시 잘난 내 덕분인것 같아. 그렇죠?]

우우우-!

[에이 솔직히 잘난 나 때문이지. 노래 잘해. 춤 잘 춰. 연기까지 잘해. 성격도 좋아. 게다가 이제는 건물주까지 됐지. 에~ 그리고 또...]

“그래-! 멋진 새끼야! 너 잘났다!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쩌렁쩌렁!

[미안해요! 잘나서-!]

하하하!

자기과시의 끝판왕인 도경. 하지만 도경의 그런 태도에 그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웃음을 터트리거나 재밌다는 듯이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풋!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라니까.”

“진짜로...! 예전에는 재수 없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니까? 익숙함이란 무섭네.”

“하하하.”

쥐뿔도 없었을 때나 성공했을 때나 잘난척하던 것은 언제나 똑같았기에 인제 와서 도경에게 겸손함을 바라거나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자신의 감정표현을 솔직히 하는 것을 매력으로 느낄 정도로 사람들은 도경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이번에 성공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좁구나...!]

“좁다고?”

“뭐가 좁다는 거지?”

[나를 담기엔 한국이라는 나라는 좁구나.]

웅성.

[이 좁은 곳에서 놀기엔 내가 너무 크다고 느꼈습니다.]

도경의 이어지는 말에 사람들은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경에게 익숙해졌다?

그것은 자신들의 크나큰 오산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설마하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담기에 몸담고 있는 나라가 작다고 말하다니 상상도 못 했다.

“와...”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아무래도 진심 같은데?”

“에이 농담이겠지. 전에도 SNS로 장난칠 때 썼던 말이잖아.”

“그런가?”

농일까 진심일까? 사람들은 긴가민가하기 시작했다. 워낙에 장난도 많이 치고 사람을 놀래키는 것을 좋아하는 도경을 알기에 말이다.

하지만 도경은 진심으로 자신을 담기엔 이 나라가 좁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오만한 감정에서도 젊은 혈기에서 들끓는 패기도 아닌 전생부터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자신이 지닌 힘에 대한 확신이었다.

“......”

[하하. 진심인데 역시 농담 같이 들리려나?]

차라리 농담조였다면 반응이라도 확실히 보이겠지만 보다시피 말을 꺼내는 도경이 진지한 듯싶어 사람들은 적적한 반응을 찾지 못해 어색할 뿐이었다.

[뭐, 됐고 그럼 슬슬 마지막 무대 가보도록 할까요?]

끄덕!

“네!”

자신들의 어색함을 날려 보내려는 도경의 쾌활한 어조에 관중들은 기쁘게 반기며 도경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는 둥 좋은 리애션을 보여왔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보다 명확하게 반응할 수 있는 지금이 좋은 것이리라. 그리고 도경은 그들의 리액션을 보답할 자신이 있었다.

[따끈따끈한 신곡.]

와아아아!

[그리고..!]

짝!

“!?”

퉁-!

[오랜만의 합체하는 레전더리.]

“어...!!!”

“와아-! 설마...!?”

도경의 신호에 어둠 속에 나타나는 성준의 등장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성준은 두 개의 기타를 들고 무대로 걸음을 옮겼고 도경에게 기타 하나를 건네는 순간. 사람들은 짜릿함에 비명을 질렀다.

와아아아-!

두 개의 기타. 그 기타의 현을 쳐올리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피크의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박도경과 지성준의 레전더리(Legendary)의 재림.

현재의 한국 가요계에서 명실상부 최고로 뽑히는 두 사람의 콜라보를 준비하는 모습에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형. 사족이 너무 긴 거 아니야? 분위기 엄청 잡더라.”

“임마. 남자는 가오야.”

“어련하시겠어요.”

피식.

“그나저나. 드디어 할 맘이 생긴 거지?”

“뭐가?”

“최정상(Top)을 향해 나아갈 마음 말이야. 이 나라가 좁다고 느껴지는 건 그것 때문이 아니야?”

두근-.

자신이 있는 나라가 좁게 느껴진다는 말. 성준은 도경의 그 말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느꼈다.

‘도경이 형이 드디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생각이야.’

평소와 달랐던 도경의 행동들이 이제야 모두 납득이 되었다. 이 콘서트는 단순히 영화의 성공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이 콘서트의 목적은 세상을 향해 자신의 포부를 드러낼 도경만의 첫 스타트를 끊는 장소였다.

성준은 뜨거운 눈으로 도경을 오롯이 바라보며 도경의 대답을 기다렸다. 도경의 입에서 직접 그의 마음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었다.

“하!? 최정상? 바보 아니냐 너?”

“뭐?”

“오르고 말고 할 거 없거든.”

하지만 도경은 성준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도경 자신이 듣기에 성준의 말에는 명백한 오류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면 이 몸은 이미...”

“...!”

척!

“탑(Top)이기 때문이지!”

도경은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미소 지으면서 성준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친히 정정해 주었다.

“그걸 지금의 세상이 아직 모를 뿐이다.”

씨익.

그렇다. 도경은 이미 최정상에 오른 남자.

세상은 아직 모를 뿐. 자신에게 오르고 설 곳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도경의 입장이었다. 다만 그러한 사실을 조금 전에 도경이 말했다시피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것은 성준 또한 포함이 되었다.

“풋..!”

성준은 그런 도경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벙찌고 말았다.

세상이 모를 뿐이라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대답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입가에 지어지는 웃음이 도저히 멈추지 않는다.

“푸하하하! 진짜 형은 최고네요.”

박장대소하는 성준.

이날 성준이 터트린 웃음은 그의 팬들에게 손꼽히는 최고의 웃음 중 하나로 기억 남게 된다.

---

띠리링-!

띵-!

무대의 맨 앞.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의자에 앉아 자신들이 메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를 검은색의 피크와 붉은색의 피크로 현을 쳐올리는 두 남자.

기타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

어딘가 토속적이라고 해야 할까? 시골적 느낌을 풍기면서도 도시적인 세련된 감성이 섞여있는 멜로디는 요즘 세대에는 낯설면서도 예전 세대에는 한없이 익숙한 음이었다.

“이건...! 컨트리 뮤직?”

“도경과 성준의 컨트리 팝이라고?”

[Country Pop]

한 나라가 좁다고 이미 최정상이라고 자부하는 도경이 뽑아 든 노래는 너무나 의외였다. 성준과 도경의 이미지로 봤을 땐 록이나 R&B를 부를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뽑아 든 카드가 컨트리 뮤직이라니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컨트리 팝의 뿌리는 미국의 전통음악.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장르인데 가요계 선두에 서서 트랜드를 만들어가는 도경이 뽑아 든 노래가 옛 향수를 자극하는 컨트리 팝이라는 것은 조금 의아한 선택이었다.

따다당.

띠링링.

도경과 성준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기타를 연주하며 뽑아낸 두 가닥의 멜로디는 허공을 유영하며 서로의 음을 포개어서 하나가 된다.

따스하면서도 시원하게.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서로가 섬세하게 맞춰 나아가는 연주는 풍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뚝.

“후웁!”

따라라랑.

눈을 감고 서로의 음에 기대어 몸을 좌우로 편히 흔들고 있던 성준이 눈을 뜨며 자신의 연주를 멈추며 앞에 있는 마이클 살포시 붙잡았다.

성준이 연주를 멈춘 덕에 두 개의 기타가 뿜어내던 풍부한 소리는 반절로 줄어 빈공간이 생겼지만, 그 빈공간은 이내 목소리란 새로운 악기의 소리로 채워진다.

[어떡하지?

내게 나쁜 피가 흐르고 있어.

덕분에 너무나 골치가 아파.]

“아!!!”

조심스럽게 떨림을 전하는 촉촉한 지성준의 노랫소리. 그 목소리에 관중들 모두가 본능적으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인생 곡이다!’

그것은 미래를 예견하는 하나의 직감 같은 것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음에도, 짧은 소절을 들었을 뿐이지만, 이 노래는 자신에게 있어 잊지 못할 인생 곡이 될 거라는 본능이 그들을 강타했다.

[오- 어떡하지?

나의 나쁜 피가 들끓고 있잖아~.]

잔 숨결마저도 떨리는 섬세한 음이 허공을 휘저었고 성준은 자신의 기타에 손을 올리며 연주를 다시 이어나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도경이 연주를 멈추고 마이크를 향해 자신의 고개를 들이밀고 노랫소리를 내뱉었다.

따라라랑.

[오! 어떡하지?

내게 나쁜 피가 흐르고 있어.

덕분에 너무나 골치가 아파.]

“아!”

같은 멜로디 흐름에 좀 전에 불렀던 같은 노래 가사인데 완전히 다른 노랫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준이 불렀던 노랫소리는 곤란하다는 듯이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면 도경은 곤란해하지만 그리 싫지 않아 하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떨림까지 전달되도록 섬세하게 음을 잡아 표현한 목소리. 자연스럽게 힘을 빼며 시원하게 음을 툭툭 내뱉은 도경의 목소리.

두 사람의 의도된 표현방식의 차이는 단조롭고 정형화된 컨트리 팝에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며 활기를 띠어가고 있었다.

따다당-!

띠리링~.

[Bad blood~.

나쁘디나쁜 피야. 제발 나를 쉬게 냅둬.

가슴을 뛰게 하지 마.

심장에 나쁘단 말이야.]

“어우.”

찌리릿!

이번에는 두 개의 기타와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져 하모니를 이루었다.

한 사람이 기타를 연주할 때는 한 사람이 목소리를 채우고 두 사람이 기타를 동시에 연주하고 있을 때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합친다.

간단한 작업공정이었지만 쉴 새 없는 변화와 패턴을 만들어가며 컨트리 팝에 끊임없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꼭 그래야겠어?]

띠리랑!

[나쁘지 않았잖아.]

딴!

[편하게 있을 수 있었는데]

띠리리퉁!

[어제까지 괜찮았잖아-!]

서로 교차하는 노랫소리와 기타 소리.

합쳐졌다 풀어졌다 실타래처럼 빠르게 풀려나가는 노랫소리에 모두의 심장이 사로잡히기 시작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