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화
[Bad Blood!
나쁘디나쁜 피야.
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니.
Bad Blood!
꼭 그렇게 나를 떠밀어야 했니?
끊임없이 움직이게 해야겠니?
Bad Blood!
Bad Blood!
Bad Blood!]
「Bad Blood」
자신의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나쁜 피에 대한 노래.
두근두근.
쏴아아-!
그 도경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의 심장에는 조금씩, 조금씩 나쁜 피가 생성되어 나아가 그들의 전신을 돌고 있었다.
자신의 귀에 들리는 심장박동. 가슴 부근에 끊임없이 두드리는 두근거림이 그것을 증명했다.
[Bad Blood 너는 나쁜 피야.
가슴을 뛰게 만들고-
일으켜 세우고-
눈을 멀게 만들어-
미친 듯이 뛰게 만들잖아.] - 도경
[Bad Blood, Bad Blood.
Bad Blood, Bad Blood.] - 성준
‘대단해. 하지만...! 아직 그게 나오지 않았어.’’
성준은 코러스를 넣는 순간에도 도경의 노랫소리에 짜릿 거리는 감각에 몸을 연신 떨었다.
점점 진해지는 도경의 감성과 노랫소리에 성준은 처음과 달리 이제는 노래의 분위기를 받쳐주는 게 고작인 지경이었지만 아직 도경의 전력이 나오지 않음을 알았다.
‘그때 체감했던 감각은 아직 아니다.’
그때의 감각에 모자라도 한참이나 모자랐다.
영혼 채로 사로잡혀 도경에게 물드는듯한 감각. 그 미지의 영역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서요!」
따다다단!
띵~.
「어서 보여 봐요!」
따다단!!
띠딩~.
「형의 진짜 노래를...!」
---
어느새 「Bad Blood」의 1절이 끝나고 2절로 넘어가는 간주구분. 성준과 도경의 기타 연주 소리로 무대가 가득 채워진다.
도경의 노래에 성준이 코러스를 집어넣었다면 이번에는 도경이 성준이 내는 기타 소리에 추임새를 넣으며 그 소리를 보듬었다.
‘녀석. 아주 안달이 났구나.’
성준의 연주하는 기타 간주에 호흡을 고르고 있던 도경은 자신의 옆에서 무아지경으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성준이 온몸으로 보내오는 염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참을성이 없는 녀석이라니까. 꾹꾹 눌러 터트리는 게 노래의 묘미인데 말이야. 그나저나 7만 여명이라... 거, 오늘 제대로 쌔빠지는걸?’
힐끔.
자신의 노래에 취해있는 7만여 명의 관중.
그들을 보며 도경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면서 웃음 지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저들을 모두 사로잡으려면 엄청난 힘이 들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그래도 해야지.’
하지만 더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페이스 분배도 좋지만, 성준이 안달이 난 것처럼 이미 충분히 뜸을 들였다.
‘못 먹어도 Go!’
따당! 딴~!
뚝!
“!?”
탁!
“후웁!”
[[나에게 나쁜 피가 흐르고 있어~!]]
격렬하게 치던 기타 연주가 도경의 신호에 맞춰 끊어지고 그 짧은 순간의 여백을 찢고 나오는 도경의 폭발적인 노랫소리가 모두를 강타했다.
우우웅!
그것에 멈추지 않고 도경은 자신의 모든 힘을 쥐어짜 자신의 노랫소리를 있는 힘껏 공기에 공명시켰다.
[Oh, Bad Blood!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둬.]
“아...”
“흐아아-.”
좀 전과 다른 성량. 다른 음색. 다른 분위기. 부지불식간에 터트리는 한 소절에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왜 그런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본능이었다.
숨을 죽이고, 도경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온몸의 감각과 신경을 도경에게 기울여야 했다.
“...!”
스윽.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되는 7만여 명의 영혼에 도경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매고 있는 기타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 눈앞의 마이크는 뽑아 들며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이라도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더욱 가까이에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일어나야 하잖아.
걸어야 하잖아.
달려야 하잖아.
나쁘디 나쁜 피야 대체 내게 왜 그러는 거니.]
스르륵.
도경의 등 뒤에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는 LED 전광판 아래로 검은 배경의 흰색의 한글 자막이 떠오른다. 인터넷 영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상 위로 한글 자막이 동시에 송출되고 있을 것이다.
“영어 가사...?”
“2절은 영어 가사로 할 생각인가?”
“와-. 분위기 죽인다.”
웅성.
사전에 설명도 없이 한국어에서 갑자기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도경의 제멋대로의 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도경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빠르게 그 감정은 정리되었다. 한국어로 불러도 좋았던 노래가 영어로 부르는 지금은 더욱 좋아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일 수 있다.
컨트리 팝 장르 자체가 미국에서 태어난 노래. 당연히 그 나라에서 쓰이는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게 분위기에 어울릴 것이었다.
[이미 성공을 거뒀어.
편하게 지낼 수 있잖아.
안락한 보금자리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우우웅.
따다다단!
‘이거다...!’
놀람도 잠시. 멈췄던 기타 연주가 성준으로 인해 다시 가속하고 도경은 맨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노랫소리를 덤덤히 내뱉는다.
[Oh-, 나의 나쁜 피야
대체 그게 뭐라고
심장을 뛰게 만드니.
꼭 그래야 하니?]
‘온다! 올 거야!’
두두두둥! 딴딴!
우웅!
[세상이란 이 글자가 너를 들끓게 만드니?
넓은 세상이 너를 두근거리게 해?
맞어. 네 말이 맞아.
나쁘디나쁜 피! 골치 아픈 피...!]
‘지금!’
따안~!
쾅!
도경이 덤덤히 부르는 노랫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성준은 등이 따가워지는 감각을 느끼며 피크를 꾹 지며 현을 강하게 퉁기었다.
[Bad~ Blood--!]
성준이 기타를 몰아치며 강하게 현을 튕기는 그 순간. 도경의 내면 안에서 무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나쁜 피.
Bad~ Blood--!]
파아앗!
폭탄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7만여 명이 있는 콘서트장은 도경이 떨어트려 터트리는 폭탄 같은 노랫소리에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새하얘지는 머릿속.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은 전부 도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이 보고 생각하는 것은 이젠 도경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그래...! 이거야...!’
그렁그렁.
‘이게 형의 노래야!’
순간 연주하는 것을 잊어버릴 뻔할 정도로 아찔한 희열과 도경이 전해오는 감동에 성준의 두 눈은 촉촉하게 젖었다.
벅차오르는 감동에 미친 듯이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지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꾹 참아야 했다. 그저 두 눈을 꼭 감고 도경을 위한 기타를 연주했다.
또르륵.
촉촉하게 젖었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자신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성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노래를 듣고 운다니 성준의 평소 이미지를 생각하면 꼴불견이나 다름없었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알 수 있다. 그런 자잘한 것들을 신경 쓸 감각들은 이미 도경에게 삼켜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든 것을 삼키고 완전한 자유를 주는 존재. 그래 그것이 박도경이었다.
[그래. 인정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려.
두근거림에 숨을 쉬지 못해 현기증이 나.
아무래도 끝을 봐야겠어.]
우우웅!
이것은 세상을 향한 도경의 노래였다.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두근거림을 담은 노래.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한없이 작은 존재일 뿐이라고 깨닫게 해주는 세상에 대한 두근거림.
무엇이 일어날지 모르는 신비와 무한히 펼쳐진 세상의 가능성. 그 가치 앞에선 자신이 이루어낸 물질적인 성공은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것을 도경은 알고 있었다.
[세상의 끝에 나를 새겨야겠어!
아무도 잊지 못하게!
나의 나쁜 피를 너에게도 줄 거야!
Oh~ Ooooh~!]
전생이든 현생이든 세상을 향해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다. 그것이 도경이 지닌 순수한 욕망이자 그의 도착지인 샹그릴라였다.
최고? 최정상? 그런 것은 도경에게 무가치한 것이었다.
【박도경 & 카일】.
도경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전부를 이 세상에다가 새기고 남기고 싶은 것이었다.
‘이곳이라면 가능해.’
빛을 담고 시간을 담고 소리를 담는 게 가능한 지금의 이 세상이라면 그것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겠는가? 뭘 생각하겠는가? 뜻이 세웠다면 이젠 그 시간조차 아깝다.
도경은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어 세상에 자신을 내던지면 되었다.
‘내던지고 내 던진다!’
[Bad Blood
너를 세상에 새기고 말겠어.
모두가 나를 보고 피를 끓게 할 거야.
세상이 나를 바라봐.
Bad Blood.
골치 아픈 피. 뜨거운 피.
심장을 뛰게 만드는 피.
난 세상의 나쁜 피가 될 테야.]
우우웅-!
‘그리고 나는...’
“Oooh~~!”
『전설이 된다!』
---
“......”
“헉! 헉!”
주르륵.
적막.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는 도경을 보며 사람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쯤 함성을 터트려야 했지만 그럴 겨를이 없었다. 도경이 숨을 고르는 것처럼 관중들도 경이로움을 겪은 자신들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우-.”
스윽.
하지만 도경은 그들에게 그런 시간을 줄 생각은 없는 듯싶었다. 어느새 숨을 고르고 마이크를 자신의 입가에 가져 대는 도경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때?]
“...?”
[이제는 농담처럼 안 들리지?]
“...!”
아무런 말을 못 하는 관중들은 도경의 말에 두 눈을 화등잔 하게 떴다. 도경이 꺼내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떠오른 까닭이다.
자신을 담기엔 한국이 좁다고 말했던 것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형은 큰물에서 놀아야겠다.]
너무나도 건방지진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형이라고 지칭하는 도경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남녀노소를 떠나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멋있었다.
「Big Brother」
한국의 전무후무한 큰 형님의 탄생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