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화
3, 2, 1!
[Brrrr! 모두들 안녕-! 오늘 소리 지를 준비 됐어?]
와아아-!
[이번 투어 MC-G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흔들흔들
하하하!
“분위기 잘 끌어올리는데? 되게 능숙해. 유명한 MC야?”
휘황찬란한 액세서리와 화려한 복색을 한 MC가 무대 위로 올라와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한 인물을 보며 도경이 재밌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MC-G」.
똘기 어린 행동과 독특한 흥이 담긴 톤으로 능숙하게 공연의 진행하는 인물을 보며 도경은 마음에 든다는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도경의 옆에 서 있던 토마스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매니저에요?”
“응? 매니저?”
“네 매니저요. 식스맨이랄까? 매니저도 하면서 저렇게 공연 진행의 전반을 맡게 된 사람이에요. 이제는 저렇게 로시난테의 트레이드마크로 유명해진 사람이에요.”
“헤에-. 거, 특이한 매니저잖아? 마음에 드는...”
[참! 모두들 사과부터 할 일이 있어. 원래 오프닝을 맡아줄 뮤지션 Tank Boy를 모두들 기대했잖아? 그런데 이거 어쩌지 그들 대신 Kyle이란 듣보잡인 뮤지션이 와버렸네.]
우우우우-!
무대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도경은 로시난테의 매니저란 말에도 그를 좋게 보고 있었지만 이내 그 감정은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며 야유를 이끄는 그 행동에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다들 어쩌겠어. 내 친구 앤디가 겉과 달리 마음이 약한 걸 말이야. 사람 일이라는 게 참 그래. 전 레이블 대표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간곡하게 자신의 신인에게 기회를 달란 부탁도 하고 말이야. 세상일이 다 그런 거지. 안 그래? Tank Boy 잘 가! 그리고 엿 먹어라(Fuck) 앤디! 자 다들 외쳐보자고! (Fuck) 앤디!]
“엿 먹어라 앤디! (Fuck) 앤디!”
[Great-!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걸? 굿굿!]
하하하.
“......”
모두가 왁자지껄하게 웃지만 한 사람만은 웃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더러운 기분일지 당사자가 아니라면 상상이 가질 않았는데 무대 위에 MC-G를 바라보는 도경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두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되어서 Tank Boy는 대신 카일이란 신인이 이번 오프닝을 맡게 되었으니 흥이 안 나도라도 이해해줘. 그런데 말이야. 그거 알아? 좀 전에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이 듣보잡 신인이 우리 프로듀서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한 거야. 글쎄...! 글쎄...! 자기가 우리 로시난테보다 실력이 더 위라는 거야. 푸하하! 세상에 웃기지 않아?]
우우-!
하하하하!
MC-G의 말에 객석에서 야유와 그를 따라 하는 비웃음이 터트렸다. 자신들의 락스타보다 위라고 발언하는 건방진 듣보잡인 신인이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오프닝 무대도 애걸복걸 얻은 놈이 그딴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그야말로 별 미친놈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사실 아직 그 신인 얼굴도 안 봤다는데 들리는 바로 팔씨름하고 다트 실력이 죽여주는 놈이라던데? 노래 실력이 아니라 그걸로 앨범을 팔았다는데? 나도 한 팔씨름 하는데 한번 도전해 볼까나?]
피식.
아하하.
“하하하...하!”
빠직빠직.
팔을 접어 자신의 이두박근을 내세워 보이며 피식 웃음 터트리는 MC-G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객석에서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은 그와 반대로 얼굴의 혈색이 붉게 변하였다.
“저 자식 봐라? 뒈지고 싶나? 왜 그때 이야기를 저기서 하고 지랄이야?”
“도, 도경 씨. 진정해.”
“음...! 이거 좋지 않구나. 아무래도 작정하고 몰아가려는 듯싶구나.”
‘모건 놈. 저러라고 미리 언질을 준 게 분명해. 비열한 자식!’’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 도경이 짜증 나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웨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모건을 떠올리며 속으로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모두가 도경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러면 본말전도나 다름없었다. 이름과 노래를 알리기 위해 오프닝 무대를 서는 것인데 욕받이나 되게 생겼으니 말이다.
“왜 다들 하나같이 시비를 거는 걸까?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응? 도경?”
“이거 적당히 하려 했는데 이거 안 되겠네.”
“어... 어? 도경 씨!? 어디 가는 거예요?”
“어디긴 당연히 무대지.”
“!?”
“전장으로 갑니다.”
“저, 전장?”
“다 죽여버릴 테니 둘 다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요 ”
“...!”
자신의 기타와 마이크를 챙기며 걸음을 옮기려는 도경을 향해 웨인과 토마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전장이니, 죽여버린다니 살벌하기 그지없는 단어를 내뱉으며 무대로 걸음을 옮기는 도경의 사고회로를 이해하기엔 아직 그 둘은 도경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저벅저벅.
우뚝.
‘배틀 로얄(Battle Royal)이다! 빌어먹을 녀석들아!’
백스테이지 끝자락.
한 걸음만 옮기면 백스테이지는 스테이지로 변하게 되는 그곳에서 도경은 세 치 혀로 자신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는 MC를 보며 거친 콧김을 내뱉으며 자신이 쥐고 있는 마이크를 자신의 입가에 두며 짧고 굵게 외친다.
[Hey! Hey! Hey! 거기 광대 씨!]
[누구!?]
[가만히 있자니까 사람 우습게 만드네!? 팔 부러지고 싶냐? 말조심 해라.]
[...!]
모두가 갑자기 난입한 목소리에 놀라고 백스테이지 악당처럼 등장하며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한 남자의 등장에 모두가 도경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카메라 또한 도경을 비추고 큰 전광핲 화면에 흰 와이셔츠에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넘긴 도경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녕! 여기 MC가 말한 듣보잡 신인 Kyle이 나야.]
“...!”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란 이런 것일까? 갑자기 난입해서 분위기를 깨는 한 동양인의 모습에 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러한 침묵을 지켜볼 도경이 아니었다.
[얼마 안 있어 너희들이 빠는 로시난테보다 유명해질 스타가 될 몸이니까. 미리 싸인이나 받아 둬라!]
“뭐...!?”
“지금 저 동양인 자식이 뭐라고 한 거야?”
“저거 완전 미쳤네.”
우...
우!!
우우우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야유.
빗물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어 바다가 되는 것처럼 어느새 6만 명이 가득한 돔은 야유로 가득 차서 울리기 시작한다.
[Yeah-! Florida Spirit! I like it! 하하하!]
그야말로 미친놈의 강림이었다.
수만 명의 야유. 그 속에서 양팔을 좌우로 펼쳐 검지와 중지를 위 아래로 까닥이며 호응을 끌어올리며 웃는 도경의 모습이 보인다.
“삼촌.”
“으, 응?”
“삼촌이 건 마지막 총알 말이에요. 방아쇠를 당겨보니까 미친 총알이었네요.”
“허어... 그런 듯 하구나...”
“기도나 하죠.”
끄덕.
백스테이지에서 도경의 만행을 모두 지켜본 웨인과 토마스. 그 둘의 안색이 새하얗게 창백해지고 말았다.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미친놈. 그게 그 둘이 방아쇠를 당겨 쏜 마지막 총알의 정체였다.
적당히를 모르는 이 총알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그것은 모두 두 사람 앞에 펼쳐진 무대에 달리게 되었다.
---
[다, 다들 진정하라고.]
우우우-!
MC-G는 그답지 않게 난간함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진압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도경의 어그로에 끌린 관객들의 반응은 그라도 어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프닝이다. 이렇게 초반부터 달아오르면 뒷사람이 곤란해진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경은 여전히 도경이었다.
[흐음! 뜨거운 분위기인데 G씨. 안 그래?]
씨익.
주섬주섬.
[슬슬 무대를 가져야 하니까 내 무대에 내려가 줬으면 비켜 줬으면 좋겠는데 친구?]
찡긋.
[.......]
‘뭐야 이 미친놈은? 약 거 하게 빤 놈인가?’
이 야유가 들리지 않는 걸까? 스태프를 불러 기타와 잭을 연결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카일이란 동양인을 보며 MC-G는 처음으로 무대에서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제는 자신을 향해 손짓으로 꺼지라는 시늉까지. 기가 막힌 MC-G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경을 노려보았다.
“너 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무대 이대로 망치면 용서 안 해. 가만히 안 둘 거야.”
“용서는 나중에 네가 나한테 빌어야지. 멘트 좀 이쁘게 치지. 건방진 말만 지껄이고 말이야. 방해되니까 꺼져 자식아.”
“이익! 미친 새끼! 두고보자.”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분한 표정으로 백스테이지로 걸음을 옮기는 MC-G를 보면서 웃음을 지은 도경은 관중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더욱 커지는 야유. 그 야유에 도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우우우-!
[목 아프겠다. 관객들이 가수보다 목을 더 쓰면 쓰나. 우우우-! 우-!]
“???”
‘스물’이란 영화에는 여자를 꾀려면 그 여자의 인지 부조화를 노려야 한다며 영화 속 강렬한 펀치라인이 탄생한다.
‘네 엉덩이에 내 XX 비비고 싶어.’
야유를 퍼붓는 사람들에게 역으로 야유를 퍼부은 도경이 그런 경우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것. 갑자기 너무 정체불명의 것을 보면 사람은 일단 멈춘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길을 걷다 미친놈을 보면 일단은 걸음을 멈추는 것 말이다. 그 미친놈이 바로 도경이다.
[우우우~!]
띠리리링!
“???”
[내가~ 갈게요!]
미친놈을 목격하면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피기보다 이상한 느낌을 받고 본능적으로 멈춘다. 그 찰나에 순간에 사람은 이성적으로 상황파악을 하는데 도경은 그 공백을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그러니 이 파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걸요.] - 「Get The Party Started」
갑자기 시작하는 노래. 낯익은 멜로디 그리고 귀를 사로잡는 도경의 음성에 사람들은 순간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차라리 모르는 노래. 낯선 멜로디였다면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텐데 도경이 부르는 노래는 미국에서 히트 친 노래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내가 갈게요~! 그러니...!]
다당!
[뒤를 볼 생각 말아요. 나만 봐요]
“!!?”
[당신이 머뭇거린다고 했죠. 그녀가 말했어요
‘조용히 나랑 춤춰’!] - 「Shut Up and Dance」
“어? 다른 노래?”
[불이 붙은 리믹스. 방금 나온 신선하고 뜨끈한 노래.
내 오래된 차를 타요-!] - 「Ignition」
“이건 메들리?”
메들리.
한 노래를 부르는 듯하지만 한 노래가 아니었다. 리듬을 유지하며 자연스레 여러 개의 히트곡의 멜로디를 하나로 녹이는 도경의 노래에 사람들은 놀랬다.
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3곡의 히트곡이 흘러나왔다. 자연스럽게 바꾸는 기타 주법도 놀랍지만, 히트곡들의 매력 포인트를 창법을 바꾸며 부르는 도경은 더욱 놀랍다.
[카일이 말하지.]
따딴!
“!?”
[흔들어요 달콤한 마차 멈추고 날 태워줘요] - 「Let Me Ride」
또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치명적이고 끈적하게 몽환적이게 말이다. 순식간에 끈적하게 만드는 멜로디에 빠져들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짧았다.
따딴!
[Let! Me! Ride~~~~!]
갑자기 숨 막히는 고음이 튀어나온다. 너무나 급히 전개되는 클라이맥스. 하지만 귀를 땔 수 없는 고음의 향연은 사람들의 원초적인 본능을 건드렸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도경의 고음에 장악되었다. 아니, 장악될 뻔하였다.
[Ride~~~!]
스으윽.
“하!!!?”
10초 이상의 긴 고음의 향연. 순수히 도경의 기량에 감탄하며 호응하려던 사람들은 무언가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경이 들어 올린 왼손이 중지 손가락 하나만 남기 채 관객들 면전을 향해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Fuck You(엿 먹어)」
고음을 연신 내뱉으면서도 배시시 눈웃음짓는 도경의 왼손가락을 보며 사람들은 퍼뜩 정신 차리며 서둘러 야유를 터트렸다.
설마 이 순간에 자신들을 향해 엿 먹일 줄이야. 도경의 캐릭터가 어떤 놈인지 아직은 확실히 파악은 안 됐지만 분명한 건 정상적인 놈은 아니리라고 많은 사람들은 직감했다.
[Yeah~! Florida Spirit! Good Job! Good Job!]
끄덕끄덕.
[벌써 그리 쉽게 넘어오면 재미없잖아. 좀 더 비싸게 굴어 봐. 플로리다 사람들이 비싸다는 걸 보여줘 봐.]
연주를 멈추며 야유를 음미하는 도경.
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관객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희한하다. 분명 야유임이 분명한데 좀전의 야유와 비교하면 무언가 달라진 듯하다.
힘을 잃었다고 할까? 그것이 도경의 당당한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오기만 남아 무게감을 잃은 관객들의 야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도경은 그 변화를 캐치하고 있었다.
[뭐, 얼마 안 가 함락될 거라고 생각해. 그도 그럴 게 나는 죽여 주는 남자거든.]
씨익.
따다단!
진한 미소를 피어 올리던 도경은 입에 물었던 기타 피크를 집어 들며 다시 기타 연주를 시작한다. 아직 1분 채도 되지 않았다.
[내가 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따단!
둥!
[아주 높이 날았으면 좋겠어요. 드래곤처럼 하늘 높이 Yeah!
I Want] - Fly Away
미국인들에게 들려줄 히트곡 메들리는 도경에게 아주 많았다.
매일같이 자신의 소극장에서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요청 곡을 받았던 도경이기에 가능한 재주.
공연장 돔 안에 가득한 수만 명의 플로리다 사람들이 도경에게 함락되는데 걸릴 시간은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