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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295화 (295/357)

295화

[박도경 미국 앨범 발매 동시 유명밴드 로시난테 콘서트에서 오프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다!]

[한국에선 박도경! 미국에선 카일! 새로운 시작!]

[세계로 진출하는 첫 스타트 호조!]

미국 로시난테 첫 콘서트 이후.

한국의 연예계 언론들은 도경에 관한 소식을 숨 가삐 전하기 시작했다. 포털 사이트에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도경의 기사는 연예계가 그에게 가지는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DADADA 커뮤니티 사이트

연예인 갤러리: (도경)]

[아직 첫 스타트인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이러다가 성적 별로 안 좋으면 거품이다 뭐라 말들 많이 나올 텐데... 역풍맞을까 봐 조금 걱정스럽네. ]

┗[그렇죠. 아직은 모르는 건데 말이에요. ㅠ ㅠ 기자들 좀 자제하자.]

┗[기자들보다 소속사 언플이 문제가 아님?]

┗[ㄴㄴ JY에선 언플 안 함. 오히려 말 아끼면서 사리는 중임. 예전에 미국진출에 목매다 폭망하고 욕먹은 경험 있어서 그럴 수가 없음. 들리는 소문으로는 소속사에선 말렸다고 하더라.]

┗[ㅋㅋㅋㅋ JY엔터는 잘되면 미국병 생기나 보다. 국민 걸그룹 탄생하면 그 대표가 싫다는 애들 끌고 가서 미국 진출해서 말아먹더니 이번에는 박도경이 스스로 자처해서 가네. 이정도면 징크스인 듯. 난 개인적으로 박도경 미국진출 결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소속사가 도경을 막아야 했다고 생각함.]

┗[갓도경 무시함? 동생인 성준이도 성공했는데 형인 도경이 못하겠냐? 가서 성공해야 동생 앞에 가오 살지 않겠냐?]

┗[에이 솔직히 미국진출이 쉬운 게 아니지. 지성준이 성공한 건 Go High의 여성 팬덤의 화력이 엄청나기도 했고 이미 미국 시장바닥을 뚫은 [TG]가 있었기에 뜬 거잖아. 도경이같이 맨땅에 헤딩하는 케이스는 아니지. 나도 미국 진출은 젊은 혈기의 실수라 봄.]

┗[ㅇㄱㄹㅇ! 요즘 도빠(도경이 빠돌이)들이 망상소설 써서 갑갑했는데 묵직한 팩트 감사요. 할리우드 스타도 레드카펫 없으면 그냥 서양인인데 도빠들 좀 현실을 보길.]

┗[닥치셈! 도경느님은 무조건 성공함.]

┗[도빠들 ㅂㄷㅂㄷ!]

┗[도경 갤러리에 와서 웬 지랄임?]

세계 진출을 선언한 이후 들려오는 도경의 첫 소식. 사람들은 도경의 미국 활동에 다양한 관심들을 보이는 중이었는데 몇몇 사람들은 서로 침 튀기어 가며 도경의 미국 활동이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도경은 성공해야 함. 내 1년 적금 JY 주식에 꼬라박았다. 떡상 가즈아!]

┗[억 ㅋㅋㅋㅋㅋ! 님 돌았음? 하필 꼴아박아도 엔터 주식에 꼬라박을 생각을 함? 안타깝다...]

┗[도경은 미국진출. 드림걸즈는 이번에 일본 진출하는데 전 가능성 있다고 봄. [TG]랑 [LSM]처럼 대박 터져서 회사 주식 오를 겁니다. 두고 보셈!]

┗[세상 너무 쉽게 생각하네요... 님 같은 사람은 절대 주식하면 안돼요. 나중에 돈 잃고 한강 찾기 전에 얼른 다시 돈 찾아오셈.]

┗[괜찬괜찬. 원래는 2년짜리 적금 깨려다 1년짜리 깬 거임. 크흑! 미안하다 도경아. 이형이 아직은 믿음이 좀 부족하다. 그래도 할 수 있지?]

┗[-_- 컨셉이면 노잼. 진짜면 노답.]

┗[진짜면 박도경 광팬일 듯. ㅋㅋㅋㅋㅋ 팬도 스타 따라 닮는다더니 진짜 노답이긴 하다. 박도경이 이렇게 한 사람 보내는구나.]

┗[그러게 책임감이 막중하네. 적금을 깰 줄이야... 참 난감한 형님이네. 형님! 그래도 내가 한강 갈 일 없게 만들어 줄게. 명색이 스타인데 그 정도 못 해주겠어? 보니까 나 좀 먹히더라고 미국도 별거 아님. ㅋㅋㅋㅋ 나만 믿어]

┗[??? 이 관종은 또 뭐인가요?]

┗[ㅋㅋㅋㅋ 도경 코스프레 오졌다. 악마냐? 더 투자하라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아니 도경 성격상 진짜일수도...! 님 정말로 도경 맞아요?]

┗[ㅇㅇ 맞음요.]

┗[지랄. 믿을 걸 믿어라. 미국 진출하느라 바쁜 애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왜 기웃거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응. 아니거든. 차 안에만 있는 시간이 14시간도 넘는데 뭐가 바빠? 남는 게 시간이다. 눕거나 앉아만 있어 허리랑 엉덩이만 아프다.]

┗[응응. 옜다 관심. 됐지?]

┗[아 나... 너 기다려봐.]

┗[그만! 관종도 병이야. 정신 좀 차리고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던가 건실하게 일 좀 해라. 그리 살지 말고 말이야. ㄹㅇㅍㅌ! ㅂㄷㅂㄷ ㅇㅈ각?]

┗[다 지껄였냐?]

┗[사진],[사진],[사진]

“헐...!?”

적금을 깼다는 한 팬의 등장에 자연스레 시끌벅적해지는 댓글 게시판.

그곳에 도경을 자처하는 댓글이 달렸지만, 사람들은 이내 무시하려 했다. 도경과 관련된 게시판 댓글 창들은 유독 다른 곳에 비해 온갖 뇌피셜들과 컨셉충들이 존재하였기에 자신을 도경이라 자처하는 게시글 또한 그런 것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이내 댓글 창에 올라오는 몇 장의 사진에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은 미국의 넓은 고속도로의 풍경 사진들과 낡은 캠핑카 안에 있는 도경의 사진. 그리고 댓글을 단 ID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도경의 마지막 인증샷은 정말로 댓글을 단 사람이 도경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믿겠냐? 아 그나저나 지루해 죽겠다. 얼른 뜨든가 해야지 귀찮아 죽겠어.]-도경

┗[헐!!!!]

┗[도경이 형님!!!!]

┗[얼른 돌아와요 ㅠㅠ 아현 핵노잼됐음. 도경님이 날아다녔던 아현이 그리워...!]

[그러고 보니 요즘 아현에 대해서 말들 많아서 방송 찾아 봤는데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 내가 개 잘한 거지. 텐텐이들이(TOP10:WM) 못하는 게 아니잖냐. 좀 따스한 마음으로 지켜봐 줘.]-도경

┗[안녕하시까!!!! 충성입니다요!!!! 전 텐텐이들 아현 잘 보고 있슴메! 난 저런 더러운 불편러들과 다르다는 둥둥둥!]

┗[ㅋㅋㅋㅋ 재밌는 말투네. 그래 우리 텐텐이들 잘 부탁함메-!]

┗[오오오오!]

┗[오 졸 훈훈 터진다. 도경 원래 이렇게 멋있었음?]

┗[너무 늦게 알았어. 나 원래 멋있었어.]-도경

[ㅋㅋㅋ 근데 형. 캠핑카 낡은 거 아님요? 저거 미국 캠핑 여행 때 타봐서 아는 데 그리 좋은 차 아닌데. 소속사가 지원 안 해줌?]

┗[빈티지가 좋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불편하긴 하지. 사정이 있어. 참 또 소속사 시끄럽게 하지 마라. 나 미국 보냈다고 진용이 형 욕 또 엄청 먹던데 불쌍해서 못 봐주겠더라.]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한국엔 언제 들어올 예정? 그리고 왜 요즘 SNS 안 해요? 얼굴 좀 비춰주셈. 아현하고 소극장 갑자기 없어지니까 내 인생이 재미가 없어짐.]

┗[ㅇㅈ!! 두 번 세 번 ㅇㅈ한다! 한국에 언제 옴요? ㅠㅠ]

[텐텐이들 지켜 보고 있으라니까? SNS는 당분간 안 하려고 해. 신비주의로 가다가 성공하고 빵 떠서 돌아오는 거지. 금의환향하는 느낌 알지? 그런 거 말이야. 그리고 빌보드 차트, 미국 드라마, 할리우드 영화 이렇게 트리플 크라운이 내 목표라 말이야. 한국 돌아가는 건 미정! 아마 좀 걸리지 않을까?]-도경

┗[음... 형 그건 좀 에바 아닐까....?]

┗[맞아. 도경이 형 뭐, 어디 관광 다녀와요? 등산도 아니고 너무 쉽게 말하네.]

┗[도경 형! 솔직히 그거 아니다. 하나도 힘든데 3개씩이나.. 그럼 몇 년 동안은 미국에서 활동할 생각이라는 거잖아? 미국 활동 오래 할 생각이면 난 반대요! 반대합니다요! 어여 한국으로 돌아와.]

┗[11]

┗[222]

┗[3333333]

기자들이 아무리 연락해도 닿지 않던 도경.

그런 도경의 등장에 그의 팬들은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며 도경을 맞이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게시판 댓글 창은 스타와 팬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Q&A시간이 되어 버렸다.

팬들은 하나같이 도경이 언제 한국에 돌아올지 묻고 있었는데 도경의 돌아오는 답변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빌보드 음악, 미국 드라마, 할리우드 영화

동양인에게 있어 평생을 걸어도 이룰까 말까 한 분야들을 손쉽게 입에 담는 도경이 진심인가 싶었다.

“몇년...? 이것들이 아직 나를 잘 모르네.”

중얼.

하지만 도경은 진심이었다. 애초에 그 정도의 목표가 없었다면 아예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게 도경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은 무슨...]

┗[???]

[일 년이면 찍거든? 나 몰라? 박도경이야. 나 이젠 간다.]

┗[형!!! 가지마~아!]

┗[누구냐 형님 감정 상하게 한 사람이! 빨리 사과해라--!!]

┗[ㅋㅋㅋㅋ 됐어. 슬슬 일하러 갈련다. ㅂㅂ!]

┗[남는 게 시간이라고 아까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형 가지 마. 좀 더 이야기해.]

┗[시끄러. 쉬는 것도 일이야.]

끝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남기며 사라지는 도경. 네티즌들은 아쉬워하고 있을 때. 도경은 스마트폰을 자신이 눕고 있던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 위에 던지며 온몸을 비틀어가며 지루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툭!

“으아아!”

우드드득

“심심해-. 웨인 아직 멀었어요?”

“하하하! 좀이 쑤시는가 보군. 도경. 참으라고 그래도 이번에는 여유롭게 갔잖아.”

“여유는 무슨. 차라리 운전이라도 시켜줘요.”

“안된다고 도경. 면허도 없는 너에게 운전을 시킬 수 없지.”

“저번에는 시켜줬잖아요.”

“그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3명을 교대로 하루 종일 운전하는 건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냐. 우리”

“칫. 오히려 컨디션이 나빠질 것 같다고요.”

첫날과 달리 조금은 여유가 다음 콘서트장으로 이동하는 중인 도경 일행. 하지만 도경은 지루함에 치를 떨고 있었다.

‘그 자식들은 왜 갑자기 공연을 중지해서 난리야? 흐름 잘 타고 있었는데 말이야.’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마친 도경의 첫 공연 이후로 갑작스럽게 중지된 로시난테의 공연 일정. 그 때문에 모텔에서 나흘 동안 로시난테의 다음 콘서트 일정에 나오기까지 한참을 대기했던 도경으로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공연영상도 다 짜르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이야.”

투덜투덜.

사실 도경이 이렇게 쉴 새 없이 투덜거리면서 짜증을 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로시난테 콘서트에서 노래한 자신의 영상이 잘렸다는 것을 어제 알았기 때문이다.

보통은 저작권에 걸리더라도 홍보목적과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암묵적으로 허용해 주는데 도경의 영상은 그런 혜택을 볼 수 없었다. 도경이 화제를 얻으려고 하자 로시난테가 속한 슈퍼노바 레이블 측에서 손을 재빨리 쓴 것이었다.

“하하하. 그 정도로 도경 너에게서 위협을 느꼈다는 거지.”

“그래요. 도경 씨 좋게 생각하세요. 성공적인 무대였고 앞으로도 무대는 많이 남아있으니까 분명 사람들이 금방 알아줄 거에요. 그렇죠 사장님?”

“그럼. 귀가 썩지 않는 이상 도경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두가 알게 될 거다.”

“...두 사람 다 또 시작이다. 애처럼 다루지 말라니까요? 그거 되게 불쾌하거든요? 그냥 원래대로 대해요.”

“헤헤.”

“큼!”

잠깐 투덜거렸던 거뿐이지만 웨인과 토마스는 호들갑을 떨며 도경의 기분을 풀어주기 시작했는데 도경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과하게 애지중지한다고 해야 할까? 자신을 아이 다루듯이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에 도경은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도경이 뛰어난 무대를 펼친 후유증이랄까. 두 사람에게 도경의 위치가 너무나 격상한 나머지 웨인과 토마스의 행동이 버터를 먹은 듯이 느끼해져 버렸다.

“그래! 도경 심심하면 크리스틴이 전해준 대본이라도 읽는 게 어때?”

“그래요. 도경 씨. 투어 끝나면 바로 오디션 보러 가야 한다면서요. 짜투리 시간 이용해서 대본 공부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아. 그러고 보니 슬슬 크리스틴에게 대답을 들려줘야 했구나.”

힐끔.

침대 구석 너부러져 있는 책자. 그것을 보며 도경은 쓴웃음을 피어 올렸다. 오디션을 볼 4개의 작품 대본. 배역에 대한 대사. 오디션 설명과 규칙.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들이 희망 사항이 담겨있는 이 대본집들은 LA에서 플로리다까지 올라온 크리스틴이 도경에게 손수 건넨 대본 작품들이었다.

‘분명 재미있는 배역들을 물어오긴 했는데...’

피식.

확실히 배우를 고집하는 에이전트답게 수완이 좋다고 해야 할까? 보통 작품 비중이 적은 배역을 물어온 데 비해 크리스틴이 가져온 오디션 배역들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역을 택하는 감각 같은 것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디션 배역 이외에도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역들과 작품의 정보들을 모아 첨부한 서류들을 보면 그녀의 철저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마음에 드는 배역들이 없단 말이지.’

크리스틴의 일 처리와 능력은 완벽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리스틴이 가져온 배역들 중에 도경이 원하는 배역은 없었다.

『음악 클럽에 들어온 전학생』 - [Song]

『좀비가 창궐한 세상. 뛰어난 무력을 지닌 생존자』 - [Surviver]

『주인공들을 지독하게 쫓으며 목숨을 노리는 비정한 킬러.』 - [Running Time]

『판타지 세상. 공녀의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순애보를 품고 있는 암살자』 - [King's Row.]

‘하나같이 동양인. 무엇보다 단발성에 그칠 배역들이었지. 극의 중심을 흔들 만큼 영향력을 미칠 배역들이 아니야.’

도경이 원하는 것은 오직 딱 하나.

극의 흐름을 고조시키거나 변화시킬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배역이었다. 그런 면을 고려했을 때는 크리스틴이 가져온 배역은 도경의 입장에선 눈에 차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선 안 돼.”

중얼.

크리스틴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져온 것은 동양인의 배역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도경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미국 드라마와 영화의 중심은 서양인 중심의 스토리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동양인이라고 동양인 배역을 주구장창 찾다가는 한국에서 할리우드에 도전한 배우들이 실패했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리라 도경은 생각했다.

“작품에서 인종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설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데 말이야. 역시 밥그릇은 자기 스스로 챙겨야겠지.”

“응? 밥그릇?”

“그래요. 밥그릇! 토마스 지금 셀프 테이프 제작할 건데 나 좀 도와줄래요?”

“셀프 테이프? 여기서?”

찌뿌드드한 몸의 기지개를 한껏 켜며 도경은 지루함을 떨쳐버리고는 자신의 의욕을 돋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든 생각과 계획. 되든 안 되든 일단 시도는 해볼 가치는 있었다.

“네. 슬슬 만들어 봐야죠.”

너부러져 있는 대본집 중 하나를 집은 도경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배역이 나를 고르게 하면 된다.’

도경이 집은 한 개의 대본집의 이름은 [왕의 길:King's Row].

중세 판타지가 배경인 왕의 길을 걷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담긴 대서사시가 담긴 작품으로 도경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노리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뭐...? 다시 한번 말해봐.”

“그 녀석하고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그게 무슨...!”

영문을 알 수 없는 생각을 품은 것은 도경뿐만이 아니었나 모양이다.

다른 장소 다른 위치에 서 있는 남자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며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녀석하고 Full Moon을 부를 생각이야.”

“앤디...! 무슨 짓을 할 생각인 거야? 제발 제멋대로인 짓 좀 그만둬. 그냥 웨인 씨 일행들을 내버려 두란 말이야.”

“시끄러워 리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까. 그냥 그리 알아둬.”

“하! 3일 동안 떡이 되게 술을 마시더니 이제는 그 신인 뮤지션과 듀엣을 한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니, 앤디 언제까지 제멋대로 굴 거야. 제발 정신 좀 차려. 이대로라면 나도 이젠 너와 함께 못할지도 몰라. 알아들어?”

“......”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냉랭한 기류를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은 바로 로시난테의 두 형제였는데 리암은 현재 앤디를 향해 엄청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젠 한계야...!’

앤디가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리암이 그와 함께했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지닌 무대에 대한 프라이드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투어를 갑작스럽게 중지하고서는 말도 없이 자리를 비우고는 어디론가 다녀온 앤디가 3일 내리 술을 퍼마셔대는 것을 보며 리암으로서는 자신의 안에서 마지막을 지키고 있던 선이 끊어지는 것을 느끼었다.

“그래? 그럼 형의 잔소리는 이젠 이번이 마지막인 거네.”

“뭐라고...? 앤디! 너 지금 말 다 했어?”

덥석!

그런 리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앤디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자기 형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내뱉었고 항상 제멋대로인 동생의 행동을 참아왔던 리암은 그 말을 듣자마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쿵!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내뱉은 건지 알아!?”

“윽...”

앤디의 멱살을 붙잡고 강하게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리암.

그 행동에 앤디는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충격에 미간을 찌푸려야 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앤디는 리암의 행동에 의외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평소의 앤디라면 노발대발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게 정상인데 역시 형은 형이라는 걸까? 웬일로 앤디는 얌전했다.

“형. 이 손 놓지 놓자.”

툭! 툭!

“하? 앤디 너 지금 내가 장난 치는 거...”

“마지막인 거잖아?”

“...!”

멱살을 붙잡힌 상태로 리암의 손을 툭툭 건드리며 놔달라고 의사 표현을 하는 앤디. 그런 앤디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리암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앤디의 말에 리암은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라면 공연이나 준비하자. 형.”

기분 나쁠 정도로 가라앉은 앤디의 모습에 리암은 흠칫했다.

그저 웃고 있었다. 짜증에 가득 찬 표정을 짓거나 불같이 화를 내는 기색이 없이 그저 웃음을 띠는 앤디의 모습에 리암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 후에 각자 제 갈 길을 가면 돼.”

피식.

어딘가 힘이 빠진 그 웃음에 리암은 순간 직감해 버렸다.

7년간을 함께 해 왔던 자신과 동생의 로시난테는 이번으로써 정말로 마지막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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