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01화 (301/357)

301화

와아아아-!

[끝이다. 나중에는 내 콘서트에 보자고 짜식들아!]

하하하.

“후...! 넌 진짜 미친 녀석인 거 같아. 도경!”

“뭐가?”

“쯧. 너에게 뭘 바라겠냐. 나 먼저 무대에 내려갈 테니 적당히 하고 내려와라. 회식 있는 거 알지? 이번에도 운동한다고 내빼면 죽는다”

“오야.”

“쯧!”

무대에서 팔팔 뛰는 도경을 보며 앤디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질린 기색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3달이란 시간. 전력 질주하듯 브레이크 없이 마지막을 불태웠던 공연의 나날이었다.

‘괴물같은 놈...!’

초반에는 어울려 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체력이 딸려 오기와 악으로 버터야 했다. 즉흥으로 매사 다른 무대를 만들었고 모든 것을 쥐어짜는 도경의 공연은 정말 제정신 게 아니었다.

[내가 누구라고!?”]

카일! 카일! 카일!

[누구 때문에 이 무대가 불타올랐다?]

카일-!

[Yeah-! 그래 바로 이 몸이지! 마지막 리퀘스트 받을게. 이제는 다들 나가지도 않는구나. 쿠키 영상이 된 기분인걸?]

하하하!

“후후. 진짜 미친놈이라니까.”

게스트 주제에 콘서트의 주인보다 눈에 띄는 민폐 덩어리다. 미쳐도 제대로 미친 녀석.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오는 녀석에게 앤디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고 힘들었던 공연의 나날이었지만 하나하나가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해주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띠리링.

도경의 기타선율이 울린다. 그리고 저 뒤에 이어지는 도경의 노래에 사람들은 분명 열광할 것이었다. 공연의 주인인 자신이 무대에 내려갔는데도 지금 떠나지 않고 도경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만 명의 관객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음 콘서트는 힘들어 지겠네...”

앤디는 다음의 로시난테 콘서트 투어를 걱정했다. 이번의 무대를 맛본 자신의 팬들이 다음에도 이런 무대를 원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님에는 누구보다 앤디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부르르.

힐끔

“후... 일단 나도 운동부터 해야되겠어...”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후들거리는 자신의 두 다리를 바라보며 앤디는 다음 무대를 위해선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콘서트는 도경없이 공연을 해야 하는 앤디는 자신 홀로 콘서트를 꽉 채우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임을 이번 무대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

“자 오늘 하루 코가 비뚤어지게 먹어보자-!”

“건배!”

와아아!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펍(Pub). 콘서트 투어를 돌았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마지막 공연 투어의 끝맺음을 축하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을 이끌며 성황리에 끝난 투어에 무대를 준비했던 스태프들과 공연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가득 차 있었다.

“도경 씨. 정말 대단하네요. 설마 첫 방부터 이렇게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못 했습니다...”

“음? 뭐야 크리스틴? 별로 기쁘지 않은 것 같다? 좀 더 기뻐하라고? 자신이 맡은 연예인이 잭팟을 터트린 건데 말이야. 당신의 회사에 있는 그 재수 없는 동료가 배 아파하지 않아? 이름이 뭐더라? 슈거? 슈가? 설탕 덩어리 새끼 말이야.”

“베인더 씨말입니까? 당연히 그 인간이라면 배 아파하겠죠”

도경의 말에 크리스틴은 볼살을 푸들거리면서 분해하고 있을 슈가 베인저를 떠올리며 차가운 조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회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운 좋은 년이라고 이죽거리는데 그 이면에는 자신을 향한 부러움과 질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래.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그게...”

“응?”

“도경 씨가 떠버려도 너무 떠버렸지 않습니까.”

크리스틴의 말에 도경은 어이가 없었다. 에이전트로서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인이 뜨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크리스틴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가수로서 말입니다... 덕분에 회사에서 드라마 오디션은 때려치우고 새 앨범내라고 성화입니다. 저한테는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그런 거였어?”

피식.

크리스틴의 말에 도경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단박에 크리스틴의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이해했다.

“잘나가면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건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구나.”

“회사의 말이 마냥 틀린 것이 아닌 건 알지 않습니까? 지금 시기가 도경 씨가 뮤지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니까요.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그전까지 다양한 무대와 라디오에 얼굴을 비춰 인지도를 쌓는 게 정석이니까요. 그도 그럴 게...”

“빌보드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으니까?”

“그렇습니다.”

끄덕.

미국 전역에 있는 50여 개의 도시의 콘서트장을 돌았던 투어. 3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도경은 놀라운 결과를 이룩해 냈다.

[올해 눈여겨볼 싱어송라이터 카일!]

[아시안 컨트리 보이 빌보드 차트 입성하다!]

[동양인이 내놓은 컨트리 앨범에 컨트리 차트 뒤집혀 지다!]

[로시난테가 발견한 괴물 신인! 카일이란 뮤지션을 주목한다!]

콘서트 투어에서 도경과 앤디는 서로들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무대를 자주 가졌는데 그것이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샌가 이번 로시난테의 투어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자연스레 도경의 인지도를 정상으로 이끌어낸 결과를 가져왔는데 그야말로 놀라운 결과물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Full Moon」 -로시난테&카일 (1위)

도경과 로시난테의 앤디의 무대. 그리고 모건의 구속. 이 업계라는 게 참 이상한 것이 사건 사고가 오히려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 그러한 이득을 앤디와 도경은 겪고 있었다.

Full Moon의 주인인 한나의 죽음에 모건이 얽혀있다는 것이 세간에 밝혀지며 가쉽거리가 생기더니 앤디의 과거와 Full Moon이 다시 재조명되었고 이때다 싶어 앤디의 회사 쪽에서 도경과 앤디가 같이 녹음한 Full Moon을 디지털 싱글 앨범으로 발매하며 마케팅을 하며 빌보드 차트 1위란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Billboard Hot 100 Chart」

전 세계를 상대하는 대중음악의 거대한 광고판.

어떻게 되었든 간에 거기 맨 위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음악 업계에 엄청난 인지도를 얻는 것을 의미하는데 무명의 신인인 도경이 그곳에 이름을 올렸으니 엄청난 주목을 모으는 것은 당연하였다.

[낡은 컨트리뮤직 계에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앨범 「Country」!]

산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신선함과 매력적인 음색 앞엔 그게 그거 같은 낡은 코드 진행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컨트리 송의 틀을 따위는 장애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백인의 전유물인 컨트리 뮤직을 아시아인인 도경이 전곡 작곡·작사하며 낸 앨범 「Country」였다.

[아시아인이 만든 컨트리라...! 분하지만 좋잖아~!]

┗[컨트리가 이러니까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지.]

┗[놀랍네요. 진짜 아시아인 맞음? 교포 아니고 순수 아시아인이라고? 컨트리 정서를 완전히 꿰고 있는데?]

┗ [앨범 퀄러티 미쳤네. 간만에 명반 하나 나온 듯. 이거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냐?]

┗[난 팔씨름해서 앨범 있는데 부럽지?]

┗[???]

컨트리를 즐겨 듣는 본토인조차도 감탄할 정도의 완벽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컨트리 앨범. 그것이 아시아인 손에서 만들어진 사실에 음악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었는데 도경이 기록한 차트 기록은 더욱더 놀라웠다.

「Bad Blood」 - Kyle (3위)

“후...”

분명 대단한 일이고 에이전트로서 기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크리스틴은 순수히 기뻐할 수 없었다. 그녀의 꿈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운 대배우와 함께 에이전트로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앨범 전곡이 컨트리 장르 상위차트에 올라섰고, 타이틀 곡은 빌보드 핫 100 상위차트에 올랐어. 정말 말도 안 되고 그렇기에 대단한 일이야. 아쉽지만 놓아주는 수밖에... ’

크리스틴은 도경에게 작품을 물어다 주면서 그를 미국에서 배우로 육성할 생각이었건만 도경은 이미 뮤지션으로서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 버려 그녀의 계획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도경 씨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사실은 몇몇 아티스트들이 이미 도경 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일단은 추려봤는데 헤일리 사이러스, 조니 라보프, 데미 로바토...”

‘하나같이 쟁쟁한 뮤지션들...!’

빨라도 너무 빠른 러브콜이었지만 도경의 이룩한 결과를 본다면 그들의 반응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탑 클래스에 있는 아티스트들은 이런 거엔 기민하게 움직이니까.’

무명의 아시아인이 백인들의 음악인 컨트리 앨범으로 빌보드 상위차트에 올랐고 지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시난테의 Full Moon조차도 그가 편곡해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음반 업계와 아티스트들에게 쫙 퍼져나간 상태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도경 씨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과 일을 같이 할게 분명 해. 그야 이득인걸...!’

그리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드라마 조연보다는 유명한 뮤지션과 함께 일하는 것이 분명 더욱 좋은 기회이며 도경에게 더욱 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사실. 크리스틴은 도경의 선택을 예상하며 마음속으로 이미 정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 거절해.”

“네?”

“왜 놀라? 오디션은 봐야 할 것 아니야.”

씨익.

“어째서요!? 저 때문이라면 신경 안 쓰셔도...”

“뻔한 길은 재미 없잖아?”

“네?”

다만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크리스틴. 그녀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도경은 일반적인 상식과 제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물이 아닌 것이다.

“재밌게 가보자고 미국 전역에 있는 사람들 모두를 홀릴 수 있는 길을 말이야.”

“...!?”

---

HBA 드라마 기획실.

“후우우-! 날씨 한번 개 같아! 마음에 안들어... 마음에 안 든다고...!”

질겅질겅.

탁탁탁!

“Fuck!”

누가 봐도 맑고 화창한 날씨.

털북숭이에 배불뚝이인 한 중년인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세상 짜증 나는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부족해. 뭔가 부족하다고...! 팍! 하고 꽂히는 게 없어.”

중얼중얼.

누가 보면 제정신이 아닌 중년인의 모습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시선을 줄만 하련만 모두는 익숙하다는 듯이 중년인을 무시하며 각자의 일을 보고 있었다.

“감독님 또 왜 저래?”

“말 마라. 어제 드라마 망하는 꿈 꿨단다.”

“하아... 당분간 또 피곤해지겠구먼. 실력은 확실한 양반이 성격이 너무 괴팍하고 예민하단 말이야.”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감독님이 그만큼 [King’s Row] 작품에 애착을 두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왕좌의 길:King's Row.]

한 대륙을 지배하고 있던 국왕의 죽음 이후. 새로운 왕을 자처하며 왕좌를 차지하려는 5명의 영주의 비정한 전쟁을 다룬 대서사시가 담긴 판타지 King’s Row.

방대하고 디테일한 세계관과 탄탄한 스토리로 유명한 판타지 소설의 원작으로 현재 이 작품은 HBA 방송국에서 파일럿 드라마로 제작 준비 중이었는데 현재 그 중심의 감독 때문에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었다.

“야. 뭘 하든 적당한 게 좋은 거야. 저건 도를 넘어섰어!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맡았다고 해도 말이야. 주변 사람들은 신경 좀 쓰고 그래야지. 나 그제 있었던 미팅에 숨 막히는 줄 알았다니까?”

“아아. 그거요? 난리도 아니었다면서요? 엄청 쉬쉬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말 마라. 피의 악녀. 엘프 종족의 왕비로 맡게 될 여배우 에밀리아 씨 있잖아?”

“네. 한번 뵙는데 성격도 엄청 좋으신 분이더라구요. 친절하고 매너좋으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괜히 명배우로 뽑히시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 명배우 면전에다 감독이 당신은 미모의 엘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간단한 성형이라도 받아볼 생각 없냐 물어보더라 나머지는 CG로 최대한 커버 쳐준다면서 당당하게 말이야.”

“오우야... 이건 커버 못 쳐주겠다. 감독님 제대로 미치셨네요.”

“최악...”

그의 말에 모두가 창백한 표정으로 혀를 차고 말았다. 자존심 하나로 먹고사는 배우. 그것도 미모에 민간한 여배우에게 외모 지적을 하며 성형을 종용하는 감독이라니 그건 고소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래 저 양반 제정신이 아니야. 유명한 배우 모셔다 놓고 당신은 포스가 약하다니 임팩트가 없다. 존재감이 구리다 같은 말도 안 되는 말로 거의 인격 모독이나 다름없는 말들을 내뱉는데 중간에 말리지 않았으면 배우가 살인 저지르는 모습을 볼 뻔했다니까...”

부르르.

“정말 그랬다고요? 아니 그 배우들이 보통 자존심이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조용해요?”

“쉬쉬하는 거지. 트러블 일어나면 드라마 제작에 차질이 일까 봐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왜요? 모욕받은 배우들이 그런 걸 왜 신경 써주는데요?”

“죽여 준다고 하더라.”

“네?”

“시나리오 말이야.”

“워...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 자존심 하나로 먹는 배우들이 그런 모욕을 받고 참아요?”

“모르지. 나도 시놉시스와 설정 그리고 대본 일부분밖에 못 봤으니까 말이야.”

“아~. 궁금하다. 다들 대작이라고 하니까 더 궁금하잖아요.”

“어쩔 수 없지. 작품이 반전이 생명인 작품이다 보니 보안이 중요해.”

“쯧! 금고 털어버릴까 보다.”

“아서라 잘리기 싫으면...!”

시나리오가 끝내준다는 말. 그 말 한마디에 보조 조연출 남성은 궁금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왕좌의 길 시나리오 완성본은 HBA 방송국 깊숙한 곳에 놓여 있는 금고에 모셔져 있는 상태였기에 그의 궁금증을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어이! 잡담 그만하고 여기 좀 와봐.”

“응? 테일러? 왜 그래? 뭐 문제 있어?”

“어. 좀 재미있는 오디션 참가자가 있어서 말이야.”

“재미있는 참가자?”

“뭔데? 재밌는 건 같이 봐야지.”

어수선한 대화의 분위기 속. 조그마한 모니터로 조용히 한 영상을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가 혀를 차며 자신의 동료를 불러 모았다.

“오우. 몸 봐라? 미쳤네.”

“히야...!”

“아니 몸보다 연기를 봐야지. 지금 연기 장난 아닌 거 안보이냐? 햐-! 눈빛이 실시간으로 휙휙 바뀌네. 목소리 톤도 그렇고 말이야. 독하게 연구했나 본데? 대체 이런 걸 몇 가지 버전을 준비한 거야? 영상길이 많이 남았는데?”

“이대로 1시간 20분 쭉.”

“1시간 20분!?””

꿀꺽.

“미쳤네...”

“독한 놈이야. 테스트 대사 이외에도 원작 책 속에 나오는 대사로 오디션 비디오를 구성했더라고.”

“아니. 잠깐만! 그런데 이거 캐스팅 구하는 역할과 다른 거 아니야? 제목에 적혀있는 배역과는 전혀 다른 대사인데?”

“야! 그게 문제냐? 연기가 죽여 주잖아. 이 정도면 어디 배역에 가져다 둬도 본전이상 뽑아!”

“그건, 그렇지...”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오디션 비디오.

질이 아닌 양으로 대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명의 캐스팅 디렉터들이 한 화면에서 떠나지 못하고 눈을 고정하는 것을 보면 필시 그런 단순한 오디션 영상은 아니었다.

“독보적이다. 다른 것도 뛰어나지만 눈빛은 제대로 미쳤어. 계속 나도 모르게 사로잡혀.”

“그렇지? 배경이 안 보이지?”

“어. 배경이 바뀌는 것도 시간 지나서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녹화하는 영상은 하루 이틀로 제작한 게 아닌지 녹화배경이 수시로 산만하게 바뀌고 있었는데 희한한 건 영상에 나오는 배우의 연기를 본 캐스팅 디렉터들이 하나같이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대단한 일이었다.

배경이 바뀌었음에도 그 배우가 펼치고 있는 연기의 긴장도와 집중력이 그런 위화감마저도 삼킬 정도로 밀도 높은 것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짝!

“대단하네. 뭐, 고민할 필요 없이 합격 아니야? 이런 인재라면 일단은 뽑아야지.”

“아니. 나도 그걸 몰라서 너희들을 불렀겠냐?”

“뭐, 문제 있어?”

“이 자식 또라이야.”

“또라이?”

처음 자신들을 불러 모았던 동료의 말에 다른 캐스팅 디렉터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배역의 대사를 가져와 오디션을 본 지원자를 어떻게 처우를 내릴지 고민해서 부른 줄 알았더니 다른 이유가 있는 듯싶다.

“이거 봐봐.”

툭툭 딸칵!

우웅.

“..!?”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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