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06화 (306/357)

306화

[도경! 미국 드라마 왕좌의 길 주연 캐스팅 되다!]

미국 드라마의 주연을 꿰찼다는 도경의 소식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 발매한 첫 앨범이 빌보드 차트에 오른 것도 놀라운데 그와 동시에 미국 드라마 주연을 꿰찼다는 도경의 소식은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역시 도경 성님이시다! 미국 가자마자 뒤집으시네.]

┗[오버 좀 하지 마셈. 드라마 출연하는 걸 가지고 뭘 뒤집음?]

┗[첫 미국 앨범이 빌보드 3위 했고 컨트리 장르 차트엔 1위 했다. 뭘 얼마나 더 해야 인정하실?]

┗[국뽕도 좀 더껏 치라는 거지. 솔까 로시난테 콘서트 오프닝 게스트가 박도경 힘으로 했겠냐? 리아 크라테 인맥 발로된 거겠지. 주연이라고 해도 드라마에서 그저 그런 역할일걸? 이런 거 하루 이틀이냐?]

┗[ㅇㅈ 요즘 박도경 우상화 너무 지겹더라. 뭐만 하면 갓도경이라 호들갑 떠는데 진짜 JY 마케팅은 알아줘야 하는 듯.]

┗[ㅋㅋㅋㅋ 병신들 마케팅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 데뷔한 지 2년 차에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린 애가 우리나라에 지성준 말고 누구 있냐? 그리고 신인인 지성준 빌보드 올린 게 박도경 노래거든? 이런 애를 갓이라고 붙이지 그런 누굴 갓이라고 하냐?]

┗[네~ 자발적 노예 개, 돼지 새끼 커밍아웃이요 ㅋㅋㅋㅋㅋ ]

“크크크! 연예인 빠는 한심한 새끼들.”

너무나도 도경이 떠버린 것이었을 까? 예전에는 단순히 놀라움을 금치 못하거나 즐거워했던 사람들의 반응이 이제는 좋은 쪽 나쁜 쪽 가리지 않고 극성을 달리고 있었는데 갓도경이라 치켜세우는 사람들과 무작정 도경을 까내려 가는 사람들의 등장하면서 도경의 관련된 글에 감정적인 댓글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타다닥.

[진짜 TOP.10 Project에서 돈 뿌린 효과 오지는 듯. 솔직히 그때부터 박도경 찬양하는 사람들 양산되었는데 진짜 이미지 세탁 잘하는 듯 제갈공명은 부랄을 탁! 치고 갑니다.]

┗[이미지 세탁? 박도경 뭔 문제 있었어요?]

┗[ㅋㅋㅋ PD 폭행한 것부터 시작해 위아래 없고 계집질로 유명하잖아. 전에 드림걸즈 오디션에서 친동생 소희랑 영상 통화하다가 라틴녀 문란하게 즐기는 모습도 걸렸음. 리아 그라테도 그런 식으로 엮인거 같고... 여튼 박도경 안 보이는 곳에서 되게 헤프게 노는 스타일인 듯.]

┗[ㅇㅇ 그런 듯요. 지인이 이쪽 업계에 일하는데 듣기로는 곡 주는 애들한테 찍접 거리기로 유명하다더라.]

┗[지인 빨 카더라는 누가 말 못 하냐? PD 폭행 건은 PD가 먼저 갑질하고 손찌검을 해서 벌어진 일이고 덕분에 MBN하고 음악방송 출연 안 한다며 박도경이 선언하며 책임졌잖아. 그리고 박도경이 무슨 아이돌이야? 다 큰 성인이 만나서 남녀끼리 즐길 수도 있는 거지 헤프긴 개뿔! ㅋㅋㅋ 그냥 부럽다면 부럽다고 해라 얼토당토않은 인성으로 까지 말고]

┗[실드 단단하네 ㅎㅎ 아니 땐 굴뚝에 소문나나?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것도 아니고 딱 보면 견적 나오지 않냐?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인데 인성이 괜찮을 리 없잖아.]

┗[사람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하더니 딱 님이 그런 듯.]

┗[ㅇㅇ 그런 듯. 똥을 된장이라고 믿고 싶은 널 보니 알 것 같네 ㅋㅋㅋㅋ]

씨익.

“응~. 오져 버렸지. 이런 것 때문에 댓글 쓰는 걸 관둘 수가 없다니까?”

밑에 자신의 글에 부들거리는 댓글들을 중점으로 읽던 사내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도경에 단 자신의 악플에 호응하는 사랑과 부정하는 사람들의 싸움들을 지켜보면서 손가락을 몇 번 놀린 거 가지고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에 알 수 없는 통쾌함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잘난 척하는 딴따라 새끼가 뭐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 난리들인지 한심한 새끼들. 정치에나 관심 좀 가지고 살아라.”

후루룩.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라면을 먹는 남성의 인상은 악플을 단 것 치고는 다소 평범했다.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것처럼 음침하거나 뚱뚱하지 않았고 어디서나 볼법한 30대 남성으로 번듯한 직업까지 가지고 있는 청년이었다.

“흐음. 자기 전 마지막으로 손가락 놀려볼까?”

타다닥~!

하지만 그가 키보드를 퉁기며 쏘아내는 활자들은 번듯한 것들이 아니었다.

[이젠 두유노우 도경 유행하겠네... 국뽕 한 사발에 또 시끌벅적해지겠다 ㅋㅋㅋ 아~ 개 부럽노. 보면 그냥 형님 동생하며 의리 놀이하는 가오잡는 양아치 스타일인데 인생 씹평타치 치네. 군대도 적당히 둘러대면서 공익이나 면제로 빠질 거고 인생 개 불공평 하네 ㅋㅋㅋ 여기 박도경한테 처맞으면서 빵셔틀 한 새끼 없냐? 좀 찔러 봐라. 태클 한 번은 걸어줘라.]

탁!

“에휴~. 설거지나 하러 가야겠다.”

장난으로 포장한 자연스럽고 적절한 비아냥이 이루어진 글.

무의식적으로 그냥 넘길 수도 글이지만 적절한 어그로와 자극적인 단어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끔 질투를 자극하는 내용까지 속 안에 끈적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동조하고 싶어지는 글이어서 어느새 그의 댓글에 장난 반, 진심 반 동조하는 글들이 한둘씩 달리기 시작한다.

“흥흥~!”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그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이 먹은 그릇들을 설거지하며 깨끗이 뒷정리하는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엔 도경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썼다는 양심의 가책 같은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악플은 그에게 있어 담배나 술 같은 종류의 기호식품에 불과했기 떄문 이었다.

“흐아암~!”

짧은 시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스트레스와 욕망을 배출해내는 행위에 죄책을 가질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컴퓨터의 전원을 내리며 침대에 들어가 숙면을 들어서는 지금의 남성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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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소리소문없는 악의가 한창 몸을 불리고 있는 시점 도경과 맥클라우드 감독은 현재 한 흑인 노인에게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다.

“맥 자네가 말해보게. 나랑 상의도 없이 동양인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다니 지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게 아니라 작가님...”

“맥 자네에게 아주 실망했네!”

“......”

마음에 안 들면 불도저처럼 들이받는 천하의 맥 클라우드 감독이 한 왜소한 흑인 노인에게 쩔쩔매고 있었다.

“아나긴의 역할을 확실한 흑인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내가 의견을 냈을 때는 소설설정을 들먹이고 흑과 백을 나누는 것처럼 보여서 분란 거리가 될 수가 있다고 들먹이면서 차선책으로 피부톤이 백인과 흡사한 물라토(흑백혼혈)인 스캇을 골라놓고 이제는 감히 동양인 따위를 아나긴으로 내세워? 지금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건가?”

“작가님.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이 녀석 연기를 보시면...”

“됐어! 연기고 뭐고 난 동양인 따위가 아나긴을 맡는 것을 찬성 못 하네. 작품 엎어지기 싫으면 저 녀석을 쫓아내는 게 좋을 거야.”

“그런...!”

‘동양인을 싫어하는 눈치이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반대할 줄이야...!’

맥 클라우드 감독은 예상치 못한 난간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작품을 엎을 거라고 말하는 노인의 말이 단순히 위협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든 작가님! 도대체 동양인을 이렇게까지 싫어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생각 없이 이 배우를 아나긴으로 내세운 게 아니라는 건 작가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감독의 선택과 권한을 무시하는 노인의 행태에 화낼 법도 했지만, 맥 클라우드 감독은 저자세를 유지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노인을 설득하려 최선을 다하였다.

눈 앞에 있는 노인은 자신의 20대 청춘에 왕좌의 길이란 최고의 걸작을 선물해준 왕좌의 길의 작가 『라이언 고든』 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인 놈 자체가 싫다! 앞에선 웃으며 뒤에선 음흉한 그 족속들이 혐오스러워. 더군다나 그 악착같은 한국인이라니 끔찍하기 짝이 없어. 조연은 몰라도 아나긴은 절대로 안 돼!”

“설마 왕좌의 길 작가가 대놓고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때려 붓다니 골 때리네...!”

중얼.

“동양인 놈!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인게냐?”

하지만 도경은 그가 얼마나 훌륭한 작가인지 알기도 전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삐딱하게 다리를 꼬고 아니꼽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다짜고짜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쏟아붓는 라이언 고든이란 노인이 갑갑했기 때문이다.

“피부색에 제약을 받지 않는 카이언인을 만들었으며 인종차별이라니... 영감님이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저 노인이 자신을 저리 싫어하며 아나긴을 맡을 것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정말로 한국인이라는 이유 단 하나였기에 도경으로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것도 왕좌의 길의 작가가 말이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야.’

왕좌의 길에서 종족에 대한 차별과 정체성에서 방황하며 괴로워했던 아나긴이란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가 설마 저리 인종차별주의자일 줄이야.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뭐, 뭐? 감히 지금 나에게 비아냥대는 거냐? 하긴 너희 족속들은 그렇지. 자신의 이득에 반하면 얼굴 싹 바뀌는 지독한 족속들이니 말이야. 특히 너와 같은 한인들은 더욱이 말이야.”

“하, 예전에 한국인하고 뭐 안 좋은 일 있었습니까?”

“네 녀석은 알 거 없다!”

“...!”

해외여행을 다년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도경은 인종차별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저렇게까지 개인적으로 동양인을 혐오하며 깊게 증오하는 사람은 라이언 고든이 처음이었다.

‘저 정도면 분명 무언가 있는 건데...! 백인이 아닌 동양인. 그것도 한인에게 분노를 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자신의 앞에 있는 연세의 흑인이라면 시대상 배경으로 온갖 차별을 일삼았던 백인에게 증오를 품는 데 동양인에게 증오를 품다니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도경은 고든이란 저 노인은 분명 한인과 관련해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음을 확신했다.

“영감님! 당신이 한국인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음?”

“난 아나긴을 꼭 맡아야겠습니다.”

“뭐, 뭐라고!?”

“아나긴을 맡아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영감님. 당신의 작품의 아나긴을 나 이상으로 보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나는 자신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감독님?”

“마, 맞습니다! 작가님! 이 녀석 건방져 보여도 연기 하나는 진짜배기입니다. 정말 아나긴 그 자체라 말입니다. 이 녀석의 연기를 본다면 작가님도 생각이 분명 바뀌실...”

“닥쳐!”

쿵!!!

예상치 못한 복병에 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 하지만 도경은 망설이지 않고 고든을 향해 정면승부를 걸었다.

우물쭈물하면 할수록 이런 일은 더욱더 힘들어지는 종류의 것이라는 알기에 도경은 옆에 있는 맥 클라우드 감독의 힘까지 빌렸지만 고든 작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어림도 없다! 이 역겨운 놈아! 너 같은 놈이 내 아나긴을 연기한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어!”

쩌렁쩌렁!

“자, 작가님...?”

“아나긴은 원래 차별받던 흑인을 위해 만든 캐릭터였다! 그조차도 백인 편집자 놈의 수작 때문에 화이트 워싱 당했지만, 차별을 받던 우리와 똑같은 상황 속에 고뇌하며 많은 목소리를 던졌던 나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다. 그런데 네놈이 연기한다고? 미국에서 스리슬쩍 들어와 뻔뻔하게 사는 네놈들이 연기할 캐릭터가 아니다!”

“...!”

‘하는 말들이 다 엉망진창이야...!’

백인을 미워하는 것인지 동양인을 미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엉망진창인 대답이었지만 덕분에 도경은 고든이 동양인에게 지닌 감정의 골이 생각 이상으로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너와 같은 더러운 한국인은 더욱이 안돼...!”

“이쯤 되면 이유나 알고 욕 좀 먹읍시다. 대체 뭐 때문에 그리 한국인을 미워하는 겁니까?”

“너희가, 너희 한국인에게...!”

도경의 영문모를 눈빛을 바라보며 고든은 26년 전의 오랜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하며 힘겹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내 제자를 잃었다.”

“...!”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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