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화
딩동!
“응? 고든 작가님?”
고든 작가가 증발한 당일의 깊은 밤. 한 통의 문자가 맥 클라우드 감독 곁으로 도착했다. 문자를 보낸 인물은 하루종일 연락이 두절 되었던 고든 작가. 맥 클라우드 감독은 서둘러 문자를 확인하였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얼굴을 일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시는 건가?”
[생각해 보았네만 역시 연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 약조한 대로 원래대로 스캇에게 그 배역을 돌려주도록 해주길 바라네.]
도경의 출현을 불허한다는 고든 작가의 한 통의 문자.
맥 클라우드 감독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그는 서둘러 고든 작가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더 속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문자를 받고 말았다.
[작가님 억지이십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연기였습니다. 제대로 연기를 보시지 않고 현장을 떠나시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 이건 너무한 처사 아닙니까!?]
[티저를 촬영하는 기간동안 연기를 보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 녀석도 그리 약조했고 말이야. 나는 그 약속대로 연기하는 것을 보았고 내가 그리는 아나긴과 다르다고 판단한 걸세.]
[작가님... 아직 티저 촬영 첫날입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봐주시지요. 제가 내일 댁으로 찾아갈 테니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십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나. 내 마음은 이미 확고하니 시간 낭비하지 마세나. 당분간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니 아마 연락은 되지 않을걸세.]
[작가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이런 일방적인 통보라니 납득할수 없습니다.]
답장을 보내도 아무 반응이 없자 맥 클라우 감독은 황급히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말한 대로 정말로 연락을 받지 않기로 작정했는지 고든 작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
“하... 자리를 떠났던 이유가 정말로 카일 그 녀석이 말한 대로 회피였군.”
첫 촬영이었지만 맥 클라우드 감독은 내심 확신했었다. 아무리 고든 작가가 동양인에 대해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현장에서 도경이 펼친 연기와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다면 결국에는 도경을 아난긴 배역으로 캐스팅하는 것을 납득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고든 작가가 촬영 현장에 일찍 떠난 것은 고심을 하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라고 좋게 생각했건만 사실은 도경이 예상한 지금 보이는 그대로의 상황이었다.
“개인의 한계는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건가...”
중얼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고든 작가 한 사람이 지닌 개인의 한계.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연 또한 알기에 맥 클라우드 감독은 굳이 고든 작가를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이해관계, 인종, 성별, 투자 문제 등. 이러한 일은 작품을 만들면서 감독으로서 많이 겪어 보았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며 상생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지금 같은 경우도 그런 케이스라는 것을 맥 클라우드 감독은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법이 없다...”
중얼.
도경의 실력, 고든 작가의 성품에 기대었지만,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 맥 클라우드 감독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며 어디론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이미 나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소식을 도경에게 전달하도록 해야했다.
Rrrr! Rrrr!
“후...”
‘미안한 일이 되겠어.’
역시 사람이 사는 현실 세상은 동화책과 달리 노력한다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따스한 세상이 아니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들이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이유로 뒤집히기도 하고,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인 것이었다.
딸칵.
“나다.”
---
“......”
제목:왕좌의 길 티저 영상(테마곡은 미정)
작가님 희망하시는 대로 티저 촬영을 재촬영하였습니다. 여기 영상을 첨부하오니 확인하시면 연락해주십시오.
[첨부 영상]
영상(1)-스캇 드바로
영상(2)-카일
*추신
마지막을 앞두고 혹시나 해서 두 가지 버전의 영상을 첨부하오니 만에하나 마음이 바뀌었다면 부담가지지 마시고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마음이 바뀐다면 말인가... 미련이 철철 넘치는 글이야.”
일방적인 통보를 내리고 나서 5일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
“후...”
엊저녁께 도착한 문자는 고든 작가를 괴롭게 만드는 중이었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퀭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고든 작가의 모습이 그것을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왜지?’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었다. 도경을 쫓아내고 아나긴의 배역을 스캇에게 주었으며 메일로 온 재촬영본 영상까지 모두 확인한 지 오래이건만 확정답장을 지금까지 보내지 않고 있었다.
“왜 망설이는 거지...?”
중얼
자신의 최종결정만 남은 상황. 걸릴 것이 없음에도 고든 작가는 지금 망설이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죄책감인가? 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니야. 이 부글거리는 감정은...’
파르르.
“욕심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떠오르는 인물.
그 인물의 정체는 그가 끔직이도 싫어하던 한국인인 도경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결정을 앞둔 시점에 그 존재는 고든 작가의 번뇌가 되어 그를 시달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 녀석이 연기하는 아나긴을 보고 싶다고?”
‘그 녀석이 연기하는 아나긴을 보고 싶다...!’
긍정과 부정. 상반되는 감정의 부딪힘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괴로워하며 고든 작가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그 한국인을 아니긴으로 쓰고 싶어 하다니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촬영장을 가는 게 아니었어...”
자신의 아나긴을 가지고 세상이니 뭐니 허황되고 건방진 소리를 한 것에 대해서 비웃음과 모욕을 주기 위해 수락했던 내기였고 발걸음을 옮겼던 촬영장이었다. 하지만 고든 작가는 지금 그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게 아니었단 말이다...”
촬영장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을 보고 말았다.
비웃음과 모욕을 주기는커녕 본인이 도망치듯 촬영장을 벗어날 정도로 엄청난 것을 봐버렸다.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아.”
『아나긴』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가 완벽한 모습으로 현실에서 살아 숨 쉬며 움직이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것은 고든 그가 살아온 인생 중에서 충격적이었고 전율적인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고든 작가는 하나의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보고 싶다...!’
힐끔.
도경이 연기한 아나긴을 보고 싶다. 그 강력한 유혹에 고든 작가는 클릭하지 않았던 하나의 첨부 영상을 바라보았다.
『영상(2)-카일』
“...”
슥
우뚝!
일부러 보지 않았던 티저영상. 굳이 볼 필요도 없다며 애써 무시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로 보지 않았던 영상. 그것을 바라보며 고든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려던 손을 멈추고는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보면 뭘 어쩌자고? 쓸데없는 짓 하지 말자. 굳이 그 녀석이 아니어도 괜찮다.’
재촬영한 티저 영상에 불만은 없었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왕좌의 길에 출연하는 주연 캐릭터들의 배경 상황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캐릭터 매력들을 섬세하게 연출한 완성도 높은 영상미는 맥 클라우드 감독이 왕좌의 길에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있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미치겠군.”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감사의 헌정이 아닌 나지막한 욕설이었다. 누가 봐도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영상이었지만 고든 작가 본인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닌 아나긴이 문제였다.
티저 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나긴을 연기한 스캇의 연기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비주얼적으로도 연기력과 존재감도 나쁘지 않았건만 촬영 현장에서 본 도경이 연기한 아나긴과 비교하면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작품을 내가 더럽혀야 하는 상황이라니.”
도경이 아닌 스캇에게 아나긴 배역을 넘기는 것은 고든 작가 그 스스로가 자기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이며 행동이었고 모두가 납득하지 못하는 부조리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흑인이라고 많은 불이익과 부조리를 당하고 싸워왔던 고든 작가로선 그 선택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고든 작가는 차라리 도경의 연기를 보지 않았어야 했다. 결과물을 보지 않은 상태로 도경의 캐스팅을 반대했다면 찜찜은 했어도 지금처럼 자기혐오 같은 괴로운 감정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뭐 하는 거지? 난... 나는...!”
꾸욱.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왕좌의 길 티저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이틀이 남은 시점 이젠 더는 답장을 미룰 수 없었다.
[답장이 늦어 미안합니다.
감독의 뜻은 알겠지만... 역시 재촬영 본으로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툭툭..툭!
무거운 표정으로 손에 쥔 스마트폰을 천천히 두드리는 한 글자, 한 글자 고든 작가는 맥 클라우드 감독에게 짧은 답문을 완성했다. 긴 고민 끝에 나온 답변치고는 허무하기 그지없는 짧은 내용이었으나 그 짧은 글을 쓰기 위한 고든 작가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여보 무슨 일 있어요? 거기서 뭐 해요?”
“음. 당신 안 자고 있었소?”
“잠깐 깼는데 당신이 없어서요. 늦은 시간에 거기서 혼자 뭐 하고 있어요?”
문자의 답신을 보내기 전 자신이 작성한 내용을 확인하고 있던 고든 작가의 곁으로 그의 아내인 앨리스가 눈꺼풀을 비비며 다가왔다.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는 자신의 남편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응? 문자?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 이 늦은 시간에 문자 보낼 곳이 어딨다고..”
“아니, 별 것도...”
툭!
띠링!
“아...!”
“여보?”
갸웃.
“...”
자신의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앨리스의 시선에 당황한 고든 작가는 폰을 움직이다 문자 메시지 전송 버튼을 실수로 누르고 말았는데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고든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 단말마를 내뱉고 말았다.
“여보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허허허. 아무것도...”
“네?”
자신의 부인 앨리스의 물음에도 고든 작가는 말없이 그저 실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망설이며 힘겹게 썼던 문자가 이리 어이없게 보내졌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심정을 느끼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니라오...”
---
“그래. 안됐다고?”
“네...”
“하하. 역시 역부족이었나 보네. 그래도 뜸 들이길래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고든 작가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일. 하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니었다. 쓴웃음을 짓고 있는 도경과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크리스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도경 씨...”
크리스틴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고객인 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내색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크리스틴은 도경이 상심이 클 거라 생각했다.
‘상심이 클 텐데 어쩌지? 차라리 그때 감독의 권유를 말렸어야 했어.’
고든 작가가 스캇에게 아나긴의 배역을 주기를 요구했을 때. 맥 클라우드 감독은 도경에게 일단 티터 촬영을 끝마치자고 권유하였었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서 고든 작가를 같이 설득해보자고 했던 것이지만 크리스틴 지금 그 권유를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도경 씨라면 될 수 있을 거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았어. 말렸어야 했는데 이건 내 실책이야.’
크리스틴은 자신의 실책을 깨달으며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에이전트로서 도경을 대신해 손익을 계산했어야 했는데 그의 연기라면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에 도경에게 큰 박탈감과 프라이드에 상처를 주는 일을 겪게 하고 말았다.
신인 주제에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경은 그만큼 대우받아야 할 연기와 열정을 선보였다고 크리스틴은 생각했다. 지금처럼 스페어타이어 갈아 끼우듯 푸대접을 받을 배우가 절대로 아니라고 말이다.
부글부글.
전화로 받을 때까지는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부글거리는 감정에 크리스틴은 결국 참던 화를 터트리고 말았다.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
“뭐야? 크리스틴 지금 화내는 거야?”
항상 침착하고 인텔리한 느낌을 유지하던 크리스틴이 화를 터트리는 것을 보며 도경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크리스틴은 화를 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화내지 안냅니까? 도경 씨도 괜찮다는 듯한 표정 때려치우고 차라리 화를 내세요! 희망 고문도 정도껏 이지. 이틀 전에 답을 알려주는 심보는 뭡니까. 이건 정말 경우가 아니에요!”
희망 고문도 정도껏 이었다. 지금까지 답이 없던 고든을 기다리며 얼마나 초조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희망에 기대었던가. 화를 내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었다. 그것도 정당치 못한 사사로운 이유로 배역을 얻지 못한 것을 알기에 크리스틴은 더욱더 분통을 터트렸다.
“하하하.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맥 클라우드 감독님은 날 마음에 들어 했잖아. 인맥 쌓았다고 생각하지.”
“언제부터 그리 성격이 좋아지셨습니까? 됐고 고든 작가님은 잘못된 선택을 한 겁니다. 언젠가 내 배우를 찬 걸 기필코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음, 내 배우?”
“네?”
“크리스틴 이제 결정한 거야? 내 전속 에이전트가 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말. 도경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틴을 향해 자신의 전속 에이전트가 될 거냐고 물어왔고 크리스틴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무, 무슨 말씀을 한국어를 오랜만에 쓰다 보니 말이 헛나왔습니다. 저를 전속 에이전트로 고용하시기엔 아직 멀었습니다.”
“비싸게 굴기는 다 넘어온 것 같은데? 아직 멀었다는 것은 결국 한다는 의미 아냐?”
“윽, 그건...!”
“하하하! 맥 클라우드 감독님도 그렇고 크리스틴 너도 그렇고 그래도 이번 촬영으로 얻은 게 꽤 많네.”
“...정말 괜찮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고든 작가나 맥 클라우드 감독과 이야기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스캇이 맡았던 『롭 라즐리온』 배역이 공석이지 않습니까. 잘 교섭하기만 한다면...”
“됐어. 연락 안 받겠다고 시골까지 내려간 양반이야.”
농담도 잠시 시원하게 웃음 짓는 도경을 보며 크리스틴은 조심스레 도경을 향해 물었다.
도경의 모양새를 보니 마음 정리를 하는 듯싶은데 혹시나 마음이 있다면 최대한 힘써볼 생각이었지만 도경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한 답변이었다.
“그 꼬장한 노인네 만날 바엔 더러워서 안 하고 말지. 안 그래? 그리고 설마 내가 남이 먹다 뱉은 배역 주워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크리스틴은 정말 내가 그러길 원해?”
“혹시나 해서 그냥 말이라도 꺼내 봤습니다. 너무 아쉬워서 말이죠.”
“하하하.”
조금은 볼멘 목소리로 툴툴거리는 크리스틴의 모습에 도경은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를 다독였다.
처음에 만났을 때 느낀 거지만 차갑게 생긴 인상과 달리 감정표현이 아이처럼 솔직하게 드러내는 면이 있는 그녀를 보면 저 성격으로 어떻게 남을 쓰러트리고 경쟁해서 올라서는 엘리트의 자리에 올라왔는지 신기할 나름이었다.
‘덕분에 리액션이 보는 재미가 있지.’
피식.
“너무 아쉬워하지 마. 혹시 알아? 하늘이 도울지?”
“네? 무슨 말 말입니까?”
“왜 그런 말이 있잖아?”
궁금한 눈빛을 보내는 크리스틴을 향해 도경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향해 검지를 추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이야.”
“...?”
---
Rrrrrr-! Rrrrrrrrr-!
“음?”
도경이 태평하게 그지없는 말을 내뱉은 이틀 뒤.
책상 위에 놓여있는 맥 클라우드 감독의 스마트폰 벨 소리가 성나게 울리고 있었다. 맥 클라우드 감독은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고든 작가의 이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시지?”
마지막 결정을 전달하고 깜깜무소식이었던 그가 12시 자정 늦은 시간에 자신에게 전화가 오다니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네. 고든 작가님.]
[자네! 지금 이게 무슨 짓인가!]
[네? 그게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무슨 일 있으십니까...?]
[무슨 일 있냐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작가님. 진정하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 좀 해주십시오. 저도 상황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성나도 너무나 성난 목소리.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든 작가의 음성에 맥 클라우드 감독이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정 늦은 시간에 전화 와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분노를 터트리는 고든 작가의 행동에 영문을 알 수 없는 까닭이었다.
[왜! 그 녀석이 TV에 나오는 거냐 말일세! 정말 지금 뭐가 어찌 되는지 몰라서 묻는거야!?]
[네? 도대체가...]
[왕좌의 길 티저 영상에 왜 그 카일이란 놈이 뜨는 거야?]
[네!!?]
스마트폰 수화기 너머 터져 나오는 고든 작가의 고함 소리. 맥 클라우드 감독은 고든 작가의 말을 들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