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화
【연예계[S]가십】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에도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스타가 있죠?
이분은 이미지와 달리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하지만 방송이 떴다 하면 큰 화제와 시청률을 낳으며 방송가에서는 이분을 섭외하기를 소원으로 꼽는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저희 [S]스타 가십에서 이분을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음? 현진 씨. 누구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요? 그 정도로 대단한 스타입니까?”
“그럼요! 대단하죠. 연예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계시는 분이니까요. 바로 박도경 씨입니다!”
“네!? 정말로요?”
연예인들의 소식과 작품 근황. 연예계 전반의 가십을 다루는 『연예계[S]가십』에서 요즘 들어 많은 관심과 화제가 주목되고 있는 도경의 인터뷰를 따왔다는 것에 패널들 모두 놀라운 눈빛으로 메인 MC를 바라보았다.
“방송 출현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스타잖아요. 웬일로 저희 스타 가십에...”
“창혁 씨. 우리 스타[S]가십이 뭐가 어때서요?”
“아니. 민경 씨. 그런 의미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방송가에서 도경 씨가 워낙에 방송에 출연하는 걸 거부하기로 유명하잖습니까.”
“하긴 가수로 데뷔하자마자 공중파 음악방송과 예능 출현에 보이콧을 선언했으니까요. 그 이후로는 자신의 소극장을 운영하며 인터넷 실시간 방송플랫폼인 S-live에 출현하는 독자노선을 택했죠. 그 이야기를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 신인이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그러니까요. 개설한 얼마 안 됐는데 벌써 S-live에 구독자 수가 700만에 육박 한다고 합니다.”
“아, 저도 소극장 구독자에요! 진짜 재밌거든요 한번 보시길 추천해요!”
“그래요? 그게 그리 재밌어요?”
“네! 소극장 원맨쇼라고 할까?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스탠딩 코미디도 하는데 관객들하고 이벤트도 많이 벌여서 하나같이 진짜 재밌어요.”
“이런 소현 양도 알고 보니까 도경 씨 팬이었군요. 전혀 눈치 재지 못했었네요.”
“헤헤헤.”
시끌시끌.
도경이 오늘 자기네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에 패널과 게스트들이 활기를 띠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도경 씨 이야기가 나오니까 시끌벅적해지네요.”
제약이 많은 방송가에서 독자노선을 걸으면서도 큰 성공을 거둔 도경은 연예인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의 인물. 게다가 방송 활동을 원체 하지 않기로 유명해 그를 직접 본 사람은 주변에서도 보기 힘들었기에 방송 패널 모두가 이리 들떠 있었다.
“당연하죠. 이 친구 방송에서 보기 힘든 거로 아주 유명하잖아요. 누가 인터뷰 따왔나요?”
“하하. 부러움의 주인공은 바로 승완 씨입니다. 감사하게도 방송을 위해 엊그제 미국에 한걸음에 달려가 인터뷰 해주셨는데요. 저 또한 도경 씨에 대해서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는 어떤 느낌인지 몰라 아주 궁금합니다. 승완 씨 어땠습니까? 실제로 본 박도경 씨는?”
메인 MC의 깔끔한 진행에 리포터석에서 조용히 앉아 미소를 띠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받았다.
“네. 도경 씨에 대해서 소문이 정말 많죠. 특히 방송가에서는 유독 기가 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도경 씨를 마주하니 소문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미국에서 도경을 인터뷰했던 것을 떠올리며 승완 리포터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일단 함께 보시죠!”
큰 스크린이 검은 화면으로 전환되며 이내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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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궁금함으로 가득한 왕좌의 길. 드라마 현장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도경을 기다리는 승완 리포터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들 스타[S]가십팀이 2시간이나 약속시간에 늦었다는 나레이션을 들어 덩달아 긴장했지만 이내 웃음을 한껏 머금으면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도경의 모습에 그런 긴장감을 풀어낼 수 있었다.
“이야~ 고맙게도 시원 싹싹하게 맞이해주네요.”
“그러게. 촬영 중에 나온 건데 짜증 하나 안 내네. 듣던 거보다 까칠하지 않은데?”
“그거 선입견이라니까요? 도경 오빠가 얼마나 성격 좋은데요. 소극장 보면 알 수있어요.”
“후배한테 오빠? 소현 양 너무 사심이 드러난다.”
“앗! 이거 음소거 해주세요.”
하하하.
스타[S]가십 팀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도경을 바라보면서 인터뷰 영상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소를 지었다. 짜증을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인터뷰 내내 미소를 지으며 격식 차리지 않고 인터뷰를 응해주는 도경이 고마울 정도였다.
Q.미국의 명배우로 소문난 로빈 행크스 씨와의 연기가 화제입니다. 촬영 때 긴장하지 않았나요?
[긴장할 게 뭐가 있겠어요? 로빈 행크스 씨가 오스카를 수상했다 하더라도 저도 연기대상 수상자잖아요?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고요. 그 덕분에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던 계기가 되어 이후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더 좋은 연기가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모두들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미국과 한국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미국이 확실히 촬영현장 환경이 좋더라고요. 꿈의 직장이랄까? 임꺽정 촬영 때 스태프들이 분위기 좋아서 생각도 못 하고 눈치 못 챘었는데 한국의 촬영현장은 정말 열악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스태프들에게 좀 더 잘해 줄 거란 생각과 노조는 중요한 거라고 알 수 있었습니다.]
Q.빌보드 상위 차트에 들었는데 뮤지션으로서 자리 잡아야 할 때. 갑자기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유가 있나요?
[귀를 사로잡았으니까 이번엔 눈을 사로잡고 싶어서 드라마에 도전했습니다. 그 두 가지를 사로잡은 뒤에 제대로 날뛸 생각입니다.]
Q.날뛴다고요? 무엇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스타가 되어야죠. 전 세기의 스타가 될 생각입니다.]
“...!”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과감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하는 도경의 인터뷰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었다. 특히나 세기의 스타가 될 거라고 말하며 눈빛을 반짝이는 도경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린아이가 슈퍼맨이 되고 싶다며 망토를 두르는 천진난만함 있는 한편 목표를 이루겠다는 어른이 지닌 특유의 야망과 집념을 같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기의 스타라니. 잘도 저런 말을 스스로 하네요. 정말 독특한 친구예요.”
“개인적으로 앞에서 저렇게 시원하게 말하는 게 보기 좋네요. 앞에서 겸손 떨고 뒤에서 다르게 노는 친구들보다는 저게 훨씬 낫죠.”
“현진 씨 그거 MC로서 좀 위험한 발언 아니에요?”
“이런 저도 좀 들떴었나 보네요. 도경 씨를 보니까 이상하게 들뜨게 돼요. 피가 끓어오른다고 할까?”
“아, 뭔지 알 거 같아요.”
톱스타도 아니고 세기의 스타란다. 너무나 거창하기 짝이 없는 목표는 현실감이 떨어져 허세 부린다고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이 당연한데 도경이 말하면 이상하게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칠 것 없는 특유의 젊은 에너지가 있죠.”
“맞아요. 보기만 해도 덩달아 젊어지는 기분이랄까? 그런 기운이 있어요”
영상 속에서 미국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에도 주눅 들지 않고 주변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도경을 보면서 두 중년인 MC들은 그저 부러움과 동경을 품을 뿐이었다.
저런 에너지는 안전을 추구하는 자신들에게 있어 가지고 싶다고 해도 쉬이 가질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요즘 저렇게 꿈을 위해 당당하게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 없는데 말이야. 나보다 어린데 멋있다고 생각이 드네.”
“구현 씨가 웬일입니까?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
“부러워서 그러지. 이런 말이라도 하게 해줘. 조금은 솔직해지고 싶으니까.”
“그거, 참 씁쓸한 말이네요.”
씨익.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언제부터인가 감정에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힘들어지는 중년인의 비애, 웃음 짓고 있지만, 어딘가 회한이 가득한 웃음. 그저 해줄 수 있는 것은 같이 이해해주고 웃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소주 한잔?”
“콜 입니다.”
방송에서 조금은 부적절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하지만 아무도 그 둘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안전을 버리고 꿈을 향해 도전을 택하는 도경이 세계로 나가 그 중심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그 모습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조금 전 자신들의 나누었던 오디오도 편집에서 제거될 것이겠지. 조금은 서글프지만 두 중년은 심기일전하면 화면에 비추는 도경을 향해 집중했다. 환하게 비추는 도경. 너무나 환한 모습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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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S가십에 드러난 퍼펙트 P맨! 도경 미국에서 새로운 별명 얻다!
도경 그는 완벽한 미친놈!]
연예가[S]가십에서 나온 왕좌의 길과 도경의 소식. 그것은 다른 기사로도 양산되며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50분짜리 프로그램. 보통 한 연예인을 다루는데 평균 5분에서 내외를 소모하는 프로그램에서 절반에 가까운 20분이나 비중을 둬서 다뤘던 도경 편은 연예 시사프로그램임에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우리 또도. 거기서도 또라이구나...]
[ㅋㅋㅋ 진짜 일관성 있다니까. 변하지 않는 모습 응원한다. 한국의 똘기가 뭔지 보여줘라!]
[어딜 가든 화제의 중심이네. 근데 도대체 영어는 언제 배운 거야? 엑센트 조졌다.]
[한국이 좁다는 말을 증명하는구나. 로빈 행크스한테 쫄지 않는 클라스 오졌다.]
[립 서비스가 아니라 스태프들이 진짜 도경을 배우로 존중해 주는 게 보임. 개 뿌듯하다.]
[이제는 존경스러워질 정도다. 진짜 난놈은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를 보면서 느낌.]
[드라마 흥해라! 내일 밤 11시 본방 대기 중!]
화제가 된 대에는 도경의 인터뷰 동영상도 한몫했지만 가장 화제를 이끌었던 부분은 왕좌의 길 드라마에 촬영현장 영상에 있던 도경의 모습이었다. 촬영감독과 스태프 그리고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도경을 정말로 좋아 해주고 존중해주는 모습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작품에 출현한 한국 유명 배우들이 곁다리로서 소모품처럼 소모되는 것을 자주 봤던 사람들은 해외작품에 출연하는 한국인에 대해서 냉소적일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보이는 도경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제대로 보여줘!』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대한민국의 한국은 대한이란 말이 무색하게 무의식적으로 미국에게 열등감과 동경을 품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증명하고 뛰어넘고 싶어 하는 갈증 같은 욕망이 있었다.
그렇기에 도경이 제대로 보여주길 알게 모르게 염원했다. 그리고 그 염원에 보답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기에 다들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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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도경에게 모이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가 사람들의 숨소리를 죽이는 중이었다.
“아나긴. 왜 넌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는 거지?”
“시끄러...”
푸른 빛을 품은 눈을 한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피투성이가 되어 처절한 상태로 무릎을 꿇은 한 남자. 그는 믿을 수 없게도 윈터플 영지에서 악몽이라 불리며 카이언인들에게 공포였던 흑기사 아나긴이었다.
“왜 형제들을 배신하는 길을 걷는 거냐?”
저벅저벅.
“시끄럽다고 했잖아... 누가 너희 같은 버리지들 하고 형제라는 거냐.”
“구제불능이군.”
검을 바닥에 박아놓은 채로 검에 의지하며 숨을 헐떡이는 아나긴의 모습에선 모두를 떨게 만들었던 흑기사 아나긴이란 그의 위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흑기사란 지위는 그리 가치 있던 것이더냐?”
“...!”
“닥쳐...”
아나긴을 그런 처참한 몰골을 만든 자는 광기의 물든 조롱의 미소를 지으며 아나긴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음을 던지었다.
“죄 없는 어린아이를 벨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이냐 말이다.”
“그 입 닥쳐!”
휘이익!
“닥쳐야 할 것은 너다.”
푸욱!
가까워진 거리.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남자를 보며 아나긴이 분노에 가득 찬 소리를 내지르며 검을 그에게 찔러 들어갔지만 검을 통해 전해지는 것은 허공을 가르는 감각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끔찍한 통증에 그는 고통에 찬 단말마를 내뱉었다.
“컥!”
“내 이름은 롭 라즐리온.”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의 가슴에 틀어박히는 검을 붙잡은 아나긴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의 이름을 밝힌 사내를 바라보았다.
“너희의 죄를 벌하기 위해 죽음을 딛고 일어선 복수의 화신이다.”
화르륵.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울 것 같은 푸른색의 귀화를 두 눈에 품은 복수의 화신을 바라보며 아나긴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