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24화 (324/357)

324화

[드라마의 왕좌를 걷는다. 압도적인 데뷔와 함께 역대 최고 첫 방송 시청률 달성!]

[명품 드라마란 이런 것이다. ‘왕좌의 길’ 미국의 힘을 보여 주다.]

[첫 회부터 13%! 금요일 드라마 시청률의 왕은 정해졌다.]

[미국 내에서도 ‘왕좌의 길’ 호평! 대박을 터트리는 도경 이펙트! 미국 드라마 판에서도 터질 것인가?]

케이블 채널 그것도 첫 방영에 13% 시청률의 기록은 명실상부한 대박을 알리는 골든벨의 벨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도경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박도경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흑기사 아나긴의 숨 막히는 존재감으로 한국에 돌아오다!]

[도전과 성공의 아이콘!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불패 신화!]

[브랜드 파워 1위 달성 박도경! 21세기 만능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탄생!]

독립영화로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을 시작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맡아 대박 아이돌을 탄생시키고 대형 콘서트를 무료로 개최해 돌연 미국 진출을 선언.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명 록 밴드인 로시난테와 전미 투어를 통해 빌보드 상위 차트를 석권한 도경이 이제는 미국 드라마까지 대박을 터트릴 기미를 보였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행보에 연예계 관계자들은 경이로움을 표현하며 도경에 대해 칭송에 가까운 기사와 칼럼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밤 11시 드라마가 첫 방 13% 실화냐? 다들 잠 안 잤음?]

┗[ㅋㅋㅋ 그런가 봄. 회사에 나왔는데 다들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들 나누고 있음.]

┗[저 다음 주 시험인데 망했음요. ㅠㅠ 다음 주 금요일 부모님 몰래 3, 4화도 볼 계획.]

┗[난 다음 주 훈련소 간다... 탈영각? 개 불행하다.]

┗[꺼져 붕신아. 나는 여자친구랑 싸우고 톡 보내고 기다리는 와중 드라마 봤다가 답장 못 해서 이별 통고받았다. 내가 더 불행함. 인정?]

┗[미친 ㅋㅋㅋㅋ 박도경이 이렇게 여러 인생 망치는구나.]

13%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왕좌의 길은 호평 그 자체였다. 방대한 스케일과 서사가 담겨있는 스토리도 물론 그것을 시각화하고 영상으로 만드는 섬세한 디테일과 압도적인 퀄리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감탄과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박도경 이번에 완전 다른 이미지던데? 그런 차가운 연기가 가능할지 몰랐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랄까? 지대로 멋있더라.]

┗[맞아요! 음악도 그러더니 연기도 스펙트럼이 넓은 거 같아요. 아이들에게 검 휘두르는 장면에서 숨 멎는 줄. 로빈 행크스한테도 포스가 밀리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게 뿌듯하네요.]

┗[저도 그 장면 보면서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을 터트리면서도 행동으로 절제하는 게 다 보이더라고요. 진짜 다시 봤어요. 시원시원하게 터트렸던 평소 연기했던 것들하고는 다른 연기랄까?]

┗[도대체 박도경 영어는 어디서 배웠을까요? 영어 발음 죽이던데 섹시하게 들림.]

┗[도경 오피셜로는 3년 동안 배낭 여행 다닐 때 여자 꾀려고 배웠다던데 얼핏 듣기로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말도 할 줄 안다고 하더라고요.]

┗[진짜면 토익에 목숨 건 내가 비참해지는 말인데... ㅠㅠ 난 일평 남짓한 독서실에 처박혀있는데 박도경은 해외 돌아다니면서 미인들하고 영어 독학하네. 개 부럽다. 나도 배낭여행이나 갈까?]

┗[꿈 깨셈. 도경이니까 가능한 거고 솔직히 여자 꾄다고 저 정도로 영어 구사하는 게 말이 됨?]

┗[맞아요. 듣기로 박도경 암기력 장난 아니래요. 임꺽정 때 대본 책이 항상 새것처럼 깨끗하다고 유명하데요.]

┗[대본 책이 깨끗한 거랑 암기력하고 무슨 상관?]

┗[한번 읽고 바로 다 외운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새 책 같다는 것 같은데?]

┗[ㅎㄷㄷ]

완성도 높은 작품 속에 각자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 그것은 마치 화려한 꽃과도 같아 많은 사람에게 눈도장을 찍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역시 도경이 연기하고 있는 흑기사 아나긴이었다.

미국에서는 동양인의 생소한 카리스마와 강한 존재감에 신선함을 느끼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미국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인정받고 있는 도경이란 스타의 존재에 희열감을 느끼며 왕좌의 길의 아나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경아 드라마 대박 터트리고 할리우드로 가자! 한국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 보여줘!]

┗[아니...! 좀 말이 이상하다? 박도경 배우가 아니라 가수거든? 할리우드보다는 새 앨범 내줘야지. 솔직히 드라마 좋긴한데 다음 미국 앨범준비 생각하면 에바긴 함.]

┗[딴따라는 그래봤자 딴다라란 말을 몰라? 딴따라는 배우를 절대 못 이김. 개인적으로 도경은 배우로서 세계적으로 꽃 피워야 한다고 생각해. 솔까 가수보다는 연기자에 가깝고 제대로 뜬 것도 임꺽정하고 어게인으로 제대로 떴잖아. 세상에 연기대상 받은 가수가 어디 있냐?]

┗[뭔 소리? 연기대상이야 운하고 타이밍이 맞아서 방송에서 화제성을 노려서 준 거지. 도경의 진짜배기는 가수로서 능력이다. 어게인도 음악의 힘이 컸고 말이야. 게다가 빌보드 상위 차트를 동양인이 컨트리 장르로 꿰찼는데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지? 연기자에 가깝다는 말은 그야말로 신박한 개소리 ㅋㅋㅋ 그리고 한국에서의 딴따라랑 미국에서 노는 딴따라랑 같은 줄 아냐? 노래 한 곡 저작권으로 3대가 먹고 사는 나라가 미국이다.]

┗[단기적인 가수보다 장기적으로는 배우가 좋죠. 그것도 할리우드에 활약하는 배우가 된다면 더욱 더요. 솔직히 전 도경이 많은 작품으로 보여줬으면 좋겠음.]

┗[아니거든? 도경이 여는 소극장하고 콘서트 가면 그런 소리 절대 못 할 텐데 너 한 번도 직접 눈앞에서 도경의 노래 들어본 적 없지?]

┗[ㅇㄱㄹㅇ ㅂㅂㅂㄱ ㅃㅂㅋㅌ!]

┗[젊은 척 하는 아재 스멜~]

┗[ㅆㅂ...]

다른 분야를 이것저것 건드리는 만능형 엔터테인먼트라 불리는 연예인들은 많았지만, 실상은 이도 저도 특출날 것 없는 올라운더 형의 좋은 밸런스가 전부인 허울뿐인 수식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도경은 달랐다.

연기, 예능 각 분야마다 최고를 찍고 있는 도경은 정말로 모든 게 톱(Top)을 찍는 만능형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각 분야에서 도경에게 반한 사람들이 도경의 정체성 가지고 갑론을박을 벌이기까지 하는 상황.

너무나 특출나도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니 도경이 딱 그 짝이었다. 사실 이렇게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없음에도 웃긴 것은 이 주제로 곳곳에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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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수냐? 배우냐? 재미있는 현상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닉?”

“흥! 알게 뭐냐? 그 녀석 따위...”

“왜 신기하잖나. 사람들이 진지하게 가수다 배우다 가지고 싸울 만한 존재가 몇이나 될 거 같은가?”

“몰라. 그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는 알고 싶지 않아.”

“하하하. 뭐 이리 그리 싸늘한 태도를 보이나? 누가 보면 닉 자네가 카일에게 원수를 진줄 알겠어.”

기술의 힘을 빌려 도경에 대한 코멘트를 읽고 있던 로빈은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매니저 닉에게 빌렸던 태블릿을 건네며 좀 전에 일었던 재미난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지만, 닉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원수 덩어리나 마찬가지지! 로빈 넌 웃음이 나오냐? 그 녀석 때문에 네 체면이 다 구겨졌잖다고”

로빈의 웃음소리에 울컥한 닉이 로빈을 향해 화를 냈다. 닉에게 있어 로빈은 특별한 존재다.

서로 부딪힐 때도 많았지만 그 누구보다 위하는 친구였고 최고의 배우이자 자기 인생의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의 자부심에 흠집이 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 건방진 동양인 녀석! 감히 재촬영을 요청해?’

미국과 한국에서 호평받고 있는 아나긴과 베르닉 영주의 지하 감옥에의 씬은 사실 한 큐에 촬영에 성공한 것이 아닌 여러 번의 리테이크를 통해 완성된 씬이었다.

“참, 이 친구야. 체면이랄게 뭐가 있나? 배우가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는 건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잖나. 아직도 그걸 마음에 두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군.”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거야?”

사실 한 번에 촬영을 끝내지 않았다는 것은 이 바닥에서 절대로 불만을 품을 일은 아니었다. 한 씬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수십 번을 찍는 것이 작품을 위한 촬영현장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닉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정말로 닉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있었다.

“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네게 재촬영을 여러 차례 요구했단 말이야! 그걸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닉. 이미 지나간 일이야. 그걸 왜 미련하게 담아두고 있나. 사실 그리 큰일도 아니잖나. 그저 재미있는 헤프닝이었어.”

“재밌다고? 일방적으로 우리만 손해를 봤는데? 젠장, 너도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묻지 않으려 했는데 도저히 안 물어볼 수가 없다. 왜 그랬어?”

“뭐가 말이야?”

차라리 NG가 났거나, 촬영한 장면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이해라도 해볼 텐데 도경과 로빈 두 사람이 펼친 연기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나올 만큼 완벽했고 감독조차 흥분하며 OK이 사인을 보내올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경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금 전 열연했던 장면을 다시 재촬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여러 차례나 말이다. 그것은 닉에게 있어 자존심이 상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녀석의 재촬영 요구를 들어준 거냐고?”

사실 이 일에는 로빈의 책임이 컸었다. 그가 도경의 요구를 거부했으면 이루어질 리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만족했고 감독조차 OK 했던 촬영을 신인이 다시 뒤집고 재촬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말이나 돼? 네가 있는 앞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새파란 신인이 재촬영을 요구한다는 게? 도대체 왜 그런 요구를 받아준 거냔 말이야. 네게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로빈 너도 잘 알고 있었잖아.”

미국인들은 무의식적으로 능력과 힘 싸움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며 그 싸움을 감지하는 감각이 잘 발달한 족속들이다.

도경이 한 재촬영 요구는 로빈에게 있어 능력과 힘을 겨뤄보자는 결투장 같은 것이었고 그 상황에 로빈이 도경이 건넨 결투장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도경의 가치는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 터인 로빈이 도경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닉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그 녀석이 어떻게 불리는지 알아? Perfect P Man이란다. 그때 네가 무시했었으면 그런 호칭이 염두나 낫겠냔 말이야?”

“닉 자네 말이 맞아. 사실 내가 그 요구를 거절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겠지.”

“그래. 그뿐이냐? 스태프들한테 비호감으로 찍혀서 고생 좀 했을걸?”

“그랬을테지.”

끄덕.

만약 로빈이 무시했었으면 도경의 요구는 무산되었을 것이고 도경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주제도 모르는 건방진 동양인으로 남아 비호감으로 찍혔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로빈은 도경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여 도경의 가치를 상승시켜 주었다.

『무리한 요구를 받아줄 정도로 로빈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배우.』

‘Perfect P Man’ 그것은 로빈이 도경에게 만들어준 훈장이나 다름없었기에 닉이 이리 속상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물어보자. 대체 왜 그런 거야?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왜 받아들였냐고.”

“꼭 들어야겠나?”

“그래! 발 뻗고 시원하게 자려면 들어야겠다.”

“후회할 텐데...”

“군말 말고 대답해.”

흥분을 애써 가라앉힌 닉은 로빈에게 물었지만 로빈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선뜻 하지는 못하였다. 자신의 친구가 그 대답을 듣는다면 더욱더 속에서 천 불이 일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닉은 물러서지 않았고 로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하고 싶어서 그랬네.”

“뭔 소리야? 계속하고 싶다니 도대체 뭘 계속하고 싶어?”

“내가 그 청년하고 연기를 계속하고 싶었다는 걸세.”

“그 놈이랑?”

“그래”

끄덕!

“야!”

버럭!

너무나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을까? 닉은 로빈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내 그 말을 이해하고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소리 지르고 말았다.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 배신 때리는 거야!?”

굳이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었지만, 닉은 로빈을 향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배신감에 가득 찬 찬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애인을 다른 연놈에게 빼앗긴 것과 같은 모습이어서 로빈은 그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뿐이었다.

“배신이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리고 내가 말했잖나. 들으면 후회할 거라고 말이야.”

“이익...!”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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