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화
왕좌의 길 4번째 에피소드 이번 또한 좋은 호평을 얻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호응을 얻어내었다. 그중에서도 3명의 젊은 남배우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칼럼들과 기사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아서 파이크의 아픈 성장통을 보여주는 잭 스미스의 섬세한 연기표현. 조바심을 두지 않고 찬찬히 존재감을 띠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성장은 주목할 만 하다.]
[복수심 속에서 피어오르는 끈끈한 전우애! 롭 라즐리온의 거친 카리스마를 완벽재현한 스캇 드바로 연기의 재평가!]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운 유형의 완벽한 몸매를 보여준 것처럼 이질적이지만 새로우며 자연스럽고 독특하다! 카일이란 동양인이 표현한 아나긴의 존재에 대한 전격 분석!]
[커뮤니티 사이에서 반응이 심상치 않다. 3인 3색의 주연으로 여심을 사로잡기 시작하는 왕좌의 길!]
이번 에피소드는 까놓고 말해 3인의 젊은 주연을 통해서 남자들의 남심와 여성들의 여심을 한껏 자극하는 에피소드였다.
친구를 잃고 상심하는 아서 파이크는 자신의 아버지와 크게 반목하며 그것을 계기로 현실을 마주하게 되어 아픈 성장통을 치르는데 자신을 구해줬던 레오나에게 위로를 받은 아서는 사랑과 책임감을 동시에 깨닫게 되며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나긴은 자애로운 분위기를 띤 신비한 노파 오올라프를 통해 아이처럼 다뤄지는 모습에 알 수 없는 모성애를 자극하였고, 왕좌의 길 긴박한 긴장감과 위기감을 가져다주는 블루문의 수장 롭 라즐리온은 불타오르는 복수심 가운데 자신 종족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생각하는 대의적인 인물로 끈끈한 전우애를 끌어내는 진정한 리더로서 남심을 설레게 하였다.
소년으로서의 순수한 성장, 강함이란 껍질이 벗겨지고 드러난 연약함,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동료애를 보여준 리더십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요소들은 시청자들에게서 작품이 아닌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내기 시작하며 다양한 반응들을 보이게 만들었다.
【미국】
┖[캐릭터들의 묘사가 절묘하지 않나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이네요.]
┖[아서랑 아나긴 두 캐릭터 케미 좋지 않아? 일반적인 친구관계인 줄 알았는데 아나긴의 죽음을 부정하는 모습이 딱 친형을 잃어버리는 느낌이더라.]
┖[훈훈한 형제애는 진리! 그것도 동서양의 조합이면 핡! 둘중 누굴 골라야 하나? 여러분들은 누가 타입임?]
┖[ㅋㅋㅋ 윗분 뭐임? 고르자면 저는 아서가 끌리네요! 뭔가 응원하고 싶은 오라가 있다랄까? 순수한 소년미가 설레게 하더라고요. 레이나 바라보는 눈빛 봤어요? 심장 떨려 죽는줄.]
┖[저도 거기서 설렜는데 ㅠㅠ 하지만 제 원픽은 아나긴! 상처 입은 아이처럼 위태한 느낌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노파가 아나긴에게 쉬라면서 쓰담 하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제 맴이 미어짐.]
┖[맞아요. 진짜 그 장면 베스트 명장면 같아요. 섹시한 몸 보고 야한 기분이 안 든 건 그게 처음.]
┖[몸 이야기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아나긴 몸 진짜 섹시하지 않아요? 과하지 않고 맵시 있는 이쁜 근육이랄까? 몸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어떻게 그런 근육을 만들었는지 처음 보는 유형의 근육에 황홀했음.]
┖[맞아요. 슬림한데 뭔가 마냥 선이 얇지 않음. 인위적이지도 않고 자연적인 근육같아서 뭔가 계속 보게 되는 몸. 동양인 남자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음.]
┖[아나긴이 이리 인기 많았나? 몸 좋은 건 인정하지만 내 개취는 스캇 드바로! 완전 짐승남 몸이던데 보자마자 달아오름. 남친이 눈치챌까 봐 조마조마했음.]
┖[그 정도는 애교지. 난 남친 몸 보고 침대에서 현타왔다. 드라마 보기 두렵다.]
┖[ㅋㅋㅋㅋ 완전 공감함. 매주 금요일마다 눈 정화하는데 남친 보고 다시 눈 버림.]
┖[윗분들 넘하시네. 남친들 의문의 1패 ㅠㅠ]
에피소드 단 한편 이었지만 낯선 댓글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품의 스케일과 액션을 감상하며 감탄했던 남자들의 코멘트가 대부분이었던 평상시와 달리 이제는 수다스러운 여성들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브로맨스를 연출한 장면과 캐릭터들의 의외성이 담겨있는 면모를 함께 연출하며 은근슬쩍 집어넣었던 노출들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심야의 제왕! 왕좌의 길 시청률 16.9% 달성. 20%까지 코앞 Jtbn 신의 한 수에 함박웃음 짓다.]
[한국에 상경한 미드 왕좌의 길 신드롬!]
[도경 완벽한 몸매 드러내 미국의 여심을 사로 잡다!]
[2030의 우상! 워너비 스타 넘버 원은 박도경!]
┖[이번 편도 개꿀잼이네요.]
┖[아나긴 죽는 줄 알고 개 놀랬다. 이대로 하차당하는가 싶어서. 담편 안 나왔으면 드라마 안 보려 그랬다.]
┖[저도 식겁했는데 다행히 도경행님 살아나셔서 개쩌는 몸 선보이심. ㅠㅠ]
┖[아니 임꺽정 때부터 생각했는데 박도경 도대체 무슨 운동 하는 거냐? 실전 근육이라고 해야 하나? 전보다 근육질이 더 발달함. 헬스장 다닌다는 썰은 없는데 대체 저런 몸 어디서 만듦?]
┖[예전 스타앱에서 맨몸운동을 한다고 밝히긴 함.]
┖[맨몸운동으로 저런 몸을 만들 수 있나요? 진짜 몸 이쁘게 만들었던데 약 쓴건가?]
┖[ㄴㄴ 헬스갤러리에서 말들이 많았는데 그냥 골격비례랑 근육질이 타고난 거라는 말들이 많더라. 쭉쭉 빵빵 알지? 남자도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가야 하는데 박도경이 그런 경우래. 자연스럽게 근육질이 골고루 발달해 보여서 이뻐 보이는 거래. 링크 참조함.]
┖[아무리 타고나도 엔간한 운동량으로 저렇게 골고루 발달 안 될걸?]
┖[그건 당연하지. 박도경 잘 놀고 방탕해 보이지만 상당히 바른 체육인으로 추정은 된다고 함.]
┖[바른 체육인 ㅋㅋㅋ 진짜 파도 파도 정체를 알 수 없네. 클럽에도 꽤 놀러 다녔다고 친구한테 들었는데 바른 체육인이라니.]
┖[님. 썰은 믿는 거 아니에요. 도경 스타그램 보면 지인들하고 술집은 다녀도 클럽 다닌 사진은 거의 없음. 소극장 열고 나서부터는 그나마 가던 술집도 안 가더라 전부 카페 사진이나 밥집뿐이었고 미국에서도 그대로임. 다만 소극장 안 하는 만큼 가라오케 있는 펍에 자주 가는 것 같더라. 매일 노래 안 부르면 좀이 쑤신 듯 스태프들 끌고 가는 것 가던데 개웃긴 사진들 개 많음 ㅋㅋ]
┖[그거 박도경의 루틴 같은 거예요. 자기는 노래 연습 안 한다고 소극장에서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가 자기는 노래가 일상이라 노래 연습할 필요가 한다고 했음. 첨엔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멘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ㄷㄷ]
┖[이거 진짜 레알. 혜화역 술집에서 봤는데 자신은 의미없는 사인 같은 거 안 한다면서 대신 노래 불러주겠다고 하더니 리퀘스트 받고 노래 불러주더라. 한 3곡 정도 불렀나? 그리고 지인들하고 술 마시고 나감.]
┖[ㅗㅜㅑ 인생 존나 멋있게 사네 개 부럽다.]
┖[갓또도 아님. 인생이 판타지임.]
한국에서도 또한 왕좌의 길이 뜨거운 인기를 업고 있지만, 더 뜨거운 것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도경에 대한 인기였다.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람 냄새를 풍기며 멋지게 성공하는 그의 삶을 남자로서 동경하는 것이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직접 그 말을 현실로 실천하고 이루어내는 사람은 드문 것을 그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나 꿈으로 가득 찬 20대와 이루고 싶은 게 많은 30대 남성으로서는 시원하게 지르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루어가는 도경이 빛나 보일 것이었다.
[어쩌면 도경이란 같은 세대에 태어난 게 어쩌면 행운일지도 몰라요.]
* * *
[잠실 종합운동장]
“같은 세대에 태어난 게 행운일지도라니……!”
중얼
“역시 형은 대단하네.”
대기실로 보이는 방안에서 한 청년이 흡족하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감탄아닌 감탄을 내뱉었다.
“음 성준아 뭐 읽어?”
“그냥 도경이 형 기사랑 댓글들 읽고 있어요.”
“와… 질린다. 질려! 자기 팬들이 다는 댓글은 잘 읽지도 않으면서 도경이 형 댓글들은 다 챙겨 보냐? 요즘 왕좌의 길 주연하고 케미 터진다면서 브로맨스 훈훈하다는 말들 많던데 진짜배기는 너다 너.”
“후후. 그런가요?”
대기실에서 도경의 댓글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던 남자는 오랜만에 등장한 Gohigh 리더 지성준이었다. 현재 성준은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고 한국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두고 있었다.
“내가 아는 형바보는 네가 세계 최강일걸?”
성준의 웃음을 보고 있던 기타리스트 정태준이 질린 표정을 혀를 내둘렀다.
“네. 저 형바보 맞아요.”
“니 썸녀가 불쌍하다. 그, 얘는 너 이러는 거 아냐? 톡도, 연락도 기본 몇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사실은 박도경때문이란걸 말이야.”
“이건 그냥 잠깐 저만 보는 거잖아요. 연락하는 것은 서로 시간이 나야 하는 거니까 못하는 거죠.”
“아니. 보통은 시간을 내거나 그 잠깐에 연락하는 거라고. 너처럼 형한테 연락하거나 형 기사를 확인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요즘은 드라마 챙겨 보느라 잠도 늦게 잔다며?”
“헤헤. 진짜 우리 형 멋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미진이는 친구지 썸타는 사이 아니거든요? 형에게 연락하는 것도 다 곡 작업을 위한 거고요.”
“네가 만나서 밥 먹고 영화관까지 가는 여자가 누가 있었냐? 어휴! 앓느니 죽지.”
언제 봐도 저 해바라기같이 한결같은 형 사랑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음악적인 활동 이외에는 철저한 자기관리의 삶을 사며 쿨시크로 도도한 녀석이 도경에 관한 일이라면 저렇게 해맑게 바보 웃음을 짓는데 볼 때마다 평상시 모습과 갭이 커서 속으로 놀래곤 한다. 그리고 곡 작업을 위해서 도경에게 연락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봤을 땐 연락하기 위해 곡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진이라는 애가 어떤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살인건 확실하네. 어떻게 저런 놈을 참아 주냐?’
훈훈한 브로맨스에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성준에게 다가왔던 썸녀들은 모두 형바보 배리어에 떨어져 나갔다. 어느 여자가 자신보다 형에게 연락을 많이 하는 남친을 참아 주겠는가? 뺨이나 맞지 않았으면 다행이지 말이다.
문득 떠오른 한 가지 걱정에 정태준은 성준을 바라보며 한 가지 물었다.
“야 진짜 혹시나 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너 2주 뒤에 군대 간다고 걔한테 말은 했겠지?”
“네? 아뇨. 이야기 안 했죠. 모두한테 비밀로 하고 가는 건데 말이에요.”
“하아. 진짜냐?”
“왜요?”
“왜긴 왜야? 이 사이코 패스야!”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이 소름 끼치는 녀석은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정태준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성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그 미진이라는 애한테는 꼭 군대 간다고 이야기해!”
“안돼요. 도경이 형도 아무한테 말 안 하고 멋지게 여행을 떠났단 말이에요. 저도 그럴 거란 말이에요.”
“아니! 하나도 안 멋있거든? 그리고 네 나이가 동네 형 멋있다고 따라 하는 나이야? 형 바보인 것도 작작 것 해! 너 그러다 걔한테 뺨 맞는다고”
“미진이가 왜 제 뺨을 때려요? 걔가 겉으로 싸늘해 보여도 되게 순딩하고 착한데 형이 생각하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아, 그러니까! 아 개 답답해! 야 다들 이리들 와봐!”
웅성웅성
“뭐야?”
“아니, 글쎄……!”
그 형의 그 동생이랄까? 동생 또한 어딘가 내추럴 본 또라이 같았다. 굳이 이런 건 닮지 않아도 되는데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멤버들의 불러 도움을 받아가며 성준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설교하기 시작했다.
도경도 성준의 형이었지만 자신도 성준의 형이었다. 동생이 잘못된 길을 가는 걸 막기 위해 그는 오랜만에 형의 권위를 세워본다.
* * *
【미국】
“왜 이리 귀가 간지럽냐?”
후비적후비적.
“형님!”
푹!
“앗!”
왕좌의 길 촬영 스튜디오에서 한 남자가 인상을 쓰며 귀를 후비다가 이내 쩌렁쩌렁 울리는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귓구멍을 너무 강하게 찔러버린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 귀 찔렸잖아……!”
“하하하! 여기 숨어 있었구나. 카일형님.”
“아, 스콧! 제발 갑자기 나타나서 큰소리 지르지 말란 말이야.”
“하하하! 미안미안! 하도 형님이 도망가서 말이지.”
“하아…….”
귀를 찔린 남자는 도경이었고 어설픈 한국어로 카일의 이름 뒤에 형님을 붙이는 남자는 롭 라즐리온의 복수자 역할을 맡았던 짐승남 스캇이었는데 그런 스캇을 바라보고 있던 도경은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포기해 형님. 오늘은 꼭 짐(Gym)을 데려갈 테야. 근육을 찢고, 지방을 태우며 서로의 육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즐거운 시간이 될거야.”
“…그래 간다. 가. 그러니 제발 이렇게 그만 쫓아와라. 나도 내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스캇?”
“하하하! 진짜지? 진짜다. 약속했다 형님.”
“그 어설픈 형님이라는 소리도 그만하고 말이야”
“하하하 알았어 브로.”
“하아…….”
드라마에서 나오는 도경의 근육질을 보고 반해버린 스캇. 이렇게 3일 내내 쫓아다니다 결국 도경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스캇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간다.
“저 새끼도 상당한 꼴통이네.”
꼴통은 꼴통들하고만 엮인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도경은 그저 자신의 기구한 처지에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