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화
[병무청, 글로벌 스타 박도경의 경솔한 발언에 유감을 표해.]
[박도경 군 면제? 커져만 가는 의혹!]
[3년간의 식물인간은 거짓말? 진실은 JY엔터테인먼트의 숨겨진 연습생!]
[박도경 인성 논란! 학창시절 일진설 나돌아!]
[진실해명과 입국 거부까지! 국민청원 올라간 박도경!]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기사들이 버젓이 나오는 겁니까? 분명 문제없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이게 지금 죄송이라는 말로 되는 문제입니까? 언더커버측하고 아직 접촉되지 않습니까?”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안 받으면 본사라도 찾아가세요! 왜 이런 기사를 내는 거냐고 묻고 따지라는 겁니다.”
[JY엔터 제대로 된 해명 없는 고소 시전. 무엇을 숨기려 하는가? (2편)]-스타 언더커버
정도를 넘어서는 온갖 추측과 오보가 난무하는 연예계 기사에 박진용은 직원들에게 화를 터트렸다. 분명 이 문제에 대해서 홍보팀과 법무팀이 합작해 잘 대처할 거라 믿었는데 일주일이 지난 현시점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일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아무래도 작정하고 이러는 듯싶습니다. 일부러 저희와 접촉을 피하는 것도 그렇고 보통이라면 이런 기사를 내기 전에 접촉해 와서 딜을 걸어오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면목 없습니다.”
직원들의 말에 박진용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직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박진용의 행동에 직원들은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사태로 JY엔터테인먼트는 비상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쌓아 올렸던 회사의 이미지는 나빠지고 있었으며 도경의 사태에 주가까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믿고 맡겨달라고 했는데 도경이한테 볼 면목이 없어…….’
지끈.
하지만 그런 것은 박진용에게 아무래도 좋았다. 엔터테인먼트만큼 오락가락하는 업종이 없다는 것은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서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로 참기 어려운 점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내고 있는 자신의 아티스트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창피한 일이었다. 도경의 성공에는 그저 숟가락을 얹을 뿐. 그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낯 뜨겁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후……. 이렇게까지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적은 정말 오랜만이야…….”
오랜만에 드는 회의감에 박진용은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도경을 향해 연락하기 시작했다. 자신과 회사의 무능에 대해서 이야기
* * *
“목소리 들으니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네.”
좀 전에 전화 받았던 풀 죽은 목소리를 떠올리며 도경은 스튜디오에 배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금지했던 자신에 관한 기사들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검색을 했을 테지만 회사에서 일이 수습할 때까지는 당분간 SNS나 인터넷 접촉을 하지 말라는 통보에 폴더폰을 쓰고 있어 이리 번거롭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으음…….”
자신들의 기사를 둘러보는 도경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심각할 거라고는 예상하였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이게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일이었나?”
* * *
시작은 정말로 별것 아닌 일에서 벌어졌다. 한국에서 왕좌의 길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기 뭐 했던 도경은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스타 라이브를 켜서 팬들에게 감사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소통을 나누려 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스타와 팬들 간의 소통은 누구나 하는 것이었고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사건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기사 보셨어요? 성준이 군대 간대요. ㅠㅠ』
“아, 이야기 들었어. 오늘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모르게 갈 생각이었나 보던데 되게 분해하더라.”
『분해해요? 왜요?』
“폼 안 난다고.”
『폼 안 난다니. ㅋㅋㅋㅋ 성준이도 티가 안 날 뿐이지 또도 동생 맞구나.』
“걔도 엉뚱한 부분이 많은데 많이들 모르는 거 같아.”
소극장 이후로 오랜만에 여는 도경의 스타 라이브에 많은 사람이 찾아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미국에 대한 생활,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 다음 앨범은 관한 이야기, 한국에 대한 근황 소식 등 맘 편하게 이야기 나누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군 입대하는 성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여기서부터가 도경의 사건의 발단이었다.
『성준이가 군대 갔다 오면 군대 아직 안 갖다 왔냐고 군 부심 부리는 거 아님? 개 재미날 듯 ㅋㅋㅋ』
『악! ㅋㅋㅋㅋ 있을 법 하다.』
『도경이도 군입대 각!? 나라면 간다. 가오가 있지 동생한테 군 부심 당할 소냐?』
『인정! 그 꼴 볼 바에 난 군대감』
『다들 지들 군대 갔다 왔다고 막 던지네. 인성 봐라 ㅋㅋㅋㅋ 도경아 꿀팁인데 첫 휴가 때 맥심커피 사 가져 가. 선임한테 사랑받는다.』
『ㅋㅋㅋㅋㅋ 이거 개 꿀팁! 밑줄 치고 와드 박아라.』
『ㅉㅉㅉ 좋단다. 도경이 니들 레벨하고 같냐? 맥심은 무슨……! 아는 걸그룹 부르면 군 생활 게임 끝난다. 군대 가도 너희들하고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팩폭 오졌다. 』
군대 이야기가 나오자 쓸데없이 남성 팬들이 많은 도경의 채팅창에는 하나가 되어 단결하듯 도경에게 군 드립을 치는 짓궂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진정이 되지 않던 분위기를 도경은 그들에게 놀랠만한 소식을 안겨다 주었다.
“군대 이야기들이 많이 하는데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나 군대 면제야.”
『뭐!!!』
『면제? 농담? 안가냐!』
『아니 실화냐? 그 피지컬로 군대 면제라고?
『실망이다 도경아! 언제 이런 밑밥을……?』
자신이 군 면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지 그 격렬한 반응들을 읽으며 도경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밑밥은 무슨. 예전에 당했던 교통사고 때문이거든?”
『갓도경 갓도경 하더니 군대도 갓이었네… ㅂㄷㅂㄷ 세상 불공평하다.』
『남자 중의 남자가 군 면제라니…….』
『도경아 이미지 챙기자.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갈 수 있어! 대학교만 재수해서 가는 거 아니다.』
『인생은 칠전팔기라고 했다. 한 번쯤은 인생의 쓴맛을 보는 것도……!』
『병무청은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예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면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건만 그들의 반응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군대란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있어 애증 어린 추억과 경험이 교차하는 공공의 장소. 그런 곳을 도경이 쏙 비켜 간다는 소식에 배신감을 느낀 군필자들은 혼신을 다해 도경을 향해 짓궂은 드립을 치기 시전 하고 있었다.
“미쳤어? 침대에 삼 년간 누워 있는 것도 억울한데 군대까지 가게? 가라고 해도 억울해서 안 가겠다. 정 보내고 싶으면 같이 나랑 재입대해.”
『그건 좀…』
『그런 끔찍한 소릴……. 탈덕한다……!』
『난 패스. 전역한 지 한 달도 안 됐습니다. 후발대 화력지원 부탁드립니다.』
『미쳤냐 한 달이고 몇 년이 지나도 두 번은 갈 곳 못 가는 곳이 군대다.』
『ㅇㅈ 아무리 더러운 꼴 봐도 군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더라.』
『돈 줘도 가기 싫은 곳.』
『에이 그래도 철밥통인데 직업군인 난 괜춘.』
『해보면 그런 소리 못 나올걸? 정신적으로 개 힘들다.』
“태세전환 봐. 역시 힘든 곳인가 보네.”
『그걸 말이라고……!』
물귀신 작전에는 물귀신으로 다시 재입대하자는 도경의 말에 곧 수그러지는 반응 이후 자연스럽게 군대에 관해서 묻는 도경의 물음에 군필자들은 드립 대신 자신들이 다녀왔던 다양한 군 경험으로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그건 어디에서나 볼 벗한 군대 이야기였다. 자신들의 고생한 경험담을 무용처럼 자랑하고 자신들이 겪었던 부조리를 이야기하며 군대에 얼마나 다양한 미친놈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도대체 이런 기사들이 왜 나오는 거지?”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씩은 다 해봤을 법한 이야기로 이렇게까지 사건이 되었다는 게 도경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솔직히 군대 이야기에서 미필자인 도경이 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는가? 그저 군필자들의 말에 맞장구치며 간간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뿐. 직접적으로 군대에 관한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딸칵.
그렇기에 도경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속사에서 왜곡된 정보가 많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한 정정기사를 냈음에도 대부분의 연예계 기자들이 도경이 군대에 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것처럼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기사를 쓴 스타 언더커버란 곳은 더욱더 말이야…….”
『스타 언더커버』
자신을 논란과 의심을 본격적으로 키운 한 연예매체 언론. 그들이 쓴 기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본 도경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품속의 폴더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박도경?』
“네. 맞아요. 번호는 안 지우셨나 보네요. 김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지? 서로 이젠 볼일 없을 거라 하지 않았나?』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세상사 참 알 수 없다니까요. 아, 혹시 바빠요?”
『신경도 안 쓰면서 뻔뻔스럽군. 요즘 시끄러운 일이 있는 것 같던데 그것 때문에 연락한 건가?』
“역시 김 사장님. 척하면 척이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냉철한 목소리가 전해주는 신뢰감과 든든함에 도경은 만족스러운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용건은?』
“스타 언더커버란 곳에 대한 정보를 좀 구해다 줄 수 있을까요?”
『스타 언더커버라… 그거참 공교로운 타이밍이 아닐 수 없군. 이것도 인연인가?』
“음?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별거 아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는 곳이라서 말이지. 네 부탁을 들어주는 데 그리 어려울 것 같진 않군.』
“그래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보수는 얼마면 될까요?”
『간단한 일이라 보수는 필요 없을 것 같고 대신에 나중에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 게 어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부탁할 거고, 듣고 나서 거절해도 상관없다.』
“그런 거라면야 저야 거절할 이유가 없죠.”
『좋군. 정보를 구하는 대로 연락하겠다. 아, 그리고 강운이가 옆에 있는데 네게 이 말을 전해달라는군.』
“응? 그 녀석이? 위로를 해줄리 없고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지?”
서로가 깔끔한 거래에 만족해하는 여느 때. 김강인의 배다른 동생 김강운이 자신에게 전할 말이 있다는 말에 도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무뚝뚝한 녀석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게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강린의 이어지는 말에 도경은 표정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정 해결 안 되면 군대 갔다 오라고 하는군. 버팅기다 입국 거부당하지 말라고 말이야. 그리고 이 의견엔 나도 동감이다. 아, 갈 거라면 해병대를 추천한다고 한다. 이것 또한 동감한다.』
“뭐, 뭐야!?”
『그럼 이만.』
뚝!
“골 때리네… 이거 지금 그 얼음덩어리 두 형제가 나를 놀린 거지?”
두 형제가 생각지도 못한 한방에 도경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도대체 그놈의 군대가 뭐라고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거냐?”
미필자가 저리 말하면 죽일 놈이지만 사실 도경은 이세계에서 수년간을 전쟁을 벌여왔던 영웅인 몸 아닌가? 명예로운 삶과 함께 거칠 것 없이 살았던 그에게 있어 지금 같은 이 상황은 정말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이게 내가 귀환해서 겪는 제일 큰 위기일지도 모르겠네.”
피식.
너무나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마주한 위기는 자꾸만 도경을 실소를 짓게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실성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서 조금은 소름 끼쳤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