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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36화 (336/357)

336화

질문을 기다리는 도경을 향해 한 기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도발이나 다름없는 도경의 발언에 대해서 일단은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었다.

“데일리 가쉽입니다. 좀 전에 잘못 듣지 않았다면 저희에게 기레기란 폭언을 내뱉으셨는데 맞습니까?”

“네. 그게 무슨 문제라도?”

술렁.

도경의 단호한 말에 다시 한번 기자회견은 술렁거렸다. 잘나가다 못해 미친것일까? 도경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에 기자 대부분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몇몇은 특종이란 생각에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경에게 맨 처음에 질문을 꺼낸 기자는 후자에 속하는 유형이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니? 진심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런데요?”

“실망입니다. 글로벌 스타 박도경 씨가 이렇게 예의 없는 사람일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금 이 행동은 도경 씨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왔던 팬분들과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겨다 주는 행동입니다. 그런데도 정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명찰을 차고 계시네요? 데일리 가쉽의 정명호 씨.”

“네. 그렇습니다만?”

갸웃.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기자를 바라보며 도경의 그의 명찰에 적힌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런 도경의 행동에 정명호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도경은 그런 그의 행동을 무시하고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여기 기자회견장에 명찰을 받으신 분과 못 받으신 분이 계시는데 명찰 받으신 기자분들 손들어 올려 보시겠습니까?”

스윽.

“……?”

“어려운 일 아니지 않습니까. 손 한번 올려 보세요.”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도경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명찰을 받은 기자들은 당황하며 눈치를 살피었지만, 이내 뭐가 문제냐 싶어 하나둘 순순히 손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도경이 초대해준 덕분에 취재하기 좋은 위치를 잡았는데 이 정도쯤이야 해줄 수 있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기자회견장에 온 기자 반절 이상이 손을 들어 보였고 도경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제게 초대받은 분들은 명찰을 받았는데 정명호 씨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네? 이 명찰에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네. 훈장입니다.”

“훈장이요?”

훈장이라는 말에 명찰을 차고 있던 기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도경의 이어지는 말에 안색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정보를 왜곡하고 날조하고 추측으로 의혹을 부풀리는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신 분들에게 주는 훈장입니다.”

“쓰, 쓰레기?”

웅성웅성.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왜 발끈합니까? 전 여러분과 달리 사실을 이야기한 건데?”

“뭐라고요……?”

정도를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도경의 언사에 기자회견에 있던 기자들이 발끈하며 들고 일어서려 하자 도경은 냉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집어 천천히 하나하나 자신에 관한 기사를 읊기 시작했다.

“[데일리 가쉽] 도경 군대 갈 수 있어도 가지 않는다! [톡톡 연예 뉴스] 군대를 비웃은 미필자 글로벌 스타 도를 넘다! [뉴스 스팟] 미심쩍은 식물인간설 스케일 큰 군 비리 의혹 의문을 제기하다. [투데이 뉴스] 글로벌 스타 일진설! 교통사고도 오토바이 타다 난 사고라 전해져……. 뭐, 더 읊어 드릴까요?”

“…….”

자신들을 향해 서슬 퍼런 눈빛을 띠며 묵묵히 기사들의 타이틀을 읊는 도경을 보며 기자들은 침묵했다. 읽는 것도 아니고 외워서 읊는 것이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자신에 관한 기사 타이틀을 읊는 도경의 모습은 어딘가 무서웠다.

“조금이라도 취재하고 조사했다면 이런 기사를 쓰지 못했을 텐데 당신들은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들을 싸질렀죠. 그런 기자들한테 기레기라고 한 게 문제가 됩니까?”

“그건……!”

“변명을 듣자는 게 아니니 질문 없으면 다음 분에게 질문받겠습니다.”

“자, 잠깐!”

“음, 질문이라도? 데일리 가쉽 정명호 씨”

흠칫.

“아…….”

도경과 눈을 마주친 정명호 기자는 말을 잃고 말았다. 마치 너는 질문할 자격이 없다고 말해오는 도경의 그 눈빛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경멸과 혐오만 담겨 있다면 악이라도 질러 볼 텐데 너무나도 당당하고 사심이 없는 눈동자는 자신의 그릇의 차이를 보게 만들어 비참하게 만들었다.

“아닙니다…….”

“네. 그럼 다음 분 질문받겠습니다.”

“…….”

시선을 돌려 다른 기자의 질문을 기다리는 도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자는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을 남기고 고개를 숙여 기자회견을 벗어났는데 그런 그의 행동에 그가 느꼈을 부끄러움이 같이 느껴졌다.

* * *

“병무청에서 도경 씨의 거친 발언에 군대의 위신이 훼손했다며 유감을 표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대 위신을 훼손하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아닙니까. 제 채팅방에서 왜 그런 말들이 오갔는지 그 이유를 보고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반성이라 하시면?”

“비리와 부조리가 넘쳐나는 곳. 부를 땐 국가의 아들 다치면 네 자식이라고 제 채팅방에서 군필자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발목 동상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이상은 제가 미필자인바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한 번의 소강상태를 거치고 도경이 보통내기로 이곳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 아님을 깨달은 기자들은 본격적으로 도경에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나둘 하기 시작했다.

“병무청에서 도경 씨의 의지가 있다면 국가의 의무를 다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의사표시를 해왔는데 이에 응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면제자인데 제가 미쳤다고 거길 들어가겠습니까? 국가의 의무는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질 생각이니 저는 제 권리를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부분이라 하심은?”

“그건 나중 말씀드릴 부분이라 지금은 말을 아끼겠습니다.”

도경의 질의응답은 거침없이 화끈하기 그지없었다. 공인으로서 민감한 부분들의 질문들을 온전히 개인 스스로의 의사 표현으로 답했고 그것은 논란이 일 것임을 알면서도 도경은 절대로 머뭇거리나 망설이지 않아 기자들과 도경 간의 질의응답은 숨 바삐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학창시절 일진 설에 대해서 소문이 돌고 있는데 교통사고도 오토바이 사고가 맞습니까?”

“제게 학급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있다면 그 당시 피해자와 목격한 학우들이 함께 나서서 정의구현 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어느 미친놈이 수능 날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 보러 갑니까? 제 교통사고를 조사해보셨다면 아니라는 걸 아실 텐데요? 이딴 걸 제가 일일이 대답해야겠습니까? 좀 더 유익한 질문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해서 익명의 제보가…….”

“저는 아니라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익명의 제보가 사건의 당사자와 실제 있던 증거들을 무시할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제 말이 그렇게 못 미더우시면 직접 발로 뛰어서 취재해보실 것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게 귀찮으시다면 질문조차도 하지 않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익……!”

하지만 쾌속하기만 한 질의응답이 기자들에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연예인들이 여는 기자회견은 항상 밝았던 스타가 주눅이 든 채로 눈물 즙으로 호소하는 피날레가 진정한 묘미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재 도경의 모습에는 그런 모습을 일도 찾을 수 없으니 기자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짜증 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들이 무슨 정치부 기자가 된 것도 마냥 어디 노련한 정치가를 하나 모셔다가 질문하나에 쩔쩔매며 눈치를 보는 상황은 기자들 중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정중한 듯 가시가 돋친 말을 마지막에 하나씩 꼭 내뱉은 도경의 화법에 기자들은 평소처럼 아무렇게나 질문을 던지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사건을 이리 키운 것은 도경 씨에게도 책임 있습니다. 경솔한 발언을 해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에 제대로 된 해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셔서 일을 키우셨습니다. 혹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소리도 나오는 중인데 초반에 미적지근한 대응은 왜 그랬던 겁니까?”

“말은 똑바로 하시죠.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사건으로 키운 건 당신들입니다. 그 일이 모두의 앞에서 나서서 사과할 일이었다면 제가 진작에 했을 겁니다.”

“그럼 이게 모두 저희의 잘못이라는 겁니까? 그리고 사과할 일도 아니다?”

“네. 단언컨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 연예인이 공인으로서 말조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잘못과 책임을 모두 기자에게 떠넘기다니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닙니까?”

“작품 활동하느라 바쁜 연예인 말꼬리 잡아서 사건으로 만들어 공인으로서 책임을 묻기 전에 기자로서 제대로 된 기사를 쓰시고 나서 그런 말씀 하시죠. 억지 부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군요.”

“뭐, 뭐라고 억지……!?”

“네. 질문에 대답했고 생각하며 다음 분 질문받겠습니다.”

“자, 잠깐……!”

“다음 분.”

“…….”

도경의 질의응답에 대한 대답이 명쾌할수록 기자들의 얼굴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한다.

‘아니 무슨 대답을 저리 싹수없게 해?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

‘와, 장난 아니네. 기가 세다는 건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진짜 이젠 막 가는구나.’

‘새파랗게 어린놈이 주제에 더럽게 뻗대네……! 인기가 천년만년 갈 것 같아?’

기자들에게 있어 도경은 너무나 눈꼴 시린 녀석이었다. 연예계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파란 젊은 놈이 자신들을 향해 뻗대는 모습이 너무나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저 건방진 놈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다.’

스윽.

“질문 있습니다. 도경 씨 아버님이 직장에서 주먹을 휘두른 것도 저희 기자들의 탓이라고 주장하실 겁니까?”

“…….”

“대답해주십시오. 박도경 씨. 이 명찰을 달았다고 무시하시는 건 아니겠죠?”

기자회견장의 기자들이 도경을 향한 한 가지의 악의와 욕망을 내보이고 있을 때. 한 명의 기자가 도경의 아버지를 걸고넘어지는 질문을 던지자 도경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기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향해 비아냥거리며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것을 재촉했다.

“…….”

도경의 침묵에 기자회견에 있던 기자들이 눈빛을 반짝였다. 드디어 보이는 도경의 머뭇거림 속에 보이는 빈틈. 그가 어떤 대답을 던지냐에 따라 흐름이 바꿀 수 있기에 모두가 기이한 욕망을 품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스윽.

“……?”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버지께서 주먹을 휘두른 것은 못난 아들인 제가 원인이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꾸벅.

“……!!?”

굶주린 승냥이 떼처럼 눈빛을 반짝이는 기자들을 말없이 마주하던 도경이 갑자기 마이크를 들어 올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기자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번에도 잘못이 없다고 이야기할 줄 알았건만 순순히

완고하게 자신은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며 기자들을 질책했던 도경이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다.

찰칵찰칵! 팡팡!

“뭡니까? 잘못을 인정하신다는 겁니까?”

“네. 인정합니다.”

“이거……! 좀 전과 말이 다른데요?”

너무나도 예상외의 상황에 모두가 서둘러 도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고 도경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기자는 삐딱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도경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는 모든 잘못은 우리 기자들에 돌리지 않으셨습니까? 정말로 잘못을 인정했는지 의심이 되는군요.”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 겁니까?”

“우리 연예부 기자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정말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다시 한번 저희에게 구체적으로 사과해주셨으면 합니다.”

“구체적이라 하심은?”

“공인으로서 경솔했던 점, 의혹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점, 우리 기자들을 쓰레기라고 모욕한 것에 대해서 사죄해주십시오.”

싱긋.

“사죄라…….”

“못하시겠습니까?”

머뭇거리는 도경을 보며 기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옳지. 자존심 상하지? 못 하겠지? 평소대로 질러. 그러면 편해질 거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도경은 절대로 저리 순순히 사과할 성격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걸린 일이라 저리 순수히 고개를 숙인 것이지 그의 속 안에서는 분명 천 불이 끓고 있을 것이었다. 기자는 도경을 도발하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그의 자존심을 긁었다.

“미쳤습니까? 당신들한테 사과하게?”

‘걸렸다!’

잭팟!

도발에 걸려든 도경을 바라보는 기자는 희열에 가득 찬 표정으로 비열한 웃음을 내지였는데 유독 그의 명찰이 기자회견의 조명을 받아 번들거리는 듯싶었다.

『스타 언더커버』-정영준 기자

악연은 악연이랄까. 도경의 도발에 성공한 기자 출신은 도경의 일을 사건으로 만들어내고 각종 의혹과 루머를 생성한 스타 언더커버 정영준 기자. 도경은 그를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 * *

웅성웅성.

‘공명정대 컨셉 잡더니 드디어 선을 넘었구나. 꼴통 새끼 넌 끝이다. 제대로 조져주마.’

‘제 꾀에 지가 넘어간 꼴이군. 쌤통이야.’

‘승승장구하더니 제대로 고꾸라지는구나.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성공을 맛보면 이리되지.’

‘역시 명불허전 스타 언더커버. 이걸 해내는구나!’

소란스러운 가운데 그 속에 숨겨 벌어지는 축제 분위기. 빈틈을 보이지 않았던 도경이 도발에 넘어가 자기 스스로 무너지는 꼴에 기자들은 속으로 함성을 질렀다. 이제 도경에게 남은 것은 자신들에게 물어뜯길 일밖에 남지 않았다.

“말이 심하시군요. 좀 전까지 잘못을 인정한다는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습니까?”

“내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지. 당신들에게 사과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랬다가, 저랬다가 뭐 하자는 겁니까? 기자들이 우습게 보입니까!? 이럴 거면 대체 기자회견을 왜 연 겁니까?”

“제가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멍청한 놈. 아무리 발악해봐라. 결국, 너만 추해질 뿐이다.’

스타 언더커버 정영준 기자는 도경을 향해 호통을 치면서도 도경을 무너트렸다는 사실에 짜릿한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저쯤 되면 무슨 말을 내뱉든 이미 글러 먹은 상태였다. 잘못을 인정하고 번복한 순간 이미 신용과 신뢰는 무너져 버렸고 도경의 특별했던 당당함은 뻔뻔함으로 바뀐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지켜보는 이 자리 앞에서 책임을 지고 묻기 위해서입니다.”

“책임이요? 사과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책임을 뭘 지겠다는 말씀입니까? 왜 군대라도 다시 간다고 말씀하시게요?”

“뭐, 비슷하겠네요. 일단 저는 2년간 아버지와 함께 사회에 봉사할 생각입니다.”

정영준 기자의 말에 회견장에 있는 기자들 대부분이 비웃음을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철없이 날뛰던 젊은이의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장면이 너무나 속 시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경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봉사요? 박도경 씨. 지금 상황파악 안 됩니까? 여기가 무슨 학교도 아니고 봉사 타령입니까? 하하하. 의외로 귀여운 면모가 있었네요. 도경 군.”

“하하! 제가 좀 그런 면이 있지 않아 없죠. 지금 하는 제 깜찍한 행동도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군요. 사회자님 제가 준비한 자료 보여주시겠어요?”

“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비웃음을 사던 도경은 그들을 향해 마주 웃음 지으며 자신의 옆 멀리 대기하고 있던 사회자를 향해 손짓하며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길 요청했다.

위이잉

“제가 준비한 건데 잘 보이십니까?”

그러자 도경의 등 뒤로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이 내려왔는데 그 화면에 떠 있는 자료를 가리키며 도경은 자신이 준비한 자료가 기자들에게 잘 보이는 물었다.

“…저게 뭡니까?”

“아, 제 재산 내역서입니다.”

“네?”

기자들은 도경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갑자기 자신의 재산 내역서를 공개하는 도경의 행동이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경은 모두를 충격에 도가니에 몰아 떨어트리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저 박도경 오늘부로 제가 가진 전 재산을 기부하겠습니다.”

“……!!!?”

술렁술렁.

자신들이 잘 못 들은 것인 걸까? 미쳐도 단단히 미친 도경의 발언에 모두가 술렁이는 가운데 도경은 그들이 비웃던 봉사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그 내용들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사회복지과에 일하셨던 아버지와 함께 사립 재단 MOM:(Men of Men)을 설립해 저의 재산을 이용해 형편 때문에 배움에 힘겨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최대 인당 3천 500만 원까지 교육비를 지원할 예정이며 향후 2년간 제가 활동하고 벌어들일 수익 또한 모두 재단을 통해서 기부할 생각이니 많은 청년분이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것이 제가 나름의 책임을 진 대답인데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으신 분 있으십니까?”

싱긋.

설명과 함께 마지막 도경의 그 물음에 기자회견에 있는 수많은 기자가 굳게 입을 다물 뿐이었다. 솔직히 저기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딴지 걸 수 있겠는가? 향후 2년간의 수입과 현재 가진 재산을 전부 기부한다며 저리 시원하게 웃고 있는 청년을 향해서 말이다. 말하면 자신만 멍청이가 될 뿐이기에 기자들 그저 질린다는 기색으로 도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좋아 이로써 제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네요. 그럼 이젠 여러분 차례인가요?”

움찔.

“그게 무슨……?”

기가 빨렸다고 해야 할까? 지쳤다고 해야 할까? 열을 올리며 옥신각신하다가 마지막에 닭 쫓던 개가 된 기분을 맛보고 있던 기자들은 자신들 귓가에 들리는 도경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제가 말했죠. 이 기자회견장을 연 이유는 책임을 지고 묻기 위해서라고요. 이젠 여러분이 책임질 시간입니다.”

“……!”

“사회자님 다음 자료 부탁드리겠습니다.”

“넵!”

전반전은 자신의 차례였다면 후반전은 기자들이 겪을 차례였다. 앞으로 자신들이 어떤 일을 겪을지 모르고 있는 기자들을 보며 도경이 스산하게 눈빛을 빛내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종교와 언론. 정·재계까지 넘나드는 대한민국 역대 최고 스캔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은 너무나 가볍기 그지없어 이 장면은 먼 날에도 두고두고 화자되는 레전드 중 하나로 기록된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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