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왕좌의 길 35% 달성! 상상하지 못한 마지막 스퍼트! 껑충 튀는 시청률!]
시끄러워진 한국을 벗어나 도경이 미국에 출국하고 도경이 남기고 간 열기의 잔재를 느끼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도경의 드라마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기쁜 결과를 가져왔지만 가장 큰 성공은 미국에서 도경을 인정하는 움직임이었다.
[왕좌의 길 또 하나의 명장면 탄생!]
[경이로운 롱테이크 액션 신과 충격적인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다!]
[왕좌의 길 마지막 에피소드를 앞두고 제작과정 대공개!]
[미국 안방을 달군 동양인 배우 카일에 대해서 알아보자!]
13편에서 10편으로 줄어든 드라마. 많은 사람이 잘 나가는 드라마에 흙을 뿌리는 것을 아닐까 걱정했지만 9번째 에피소드 『To live』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드라마에 대해서 수많은 극찬을 내뱉기 시작했다.
[왕좌의 길 팬 사이트 FKR(Firts King’s Row)]
└『드라마 미쳤네요. 액션 장면에서 넋 놓고 있다가 아나긴이 롭 라즐리온의 자식이라는 사실에 경악함.』
└『저도 보면서 경악했었는데 진짜 마음 찢어짐 어지는 줄. 자식인 줄 알면서도 죽이려 했는데 결국 중요한 순간에 못 죽인 롭 라즐리온이나 아버지를 죽여야 하는 아나긴이나 진짜 너무 슬픈 상황 아니에요?』
└『저는 그것보다 롭 라즐리온의 대사가 미쳤다고 생각했음요. 저주한다면서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는데 그거 진짜 명대사 아님요? ㅠㅠ 원작 소설에서는 없는 대사인데 과감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함.』
└『맞아. 진짜 그 단순무식 스캇 드바로가 그런 부성애 넘치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거 연기가 아니란 설 있음. ㅋㅋㅋ 이번 에피소드 제작과정 비하인드 영상 보니까 진짜 기진맥진한 상태던데 앞으로 드라마 촬영에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거라고……! ㅋㅋㅋ』
└『악! ㅋㅋㅋ 진짜면 그것도 대반전이네.』
└『그런데 드라마가 이젠 아나긴으로 톱 주연으로 확정된 듯해요. 다음 마지막 에피소드에 아나긴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올 것 같은데 기대된다 핡……!』
└『하긴 다른 배우들도 훌륭했지만,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끌고 온건 카일이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해.』
└『근데 아나긴에게 비중을 쏟으면 너무 위험하지 않음? 아나긴은 나중에…….』
└『아, 원작 스포일러충 새끼. 죽여 버리고 싶다. 님 그것도 스포일러임. 운영자분들에게 신고 들어감. 얼른 글 삭제하셈.』
충격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드라마와 연기가 있었던 이번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 * *
“만족스러운 결과군요.”
HBA 방송국 시청률 표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던 모레츠 여사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흡족한 목소리를 내었다.
“축하드립니다! 무려 670만입니다. 피날레에는 더욱더 큰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레츠 여사.”
“700만이라……. 확실히 이 기세라면 도달하겠죠. 덕분에 그 노친네들한테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회의실에서 전략 본부팀 팀장과 직원들을 바라보며 모레츠 여사는 왕좌의 길 드라마의 성공에 대하여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설마 이렇게 순탄하게 성공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닙니다. 모레츠 여사야말로 고생하셨지요. 중간에 여성 시청자의 유입을 끌어들인 전략과 마케팅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대중들, 특히 여성에게 무거웠던 작품. 남성 배우들을 이용해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던 HBA 방송국 팀. 그들의 전략은 포텐을 터트리고 있는 드라마에 힘입어 빠르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여성들 사이에서 왕좌의 길에 남 주연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더니 이내 그것은 높아지고 있는 시청률로 보답을 해왔기 때문이다.
“너무 치켜세워주는군요. 다 맥 클라우드 감독이 잘 만들어준 덕분입니다. 애초에 그가 제 의견을 수렴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니 그런 방법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감독의 말대로 왕좌의 길은 성공했을 겁니다.”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여성 시청률의 비중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캐릭터 비중이 늘어나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한 것 아닙니까? 게다가 드라마 분량을 줄이며 재촬영 할 것을 허락한 것도 모레츠 여사 덕분이구요.”
“그만. 수정된 시나리오가 더 좋다고 판단해서 내린 일입니다. 치켜세워주는 것은 거기까지 하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국적을 떠나 회사라면 어디에서나 똑같은 이어지는 사회생활. 모레츠 여사는 자신을 향해 아첨하는 팀장의 말을 끊고 이번에 일어난 특이사항에 집중했다.
“한국에서 시청률이 30%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전주 대비 10% 시청률 상승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인데 원인분석은 되었습니까? 작품 때문인가요? 아니면 카일 군 때문인가요?”
“후자입니다. 이번 한국에서 카일 씨 관련 스캔들 하나가 터졌는데 그 때문에 시청률이 올랐습니다.”
“군대 관련 스캔들이라 했던가요? 문제없다고 들었던 스캔들 말이죠. 맞나요?”
“네.”
“언제부터 스캔들이 단번에 10%씩이나 시청률을 올려주게 된 거죠?”
“그게……. 놀라지 마십시오. 스캔들을 대처하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10% 상승한 말도 안 되는 시청률. 3명 중 1명꼴로 왕좌의 길을 보고 있는 한국의 불가사의한 결과물에 모레츠 여사는 의문을 표시했지만 이어지는 팀장의 대답을 듣고는 놀라운 눈빛을 띠었다.
“그것참 상상도 못 할 일이군요……. 요즘 애들한테 볼 수 없는 행동인데 흥미로워요.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도경에 대해서 보고 받으면서 평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독특한 청년이었다. 자신의 명예와 프라이드를 위해 전 재산을 내놓는 선택을 그 어린 나이에 내리다니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돈을 위해서라면 수치심을 개나 줘 버리라는 현세대의 젊은 스타들과 너무나도 다른 선택은 모레츠 여사의 흥미를 유발하였는데 그런 그녀의 심중을 눈치챘는지 팀장이 그녀에게 넌지시 그녀의 의사를 물어보았다.
“그러시다면 시간을 한번 잡아볼까요? 이번 드라마 일등 주역인데 만나봐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네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미룰 것 없이 오늘이 괜찮은 듯싶은데 가능할까요? 현재 카일 군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죠?”
“아, 좀 있으면 회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회의요?”
“네. 듣기로는 드라마 제작에 대해서 카일군이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의견들이 분분한가 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그게…….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드라마에 삽입할 음악에 관한 문제 때문에 논의를 나누는 회의라고 하더군요.”
“음악이요?”
갸웃.
드라마에 대한 스토리도, 촬영장의 불편한 오류 사항으로 의견을 낸 게 아니라 음악이라니? 그것은 배우가 터치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건만 도대체 어떤 의견을 내었기에 제작진들이 모여 회의를 나누는 것일까? 그 연유가 궁금했다.
“회의가 열리는 시간이 어떻게 되죠?”
도경을 만나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모레츠 여사는 담담히 시간을 물어보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 * *
“…….”
모레츠 여사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왕좌의 길 제작진 들은 깊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섣불리 선택을 내리기가 힘드네요.”
“그쵸……?”
“2가지다 완전 느낌이 달라서 곤란하네요.”
“흐음. 사이먼 너는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제작진들이 곤란해하는 이유는 선택을 내리지 못해서였다. 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던 맥 클라우드 감독은 자신의 옆에 있는 음악감독 사이먼을 의견을 물었지만
“스토리 릴을 만들어 음악을 넣어보니 더 모르게 되어버렸어요.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면목 없습니다. 감독.”
“으음……. 아니야 이해해.”
스토리보드를 사용하여 초벌 영상을 만들어 음악을 넣어봤음에도 더욱더 아리송해지는 결과에 사이먼은 난감한 기색을 표현하자 맥 클라우드 감독이 그의 대답을 이해한다고 말해다.
“작품에 대한 색과 해석이 완전히 달라져. 정말……. 골 때리는 것을 가져왔어 카일.”
같은 영상과 스토리지만 노래 하나 덕에 완전히 달라지는 작품에 맥 클라우드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이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하. 아직 가능성은 있어 보이네요.”
“능글맞은 녀석.”
자신들에게 골치를 안겨다 준 존재가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자 맥 클라우드 감독은 인상을 찌푸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도경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 노래 말이다.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구나.”
“설명이요?”
“이 노래를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지 네 생각을 듣고 싶다는 거다. 작품에 대한 의도가 있을 거 아니냐?”
맥 클라우드 감독은 도경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자신들에게 가져왔는지 알고 싶었다.
드라마 OST는 단순히 노래가 아닌 장면을 표현하는 영상 음악.
제작진이 원래 준비했던 노래는 중세시대의 배경과 드라마 상황에 맞게 비장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띠는 서사적인 노래를 준비했는데 도경은 그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노래를 가지고 왔다.
나른하면서도 무덤덤한 분위기 속 어딘가 야성을 묘하게 자극하는 마초성을 가진 노래. 이 노래는 생소하면서도 독특하기 그지없어서 맥 클라우드 도경의 설명을 듣고 싶었다.
‘솔직히 좋은 노래야. 가수라더니 정말 쓸데없이 재능이 차고 넘치는군. 천재란 게 이런 걸까?’
힐끔.
머릿속 자꾸만 떠오르는 멜로디와 노랫소리에 맥 클라우드 감독은 도경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그가 가수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도경의 명연기를 카메라 너머, 편집실에서 매일매일 목격하는 그로서는 도경이 천생 연기자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도경이 가져온 결과물에 그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음……. 생각과 의도라……. 그럼 부담 없이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네가 언제 부담을 가진 적이 있다고 그러냐?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
“뭐,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솔직히 이야기 하죠. 사실 이 노래를 만든 건……!”
“만든 건?”
회의실에 있는 제작진들은 귀를 쫑긋거리며 도경의 대답을 기다렸는데 그 모습이 조금 기이했다. 노래를 쓰고 싶으면 쓰는 거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되는 건데 마치 도경의 대답에 결정의 판가름이 날것처럼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실험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끌리는 건 이 노래지!’
사실 제작진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OST 노래가 드라마에 어울리고 좋은 노래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창작자로서 마음속 한켠에는 도경의 독특한 생소한 노래를 자신들의 작품에 묻히고 싶다는 욕망이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경의 대답이 주요했다. 자신들의 욕망을 터트릴 그럴듯한 트리거를 한 번만 당겨주기만 한다면 자신들은 도경에 대해서 지원 사격할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돈 벌려고 만들었어요.”
틱!
당기긴 했는데 제대로 된 불발이다. 솔직함이 지나친 도경의 대답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적이 흐르는 회의실. 그 가운데 맥 클라우드 감독이 도경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이, 미친놈이?’
‘왜요? 솔직히 말해도 된다면서요?’
‘또라이 같은 새끼. 이걸 죽여 살려?’
무언으로 눈빛으로 오가는 대화에 맥 클라우드 감독의 얼굴은 시뻘게지기 시작했다. 그 나름대로 도경의 노래를 PR할 기회를 준 것인데 저딴 또라이 같은 대답을 하니 기가 막혔다.
“그거 흥미로운 대답이네요.”
벌컥.
“……!”
맥 클라우드 감독이 한번 한번 제대로 살풀이할까 생각하는 그 순간. 회의실 문을 열고 등장한 모레츠 여사가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카일 군의 말은 드라마 OST 노래로 돈을 벌겠다는 말인데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네요.”
2천만 달러에 가까운 액수를 웃으면서 기부하고 정·재계를 뒤집은 인물이 도경이다. 그런 그가 돈을 벌기 위해서란 발언을 내뱉었으니 무언가 계획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모르츠 여사는 직감했다.
짙은 돈 냄새.
모레츠 여사는 도경에게서 짙은 돈 냄새를 맡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