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43화 (343/357)

343화

『어이! 짐. 음악인에 만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컨트리면 컨트리. 랩이면 랩. R&B면 R&B. 락이면 락. 재즈면 재즈. 모든 노래의 카테고리를 숨 쉬듯이 쉽게 섭렵하는 가수가 있을까 문득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글쎄……. 한 분야의 섭렵하기 그게 바쁜데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긴 힘든데? 그래도 만약 있다면…….』

『있다면?』

『분명 재수 없는 녀석일 거야.』

『하하하! 짐! 네 말에 동감이야. 애드리브 쳤지만 이번에 봐줄게.』

『짐 네가 한 말 기억해 두겠어.』

와아아!

넓은 무대 위에서 둘이서 만담을 나누는 두 명의 진행자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한 명의 인물이 무대 위로 올라왔고 그와 동시에 큰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성준 짐의 말에 네 생각은 어때?』

『내가 좀 재수 없게 완벽하긴 하지.』

『뭐라고!? 네가 아니라 나를 말하는 거잖아. OK 한번 가보자고 누가 더 재수 없는지 한번 제대로 확인해 보자고.』

와아아아―!

그리고 곧이어 반대편 무대 위로 등장한 남자 때문에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 위로 올라선 두 남자는 도경과 성준. 설마 이 두 사람의 콜라보 오프닝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에 사람들은 기쁨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무대를 반겼다.

[내가 외치는 말은 할렐루야―.

당신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요?

고속도로 FM 라디오에 나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맡겨 외쳐요. 할레루야―.]-Hallelujah

띠딩. 뚝―!

속이 시원해지는 컨트리 송으로 모두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도경. 하지만 도경은 노래를 이어가던 도중에 감질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노래를 멈추었다.

『어때?』

『그럭저럭?』

눈썹을 치켜들며 자신의 노래를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성준에게 반응을 묻지만,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뭐, 그럭저럭?』

『컨트리면 이 정도는 불러야 하지 않겠어?』

띠리링!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도경을 비웃음 지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기타를 켜는 성준은 도경에게 보란 듯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시작한다.

[내가 데킬라를 마실 때는 말이야.

너를 잊기 위해서 먹는 거야.

별처럼 반짝인 눈으로 나에게 해줬던

사랑스러운 키스를 잊을 수 있거든~.]-Tequila

끼릭~.

척!

『이 정도?』

와아아아.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코러스 다들 나와봐. 이 건방진 녀석한테 본떼를 보여주자고!』

딱!

[Yhea~! Yhea~!]

무표정이 자신의 실력을 뽐낸 성준을 바라보며 도경은 승부욕이 돋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기타를 내 던지고 코러스를 대동한 도경이 본격적인 노래를 이어갔다.

[그럼 아직도 생각해.

똑똑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가난한 학생에 불과했던 꼬마애.

하지만 모두를 사랑해.

너와 난 비슷한 점이 많아.

Yong Kid] -Yong Kid

그루브한 원곡에 적절한 편곡이 가미된 코러스들의 화음에 맞춰서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던 도경의 모습은 행복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Kids~! 기억해 우리가 이 도시를 벗어날 방법을

밤거리를 헤매며 해가 뜰 때까지 마셨던 맥주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하지만 변치 않을 거야.

너와의 약속 나와의 맹세.] -Kids

자신의 노래를 가로채 다른 노래를 뒤집어씌워(Rip off) 노래를 부르는 성준의 존재 때문이었다. 한순간에 노래를 빼앗긴 도경이 벙찐 표정을 짓다 어이없다는 듯 모두에게 외쳤다.

『어이! 너희들 내 코러스잖아. 왜 저 녀석에게 코러스를 넣는 거야?』

하하하.

자신의 코러스들을 향해 따지는 도경의 행동에 무대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좋아 누가 이기나 끝까지 가보자.』

『언제든지.』

와아!

시대 불문, 장르 불문. 도경과 성준의 웃음과 경이로움이 가득한 멜로디 송이 이어지는 이곳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Grammy Award』

듣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이름. 전 세계에서 가장 위상 높기로 유명하며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알려진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 시상식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군대 갔다던 성준은 언제 전역했으며 도경은 왜 이 큰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오프닝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드디어 올해의 그래미의 끝이 보이는군요.』

이 모든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해선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받는 마지막 상. 『올해의 앨범』 수상자 발표를 앞둔 진행자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쉬이 갈 듯싶었다.

『그래미 어워드는 지금 66번째 『올해의 앨범상』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제 짐작으론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분들 머릿속엔 한 사람이 자리 잡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5년 전 미국에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맨을 말이죠. 그리고 그래미 어워드는 이 자리를 빌려 작년의 일을 사과함과 동시에 정중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미를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말입니다. Mr.카일.』

“……!”

꿀꺽.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상! 마지막으로 올해의 앨범상까지! 2024년은 당신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올해의 앨범 수상자는 슈퍼맨 카일 씨 입니다!』

와아아아아―!

벌떡!

짝짝짝!

설마 했던 그래미의 항복 선언에 그래미 시상식 안에 있던 아티스트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도경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었다. 모든 카메라가 시상식의 최고의 수상자를 비추고 있었고 눈부신 카메라 플래시가 도경을 향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디서 놀라야 할까? 드라마의 성공을 시작으로 무려 5년이 지난 지금을 놀라야 하는지. 아니면 그래미 측에서 항복 선언을 하며 시상식 최고부문의 본상들을 전부 도경에게 안긴 것을 놀라야 하는지 말이다.

* * *

【Album of the year】.

『젠장. 상 하나 받는 게 더럽게 힘드네.』

하하하.

무대 위를 올라와 마이크 앞에서자 뱉어내는 그의 첫 마디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모두들 알다시피 이 상을 받기 위해 내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거 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며 내 자신을 증명했던 시간이었어. 그러니까 이 상을 받게 되었겠지.』

짝짝짝!

모두가 도경의 그 말에 시상식에 있는 아티스트들은 크게 호응하며 도경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을 했다. 그도 그럴 게 1년 동안 도경이 보여준 활동과 결과물들은 그야말로 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경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 자신의 앨범 포함. 작곡 프로듀싱한 곡만 해도 무려 40곡이 넘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 곡들이 빌보드 차트를 포함 각종 음악 차트에서 상위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솔직히 이 상을 받든 안 받든 그만이야. 내가 최고라는 건 나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이 상을 내가 그렇게 원한 이유가 뭐라 생각해? 바로 너희들 때문이야.』

“……?”

『너희들에게 멋있게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하하. 어때 감동이지 않아? 영광인 줄 알아라. 이 자식들아.』

하하하하.

그래미 시상식에 조금은……. 아니 많이 건방진 도경의 수상식 소감에도 그 누구 하나 도경에게 불쾌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 작업한 유명 아티스트와 더불어 그 괴짜 같은 성격은 이미 미국에서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도경이 자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분명 자신들을 재밌게 해줄 말일거라 모두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도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도경의 말은 그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나 오늘부로 내 나라로 돌아갈 생각이다.』

웅성웅성.

『아아. 은퇴 선언은 아니고 그저 앞으로의 활동 대부분을 한국에서 이어갈 생각이야. 슬슬 내 꿈을 이뤄야 할 때가 되었거든. 그러니까 이곳에서 멋있게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어.』

“…….”

도경의 말에 모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미국에서 전설을 써나가고 있는 도경이 미국을 떠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는 발언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시상식 장내가 한순간에 조용해진 것을 보면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친구들. 미국에서의 얻은 내 진짜 영광은 이 상 따위가 아니라. 너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함께한 순간이었으며, 그 안에는 국경도,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존재치 않는……. 모든 제약을 뛰어넘는 음악의 순수한 힘을 경험한 것이 나의 진짜 영광이야.』

“……!”

예상과 달리 숙연한 분위기 가운데 진심이 묻어나오는 정감가는 도경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모두가 뭉클한 마음을 띠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은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며 활짝 웃음 지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모두들 자신의 삶에 더 나은 음표를 그려나가길.』

와아아!

짝짝짝짝!

논란과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래미 시상식 속. 동양인 최초로 모든 본상을 석권한 도경의 수상소감에 모두가 경이와 감동을 담아 우레와 같은 박수로 도경의 마지막 작별인사에 화답해 주었다.

* * *

【대기실】

“후~. 지친다. 목마르네…….”

미국에 머무르는 마지막인 만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찾아온 대기실. 도경은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던지며 대기실에 홀로 남아 목을 축이기 위해 미니 냉장고에서 하나의 콜라 캔 음료를 꺼냈다.

“언제봐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 역시 계약연장은 거부해야겠어.”

틱.

빨강과 흰색 배경 위로 자신의 사진이 새겨진 캔 음료를 들어보며 도경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음료의 캔 고리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음료수 캔을 따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징후가 눈에 들어왔다.

틱. 틱. 틱.

틱!

“하…….”

부르르.

“음료수 하나 못 따다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네.”

6살짜리도 쉽게 따는 음료수 캔을 도경이 따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경은 음료수 하나 따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계라는 거냐?”

툭.

캔 고리를 따는 것을 포기한 도경은 콜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소파에 풀썩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을 깊게 묻었다. 도경의 무적 같은 체력도 5년간의 하드한 스케줄은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일까? 예전에는 조금만 쉬어도 금방 회복했던 그의 몸이 지금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더는 능력을 사용하다간 진짜 위험하겠어…….’

상상을 초월하는 하드한 스케줄이 문제인 듯 보였지만 실상 진짜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도경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최악의 몸 상태의 원흉은 바로 그 자신이 스스로 발휘하는 이능력이라는 대가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 무적인 줄 알았던 능력이 이제는 골치 아픈 능력이 되어버렸어.”

덕분에 도경은 징크스에 빠지었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능력을 발휘하여 노래하면 할수록 자신의 몸이 빠르게 무너진다는 제약 속에서 전력을 다하는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처했기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한계인 듯싶었다.

“일단 당분간은 쉬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봐야겠어.”

“뭘 고민해요. 쉴 거면 제대로 쉬어요.”

“음?”

저벅저벅.

최악의 몸 상태. 주변에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도경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자기에게 다가온 손님을 바라보았다.

틱! 딸칵!

“콜라 하나 못 따는 주제에 무슨 고민을 해요?”

“짜식. 말을 해도 어쩜 그리 귀염성 없게 하냐? 형님 무안하게 말이야.”

“저 진지해요. 컨디션이 돌아올 때까지 당분간은 휴식에 전념할 것! 꼭 약속 지켜요.”

“…….”

자신이 따지 못하고 포기하고 놓았던 음료를 대신 따서 주는 자신의 의동생인 성준을 보며 도경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음료를 건네는 성준의 표정은 굳어서 풀릴 줄을 몰랐다.

“알았으니까. 표정 풀어라. 콜라 좀 편하게 마시자.”

“꼭 이에요.”

“네네.”

동생에게 걱정을 끼쳤다는 게 무안했는지 도경은 별말없이 성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받았던 콜라를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오랜만에 받아보는 걱정. 그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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