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345화 (345/357)

345화

[박도경 한국에 비밀리에 입국! 짤막한 인터뷰 당분간은 저택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할 예정!]

[도경 소극장은 언제 개최되나? 물밑 듯이 밀려오는 문의에 몸살 앎아.]

[JY 엔터테이먼트 도경 일정 잡히는 대로 발표할 테니 연락문의 자제해달라…….]

[한국에 돌아온 신화.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란? 그의 향후 행방이 궁금하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던 도경이 한국에 돌아오자 한바탕 떠들썩해진 대한민국. 그도 그럴 게 바쁘게 해외 활동을 이어나가던 도경이 한국에 머물며 활동한다는 것은 한국 팬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성공하며 인정받는 도경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팬으로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도경이 더욱 좋은 것이었다.

【스타 데일리】

『네. 박도경 씨가 한국에 귀국한 지 오늘로 2주일이 다 되어가는데요. 활동하지 않고 있음에도 여기저기서 찍혀 올라오는 사진들과 목격설들로 뜨거운 관심은 계속해서 이어져 가고 있는데요. 정말 그 인기가 상당합니다.』

『네. 아무래도 그래미를 최초로 석관 한 이후에 한국에 돌아온 점. 그리고 이번에 도경 씨의 개인재단인 MOM이 올해 기부할 액수가 무려 330억 원으로 밝혀진 점이 큰 화제를 낳은 듯싶습니다.』

『아, 그건 저도 들었습니다. 한 해의 수익의 10%를 기부하고 있었으니까……. 작년 한 해 동안 도경 씨가 벌어들인 수익은 못 해도 3000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얘기가 되는 건데요. 정말 천문학적인 액수이지만 진짜로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개인재단을 통해 전 수익을 기부하는 자발적인 2년 대체복무를 끝냈으면서도 그 이후에도 꾸준히 3년간 청년들에게 기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5년간 청년들에게 기부한 금액만 무려 1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젊지만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스타인데요. 그런 덕분일까요? 도경 씨는 국내에서 다른 스타들과 달리 사생활을 존중받기로 유명한 스타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그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배려해준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런 스타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는 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니다.』

『네. 그래서 이번 데일리 중계에서는 이번에 귀국한 도경 씨의 5년간의 행보를 파헤치는 스페셜 특집 편을…….』

스타는 가만히 있어도 화제가 된다고 하더니 도경이 딱 그런 케이스였다. 도경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그의 일상생활들의 족적들은 모두 화제가 되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각 매체는 스스로 도경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루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중앙 철공소】

“워매. 1500억 원이라고? 돈이 썩어 넘치나? 젊은 애들에게 아깝게 저걸 다 쏟아붓고 그런데? 힘든 노인네들 두고 말이여. 안 그래?”

후루룩.

코를 예리하게 찌르는 쇠 냄새가 진동하는 철공소.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정사각형 낡은 TV 속에서 도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한 노인이 퉁명스레 불만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청년들에게만 기부했다는 내용이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한 씨 그런 소리 말어. 기부야 어디다 하든 자기 마음이지. 좋은 일 한 청년한테 왜 그래?”

“형님. 저게 다 쇼맨십라니께? 1500억 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딴따라가 저걸 어떻게 벌어? 나윤아도 그렇게 못하오. 믿을 걸 믿어야지! 저거 다 매스컴에서 돈 받고 수작질 벌이는 거여!”

“에끼! 이 사람아! 말도 안 되는 억지 그만 부려!”

한 씨라 불리는 고집스러운 목소리에 조용히 식사하고 있던 다른 동료가 그를 향해 타박했다. 원래부터 한 씨가 매사 투덜거리며 비난을 일삼는 성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비난의 대상이 너무 지나쳤다.

“저 청년 때문에 대학교도 가고 취직한 애들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무식을 부려도 정도껏 부려야지……! 훌륭한 청년이니까 건들지 말어.”

아무리 시대에 뒤처지는 노인들 사이에서도 저 청년은 좀 유명하다. 신문이나 TV 뉴스에도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었고 주변에서도 아들놈이나 손자들이 저 청년의 혜택을 봤다는 이야기들도 간혹 들려왔는데 저런 근거 없는 원색적인 비판이라니. 아무리 같은 직장에 일하는 동료라도 못나도 너무 못난 행동이었다.

“참말이우? 난 그런 이야기 들어본 적 없는데? 내 주변에는 그런 이야기도 듣지도 못했는데…….”

“술이나 재끼면서 정부나 욕하는 친구들밖에 없는데 네가 이런 이야기를 듣기나 하겠어!? 그만 좀 못난 모습 보이고 얌전히 밥이나 처먹어!”

“큼~! 아니, 믿기지 않으니까 그러지. 뭘 그리 야단이여……. 그래! 우리 막둥이가 한번 말해봐라. 이 중에 네가 제일 젊고 똑똑하잖여. 정말로 저 청년이 그리 대단한 친구여?”

“쯧쯧. 저놈의 고집은……!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현수가 한 번 이야기 해줘 봐라. 그럼 저 고집불통 녀석도 믿겠지.”

동료들에게 소박맞은 한 씨는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다가 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얌전히 밥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던 자신들 철공소의 막내 청년을 끌어들였다. 자신처럼 가방끈 짧은 동료의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명문대에 대기업도 나온 현수라 불리우는 젊은 엘리트 막내의 말은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제가 말입니까?”

스윽.

“그려. 현수야. 한번 말해봐라. 내가 저 친구들은 못 믿어도 너는 믿지! 저 청년이 그리 대단해?”

이곳의 거친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순한 인상의 젊은 청년이 그 말에 TV에 시선을 떼고 한 씨 노인을 바라보았다.

“글쎄요.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현수라 불린 청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는데 참 묘한 분위기를 지닌 청년이란 생각이 들었다. 순한 인상이다 못해 세상에 초연한 느낌 같은 것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단하단 단어로는 표현하기가 모자란 스타죠.”

“그 정도야?”

“네. 많은 사람들이 저 스타를 통해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어가죠. 덕분에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고 그중에 저도 포함되고요.”

“현수 너도?”

“네. 제가 뒤늦게 꿈을 가지고 이곳 철공소에 발걸음 옮기게 해준 게 저 사람이에요.”

“그, 그랬어?”

“네.”

“…….”

현수란 청년이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철공소의 늙은 기술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의 망해가는 철공소를 살려낸 막내가 이곳에 온 연유가 저 스타 때문이었다는 것은 정말로 의외의 정보이기도 했으며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도 했다.

특히 도경을 욕했던 한 씨 노인의 표정이 그야말로 볼만했다. 혹시나 현수가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눈치까지 보고 있었는데 철공소에서 막내지만 현수의 위치가 상당한 듯싶었다.

“어이쿠! 알고 보니 저 청년이 현수를 우리 철공소에 보내준 귀인이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귀인을 욕했으니……. 한 씨! 얼른 사과해. 현수 기분 상했겠어.”

툭.

“크흠! 지, 진즉 이야기하지! 그랬으면 이렇게 상황 거시기하게 될 일이 없었을 건데 말이야. 참 민망하게 말이야. 우리 막내 혹 기분 상한 거 아니지? 상했으면 마음 풀어. 무식한 노인네가 항상 하던 헛소리한 거라고 생각혀.”

호들갑 떨며 자신을 타박하는 동료들의 말에 한 씨 노인은 짐짓 민망한 듯 현수를 향해 변명 아닌 변명을 이어나가며 그만의 사과를 건네었다.

“기분 상하긴요. 서로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건데 그럴 수 있죠.”

“하하! 그래그래.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는 거제. 역시 현수 네가 배운 만큼 깨어있다니까. 우리 무식쟁이라는 차원이 달라.”

“이놈아 자식이!? 왜 우리까지 끌어들여? 무식한 티는 네가 다 냈지 우리가 냈냐?”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저런 놈들 때문에 우리같이 얌전히 있는 노인네들이 젊은 애들한테 욕을 다 먹는 거라니까요.”

“다들 시끄럽소! 우리 같은 무식쟁이가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지! 위아래가 어딨어……!?”

“뭐야!? 이놈이……!”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현수의 말에 모두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꾸 자신들의 가방끈이 짧다고 끌어들이는 한 씨 노인의 말에 그들은 서로의 나이도 잊고 투덕거리기 시작했다.

“…….”

스윽.

이러한 소란은 이곳 철공소에 숨 쉬듯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이기에 현수는 그들에게서 자연스레 신경을 끄고 TV 속에 나오는 도경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미동도 없이 도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수의 모습에서 그가 도경에 품고 있는 마음이 절대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맘때쯤 팬이 되었는데. 벌써 3년이 지났구나…….’

도경에게 관심을 가지고 팬이 된 지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다.

현수 그가 보기에 도경은 단순히 연예인 스타를 넘어서 위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는 아이콘으로도 모자라 사람들의 마음과 삶 속에서 도전정신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촉하거나 떠밀지 않아도 그저 도경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많은 위안을 받으며 힘을 얻어갈 수 있었다. 이 속물적인 세상에선 그것은 정말로 대단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눈부신 성공과 결과물에서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도경이 사는 삶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느끼며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의 스타……. 나의 영웅…….”

중얼.

현수에게 있어 도경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자신을 구해준 영웅이었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음은 없는 것처럼 당신 또한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야. 당신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세상에 소리를 남길 수 있어.

자신이 희망을 잃고 시들어가던 때. 현수는 도경의 저 말을 들으며 그는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었다. 회색빛의 삶이 색을 되찾아가며 꿈이 생겨나가고 목표가 생겼고 철공소에서 쇠를 깎고 뜨거운 열기 속에 쇠를 두드리며 고된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지만, 하루하루가 충실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수는 도경을 만나고 싶었다.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딱 한 마디 고맙다는 말을 직전 전할 수 있었으면 했다. 자신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스타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서 말이다.

* * *

【한강】

쏴아아―.

“흐아암~!”

자택 근처의 한강에 나와 강물이 흐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한 남자. 씻지도 않고 나왔는지 꾀죄죄한 모습으로 까치집 머리를 강바람에 흩날리며 하품을 쩍 내뱉고 있는 그 모습은 한가한 백수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지만 이 백수의 진정한 정체를 알면 모두가 놀랄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남자의 정체는 현재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이거 조금 곤란한데?”

그야말로 살아서 전설을 쓰고 있는 톱스타지만 그에게도 세상사가 호락호락하진 않은가 보다. 묘한 탈력감에 젖어 멍하니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은 무언가 곤란에 빠진 사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인 까닭이었다.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너무나도 더딘 회복. 자기 빼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몸 상태에 그 남자는 골치 아픈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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