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대주주 팬 미팅 요구하다!]
└『악! 미친다 ㅋㅋㅋ 주주총회에서 대주주가 팬 미팅 건의 요청한 거 실화냐?』
└『나도 이거 읽고 뻥 터졌다. 30분간 팬 미팅이 주최되어야 하는 이유를 쉬지도 않고 설파했다던데 그 자리에 나도 있어야 했는데 아까비다. ㅠㅠ 나도 주식 있어서 주주총회 갈 수 있었는데….』
└『난 갔는데 진짜 개 꿀잼이었다. 도경이 당분간 쉴 예정이라고 하니까 불만 터트리면서 우려를 표하는 대주주들을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아티스트를 혹사시키지 않는다고 강단있게 말한 박진용이 벙찌는 표정 봤어야 했음. 그게 진짜 압권이었는데…! 감동에 도경 한 스푼 뿌렸음. 그 스타의 그 팬 ㅋㅋㅋ』
한국에 귀국해 얌전히 지내는 도경에게 생긴 첫 공식적인 헤프닝. 도경이 얌전하게 지내는 것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그 소식을 반기며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으며 서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아티스트 휴식 VS 팬의 권리. 솔직히 여태껏 팬 사인회 하나 안 한 건 너무했지.』
└『ㄴㄴ 대신에 매일 소극장에서 라이브 공연했잖아. 팬 사인회 보다는 소극장이 졸 잼이지.』
└『ㅇㅈ 그러니까 팬 이벤트 없어도 아무 말 없었지. 그래도 이번에는 빼박 열어야 할 듯. 무려 JY 엔터 주식 4%가진 대주주 요청인데 무시할 수가없음….』
└『4%? 팬클럽 회장이 그만한 주식을 가질 수 있음? 그리고 관계자도 아니고 어떻게 암?』
└『나 JY 엔터에 일함. 회사에서 소문 다 났음. 덕분에 기획팀 이벤트 부 야근 확정. ㅠㅠ』
└『JY에 일한다고? 주주 정보인데 여기서 이야기해도 돼?』
└『괜찬괜찬~. 나 도경 팬클럽 [매드맨] 로얄 회원이라 아는데 우리 회장님 그런 거 신경 1도 안 씀. 또도 닮아서 우리 회장님도 제대로 또라이임. 전에 서울 한복판에 있는 광고판들 다 도경 사진으로 바꾼 거 사실 우리 회장님 짓임.』
└『팬클럽에서 한 게 아니라 혼자 했다고? 진짜야? 돈이 얼마나 많길래…. 제대로 정신 나갔네. ㅎㄷㄷ』
└『매드맨 회장 [석유부자] 커뮤니티에서 유명함. 국내의 박도경 관련 커뮤니티 페이지는 대부분 그 사람 영향력 아래에 있음. 관리자랑 모니터링 요원까지 두고 있다더라.』
└『무슨 대부냐? 갑자기 무서워지네. 박도경 욕 좀 몇 번 했는데 나중에 고소 먹는 거 아님?』
└『그렇게 또라이 집단은 아님. 합리적인 선에서는 맘껏 까도 된다고 명시해뒀음.』
└『합리적인 선에서는 까도 된다니. 석유부자님 쿨 하시네 ㅋㅋㅋㅋ』
└『근데 진짜 석유부자 뭐 하는 사람이냐? 팬클럽도 그렇다 치고 D&D 회장이라고? 그거 확실한 정보임?』
JY엔터테인먼트 대주주에다가 도경의 팬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석유부자가 사실은 대한민국에 떠오르는 언론 방송국인 D&D 회장이라는 긴가민가한 소문에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도경의 커뮤니티 페이지. 그 말은 또라이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라는 거다.
『공식적으로 발표 난 게 아니니까. 그건 모르지. 근데 유력시되고 있기는 함. 그 이유가 D&D 뜻이 Dream&Drama가 아니라 사실은 Dorai doo-kyung라고 함.』
└『DD 또라이 도경. 소름 ㅋㅋㅋㅋㅋ 진짜면 개 레전드!』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D&D가 어떤 곳인데 대한민국 차세대 언론으로 주목받는 곳인데 팬심으로 만들었다고? 말도 안 됨.』
└『아니. 처음 D&D가 [D] 패치라고 인터넷으로 언론 보도할 때가 5년 전이잖아. 자세히 생각해보면 도경의 스캔들 터질 때 D&D 나타남.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벌가들 마약 파티에 대한 몰카 유출본이 터져 나왔고 [D] 패치가 재벌, 경찰, 검찰들의 유착관계까지 모두 탈탈 털었는데 이상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잖아. 대한민국 재벌하고 검찰을 건드린 몰카 유출범을 잡지도 못하고 D 패치는 너무 멀쩡하게 언론 보도를 하고 사실 이게 말이 안 되거든? 배후에 분명 누가 있는 데 내 생각에는 그 배후가 석유부자인 것 같다. 그리고 박도경하고 연관된 것 같음.』
└『소설을 써라. 븅닭아. 팬심 때문에 정·재계 다 뒤집고 검찰까지 턴다고? 한국이 좆밥으로 보이냐? 말 되는 소리나 해라.』
└『인정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건 솔직히 불가능하지.』
└『재미는 있었음.』
커뮤니티가 언제나 그렇듯. 한쪽이 주장하면 다른 한쪽은 반대하는 법. 우로보로스처럼 끊임없이 서로 반목하며 순환하는 커뮤니티의 수 많은 글들을 읽는 한 남자가 모니터에 눈을 떼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도경과 함께 커뮤니티에서 화제 되고있는 석유부자 카심이었다.
“휘유-! 이 사람 날카로운데? 거의 다 맞췄잖아?”
여러 가지 정보를 끌어모아 하나의 추론을 만들어낸 한 누리꾼의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력이 담긴 글을 읽은 카심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뭐, 자신이 딱히 감추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연결하여 하나의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 정도로 노골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다니지는 않았다.
“어디 보자 아이디가…. 『키보드 여포』?”
피식.
“아이디 마음에 드네.”
키보드 여포의 아이디를 검색하며 그의 글을 하나하나 읽던 카심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아이디와 커뮤니티 사이트의 주소를 포스트잇에 적어 내선전화로 자신의 사무실 밖에 있는 비서를 불러들였다.
“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여기 포스트잇에 적힌 이 사람. 접촉해서 [D]패치 기자단에 활동할 생각 없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스카웃 제의입니까? 회장님이 직접 추천하는 사람은 오랜만이군요.”
“네. 재능이 있어 보여서요.”
세상을 좀 더 좋은 버전으로 만들자고 만들어진 [D] 패치.
D&D 방송국 내부에서도 비밀리에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기자단은 치밀하고 끈질긴 잠입 취재로 대한민국 사회 비리 고발에 힘쓰며 앞장서는 이들의 존재는 많은 사람에게 선망을 사는 직업으로 알려졌는데 놀랍게도 카심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을 쓴 『키보드 여포』을 채용하려 하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 사람은 땡잡았네요.”
비서는 카심의 행동이 익숙한지 그가 건네는 포스트잇을 받으며 여기 적혀있는 행운의 대상을 향해 미소지었다.
“그건 두고 봐야겠죠.”
“겸손한 말씀을 하시네요. 회장님의 안목은 정평이 나 있으시잖아요. 회장님이 직접 채용한 [D] 패치 기자들은 하나같이 좋은 활약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문났어요.”
“제 안목보다는 다 돈의 힘 아니겠어요?”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초봉 7천만 원을 시작으로 한 해 취재 활동비만 3천만 원. 게다가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까지 두둑이 챙겨주는 [D] 패치는 저널리스트들과 기자들에게 있어 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곳에 있으면 누구라도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게 카심의 주장이었지만 비서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다양한 직종을 가진 기자단이라니. 그 누가 상상했겠어요? 다른 건 몰라도 [D] 기자단은 온전히 회장님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건 모른다는 말이 걸리지만 넘어가도록 하죠.”
다양한 직종을 가지고 있는 기자. 그것이 [D] 패치 기자단의 실체였다.
기자가 아닌 사람들을 기자로 등용하다니. 그야말로 미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방식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자가 아닌 자들이기에 그들은 잠입취재기자로서 활약하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아, 참. 명동점에 있는 갤러리 백화점에 제 쪽으로 연락 넣어달라고 언질 좀 넣어주세요.”
“명동 갤러리 백화점 말씀입니까? 뭐라 언질을 넣으면 될까요?”
비서의 물음에 카심이 즐겁다는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팬 사인회 건에 문의를 드린다고 하면 그쪽에서 알 거예요.”
“아……! 설마 박도경 님의……!?”
“맞아요. 우리 삼촌의 팬 사인회 날짜가 드디어 잡혔답니다! 어때요? 정 비서? 기쁘지 않나요?”
“네.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눈빛을 띠는 카심을 바라보며 정 비서가 대답하지만 그녀의 속은 대답과 달리 울상짓고 있었다.
‘당분간은 집에 일찍 가기 글렀구나….’
회사에서는 세상에 제일 게으른 사람이지만, 도경에 관련된 일이라면 미쳤다고 할 만큼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는 사람이 카심이라는 것을 정 비서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데리고 이번 일에 얼마나 들들 볶을지 생각하면 절로 눈앞이 컴컴해졌다.
* * *
[명동 갤러리 백화점 도경 첫 사인회와 팬 미팅 동시개최!
온라인 응모로 팬 사인회의 200명 인원을 뽑을 예정이며, 백화점 내 영수증 추첨 이벤트로 슈퍼스타 박도경과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를……!]
주주총회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경의 첫 번째 팬 사인회와 미팅은 빠르게 날짜가 잡혀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달하였다.
【Fan Ship 35자 팬 사인회 추첨 게시판】
└『우오오! 200명! 기필코 들어선다. 오늘부터 새벽기도 나가요!』
└『일생일대 소원입니다! 추첨 되게 해주세요.』
└『갤러리 백화점 계탔네. ㅋ 영수증 이벤트라니 그날 매출 ㅎㄷㄷ』
└『저요 저요! 저 뽑아주세요!』
└『추첨인원 너무 적어. 추첨 안 돼도 갈 테니 추첨되게 해주세요!』
└『또도 1기 팬이다. 양심 있으면 뽑아라.』
└『이까짓 게 뭐라고! 어차피 안 될 거 안다. 짜증!(뽑아줘!)』
└『나 안 뽑으면 도경이 숨기는 비밀 터트릴 거. 허언 아님 진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옵니다.』
회유, 부탁, 구걸, 협박, 위트. 드립 다양한 종류로 추첨 게시판에 달리는 댓글은 몇 시간 만에 수만 개의 댓글로 생성되었다. 수만 개의 댓글 중에 추첨이 될 인원은 고작 200명. 보통이라면 전의를 상실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도경을 향한 구애는 식을지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
“……!”
【갤러리 백화점.】
너무나도 뜨거운 이 열기에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도경의 첫 팬 사인회와 미팅이 열리는 장소를 책임지는 갤러리 백화점 직원들. 그들은 실시간으로 반응을 점검하며 두려운 눈빛들을 띠고 있었다.
“본, 본부장님 우리 백화점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벌써 댓글이 수십만 돌파인데요? 댓글들 읽어보면 추첨 안 돼도 오겠다는 반응이 태반인데 괜찮을까요?”
“가더들하고 안전요원 숫자 더 늘려야 할 것 같네요. 이러다 사고 한번 나면……!”
“팬 사인회랑 미팅이 열리는 장소 있지 않습니까. 1층 홀도 그냥 싹 다 비워서 대여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팬 미팅이라고 생각해선 안 되겠어요.”
“아, 왜 하필 우리 백화점을 고른 거야…. 미쳐버리겠다. 일단 넋 놓고 있을 수 없으니까. 서둘러 남은 직원들 다 불러와 그리고…. 누가 나한테 위장약 좀 사다 줘!”
욱신욱신.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의 열기 속에 슈퍼스타를 맞이하기 위해 갤러리 백화점 본부팀을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회의를 나누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늦은 야근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이 섞여 있어야 했지만, 이상한 점은 그 들의 눈에는 짜증보다 다른 감정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Mad Men 프로젝트]
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박도경의 첫 번째 팬 미팅.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이 프로젝트를 기필코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그들의 눈에 굳게 서려 있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