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화
“하하. 카일 네 반응을 봐서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군.”
미쳐버린 왕. 마신 가우스의 마지막 토벌을 앞둔 전쟁에서 죽음을 끝으로 헤어졌던 오랜만에 보는 인연의 재회에 타이론이라 불리는 배불뚝이 국왕은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너야말로 반응을 보니 이곳에 꽤 오래 있었나 봐? 여긴 대체 어디야?”
“음? 아직도 모르겠나? 이곳을 말이야.”
“모르겠는데?”
“하, 그걸 말이라고……. 여긴 네가 죽은 병사들의 장송곡으로 수없이 부르던 안식의 여신 에이아의 품속 【므두셀라】다.”
“아……! 므두셀라? 므두셀라가 여기였어!? 정말로 있었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의 넋을 달래는 안식처라 전해지는 에이아 여신의 품속 【므두셀라】.
도경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래 가사로서 많이 인용했지만 설마 현존하는 장소였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참 내. 일반적인 상식과 신앙심이 없고 무신경한 것은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 일 줄이야…….”
“시끄러워. 나는 지구인이거든. 네 녀석 세계의 신 따위 알까 보냐?”
뒤늦게 이곳이 므두셀라라는 것을 깨달은 도경을 보며 타이론 국왕이 혀를 차자. 도경이 발끈하며 자신의 처지를 항변했다.
“그래 보이는군. 네 녀석의 헛소리인 줄 알았지만 정말로 넌 이세계인이었어.”
“뭐야? 안 믿었던 거야?”
“쉬이 믿을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속으로 넘어가는 거지.”
“거참 이러기냐? 나 그거 은근 감동받았었다고? 너무한 거 아니야?”
“하하. 왕은 백성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 이해해라.”
나이가 들어서일까? 예전보다 더욱더 능글맞은 그 대답에 이번에는 도경이 타이론을 향해 혀를 찼다.
“꼭 자기 편할 때만 왕의 입장을 들먹이지.”
“아니꼽거든 너도 왕족으로 태어나라.”
“눼이눼이―.”
“아주 기분 나쁜 어감의 대답이군. 사람을 도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겠어.”
“찬양해라. 이게 지구인의 언어 중 가장 뛰어난 한글의 우수성이다.”
“사람을 쓸데없이 열 받게 만드는 능력에 우수성을 발휘하는 언어라니. 그 언어를 사용하는 백성들의 수준이 예상가는 구나.”
“사과해. 우리 대한민국과 한글을 창시한 세종대왕님에게 사과해라!”
“왕은 쉬이 사과하지 않지. 그나저나 왕이 만든 언어였나? 언어를 만들 정도라면 분명 현명한 왕일 터. 예상하건대 그런 식으로 언어를 쓰라고 만든 건 아닌 듯싶다만……. 언제 만나서 백성을 다루는 같은 왕으로서 위로를 건네고 싶군.”
“할 말 없게 만드네……. 빵에 버터만 처발라 먹었어? 왜 이리 혓바닥이 매끄러워?”
“손에서 검을 놓으니 자연스레 그리되더군. 이 왕좌에선 날카로운 검보다 세치 혀가 더 중요하더군.”
“정말로 왕이 되었구나. 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연배가 다른 모습에서도 위화감 없이 서로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누가 뭐래도 벗임이 틀림없는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운 눈빛을 띠었다.
“그 말은 마지막 전투에서 마신 가우스를 쓰러트렸다는 말이니까. 약속을 지켰구나. 타이론.”
“네 마지막 노래 덕택이지. 많은 이들이 네 노래를 듣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용맹하게 끝까지 싸웠다. 수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그 덕분에 가르드 대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지.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해.”
“그래. 그래서 네 녀석의 말대로 좋은 세상을 만들었냐?”
“뭐, 조금? 좋아지긴 했는데 좋다 말았지.”
“뭐야? 표정이 왜 그래? 너 설마 뭔가 또 쓸데없는 짓을 벌인거야?”
“아아. 누구 때문에 거창한 꿈을 꿔서 말이야.”
씨익.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는 추억에 잠겨있다가 쓴웃음을 짓는 친구를 바라보며 도경도 그와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세월을 많이 맞아 배불뚝이 중년 왕이지만 죽기에는 분명 이른 나이이다. 분명 고운 형태로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도경의 눈빛에 타이론은 익살스러운 눈빛을 띠며 도경을 향해 과장된 손짓을 보이며 그를 놀렸다.
“만인이 평등한 세상! 그런 멋있는 이상향을 들었는데 이 몸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 뭐, 안타깝게도 생각보다는 잘되지 않았지만 말이야.”
“멍청한 놈. 그 꽉 막힌 세상에 퍽이나 잘 됐겠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원 없이 치열하게 나의 뜻을 펼쳤고 이루지 못했지만, 변화의 씨앗은 던졌으니 말이야.”
“그럼 왜 여기 남아있는 거냐?”
이곳 【므두셀라】는 모든 영혼들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대한 근원 【에이도스】에 합류하기 전에 영혼들의 넋을 기리며 못다 한 미련을 푸는 장소다. 후련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 아직 타이론이 남아있다는 것은 그가 가슴 한편에는 못다 한 미련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의 말을 믿고 피를 흘려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어서 말이야. 뭐, 너를 만났으니 이젠 몇 명 안 남았겠지. 네가 알다시피 난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타입이니까 말이야.”
“미련한 새끼. 한두 명이 아닌데 그걸 일일이 다 만나서 사과한다고? 그리고 내가 무슨 케이크 위에 놓인 딸기냐?”
“하하하! 백성들을 포용하고 책임지는 것이 왕의 숙명이지. 그나저나 카일 슬슬 이별할 시간인 것 같다. 다음에 맞이할 손님이 벌써 찾아왔어.”
“오랜만에 봤는데 축객령이야?”
“이 몸은 바쁜 몸이니라.”
“그래. 그럼 얼른 꺼져주마.”
“하하하. 그래. 이번에는 울지 않고 웃으면서 너와 이별할 수 있어 좋구나.”
“흥…….”
끝까지 미련한 선택을 하는 자신의 친구이자 왕을 바라보며 도경은 볼멘 목소리를 냈지만, 타이론은 그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왕좌에서 일어나 도경을 향해 걸음을 옮겨오며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카일. 네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실패했다. 미안하다.”
“뭐, 나야말로 네 옆을 함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얼른 미련 털고 승천해라. 이런 삭막하고 칙칙한 곳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게 좋으니까 말이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만남 속에 두 벗은 서로의 두 눈을 지그시 마주치며 이별 인사를 덤덤히 주고받기 시작한다.
“하하하. 나름 정든 공간이다만. 뭐, 신경 써줘 고맙고 해야겠군. 그리고 카일 발밑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응? 발밑?”
“아아. 참을성 없는 손님이 너를 애타게 부르고 있거든.”
“뭐?”
“잘 가라.”
수욱!
“뭐? 잠깐, 우와아아!”
의미 모를 말에 도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그의 발밑이 쑥하고 꺼지며 도경은 어디론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후후. 삭막하고 칙칙한 곳이라……. 친구를 맞이하기엔 조금 장소가 그랬나?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에게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일 수 없으니 말이야.”
딱.
도경을 떠나 보내며 타이론은 다시 왕좌에 앉아 손가락을 퉁기었다. 그와 동시에 왕좌에만 머물고 있던 빛이 사방을 비추기 시작했고 어둠 속에 감춰졌던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호화로운 왕좌의 중심으로 사방에 핏물이 잠겨있는 그로테스크한 풍경. 도경이 축축한 물이라 생각했던 것은 사실은 붉은 핏물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이구나 톰.”
“…….”
그로테스크한 광경의 중심에 오연히 왕좌에 앉아있는 타이론 국왕은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사실 의외란다. 네가 이곳을 먼저 찾아온 것이 말이다.”
“아, 아버지…….”
“아버지라……. 잘도 그런 단어를 내뱉는구나. 그래. 네가 나를 아비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들어보자꾸나.”
흠칫.
타이론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청년. 하지만 타이론은 자신의 앞에 찾아온 자식을 바라보며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노기를 담아 물었다.
“그리도 내가 미웠더냐? 그렇게도 이 자리가 탐나더냐? 아비인 나를 배신하고 죽일 만큼 말이다.”
“그, 그건……!”
“그래. 대답해 보아라 아들아. 내 기다려주겠노라. 널 베기 전까지 말이다.”
“……!”
질투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자신의 대의를 망친 폐륜아 자식을 바라보며 타이론은 사나운 미소를 피우며 자신의 왕좌의 옆에 있는 검을 집었다.
“나는 알고 싶구나. 그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말이야.”
철컥.
왕좌의 옆에 있는 검을 집어든 타이론은 한숨을 내쉬며 좀 전에 떠난 도경을 떠올렸다.
‘카일. 너는 나처럼 미련을 절대 남기지 말아라……!’
스르릉.
어리석은 아들의 과오를 책임지는 것 또한 왕의 의무. 타이론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벌하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 * *
휘이이잉―!
“으악!”
풀썩! 풀썩!
“아니 이게 뭐야! 윽!”
푸다닥!!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오랫동안 허공에 낙하한 도경은 녹색 잎으로 뒤덮인 거대한 나무가 있는 곳으로 곤두박질치며 수풀과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튕기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
퉷.
“휴우. 이곳은 어처구니없는 곳이군.”
입안에 들어와 있는 수풀을 뱉어내며 도경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에는 축축한 어둠밖에 없었던 공간에 있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나무와 달이 존재하는 언덕에 떨어져 있었다. 상식을 모두 날려버리는 이 괴이한 공간에 도경은 적응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 싶었다.
“얼른 모습을 드러내. 초대가 너무 무식하잖아. 마무.”
“어라? 이곳에 갓 들어온 신입 주제에 눈치가 빠른걸? 나란걸 어떻게 눈치챈 거야?”
누워있는 도경을 향해 경쾌하게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경은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한 청년을 바라 보았다. 수사자처럼 여기저기 뻗어있는 백금발의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에 머리끈으로 묶은 호남형의 미남자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를 띠며 누워있는 도경을 향해 손을 건네며 물었다.
“모를 리 있나? 이 무식하게 큰 나무가 있는 장소에 나를 불러 낼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유랑단과 함께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하는 도중. 가장 오랫동안 정착했던 장소다.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의 친우와 기량을 갈고닦았던 장소였으며 저 거대한 나무를 굳이 올라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술을 곁들이며 달을 향해 최고의 음유시인이 될 거라고 외쳤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가장 순수한 청춘과 우정의 시간을 보냈던 장소. 이곳에 자신을 부를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짜식. 그래도 이 형님을 잊지는 않았구나.”
“너처럼 무식한 놈을 잊을 리가 있나.”
“요게!”
“하하하! 넌 여전하구나! 마무.”
【붉은 황금】이라 불렀던 카일과 마무.
두 명의 음유시인. 그립고도 그리운 재회에 둘은 웃음을 터트리며 옛날처럼 나무 위에 올라 술을 곁들어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 * *
마무가 준비한 장소에서 술을 마시며 도경은 이곳 【므두셀라】에 관해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심상세계?”
“어. 이곳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어. 능력만 된다면 원하는 걸 이렇게 만들 수 있지.”
딱!
슈우욱!
“한번 먹어봐.”
아무것도 없는 나무에서 각종 과일이 맺혀나고 마무는 그중 하나의 과일을 따서 도경에게 건네었다.
아삭.
“맛있네. 진짜 과일이야.”
“그렇지?”
마무에게 건네받은 과일을 베어먹으며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을 느끼며 도경은 이곳이 어떤 곳인지 감을 잡았다.
“이곳은 근원으로 가기 전의 빈둥거리는 만능 집 같은 곳이로군.”
“뭐, 비슷해.”
“넌 여기에 얼마나 거야? 오랫동안 있었어?”
“글쎄? 세보지 않았지만 5년 정도 되었나?”
“5년? 생각보다 짧은 기간인데?”
“이곳에선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시공간이 겹치고 얽혀있는 곳이라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거든. 이곳에서 존재하는 시간은 오로지 자기의 미련을 정리하는 시간뿐이지.”
심상세계는 【므두셀라】에서 각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는 영혼의 집 같은 것이었다.
이곳에서 안식을 취하는 영혼은 생전의 가졌던 미련이나 업을 떠올리면 정리해 나가는 곳이며 그 미련이나 업이 강하면 필요에 의해서는 ‘이끌림’을 통해서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과거와 미래의 영혼이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마무의 말에 도경은 혀를 내둘렀다.
“하긴. 영혼에게 물리법칙을 기대한다는 게 바보 같은 건가? 그나저나……. 그러면 내 심상세계는 어찌 된 거지? 난 아직 내 심상세계를 모르는데?”
“신입 놈이 벌써부터 건방지게 편하게 빈둥거릴 생각부터 하냐? 우선 뺑이먼저 쳐야지.”
“뭐? 뺑이?”
문득 자신은 심상세계는 없다는 것을 자각한 도경이 마무에게 묻자. 술을 마시고 있던 마무가 헛웃음 지으며 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래.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당연히 먼저 이곳에 들어온 선배님의 미련을 먼저 풀어주는 게 후배 놈의 의무 아니겠냐?”
“아니. 무슨 물리법칙은 적용 안 되면서 꼰대질은 적용이 돼?”
“아니꼬우면 네가 먼저 죽어서 이곳에 들어오던가.”
“꼬우면 할 게 뭐 이리 많냐……. 이제는 먼저 죽기까지 해야하다니. 그거참 험난하구만.”
“원래 신입은 다”
자신에게 미련을 지닌 사람들이 우선이라는 【므두셀라】의 삼강오륜 시스템에 도경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무는 괘의치 않았다.
“자, 그럼 신입 노래 한번 좀 들어볼까?”
툭!
“이건?”
“노래 한 곡 뽑아야지.”
“뭐야? 이렇게 갑자기?”
술병 채로 술을 다 비운 마무는 도경에게 한 가지의 물건을 건네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가르르 대륙의 현악기 『지그』의 감촉을 쓰다듬으며 느끼고 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마무는 유쾌하게 웃었다.
“뭐, 언제는 예고하고 살았냐? 오랜만에 실력 좀 보자.”
“하긴……. 그나저나 너 깜짝 놀라 자빠지지나 마라.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말이야.”
띠리링.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걸? 넌 내가 여기서 무슨 미련으로 남아 있었을 것 같냐?”
피식.
“너, 설마……!?”
“그래. 이곳에서 원 없이 노래 불렀지.”
음유시인으로서 음악과 노랫소리로 영혼을 나누었던 친구였다. 도경의 지그를 들어 올리며 현을 퉁기자. 마무 또한 지그를 소환해내 손에 쥐며 도경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관객도, 음악가도 넘쳐나는 이곳은 음유시인의 최고의 낙원이라고?”
마무는 【므두셀라】의 음유시인이었다.
이곳 므두셀라에선 그 누구나 자유롭고 무한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지치지 않았으며 수많은 영혼들을 자신의 심상세계에 관객으로 초대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게다가 원한다면 최고의 음악가들과 같이 음악적인 교류와 활동도 쌓을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낙원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넌 정말 미친 또라이 놈이야……!”
“하하하! 칭찬이지?”
죽어서까지 노래를 부르는 그 미친 열의에 도경이 결국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이제는 죽을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 같다. 도경도 인정하는 또라이. 그것이 마무란 친구의 정체였다.
“그렇다면 얌전히 성불(?) 시켜주마.”
“네가 날 만족하게 한다면 언제든지.”
마무의 미련은 분명 원 없이 노래하는 것일터. 도경은 그 골 때리는 친구의 미련에 나름의 찬사를 내보임과 동시에 지그의 현을 열정적으로 퉁기며 본격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려 한다.
띠리링!
우우우웅―!
청명한 달빛이 비치는 거대한 나무가 있는 언덕.
두 사람의 옛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에서 도경과 마무. 【붉은황금】이라 불린 두 명의 음유시인은 그 어느 때보다 불타올라 자신들의 노랫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