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힘들어…….”
희뿌연 짙은 안개가 가득한 장소.
휘이이이잉―.
“이렇게 힘들 거라는 말은 안 해줬잖아. 시아…….”
저벅저벅.
현재 도경은 짙은 안개를 헤쳐나가며 묵묵히 걷고 있었다. 시간도, 공간도, 방향도 짐작이 가지 않는 장소에서 도경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후우우―.”
너무나도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숨. 【므두셀라】에서 영혼은 지치지 않지만, 도경이 걷고 있는 이 장소는 달랐다. 하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도경이 현재 걸음을 옮기는 이곳은 안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죽음을 벗어나기 위한 고난을 딛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므두셀라】 고난의 길.
마녀인 시아가 말하길. 도경은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한다. 생사의 기로에 선 도경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 전해다 주는 안식을 받아들이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죽음을 거부하는 이 길을 걷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짙은 안개 속.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장소에서 발걸음 옮길 때마다 몸은 한없이 무거워져 가고 오감은 헝클어져 정신을 빠르게 황폐하게 했다. 삶이란 죽음과의 투쟁의 연속인바. 죽음의 안식에서 벗어나려는 도경을 향해 이 정체모를 장소는 도경의 의지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따라가.』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고, 온몸을 엄습하는 피곤함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도경은 걸음을 옮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멈출 수 없었다.
[우리 아들이 제발 일어나게 해주세요.]
[왜 우리 아들에게만 이런 일이…….]
[오빠 얼른 일어나. 안 그러면 평생 원망할 거야.]
뚜벅…….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가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정말 이대로 포기하는 거야? 난 형과 좀 더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날 두고 떠나지 마!]
[삼촌 미안해요. 나 때문이에요 나 때문에…….]
[정말 이렇게 허망하게 가는 거냐? 정말로?]
[도경아 일어나. 내 시나리오를 읽어주기로 약속했잖아.]
[아직 은혜를 다 갚지 못했는데…….]
[이번에 오빠가 깜짝 놀랄 곡을 준비해 왔는데 도대체 뭐에요…….]
[내가 말했잖아. 평소 가드들 이젠 네게 더는 욕심부리지 않을게.]
뚜벅……!
자신을 의지하는 수많은 목소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이 돌아오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멈춰선 안 돼. 걸어야 해.’
자신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목소리. 그것이 도경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힘겹게 걸음을 이어가는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도경은 걸음을 멈추고서야 말았다.
[…….]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우뚝.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희미해져만 가던 목소리가 종국에 와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휘청.
애초부터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였다. 도경은 자신을 걷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사라짐을 깨달으며 실 끊어진 인형처럼 휘청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엇이든 홀로 극복했던 강철같은 의지도, 식을 줄 모르는 불같은 열정도 모두 소진되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느끼며 도경의 시야는 급격히 흐려져 간다.
‘끝인가?’
털썩.
* * *
삐이이―.
띠디디디딕!
“선생님……!”
“젠장! 당장 제세동기 준비해. 심폐소생(CPR) 들어간다! 원장님 바로 호출해!”
“네!”
미약하게나마 힘겹게 이어나가던 도경의 심장박동이 멎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끄럽게 이어지는 너스콜. 항시 대기 중인 담당의와 간호사가 서둘러 달려와 도경의 상태를 황급히 살피기 시작하며 응급조치를 취하기 시작한다.
“100쥴(J) 차징.”
“100쥴(J) 차징! 준비됐습니다!”
“셋, 둘, 하나! 샷!”
덜컹!
삐이―.
“반응은?”
“아무런 반응 없습니다!”
“200쥴(J)로 출력 올려!”
침대가 크게 들썩일 정도로 크게 튀어 오르는 도경의 몸. 하지만 도경의 멎어버린 심장은 그대로 멈춰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본 젊은 의사는 서둘러 제세동기의 출력을 올렸다.
“200쥴(J) 차징!!”
“떨어져! 셋 둘 하나! 샷!”
덜커덩!
“빌어먹을! 도경 씨. 이대로 포기할 생각 합니까?”
다시 한번 격하게 튀어 오르는 도경의 몸. 그런 도경을 보며 의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들을 리 없는 도경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다……!”
덜커덩!
* * *
“…….”
스르르륵.
회색의 짙은 안개가 자욱한 공간. 숨 쉬는 미동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도경은 옅은 빛에 물들어 소멸을 맞이해 가고 있었다. 고난의 길이 가져다준 시련을 극복 못 하는 영혼의 최후였다.
미련을 지닐 힘조차 소모해 버렸으니 자연스레 근원을 향해 끌려가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도경이란 존재는 사라질 것이 자명한 사실.
터벅터벅.
“여기 계셨군요.”
하지만 정체불명 불청객들의 등장에 도경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다들 힘든 여정이 될 거다. 괜찮지?』
끄덕.
한 남자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남성들. 그들은 도경을 둘러쌓아 도경의 몸을 들어 올리기 시작한다.
* * *
“숨을 간신히 되돌려 놓긴 했지만 아무래도 오늘이 넘기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의사의 절망스러운 마지막 통보. 도경의 가족들은 의사를 돌려보내며 침대에 누워있는 도경을 바라보며 곁을 지키기 시작했다.
“흑……. 오빠……!”
“소희야. 울지마라. 네 오빠는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이 될 거라면 울지 말고 네 오빠의 곁에 의연하게 지켜 주렴. 당신도 이리 오시오.”
“여보…….”
“아빠…….”
박호찬은 도경의 근처에 의자를 끌어와 앉아 도경의 손을 붙잡으며 두 모녀를 자신의 곁에 불러모았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우리는 요 녀석 옆에 있어 줍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믿어봅시다.”
세 차례의 수술과 수없이 찾아왔던 응급상황. 심장이 멎기까지 하였지만, 자신의 자식은 끝까지 버텨 주었다. 그러니 가장인 자신 또한 최선을 다해야 했다.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스윽.
툭.
덤덤히 말을 이어나가는 박호찬은 자신의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틀어 놓았다.
띠리링~.
병실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박호찬은 도경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미소지었다.
“기다리마. 아들.”
* * *
“으음~. 아버지……!”
꿈틀.
미동도 하지 않던 도경의 몸이 움찔거렸다. 무슨 말을 했는지 너무 적어 듣지 못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따스한 의지가 서린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도경은 희미하게 깬 의식을 간신히 붙잡아 천천히 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저벅.
흔들흔들.
“음……!?”
부르르.
의식을 되찾은 도경은 자신이 느낀 온기가 그 하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체온과 체력을 빼앗아가는 안개 대신에 생기를 전해주는 따스한 체온을 띤 감촉이 자신을 둘러쌓고 있었다. 도경은 힘겹게 눈을 뜨며 그 온기의 정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너희들은…? 아니, 이곳을 어떻게……!?”
자신을 업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그리고 자신을 둘러쌓으며 걸음을 옮기는 이들을 확인하며 도경은 놀라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왜 자신의 곁에 있단 말인가? 도경은 갑작스러운 이들의 등장에 정신이 없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모두들 당신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
수십, 수백, 수천의 병사복장을 입은 이들이 한뜻으로 도경에게 의지를 건네며 도경에게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당신을 원하는 곳에 우리가 데려다주겠습니다.』
도경의 노래에 위안을 받고 죽음을 위로하는 장송곡에 구원을 받았던 수천 명 전우가 도경 대신 걸음을 옮기며 시련의 안개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몸에서 빛이 나는 가루들을 흩날리며 천천히 소멸을 맞이해 가면서 말이다.
『이번엔 우리가 당신의 힘이 되어줄 차례입니다.』
울컥!
남의 일에 미련하기 그지없는 오지랖을 부리는 그 말에 도경은 눈시울을 붉히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 바보들이…….”
주르륵.
* * *
스르르륵.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회색빛의 안개들이 새하얀 빛이 나는 가루 입자와 섞여 아름다운 기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장관이라고밖에 설명 못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꼭 돌아가시길……!』
『당신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카일 님의 힘이 돼서 기쁩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재밌게 놀다 갑니다.』
『카일 님……!』
『카일…….』
“모두들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꾸욱.
길게 이어지는 저 잊지 못할 아름다운 빛의 발자취는 절대 거저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미련을 뒤로하고 자기를 위해 희생을 선택한 병사들의 유훈들이 모여 만들어진 길. 도경으로선 아름답다고 쉬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모두들 분명 만족하며 떠났을 테니까요.』
씨익.
수천 명의 병사는 숫자는 수백으로, 수백의 병사들은 수십으로, 수십의 병사에선 이제는 한 사람만이 도경의 곁을 마지막으로 지키며 유훈을 남기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단언하지?”
『제가 그러니까요.』
씨익.
“그러냐?”
피식.
자신의 품속에서 빛의 가루로 천천히 흩어져가는 해맑게 웃음 짓는 이름 모를 병사의 너무나도 주관적인 주장에 도경은 어처구니없다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말에 힘이 샘솟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이젠 가십시오. 충분히 쉬시지 않으셨습니까. 』
“그래…….”
『당신과 함께해서 영광이었습니다.』
푸스스스.
“나야말로…….”
스윽.
마지막으로 빛의 가루로 화하는 병사를 보며 도경은 말없이 천천히 일어나 뒤돌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저벅저벅.
한 걸음. 두 걸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도경. 그의 발걸음엔 절대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서려있었다.
* * *
스르륵.
터벅터벅.
다시 홀로 남은 도경은 시간도 잊고 걷고 또 걸었다. 다시 찾아오는 체력적 한계와 흩어져가는 의지는 도경의 몸은 빛의 입자로 닳아가게 하고 있었지만, 도경은 신경 쓰지 않고 끝까지 걸음을 옮겼다.
털썩.
닳고 닳아소 결국, 발이 사라져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진 도경. 하지만 도경은 개의치 않았다.
피식.
“이 정도로 포기할쏘냐.”
발이 없으면 없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도경은 손을 이용해 바닥을 기어가며 자신에게 이어진 빛의 길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엉금엉금
털썩.
“흥……!”
손이 닳아 없어지면 어깨와 허벅지로 앞을 나아갔고 몸통만 남았을 때는 머리와 가슴으로 몸을 꿈틀거리며 앞을 나아갔다. 그것이 1㎜의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도경은 나아가는 데 있어 망설이지 않았다.
꿈틀꿈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도 아무리 추해도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이들과 기다려주는 사람들에게 도경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자 최선을 다한 증명이었기에 말이다.
툭.
“…….”
몸통마저도 닳아 없어져 머리만 남아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있을 때도 도경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의 시선은 앞으로 여전히 나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스르르륵.
한참을 눈을 뜨며 그렇게 가만히 앞을 바라보던 도경. 그는 그렇게 마지막으로 빛의 입자로 화하며 결국 소멸을 맞이했다.
“…….”
도경의 육신은 전부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로 끝이 난 것이다. 도경의 여정은 끝이 났고 남아 있는 것은 그저 도경이 이어온 빛을 품은 발자취뿐이었다. 수천 명의 희생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가 만들어 놓은 길. 저 길도 시간이 지나면 안개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
스륵…….
회색의 안개가 가득한 공간이 하나의 의지로 뒤흔들기 시작했다.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은 끝이 아니었다. 육신은 없앨 수 있었지만, 도경의 의지는 그대로 남아 존재하고 있었다. 바닥에 흩뿌려져 발자취를 남기었던 빛의 입자들이 도경의 의지에 반응하며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다.
휘리리리릭!
화아악!
길게 이어왔던 빛의 의지는 하나의 구체가 되고 그 구체는 짙은 안개를 모두 집어삼켜 이 갑갑한 공간을 환하게 비추었다.
우웅우웅.
번쩍!
그 어느 때보다 환해진 공간.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빛은 망설임 없이 앞을 질주해 나간다.
파아앗―!
* * *
[아아아~.]
[우~]
수천수만 명에게 인파에 둘러싸인 병원. 밤늦은 새벽인데도 사람들은 가득 메우며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슬픔이 가득한 노랫소리. 마지막이 될 거라는 도경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도경을 위한 보답이었다. 자신의 노래로 세상을 채우고 싶다는 도경을 위해 모두가 끝나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크흐흑. 도경아. 들리니? 모두가 너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단다.”
“도경아……. 안돼”
“오빠!”
삐익―. 삐익―.
삐―.
“……!”
누가 들어도 점점 미약해져 가는 바이탈 사인 신호음은 어느새 심정지를 뜻하는 신호음을 내며 도경의 길고 긴 끝을 알렸다.
“오전 03시 13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도경아―!”
“안돼!”
“으아아앙.”
“……!”
개인 병실. 도경의 부고 알림에 숨죽이면서 지켜만 보고 있던 모두가 결국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슬픔으로 가득한 공간. 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조심스레 도경의 부고를 알리는 바이탈 사인의 신호음과 입가에 씌웠던 마스크와 몸에 덕지덕지 붙은 링거를 떼어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조용히 빌었다.
꿈틀.
“어!?”
울음바다로 정신없을 때. 한 명의 간호사가 자신도 모르게 의아한 음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눈가를 비비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그래?”
“방금 손가락 움직이지 않았어?”
“돌아간 사람한테 그게 무슨 소리… 어!?”
꿈틀!
“움직였다!!!”
“……!”
자신의 동료에게 말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간호사 자신도 모르게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뭐? 지금 뭐라고 그랬나?”
“서, 선생님! 방금 도경 환자분 손 움직였어요.”
“그럴 리가……!”
“으으음~.”
꿈틀.
“헉!!!”
갑작스러운 이변. 울음으로 가득했던 병실이 순식간에 적막에 빠지었다. 모두가 울음을 멈추고 숨죽이며 도경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어 제대로 확인을 해야 했다.
“…….”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병실. 도경의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는 오직 밖에서 도경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뿐이었다.
[I love you. and miss you.
헤어지지 말아요. 떠나가지 말아요.
내가 허락하기 전에 가지 말아요.]
밖에서 울려 퍼지는 애절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도경의 병실에 있는 모두가 두 손을 모았다. 자신들에게 기적이 일어나 주기를…….
“으으음. 으……!”
“아!!”
1분 1초를 피 말리는 심정으로 기다렸던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 가득한 눈빛으로 도경을 바라보았다.
“도경 씨! 들립니까. 아무거나 좋으니 말씀해주세요!”
툭툭.
의사는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상황에 서둘러 고개를 숙여 도경의 귓가에 되고 큰소리로 물음을 반복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도경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함과 동시에 그의 의식을 각성을 재촉하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그런 의사의 행동에 효과가 있는지. 도경의 반응은 더욱더 확실히 나타기 시작한다.
“하……. 아안……. 맞아.”
“네? 맞다고요? 뭐가 맞다는 겁니까?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놀라웠다. 의식을 되찾는 것도 모자라 무언가 의사 표현을 하려고 하다니 담당 의사는 고무적인 표정을 지으며 다음의 말을 기대했다.
“으……. 구려.”
“네?”
“안 맞아. 으아……. 구려.”
“네 구리다고요…?”
“으으……. 음정 하나……. 안 맞아……!”
“……!”
도경의 말에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일까? 3차례의 수술. 심장이 두 번 멈춘 사람이 내뱉는 첫 마디가 구리다는 단어라니. 자신들의 귀가 멀쩡한지 의심이 들었다.
“내 노래 망치지 마……. 부르지 마! 으아……! 이 개 같은 새……! 으…….”
털썩.
“…….”
끝까지 자신의 할 말을 하며 결국 의식을 잃는 도경. 그런 도경의 말을 모두 들었던 사람들은 불행히도 자신들의 귀는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황당하다 못해 질린다는 표정으로 도경을 향해 시선을 보내었다.
‘지금 밖에서 노래를 듣고 구리다고 말한 거지?’
‘자기 노래를 망치지 말라니……. 실화냐? 집착 소름 끼친다…….’
‘흐윽! 정말 미친 새끼네.’
‘이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한다.’
자신들의 스타 생환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간절히 부른 사람들의 노래를 향해 구리다며 욕설을 내뱉는 존재라니. 기적이 가져다주는 감동이 쓰나미에 씻긴 것처럼 모두 쓸려나가 버렸다.
“허…….”
기적마저도 질리게 만드는 남자. 그렇다. 그것이 도경이었다.
대단하지만 한없이 유쾌하고, 언제나 옆에 함께 있어 주는 최고의 스타. 현대로 귀환한 음유시인은 모두의 곁으로 무사 생환한 듯싶었다.
[돌고 돌아 내게 돌아오는 당신.
영원히 기억해요.
나의 운명인 사람이니까요.]
마지막. 끝이 보이지 않는 새하얀 지평선.
어쩌면 도경이 헤매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에는 음정 하나 맞지 않는 사람들의 노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으…….”
(음유시인 현대로 귀환하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