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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명군이 되다-4화 (4/380)

인조, 명군이 되다 4화

문창부원군 류희분의 목까지 떨어지면서 광해군 시대를 풍미한 세 창놈이 죽었다.

……어감이 좀 이상한데?

이이첨과 박승종 그리고 류희분까지 모두 군호에 창이 들어간다. 순서대로 광창부원군, 밀창부원군, 문창부원군.

그래서 세 창놈이라 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

아마도.

‘삼창은 원래 반정이 끝난 뒤 차례대로 죽었을 사람들이지.’

나는 이 자리에서 과거의 실세를 모조리 죽였다.

덕분에 주변 신하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반정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의 분위기는 상궁 김개시나 그녀의 조카사위 정몽필을 죽일 때와는 달랐다.

‘고작 오늘 저녁까지도 나라를 주무르던 세 사람이 허망하게 갔으니.’

머리 달아난 삼창의 곁에는 먼저 형을 받고 죽은 김 상궁과 정몽필이 늘어져 있었다.

숨이 붙어 있을 때는 하늘과 땅만큼 대접이 달랐던 이들이지만, 죽을 때는 이토록 공평하다.

나는 반정 패거리들이 깨달음을 얻었기를 바라며, 일렀다.

“백관들 앞에서 나라의 적을 처단하여 일벌백계를 세우고자 하였는데, 형의 집행이 끝난 지금까지도 입궐하지 않은 자들은 어떤 진의를 가졌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굳이 의심하지 않아도 뻔하다.

소동이 이 정도 벌어졌는데 몰랐다고는 못할 테고.

제 발이 저려서겠지.

직접 나설 일은 아닌지라, 꼴에 반정군 대장이랍시고 설쳐댄 김류를 쳐다보니 김류가 당황해했다.

“아…….”

김류는 이전부터 놀란 눈치였다.

저들만의 잔치가 될 줄 알았던 처형식을, 어느샌가 내가 주도했으니까.

이이첨의 온건한 숙청과 박승종의 죽음은 저들이 원치 않았던 일이다.

의외의 전개에 능양군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하고 반전 매력에 빠진 거지.

하지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능양군은 ‘사람’이 아닌 쪽이고 나는 ‘원래’가 아닌 쪽이지.

그걸 김류가 알 일은 없지만 말이야…….

시선을 거두지 않고 빤히 쳐다보니 김류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부름을 받고도 입궐하지 않은 자들은 일제히 체포하여 사정과 죄상을 알아보는 게 좋겠으나, 급선무는 아닐 듯합니다.”

김류의 시선이 나의 어깨너머로 향했다.

UFO라도 떴나,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인정전 주변의 화마가 하늘까지 치솟은 채였다. 역시 창덕궁은 이렇게 되나?

잘도 타는군.

불빛을 받아 널브러진 시신들의 절단면과 박석들 사이로 흐른 핏줄기들이 요란하게 번들거렸다.

때마침 콰르르르, 어딘가의 전각까지 무너지면서 매캐한 연기가 번졌고 사람들은 입을 가린 채 기침했다.

확실히 여기서 국사를 논하는 게 급선무는 아니었다.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고 말하려는 찰나, 무관 하나가 부연 연기를 헤치며 허둥지둥 달려왔다.

“겨, 경하드리옵니다!”

때아닌 경하와 다급한 발소리에 매운 연기와 발작적인 기침으로 그렁그렁 눈물 맺힌 시선들이 일제히 돌아갔다.

“폐주를 사로잡았습니다! 의관 안국신安國信의 집에 숨어 있었다 합니다!”

그러자 김류가 다급히 물었다.

“폐세자의 신병은 확보하였는가?”

무관은 한참이나 기침한 다음에야, 어렵사리 답했다.

“예!”

그 대답에 반정 인사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광해군과 폐세자 부자父子를 확보했다는 건, 반정의 승리와 정통성을 가진 역반정 시도의 차단을 의미했다.

때마침 주변에는 백관이 모여 있었으니, 좋은 소식이 시의적절하게 전해진 셈이기도 했다.

“공의 말씀대로 잡다한 죄인의 처분은 추후로 미루고, 지금은 기쁜 소식을 대비께 전하는 게 좋겠습니다.”

“예!”

“다만 그전에, 폐주부터 봐야겠습니다.”

과연 광해군의 실물은 어떨까?

김류는 꾸벅 고개 숙이고는 주변을 향해 외쳤다.

“형 집행은 끝났으니 다들 돌아가시오!”

무성의한 해산 명령에, 신하들은 곧장 물러나지 못하고 제각기 반정 의사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저마다 자신을 소개하며, 이 자리에 참석했음을 각인하고자 애썼다.

불참자의 처분이 논의된 참이니.

반정 인사들은 백관의 구걸을 상대하며 콧대를 높였다. 이어질 시대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두에게 보이려는 듯.

‘기회를 잘 이용하는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일단 자리부터 뜨고 싶었다. 지금 산 채로 훈제가 되고 있단 말이야.

입 주변을 휘저으며 나아가는데 도승지가 다가왔다.

“……대감.”

처음 마주했을 때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으나, 막 들어온 소식 탓인지 완전히 승복한 듯했다.

뒤늦게 첫인상이 나빴던 것이 후회되는 걸까?

나는 앞에서 머뭇거리는 도승지에게 일렀다.

“이 사람은 승지께 유감이 없으니, 가 보셔도 좋습니다.”

“대감께서 죄 많은 소인을 용서해 주시니 망극할 따름입니다.”

도승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물러날 기색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확답을 받은 자들이 도망치듯 인정전을 빠져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도승지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염치 불고하고 아룁니다. 폐주가 무도하여 스스로 천명을 끊기는 하였으나, 임금의 자리에 있은 지 십육여 년입니다. 청컨대 목숨만은 보전하게 하시옵소서.”

주변의 반정 인사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삼창마저 막 목이 달아난 참이고, 다른 신하들은 새 시대의 권신들에게 서로 잘 보이겠다고 난리다.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도 그리 고분고분하지는 않았던 도승지가 이제는 폐주를 살려 두라고 요구한다.

참으로 대단한 배짱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도승지 이덕형李德泂.

한음 이덕형李德馨과 동명이인이라 많이 가려졌으나, 보이듯이 찬탈자에게 옛 주인의 목숨을 구걸한 인물이다.

실록의 글자로만 접해본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한음이 아닌 도승지 이덕형도 꽤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와 달리 구굉은 생각이 다른 듯했다.

“무도한 소리!”

외침이 밤하늘에 쩌렁, 울리자 신하들은 불에 덴 듯 도망쳤고 반정 인사들은 이목을 옮겼다.

타오르는 궁궐 한가운데서 구굉은 고성을 이어갔다.

“그대가 무슨 자격으로 폐주의 명운에 간섭하고자 하시는가? 아니면 광창부원군처럼 폐주의 충신으로 남고자 하는가!”

원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주겠다는 협박에 이덕형은 깊게 허리 숙이며 답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다만 대감께서 대의로 거사하셨으니, 폐군일지라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정녕 옳다면 대감께서 그리하실 것이고, 아니라면 그 또한 대감의 뜻일진대 도승지는 주제넘게 간섭하려 드는가?”

분위기가 워낙 흉흉했고 폐주의 처분이 중대한 문제였던 탓에, 주변은 무수한 이목에도 한없이 조용했다.

“두 분의 말씀이 다 옳습니다.”

도승지 이덕형은 직언하는 사람이고 구굉은 내게 충성하는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서 불화라도 생기면 내가 피곤하다.

말싸움은 이쯤에서 뭉개 버리는 게 좋겠지.

“도승지의 의도는 잘 알겠으나, 말씀은 가려 해주십시오.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내게 폐주의 처분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이미 왕이나 다름없긴 하지만, 아직 즉위식은 치르지 않았으니까.

도승지 이덕형은 아차 싶었다는 얼굴로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이해는 한다.

한 자리에서 삼창을 모조리 골로 보냈는데 폐주라고 건사할 것 같지는 않을 테니까. 광해군의 목숨을 살리려면 지금밖에 때가 없다고 생각했겠지.

나는 여전히, 불필요한 출혈은 지양하고자 한다.

“그동안 정신없으셨을 텐데 이만 쉬시러 가보시지요. 도승지의 뜻은 내가 경청할 자격이 생겼을 때, 그때 함께 고민해 봅시다.”

“……예.”

이덕형은 썩 만족스러운 기색이 아니었으나, 내게 강권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가 물러나자, 도승지의 등을 쫓던 반정 인사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약간의 경외와 놀라움 그리고 경계심이 담긴 시선이었다.

건방지게 폐주의 처분에 간섭한 도승지를 그냥 보내준 것이 불만인 걸까?

……아니면, 그동안 내가 보여준 모습이 자신들이 그리는 미래에 걸림돌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걸까.

‘어느 쪽이라도 과분한 발상이다, 이것들아.’

나는 구굉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음 같아서는 질책하고 싶었는데, 외숙께서 대신 시원하게 한 말씀 해주신 덕분에 이 사람이 체면치레를 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평판을 지킬 수 있었다는 말에 구굉이 뿌듯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대감께서는 장차 인군人君이 되실 분이니, 성심을 다해 모실 뿐입니다.”

“외숙 같은 분이 계셔서 다행이지요. 사실, 도승지 같은 사람은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기껏 해봐야 사직이나 청하면서 불만을 드러내는 게 전부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런 자들이 모인다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예에. 하지만 그보다도 더 무서운 놈들이 있습니다. 바로, 내색을 안 하는 것들이지요.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있다가…… 기회를 봐서 뒤통수를 후리려는 놈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게 반정 패거리다.

잠재적인 적은 밖이 아닌 내부에 있고, 저들 중에서는 정말로 두 번째 반역을 일으킨 자도 있다.

“순진한 사람들이 주제넘은 소리 좀 지껄인다고 성낼 필요 없습니다. 떠들 놈들은 떠들게 두어야, 잡아 죽일 것과 놓아줄 놈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지당한 분부십니다.”

“계속 이 사람의 곁을 지켜주세요. 믿을 사람은 외숙밖에 없습니다.”

“예. 여부야 있겠습니까?”

나의 무한 신뢰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구굉이 환하게 반색했다.

상황은 대강 정리된 거 같고.

나는 반정 인사들을 향해 말했다.

“폐주 얼굴이나 보러 갑시다.”

* * *

창덕궁과 휘날리는 잿가루를 뒤로한 채 도총부에 이르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관이 다가와 아뢨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신, 이천부사 이중로李重老라 하옵니다!”

나는 말에서 내려 이중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중로는 당황한 기색에 반사적으로 손을 뺐으나, 나는 더욱 단단히 잡고서 말했다.

“아직 즉위식을 치르지 않았고, 대비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실지 모르니 칭신稱臣하지 마십시오.”

“아……. 송구하옵니다. 대감.”

작정하고 추궁하려던 건 아니었던지라 이중로에게 환히 웃어주었다.

붙잡은 손도 놓지 않았고.

이 사람을 이토록 우대하는 이유는 그가 마지막까지 인조를 위해 충성하다 죽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이괄의 난 때, 예성강禮成江 상류 마탄馬灘에서 반란군을 막다가 전사한다.

목숨으로 충성을 증명한 사람이니 믿을 수 있었다.

“부사께서 직접 폐주를 데려왔다고 들었습니다. 정말로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부사.”

점수 딸 생각으로 거듭 칭찬하자, 이중로도 그제야 손을 맞잡았다. 마음이 놓인 모양.

“폐주는 안에 있습니까?”

“예에. 다만 나인과 급사를 간곡히 청하여서, 소용 임씨를 함께 두었습니다.”

이중로는 자백이라도 한다는 기색이었다.

광해군은 능양군의 아버지 정원군의 집을 빼앗고, 또 동생인 능창군에게는 자결을 명한 불공대천의 원수.

내가 찬탈에 성공한 이상, 공적으로는 물론 사적으로도 우대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도 이중로가 무리해서 사정을 봐준 건 도승지 이덕형과 같은 심정이어서겠지.

오히려 이 정도 양심의 가책은 느껴야 쓸 만한 사람이다.

“괜찮습니다.”

이중로는 안도한 낯으로 끄덕이고는 발을 돌렸다. 내가 도총부의 내부를 모를 테니 안내하겠다는 뜻이겠지.

나는 이중로의 뒤를 쫓으며 생각했다.

‘……적응 참 빠르네.’

막 능양군이 되었을 때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죽하면 지금은 싹싹한 구굉마저 내게 입 다물고 있으라 지시할 정도였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꽤 적응한 듯했다.

반정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처형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행하면서 존재감도 굳혔다.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고민해 보았으나 답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의 나조차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능양군까지 되어버렸으니까.

이놈의 몸뚱이와 대가리가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아닌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냉정하게 관조한다면 느끼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때가 아니었다.

“대감.”

이중로가 한 쪽문 앞에서 몸을 돌렸다.

“폐주가 이 안에 있습니까?”

“예.”

흐흠, 목청을 가다듬고 쪽문으로 향했다.

다시 이중로가 앞서서 문을 열어주었고, 내부의 전경이 펼쳐졌다.

지붕 아래의 대청에서 한 사내가 상복喪服을 입은 채 앉아 있었다.

‘광해군이 숨었던 안국신의 집은 마침 상중이어서 상복을 빼앗아 입었다지.’

과연 그러했다.

좌절한 광해군의 곁에서는 이중로가 말한 소용 임씨가 어깨를 감싸주고 있었다.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사로잡힌 채 처량한 모습을 한 광해군을 보니, 상복이 마치 저 자신을 위해 입은 것처럼 보였다.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광해군이 소용 임씨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새빨갛게 충혈된 그의 두 눈 아래에는 눈물 자국이 진했다.

“너는…….”

허망하게 열린 입이 채 첫 마디를 다 끝내기도 전에 구굉이 나섰다.

“말씀 가리시오. 그대는 폐주일 뿐이고, 이분은 장차 나라의 인군이 되실 분이오.”

“……그렇군.”

광해군이 힘없이 실소했다.

“…….”

그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가 왕위에 오른 뒤보다는 임진왜란 당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당시의 왕 선조는 무능력하지 않았으나, 그 능력을 초유의 국난 상황에서도 적보다는 자기 신하들에게 펼쳤던 자였다.

당시 세자였던 광해군은 그런 부왕을 대신해 적지를 들쑤시며 의병을 지원하고 백성을 위무했다.

‘그때의 광해군은 조선의 등불이나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그저 폐인으로밖에는 안 보이는군…….’

전성기 때의 모습은, 타다 남은 흔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찌하여 광해군은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되었는가?

전쟁기 선조와 광해군이 보여준 상반된 모습은 신하와 백성들의 지지가 세자에게 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지극히 당연한 흐름에, 선조는 자신이 왕만이 아니라 아비로서도 부적격임을 증명했다.

제 자식을 질투하고 증오했으며, 전쟁 이전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제물로 남용했으니까.

‘후대의 평판을 생각하면 지극히 의미 없는 짓거리였지.’

수백 년이 지난 미래에서도 선조는 여전히 나라를 버렸던 암군이니까.

하지만 선조는 촉망받던 세자를 망가뜨리는 데만은 성공했다.

전쟁 때 육신의 고통과 왜군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세자는, 못난 부모의 폭거에 무너졌다.

……어쩌면, 선조의 목적은 처음부터 그것이었을지도 모르지.

끝내 껍데기만 남아버린 자가 내게 물었다.

“이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자조 섞인 공대에 나는 복잡한 감상을 담아 답했다.

“……그간 고생 많으셨소이다.”

진솔한 대답이었으나 광해군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한때의 왕이 동정받는 이 상황이 우스웠던 건지, 아니면 여전히 자조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만이 확실할 뿐이다.

속으로 아쉬워하고 있으니 광해군이 섬돌을 밟고 내려와서 엎드렸다.

“부디…… 전하께서는 만수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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