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주술사로서 살아간다는 것-7화 (7/119)

〈 7화 〉 태도충 주술소녀 (1)

* * *

칠흑여제의 사랑은 훈제 사지를 모아놓은 쪽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칠흑여제의 사랑은 정교하게 깎인 하트 모양 예쁜 자수정이었는데, 실제로 목숨 하나를 대신해주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면 잘 어울리는 외형이었다.

[칠흑여제의 사랑(S)]

­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제가 부서질 때까지

칠흑여제의 사랑은 심장에 박아서 사용할 수 있다.

자수정이 심장 곁에 자리잡으면 몸의 활력을 소모하여 검은 경갑주를 소환할 수 있고,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기습을 제때 막아주기도 한다.

물론 경갑주가 덮을 수 있는 상체 부분의 공격만.

당연히 효용은 이게 끝이 아니다.

내가 목숨을 잃는다면 칠흑여제의 사랑은 자신을 희생해 내 목숨을 살리고 부서져버린다.

참으로 헌신적인 보석이었다.

칠흑여제의 사랑을 집어든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아무 반응도 없이 널부러진 그녀의 눈동자 앞에 서자, 그녀가 비로소 반응을 보였다.

"아, 아아."

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비눗방울처럼, 끊어질듯한 숨소리만이 들렸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죽여줘요."

나는 묵묵히 회수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심장이 있을 왼쪽 가슴에 올리곤, 힘껏 찔렀다.

고블린과는 다른 감각이 내 손을 덮었지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끝까지 찔러내었다.

"컥, 쿨럭"

초점 없는 눈을 크게 뜨고 피를 연거푸 토하던 그녀는, 눈을 스르르 감으며 아까보다 위태로운 숨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정적.

숨이 끊어진 그녀는 그나마 편한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서 단검을 뽑으려다 관두고 일어섰다.

이곳에 더는 볼 일이 없다.

챙길 건 다 챙겼고, 볼 일도 다 봤다.

나는 빈 부적을 두개 꺼내고 글씨를 써넣었다.

화火.

"."

나는 화火가 적힌 부적을 하나는 쌓인 팔다리들에게, 나머지 하나는 여자에게 붙였다.

자색 불빛이 어두운 동굴에서 춤춘다.

주술의 시작이 어디였는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주로 장례를 비롯한 곳에 쓰이며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당장 이 몸의 전 주인이 열심히 갈고 닦았던 제사가 그랬고, 묘비에 새기던 글자들에서 발전한 부적술이 그랬고, 상여를 끌며 부르던 장송곡이 그랬으며 장례와 함께 추는 춤들이 그랬다.

슬프게도 나는 아직 많은 주술을 알지 못하고, 제사의 여건도 갖추지 못했다.

그저 절을 두 번 한 뒤, 밖으로 나설 뿐이었다.

비좁은 굴 밖을 나와 큰 바위에 글을 새겼다.

동굴 안에서 주술의 불꽃이 아직 타오르고 있는지라 스피릿이 부족해 긴 글은 새기지 못했다.

부적이 아니라 다른 곳에 부적술을 쓰는 건 처음이었지만 나름대로 봐줄만할 정도로 쓸 수 있었다.

조?.

큰 바위가 묘비가 되며, 가슴에 걸리던 불편함이 가라앉았다.

***

오후 8시.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웠다.

커피를 두 캔이나 마셨는데도 밤을 새서 그런 건지, 아니면 힘든 일을 겪었기 때문인지 꽤나 피곤했다.

품에서 칠흑여제의 사랑을 꺼내 형광등에 비춰 봤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크기의 흑수정은 단 하나의 빛도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영롱히 빛나는 듯 했다.

"으음."

나는 잠시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왼쪽 가슴에 흑수정을 꽂아넣었다.

엄슴할 고통에 이를 꽉 깨물었지만 고통은 단 하나도 없었다.

왠지 무안해져 가슴들 내려다보니, 칠흑여제의 사랑은 부드럽게 가슴을 통과해 심장 곁에 무사히 자리잡은 듯 했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사랑해요.

귓가에 대고 사랑을 속삭이는 여인의 목소리.

하지만 그 뒤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휴우 이것도 됐고."

나는 메모장 앱을 켜 '칠흑여제의 사랑'이라 적힌 글귀를 지웠다.

남은 건 송곳니 학살자와 천린.

비장의 한 수를 완성시키는 핵심 아이템들이었다.

"오늘은 늦었고 내일부터는 주중이니까 아카데미에 나가야겠지."

송곳니 학살자와 천린은 다음 주에 구해도 늦지 않다.

다난했던 첫 주말의 끝을 고하며 수마가 찾아왔다.

***

아침 8시 58분.

나는 무단지각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렸다.

무려 근 12시간을 자버린 나는 익숙치 않은 여성의 샤워와 옷 입기 때문에 시간을 다 날렸고, 그 결과가 이거다.

"헥, 헤엑."

나는 가슴 속의 폐포가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문을 스르르 열어 젖혔다.

아침 조회 중이었는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조용히 사과를 하곤 빈 자리로 가서 앉았다.

사실 내 자리가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유일하게 빈 자리였으니까 내 자리 맞겠지.

선생은 내게서 시선을 떼더니 입을 열었다.

"못 들은 사람이 있으니까 중요한 것만 다시 얘기하겠다. 오늘부터 모든 수업은 실습으로 전환된다. 오늘은 실습을 함께할 사람을 4명씩 모아서 조를 짜오도록. 꼭 같은 반 내에서 조를 만들어야 한다. 조장은 오늘 안에 내게 조 이름과 인원을 써서 가져오도록 해라. 이상."

딩동댕, 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선생이 전달한 내용에 입을 떡 벌렸다.

갑자기 실습이라니?

대충 수업만 성실하게 들으며 유시험 응시를 위한 이미지를 쌓으려고 결심했는데, 이젠 다 틀렸다.

다른 아이들은 와글와글하며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안다고 할 수 있을 화수연은 다른 반이고, 나는 당장 친구가 없을 뿐더러 태연하게 무리에 껴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발 시발!'

어째서 나를 이런 성격으로 낳으셨나이까.

나는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위기 타파를 위해 두뇌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물론 주입식 교육에 특화된 내 머리는 그런 걸 불허했지만.

"저기?"

"꺅!"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내게 다가온 소녀는 도리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녀는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 미안 많이 놀랐어?"

"응, 응? 아냐, 아냐 미안."

갈색 단발을 가진 순한 눈매의 소녀.

그녀가 조심스레 내게 권유해왔다.

"혹시 조 참가한 거 있니?"

"아니 없어."

이런 대답을 해야만 하는 내 자신이 비참해졌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살풋 웃으며 내게 제안해왔다.

"우리랑 같이 하지 않을래?"

"어? 정말?"

"응. 우리 조장이 다른 남은 애들이랑은 같이 하기 싫대서. 어때?"

그래준다면야, 나야 좋다.

구원자를 만난 심정으로 알겠다고 대답하고 그녀를 따라 그녀의 조로 향했다.

"그런데 너 이름이 뭐야?"

내가 무심코 뱉은 질문에 그녀가 움찔했다.

그녀는 상처 받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같은 반 친구 이름도 모르는 거야?"

나는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그렇다고 하면 진짜로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 내가 그 동안 좀 그랬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한텐 관심이 없었거든 그래서"

"으응, 그렇구나."

"그, 아니, 으 미안."

그녀는 상처 받은 눈은 거뒀지만, 내게서 살짝 거리를 두며 이름을 알려왔다.

"난 이수아라고 해, 시현아."

그녀는 내 이름에 묘한 악센트를 주며 말했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왠지 모를 슬픔을 느끼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아니, 진짜 모르는데 어쩌라고.

나는 묘한 죄책감을 느끼며 이수아를 따라갈 뿐이었다.

***

남자 한 명에, 여자 한 명.

남자 애는 빨간 고추장 머리에 살짝 불량해보이는 인상이었고, 여자 애는 금발의 늘어트린 컬헤어를 가진 멋진 누님 인상이었다.

누님 인상의 여학생이 이수아를 반겼다.

"왔구나. 수고했어."

"수고는 무슨. 그냥 데려오는 건데."

이수아를 몇 번 토닥거린 여학생이 내게 시선을 옮겼다.

잠시 내 모습을 스캔하듯 위에서 아래로 스윽 내려다보더니 씩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안녕. 이렇게 인사하는 건 처음이네.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응. 나도 반가워."

나는 평범하게 인사를 받았다.

그러자 여학생이 남학생을 팔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인사 안 할 거야? 우리 조원인데."

"하려고 했어."

남학생이 귀찮다는 듯이 휴대폰 화면에 향해 있던 시선을 내게 돌렸다.

그리고는 짤막하기 그지 없는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

"어 안녕."

내가 어색하게 인사를 받자 다시 시선을 휴대폰에 꽂았다.

상당히 무뚝뚝한 성격을 갖고 있는 듯 했다.

"하하, 미안. 우리 성우가 낯을 가려서. 이래봬도 마음이 되게 따뜻한 친구야."

"김빛, 이상한 소리하지 마."

"봐봐, 부끄러움도 타잖아."

"쯧."

성우라 불린 남학생이 미간을 찌그러트렸다.

아무래도 자주 있는 일인 듯 했다.

이수아가 그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다가 주제를 바꿨다.

"저기, 일단 포지션부터 정하는 게 어때?"

"아, 그러자. 홍성우, 너 그거 그만 보고 이리 와."

홍성우가 그 말에 얌전히 폰을 끄고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꽤나 체격이 컸는데, 그냥 막 크다기 보다는 실속 있어 보이는 근육으로 몸을 채워 놓은 듯 했다.

근육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것 같았다.

"홍성우, 너는 일단 전위야. 문제 없지?"

"어."

"나는 보조 딜러 겸 서포터, 수아는 메인 딜러. 그렇지?"

이수아가 그 말에 손을 들고는 이의를 제기했다.

"저기, 근데 시현이 능력을 보고 판단하는 게 먼저 아닐까? 주술사잖아. 아마 서포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서포터?

문자의 기적은 전투에도, 보조에도, 심지어 일상생활에도 유용하기 짝이 없는 능력이지만 지금 내 숙련도로는 보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미지수긴 하다.

솔직히 말하면 칠흑여제의 사랑을 켜고 근접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으음, 그런가? 시현아, 혹시 네 능력을 알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원소력을 부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

문자의 기적이 가진 진짜 가능성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지만 뭐 어쩌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저것 뿐인데.

김빛이 눈을 깜빡이다 말했다.

"으음 직접 볼 수 있을까?"

"여, 여기서?"

"응? 당연히 대련실이지. 따라와."

아.

그런 것도 있었지.

***

이수아에게 물어봤더니, 셋은 자주 합을 맞춰봤다고 한다.

홍성우는 건틀릿을 쓰는 전위, 김빛은 여러 학파의 마법을 쓰는 보조딜러 겸 서포터.

그리고 이수아는 화살을 이용해 결정타를 놓는 메인딜러였다.

"그럼 원래는 나머지 자리에 누굴 넣었어?"

"으음, 그때그때 달라. 그런데 대체로 전위를 넣곤 했어. 우리 둘 다 체술은 젬병이라서."

하긴, 하나 있는 전위가 방패 사용자면 몰라도 건틀릿 사용자라면 제대로 된 저지력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다페르헤이드에서도 건틀릿은 방어보다는 공격에 집중하는 타입의 무기군이니까.

"그런데 이번엔 실력 있는 전위 애들이 다 뽑혀나가고 남은 건 빛이랑 원수진 애들 밖에 없어서."

김빛이라는 애는 보기와 다르게 적이 많은 듯 했다.

하긴, 인상도 꽤 드세보이니까.

일단 할 수 있는 걸 보여달란 요청에 나는 대련장 한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부적을 꺼내 화火와 빙, 수?, 풍風 등의 주술을 발동시켰다.

상당히 수수하기 짝이 없는 퍼포먼스였는데도 이수아는 박수를 짝짝 쳤고, 김빛도 꽤 흥미 있어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홍성우까지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었을 정도였다.

"와, 이런 식의 주술은 처음 봐. 멋있다."

"그러게. 꽤 신기한데?"

하긴, 주술은 절대로 메이저한 능력이 아니다.

일단 심장의 스피릿 정류기관을 날 때부터 떼고 태어나거나 후천적으로 부수거나 하는 방법이 아니면 쓸 엄두조차 못내는 것이니까.

특히 부적술이라면 처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왠지 모르게 쑥스러워져 볼을 긁고 있는데, 김빛이 그런 내 마음에 돌을 던졌다.

"그런데 이거 가까이서 써야되는 거야? 던질 수는 없어?"

"응 내 경지로는 불가능해."

고블린에게 홧김에 빙을 던져 맞춘 적은 있지만 그건 우연이었다.

어떻게 팔랑거리는 종이를 던져서 멀리 있는 적을 맞춘단 말인가.

경지가 올라간다면야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러면 조금 애매한데. 다른 부적 활용법은 없어? 구겨서 던지면 안 돼?"

"그런 건 안 되고, 아마 화살에 묶어서 쏜다던지, 무기에 붙여서 인챈트 비슷하게 쓴다던지 그런 건 가능할 거야."

아니면 뿌려놓고 덫 비슷하게 써도 되고.

그렇게 말하자 이수아가 손뼉을 작게 치며 미소 지었다.

"서포터로 쓰면 좋겠는데? 내 화살을 강화해주는 식으로!"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성우가 좀 고생하겠지만."

그 때 잠자코 듣고 있던 홍성우가 반대하고 나섰다.

"근접 딜러로 써도 되지 않겠냐?"

이수아와 김빛이 고개를 돌리자 홍성우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리고 쟤가 서포터로 들어가면 난 조금 고생 정도가 아니라 개고생하겠지. 여기서 지켜야 할 사람이 더 늘어나면 난 견딜 수가 없어."

실제로 그래보였다.

나도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건틀릿의 저지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럼 네가 근접 딜러를 하겠다는 거야? 어떻게? 직접 가서 부적 붙이게?"

그럴 것까지야 없다.

인챈트의 방식은 내가 직접 무기를 들었을 때 제일 효율적이니까.

이수아의 의문에 나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전투 스타일을 설명했다.

"우선 나는 검을 들 거야."

"오? 너 검도 쓸 줄 알아? 칼춤도 출 수 있어?"

칼춤은 무당이 굿이나 살풀이를 할 때나 추는 춤이다.

내가 갖고 있을 리가 없잖은가.

물론, 추후 얻을 주술에는 칼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어찌 됐든 주술의 일종이니까.

"칼춤은 커녕 식칼도 제대로 쓸 줄 몰라."

김빛은 지금 장난하냐는 표정으로 눈매를 구부렸다.

저런 인상으로 날 째려보면 좀 무서운데.

"계속 말해봐."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계속 설명했다.

"칼은 창 같은 것과 달리 직접 부적을 붙여서 인챈트하기가 편해. 그리고 다른 무기들보다 적에게 직접 부적을 붙이기도 편할 테고."

나는 괜히 땅을 발로 슥슥 비비며 말을 이었다.

"또 내가 완전 근접 딜러만 하겠다는 건 아니야. 일종의 플렉스 라고 해도 될까."

"플렉스?"

"으응, 가까이서 싸운다고 해서 바닥에 부적을 못 뿌리는 것도 아니고 여유가 되면 뒤로 빠져서 수아를 도와줄 수 있고, 뭐 그렇지 않아?"

요컨대 서포터와 근접 딜러 둘 다 하겠다는 말이었다.

홍성우가 내게 질문을 해왔다.

"그렇다면 검은 뭘 쓸 생각이지?"

"태도를 쓸까 생각 중이야."

예상치 못한 답안이었는지 셋의 표정이 묘해졌다.

"칼 쓸 줄 모른다며? 태도가 뭐하는 무기인지는 알지?"

"알지."

"그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검을 써본 적이 없으면 한손검 같은 게 무난할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네가 말한 것처럼 여기저기 뛰어 다닐 포지션이면 세검이나 단검이 맞을 것 아냐?"

홍성우의 반론은 타당했다.

정 검을 쓸 거라면 저게 맞고, 애초에 검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곤봉 같은 둔기가 제일 적합할 터였다.

하지만 나는 태도를 고집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뭐 다른 특이한 로망 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얻으러 갈 송곳니 학살자와 천린은 각각 태도와 검집이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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