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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주술사로서 살아간다는 것-44화 (44/119)

〈 44화 〉 무검희, 가소희 (1)

* * *

다음 날, 망토가 드디어 내 등에서 떨어졌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홀가분해진 어깨를 흔들며 어깨춤을 추자 셀레스티가 버럭 화를 내며 뭐라뭐라 징징댔지만, 깔끔하게 무시하고 망토를 팔에 묶었다.

그 동안 당했던 수치를 생각하면 양말 대신에 신고 다녀도 무석無?이나, 천 속에 숨긴 암기를 다 토해버릴까봐 두려워 그만두고 말았다.

­ 우씨.

"뭐."

­ 나쁜 생각 했죠?

"응."

­ 미워요!!!

셀레스티가 꾸물대며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슬며시 웃고는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물론, 입을 생각은 없었다.

어제까지 되도 않는 새빨간 망토나 걸치고 다니던 게 갑자기 중2병 돋는 코트를 입고 다닌다?

어휴, 차라리 죽고 말지.

"심지어 왼손에 망토까지 감았으니 미친 년으로 찍히기 딱 좋을 거야…"

­ 원하신다면 흑염룡 코스프레라도 해드릴게요!

"그러면 진짜 양말로 신고 다니는 수가 있다."

언제나와 같이 교실 문을 스르르 열었다.

교실 안은 평소에 비해 꽤 조용했다.

이제 필기고사 시즌이다, 이거지.

툭툭.

"…응?"

자리에 짐을 놓고 앉자,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샬롯이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저기… 말입니다."

"응? 왜?"

"혹시… 화…나셨습니까 ?"

화나? 누가?

"누가 화나? 혹시 누가 너한테 뭐라 하든?"

"아뇨, 그거 말고… 당신 말입니다."

…나?

"내가 화나…? 왜?"

"음, 그게… 그때 눈에 불을 켜고 죽어라 달려들길래… 제가 혹시 맘대로 행동해서 그랬나 싶어서 말입니다…"

아. 맞다.

배틀로얄 때 확실히 데스카운트가 많은 샬롯을 보고 죽어라 달려들긴 했다.

원래는 내가 사과하기로 마음 먹은 일이었는데…

"부반장 후보가 마음에 안 드시면… 빼드리겠습니다. 흔쾌히 서명하시길래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제멋대로 해서 죄송…"

"아, 아니. 그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닌데…"

"그, 그럼…?"

나는 샬롯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데스카운트를 쌓던 내 전략과 샬롯을 어떻게든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샬롯은 내 해명을 듣더니 슬그머니 굽혔던 허리를 빳빳하게 폈다.

마치 왜 자신을 갖고 장난쳤냐는 듯한 태도다.

"그럼 말을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뭘 말해줘?"

"무서운 표정으로 달려들면서 저만 죽어라 쫓아오는 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십니까? 적어도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같은 소리라도 예의상 해줬어야지요."

"???"

내가 아무리 암기를 던지는 쪽으로 전향했다곤 하지만, 그딴 싸보이는 대사는 치고 싶지 않다.

마치 흔한 소설 속에 나오는 '한 번도 임무를 실패해본 적 없는 최강의 암살자지만 주인공에게는 쉽게 끔살 당하는 엑스트라'가 할 법한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샬롯에게 딱히 뭐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래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표정을 짓고 내게 마주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렇다면 제 선거도 차질 없이 치를 수 있겠군요. 다행입니다."

"응? 추천인 사인은 다 받았어?"

"제가 친구가 없다지만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절 너무 무시하시는 것 아닙니까?"

…원작에서는 추천인도 다 못 채우는 참사가 심심찮게 벌어지던 그녀였다.

"…그거 말야. 혹시 나도 뭔가 해야 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연설이라든지, 선거운동이라든지."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반장 후보로서 당선되도록 노력해주셔야죠."

"그, 그럼 지금이라도 빼주면 안 될까?"

"안 됩니다."

샬롯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입을 꾹 다물고 미간을 좁힌 게, 마치 떼 쓰는 어린 애를 훈계하는 태도였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묘한 반항심이 들어서 말했다.

"야아, 나 부반장은 커녕 조장도 해본 적 없는데 무슨 연설이고 선거운동이야… 그리고 고작해야 반장선거인데 선거운동을 해야 돼?"

"모르는 소리 마십시오. 저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결코 당선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걸 아는 애가 반장선거를 나가냐, 라고 쏘아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적당히 눌러 참았다.

암만 그래도 친구한테 그딴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니…

그래도, 반장선거를 나가는 이유 정도는 알아야겠다.

"반장은 왜 되려고 하는 건데?"

"…저는 반장의 자격이 없다, 그런 소리입니까?"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뭔가 이 반의 반장이 되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품은 동기가 있을 거 아냐. 교실이 개판이라서,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 하다 못해 천의린이 반장 되는 게 꼴 보기 싫어서… 후보자 연설할 때 그런 이유를 말해줘야 애들이 납득을 할 거 아냐. 그게 묻고 싶어서…"

"아…"

샬롯은 그 질문을 듣고 옆머리를 슥 넘겼다.

시선을 피하며 말을 흐리는 게, 꼭 무언가를 지어내고 있는 표정이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너무 개인적이라서 팀플레이에 좋지 않으니까…"

"으음. 그래? 그게 끝이야?"

"그렇습니다."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나보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 반장을 해?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란 말인가.

결국 반장은 선생님의 몸종에 불과한 걸.

샬롯이 아무리 태평양 너머 출신이라지만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것 쯤은 알 텐데.

그래서, 나는 샬롯을 떠보기로 했다.

"너, 그 목표 간절한 거야?"

"…제 대답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니이, 그런 뜻이 아니라. 내게 뭔가 해줄 수 있을 만큼 간절하냐는 뜻이야."

"뭔가를 해준다고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난 애초에 부반장 할 생각이 없었는데 네 얼굴을 봐서 서명한 거거든. 그런데 연설까지라면 몰라도 선거운동을 하라니, 이건 내가 솔직히 힘들 것 같아서."

샬롯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나보다.

잠시 파란 눈동자를 굴리던 그녀는 순간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날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말하셔도 안 빼드릴 겁니다."

"담임쌤한테 직접 말하면 되는데. 그럼 너한테 새 부반장 후보를 데려오라 하시겠지."

"……."

샬롯은 다시 옆머리를 넘겼다.

이번엔,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역시 화나셨군요."

"아닌데?"

"그럼 절 왜 괴롭히십니까?"

"괴롭히는 게 아니라… 음… 뭔가 너한테 보상을 받고 싶어."

"마카롱이라도 사드릴까요?"

그 말에 고개를 휘적휘적 저었다.

그리고 샬롯의 손을 꼭 잡고 간절하게 올려다보며 부탁했다.

"원시의 힘 가르쳐줘…"

"……."

샬롯은 거듭 옆머리를 넘기며 내게 붙잡한 손을 슥 빼버렸다.

곤란함이 잔뜩 담긴 태도로 옆머리를 어루만지던 그녀는 가볍게 주먹을 쥐어 내 머리에 툭 올려놨다.

싫다는 뜻일까…?

"시, 싫으면 어쩔 수 없구…"

"알았습니다."

"응?"

"대신 제가 당선되지 않으면 안 가르쳐드릴 겁니다."

"…진짜 가르쳐주는 거야?"

"당선되면요."

샬롯이 내 머리에서 손을 뗐다.

애초에 거절 당할 것을 상정하고 한 제안이지만, 샬롯이 생각 외로 흔쾌히 받아들인지라 도리어 내가 당황하고 말았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샬롯을 바라보자, 샬롯은 팔짱을 끼며 근엄한 눈빛을 하고 내게 말했다.

"대신, 저는 분명히 당선되면 가르쳐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최선을 다해 절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무, 물론이지! 꼭 당선되게 해줄게!!"

나는 그녀가 제안을 철회하기 전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이르게 원시의 힘을 익힐 수 있겠단 생각에 마음이 실컷 들뜬 탓이었다.

"그럼, 연설문부터 쓰도록 하죠."

"연설문…? 지금?"

"한시가 아깝습니다. 둘이 합쳐 공백 제외 10만 자 정도 써야 하니 가능한 빨리 해야합니다. 제 연설문의 3만 자는 이미 써뒀으니 이제 7만 자 정도 남았군요."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공백 제외 10만 자면 웬만한 웹소설 30화 정도 분량인 거 알아!?"

"일단 쓰십시오. 사흘 굶으면 못할 노릇이 없다는 말이 있으니, 안 될 건 없지 않습니까."

"아니, 애초에 그렇게 긴 연설문이 왜 필요한데!?"

샬롯은 말 없이 품 속에서 공책을 하나 꺼내보였다.

그 속에는, 빽빽하게 들어찬 작은 글씨들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바른 필체로 일정 간격을 두고 따박따박 박혀 있었다.

"급우분들께서 저희의 정성을 알아주실 테니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 날, 나는 샬롯을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

학교를 무사히 마친 후, 나는 수연이를 불러 죽음의 무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 주말에 그녀를 데리고 가소희랑 만나봐야 했기 때문이다.

"우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 힐이 무검희 거였다고!???"

"그렇다네…"

수연이가 내게서 건네받은 가소희의 편지를 보고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고 편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떡 벌리고 손가락이 벌벌 떠는 모습이 안타깝다.

편지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좋은 신발을 찾던 가소희는 큰 맘 먹고 비싼 돈을 지불해 일본에서 죽음의 무도를 '밀수'했다.

장비의 독점에 예민한 한국은 정부 외의 개인이나 단체가 외국에서 장비류의 물품을 사들이는 것을 불법 행위로 간주하기에 그녀에게 밀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죽음의 무도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가소희는 북쪽 전선에서 한창 전투를 하고 있었고, 그녀는 전투가 끝날 때까지 신발의 확인을 맡길 겸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신발가게로 물건을 배송했다.

헌데, 그녀의 아버지는 가소희의 연락을 받지 못해 창고에 죽음의 무도를 방치했고, 그걸 수연이가 발견해서 사버린 것이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챈 가소희는 사라진 죽음의 무도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우리를 찾을 수는 없었다.

죽음의 무도는 명백한 밀수품이었기에 경찰의 협조를 구할 수도 없었고, 가게 내에 CCTV가 있기는 했으나 어이없게도 화질이 너무 안 좋아 우리의 정확한 모습을 잡아내지 못한 탓이다.

결국 그녀는 내 스피릿이 보라색이라는 단서만 겨우 잡은 채 눈물을 머금고 추적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가소희는 개인적인 용무로 극정 아카데미에서 우리의 수행평가를 보게 되었다.

그 때, 그녀는 보라색 스피릿을 가진 날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편지를 남긴 것이다.

"이, 이, 이게 사실이야…!?"

"그런가봐…"

"우으와아아아아!!!!"

수연이가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흥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흘렸다.

"최고다아아!!!!!"

"응…? 뭐라고?"

"이게 무검희 거였다니!!!!!"

수연이가 흥분한 표정을 짓고 죽음의 무도를 따각거렸다.

내가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든 말든, 그녀는 추호의 관심도 없다는 듯 춤을 추듯이 공원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아하하하하~!!!! 이런 영광이 또 있을 수가!!!!! 오늘은 발 안 씻는다아~!!!! 아하하하하!!!!!!"

아무래도 돌아버린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다니던 그녀는 내 옆으로 돌아와 헥헥대며 날 붙잡고 매점으로 끌고 갔다.

매점에서 녹차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산 그녀가 신나게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며 내게 나머지 하나를 내밀었다.

나는 마지못해 녹차 아이스크림을 받아들었다.

"야아,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이야! 이게 무검희의 장비였다니!! 나 무검희 진짜 좋아하는 거 알지?"

"아니…? 너 그런 얘기 한 적 없잖아."

"그런가? 아무튼 무검희 너무 좋아. 어떻게 사람이 그런 화려한 전투를 하지? 춤추면서 전투라니!! 그분의 전투는 예술로 분류해야 돼!!! 유니세프 문화재로 등록해야 된다니까??"

"유네스코 아냐? 아무튼, 그걸 돌려줘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신이 나?"

"응!! 무검희를 진짜 만나볼 수 있다는 얘기 아냐!!! 이 하이힐은 지금이라도 잔뜩 신어서 내 흔적을 남겨두면 되고!!!"

수연이가 변태 같은 소리를 하며 녹차 아이스크림을 깨물었다.

정말 순수하게 기쁨으로 가득 찬 표정이다.

"분명히 편지에는 보상을 원하는 만큼 양껏 해주겠다고 했지!? 난 무검희 사인이랑, 또, 음, 뭐 있지? 아! 원래 신던 장비를 달라고 해볼까??"

"음… 수연아. 그 정도로 될까?"

"응? 무슨 소리야? 아! 사인을 어디 받을 지 안 정했나!?"

"그게 아니라… 편지에서 네가 신고 있는 게 얼마 짜린지 봤을 거 아냐?"

그 말에 수연이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로 딱 굳어버렸다.

죽음의 무도의 가치는 무려 천이백억 원 상당.

경제감각은 뭣도 없으면서 돈에 대한 갈망만 미친듯이 많은 그녀에겐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 그, 그래도오…! 가소희 님만 만날 수 있다면 상관 없어!!!"

"이걸 우리가 따로 처분해버리자는 게 아니라, 겨우 그 정도 보상으로 되겠냐는 말이야. 적어도 천이백억 원에 걸맞는 보상이 필요하지 않겠어?"

"음, 으음… 그, 그런가…?"

수연이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동자에 달러표시($)를 띄웠다.

존경하는 가소희 헌터에게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의 돈을 뜯어내는 것과 그러지 않고 좋게 넘어가는 것, 둘 사이에서 열심히 줄타기 중이겠지.

물론, 나도 그만큼이나 뜯어낼 수 있으리라곤 추호도 생각치 않는다.

금액 면에서는 적당히 몇 천 정도만 쥐어 달라고 하면 하하호호하며 끝낼 수 있으리라.

그녀에게서 검무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게 우선일 테지만.

'그리고… 이건 의도치 못한 소득인데.'

실수인지 의도인지, 가소희는 내게 '편지'라는 매개체로 의사를 전달해왔다.

자신의 불법 행위를 적나라하게 고백한 편지를.

내가 당장 이걸 들고 경찰에 달려가버리면 가소희의 공무원 인생은 그날로 끝이다.

그 뿐만 아니라 사납기 짝이 없는 언론에게 마구 물어 뜯겨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테고.

한국 칠성의 급소가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고 이걸로 가소희를 협박하는 건 말도 안 되지. 내가 그 정도로 나쁜 년도 아니고. 이건 사진을 찍어 놓고 유사시 가소희를 움직일 수 있는 수단으로 쓰는 게 좋겠어. 웬만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그래도 이런 비수 하나 쯤은 있는 게 좋겠지…'

이 편지가 세상의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울하게 품 안에 편지를 갈무리했다.

수연이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지쳐버렸는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뭐라뭐라 읊조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먹지 않아 새 거나 다름 없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물려주곤 팔에 들린 외투를 힐끔 바라봤다.

안타까움이 물밀듯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곧 거금이 들어올 수도 있는데 너무 성급하게 샀나?'

나는 묵직한 코트를 어깨에 매며 한숨을 푹 쉬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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