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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주술사로서 살아간다는 것-65화 (65/119)

〈 65화 〉 위를 향한 일상 (3)

* * *

현재 나의 스타일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현서진이 말한대로 많지만 얕은 걸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대로 얕지만 많은 걸까?

현서진은 지금껏 살면서 성광도래?光?? 하나만을 익혀왔다.

과연 깊지만 적게 익힌 자가 그런 말을 내게 할 자격이 있는 걸까?

다문, 다독, 다상량(??, ??, ???)이라고 했다.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는 의미.

진흙탕을 뒹구는 쌈박질에 있어서도 저 말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의 싸움질 방식은 그렇다.

일단, 손닿는대로, 많이.

"."

내가 추구하는 싸움질은 무?(안개 무)다.

손을 휘저어 흩트리기는 쉬워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지역의 안개를 온전히 걷을 수 없다.

나 또한, 하나하나는 흩트리기 쉬워도 모두 흩트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단을 꺼낸다.

그 중에서 효과적인 수단을 몇 가지 찾아내 마구 꼴아박아 대가리를 깨트린다.

그게 사실 발도술이든, 영웅강림이든, 미나리든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내가 현재 추구하는 길은 그런 구질구질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현서진이 추구하는 싸움질은 무?(굳셀 무)다.

무엇이 오든 간에 손에 들린 검 한 자루로 모조리 베어넘기는 긍지 높은 무인의 길.

함정을 쓸 수도, 기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모두 검로를 틔우기 위한 곁다리일 뿐.

검으로 싸움을 시작해서 검으로 싸움을 끝내는 것이다.

때문에 검성의 아들은 짧은 일평생을 완벽한 검을 위해 바쳤다.

"너는 내 기술이 난잡하다 했지."

"."

"내가 보기에, 너는 단순하기 짝이 없어. 그냥 좋은 검술 하나 믿고 열심히 나댈 뿐이지. 검이 없으면 넌 대체 뭘 할 수 있어?"

만일 내 코트에 '신화의 종말' 같은 무기 파괴 마도구가 있었다면.

하다못해 내게 사인참사검을 붙잡을 수 있는 강력한 끈끈이 폭탄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현서진은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직 검이라는 도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만큼 초월적인 무?에 닿지 못했으므로.

1학년 내에선 가장 강력하긴 하지만 아직 탈피를 마치지 못한 유충에 불과한 것이다.

"시현아. 난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야. 네 방식은 그냥 무無(없을 무)야. 이도저도 아닌 애매함의 극치.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마구잡이로 익혀서는 안 돼."

"그래? 그럼 네 방식은 무?(앵무새 무)라고 해둘게. 나는 너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네 방식을 자꾸만 강요하려고 하니."

무엇보다 내게는 천천히 강해질 시간 따위 없다.

이 세상의 운명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그것도 첫 번째 재앙을 앞둔 시점에서 저런 훈수를 들어줄 이유 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럼 직접 부딪혀보자. 네가 맞는지 아닌지."

"네 간섭이 오지랖인지 아닌지겠지, 멍청아."

무대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숨을 천천히 고르며 칼집에 손을 얹었다.

상대가 1위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아카데미 안에서의 일.

봐주지 않는다.

­ 3.

­ 2.

­ 1.

­ 전투 시작.

곧바로 품 속에 쥐고 있던 연막탄을 깨트렸다.

동시에 세 개를 깨트리자 무대는 곧 연막으로 가득 찼다.

"흡!"

성광도래?光?? 제이식?二?.

혜성임세???世.

현서진은 신호가 울리자마자 곧바로 내가 서있던 곳으로 달려들었다.

혜성임세는 극한의 쾌속을 추구하는 돌진기.

그의 무?는 깊고 적지만, 성광도래의 수준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가 뭐래도 실로 다재다능한 검법이었으니.

'그래봤자 검법 하나일 뿐.'

현서진에게 혜성임세 말고 다른 이동기가 있던가?

당연히 없다.

그는 AOS게임의 캐릭터마냥 이동기를 혜성임세 단 하나 밖에 쓸 수 없다.

다른 걸 모르니까.

'혜성임세는 형태가 고정됐고.'

나는 감각의 보정률을 올렸다.

짙은 연막도 하르미아 시스템 앞에서는 적나라하게 그 속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보정률: 30%(시야보정 중)]

내게 날아드는 현서진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검은 신비로운 검기로 싸여 있었지만, 검날은 아직 완전히 휘둘러지지 않았다.

검을 완전히 휘두르면 거기서 돌진이 멈추는 초식이니까.

나는 급속히 퍼지는 연막 속에 몸을 숨기고 그에게 사선으로 뛰어들었다.

칼날이 없는 왼편이다.

'선타는 강렬하게!'

차마 대응하기도 전에, 발도.

키이이잉──!!

현서진은 지근거리가 되어서야 뒤늦게 날 인식했지만, 나는 이미 칼을 뽑고 있었다.

사납게 뽑혀나간 검격은 손쉽게 현서진의 허리를 갈랐다.

하지만, 현서진이 두동강 나는 일은 없었다.

성광도래?光??, 제삼식?三?.

북두물변北???.

공중에서 급히 펼쳐낸 북두물변이 검로를 가까스로 빗겨낸다.

발도술은 아카데미에선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건만, 감 좋은 녀석은 그걸 빗겨내고 말았다.

'팔은 괜찮아. 이젠 익숙하기 짝이 없으니'

샬롯이 건네준 원시의 힘으로 약간의 흥분을 이끌어내 통증을 억눌렀다.

팔이 방해될 일은 없을 거다.

"큭"

하지만 현서진은 섣부른 선택에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검술이란 몸을 기반으로 펼치는 마법.

혜성임세를 억지로 끊어내고 급히 북두물변을 공중에서 펼쳤으니 몸에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하다.

나와 녀석의 신형은 그렇게 스쳐지나가 다시 연막 속에 묻혔다.

물론, 이쪽은 여전히 상대를 볼 수 있고 저쪽은 나를 볼 수 없으니 내가 훨씬 유리하다.

육감이나 청각이 있다 한들 시각을 완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니.

"받아라!!!"

[삼라만상을 진동시키는 소리지르기(­18%)]

[남은 동력: 82%]

숭고하게 떨쳐나간 목소리가 무대를 울렸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잽싸게 걸어 다른 곳으로 소리죽여 향했다.

내 외침에 놀란 현서진이 그쪽으로 칼을 돌렸지만, 아무것도 날아오지 않자 곧 헛웃음을 지었다.

'노리는 것은 다리와 어깨!'

조용히 그의 옆쪽으로 돌아간 나는 침형 수리검을 현서진의 왼 무릎과 오른 어깨를 향해 던졌다.

하지만, 현서진은 눈을 굴리더니 무리 없이 칼질 한 번으로 둘을 동시에 쳐냈다.

깔끔하고 멋진 검로다.

"그런 기습으론 안 돼, 시현아!"

도발을 무시하고 계속 암기를 던졌다.

공격은 실패했지만 아직 서두를 필요는 없다.

저쪽은 오만하게도 전심전력으로 나오지 않고 있으니 적당히 압박하다 기회를 봐서 몰아치면 된다.

공격을 막아내다 내 위치를 특정한 현서진은 이전과 같이 혜성임세를 쓰는 대신 빠른 발놀림으로 내게 접근했다.

워낙 기본 스펙이 좋은지라 그것만으로도 큰 압박이었지만, 나는 녀석보다 빠를 수 밖에 없다.

믿음과 신뢰의 약?이 있으니.

터엉!!

약?을 밟고 살짝 뒤로 물러섰다.

현서진은 속력을 높여 계속 이쪽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뒤로 날아가며 암기를 몇 개 더 던졌다.

토마호크부터 부적 붙인 수리검까지 깔끔하게 쳐낸 현서진은 무리 없이 계속 다가왔다.

'습?!'

반대쪽 발에 붙여놨던 약?을 하나 더 터트리며 역으로 돌진해 습?이 붙은 칼을 낮게 휘둘렀다.

하지만, 이 수는 너무 뻔했던 건지 현서진은 자세를 잡고 검을 움직였다.

성광도래?光??, 제사식?四?.

쌍성상조????.

카앙!!!

쾌속의 습격을 보장하는 습?의 칼날이 쉽게 막혔다.

쌍성상조에 당한 송곳니 학살자는 사인참사검에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현서진은 빠르게 칼을 비틀어내리며 송곳니 학살자를 땅에 내린 뒤 검면을 콱 밟았다.

내 검을 고정하고 쌍성상조를 풀어낸 현서진이 형형하게 눈을 치켜뜨고 기합을 질렀다.

"흐아아아압!!!"

성광도래?光??, 제일식?一?.

태양천천太???.

자욱했던 연막이 살짝 걷히며 태양검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검이 밝게 빛나며 아래에서부터 올려쳐온다.

사타구니부터 목까지 한 번에 베어버리는 검로.

약?을 다 쓴 나는 저 검을 피할 방도가 없어야 했지만, 아직 남은 수단이 하나 있었다.

찌그덩

왼쪽 손목에 감긴 셀레스티가 살짝 위로 물러서며 팔찌, 황동혼구를 드러냈다.

황동혼구는 혼을 울리는 방울소리 외에도 쓸모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적술의 저장'이었다.

위력과 안정성은 한참 반감되긴 하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꽤 쓸모 있는 것이다.

황동혼구가 찰칵이며 속의 작은 원판을 드러냈다.

안에 쓰인 글자는 포?.

대포를 뜻하는 글자가 황동혼구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펑!!

대포라곤 하나, 현서진에게 피해는 없었다.

기껏해야 포격에 맞은 어깨가 살짝 움찔한 정도.

그에 반면 내 몸은 쓸데 없이 커진 반동으로 인해 비틀어지고 있었다.

내가 노린 건, 당연히 쓸데 없이 커진 반동이었지만.

포?의 반동으로 몸을 급히 비튼 나는 어떻게든 태양천천의 직격을 면했다.

이글대는 소리를 뿜는 검신이 내 좌반신을 스치며 극적인 열기를 전달했으나, 다행히도 제때 발동된 칠흑여제의 사랑 덕에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왼쪽 얼굴이 제법 많이 익었지만.

"셀레스티!!!"

= 이야압!!

반동으로 확 젖혀진 왼팔을 앞으로 비틀며 망토를 아래로 휘둘렀다.

망토가 쥐고 있던 작은 암기들이 한껏 비산하며 현서진의 상반신을 노린다.

현서진은 살짝 물러나며 북두물변을 시전했지만, 다 쳐내지는 못해 오른팔에 암기가 꽤 꽂히고 말았다.

'지금!'

현서진은 제자리에서 살짝 물러나며 북두물변을 시전한 탓에 송곳니 학살자를 밟고 있던 발을 뺄 수 밖에 없었다.

충분히 가까운 상황에서 자체 CC기나 다름 없는 북두물변을 사용하고 태도를 놔주었다는 건 북두물변의 발동이 끝날 때까지 내 공격을 버틴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한 짓일 터다.

물론, 그것은 지독한 오만임에 틀림 없다.

나는 포?로 무게중심을 잃은 몸을 그대로 넘어트리며 태도의 끝을 끌었다.

암기를 훌훌 털어낸 망토는 어느새 등에 자리했고, 발동된 원시의 힘은 일시적으로 작은 광기를 불러오며 근육에 힘을 주었다.

화편검무花???, 제일식?一?.

개화?花.

그리고,

"나의 검, 비열한 눈동자를 태운다!!"

= 죽여버려요!!!

데엥─!

영광스러운 빛이 몸을 덮고, 발치에서 한 떨기 양귀비가 핀다.

북두물변을 풀지 못한 현서진은 영웅강림을 곁들인 개화에 처맞을 수 밖에 없으리라.

개화를 본 현서진은 뒤늦게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칼을 세웠다.

처음의 발도술처럼 북두물변으로 최대한 흘려버리려는 의도일 터.

하지만, 개화는 제대로 들어간다는 가정 하에서는 발도술보다 강력하다.

까아아아앙──!!!

개화와 북두물변이 맞닿자 현서진은 외마디 신음을 흘리며 볼품 없이 옆으로 날아갔다.

북극성이 아무리 움직이지 않는다 해도 하늘엔 북극성보다 밝은 별이 많았으므로.

손에 들린 게 사인참사검만 아니었어도 단번에 두 동강을 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배트에 맞은 공처럼 날아간 현서진은 장외에 떨어지기 직전에 땅을 긁으며 겨우 자세를 추슬렀다.

몸의 행동거지를 보아하니 몸이 꽤 망가진 것 같았지만 쫒아가서 공격을 퍼붓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어느 정도 진심을 찾을 테니, 지금부터는 거리를 유지함이 옳다.

"현서진. 훈수둔 것 치고는 너무 약하지 않아?"

"."

"대답해, 새끼야. 전력을 다해 널 죽일 수 있겠냐고? 그런 말을 한 놈이 설렁설렁 봐주려고 하셨어? 내가 어지간히도 우습게 보인 모양이네."

"."

구르면서 머리를 부딪혔는지 머리를 손으로 부여잡은 현서진은 조용히 검을 올렸다.

그리고, 땅에 강력하게 내리찍었다.

전초전의 끝이다.

성광도래?光??, 제오식?五?.

유성타지????.

장엄하게 내리꽂힌 검이 무대를 뒤흔들었다.

일점에서 시작된 폭발은 전 무대로 퍼져나가며 불타는 크레이터를 만들었고, 연막을 태워 없앴다.

그것만이 끝은 아니었다.

성광도래?光??, 제칠식?七?.

은하염허????.

붉은 분진 속에서 횡으로 휘둘러진 검이 공간을 물들였다.

밝은 조명이 가득한 허공이 별빛 가득한 우주로 바뀐다.

물론, 이 두 가지로 끝나면 섭섭하다.

현서진의 사인참사검이 일렁인다.

멋진 호랑이가 새겨져 있던 크로스가드가 철컥이며 별빛을 한껏 내뿜었다.

사인참사검의 '잠력격발'이 발동된 것이다.

"미안. 솔직히 얕보고 있었어. 기분 나빴으면 미안. 지금부턴 전력을 다할게."

"아주 다 이긴 듯한 눈빛이다? 힘 좀 드러냈다고 내가 와들와들 떨 거라 생각했냐?"

확실히 연출은 멋지다만, 딱히 위압 당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넘볼만 했기에.

별이 반짝이는 우주 속에서 부적을 하나 적어냈다.

전장을 장악당한 채로 싸우는 건 저능아나 하는 짓.

나 또한 전장을 장악할 수단을 몇 가지 갖고 있다.

처음엔 연막탄이 그것이었고, 이번엔 육십사괘가 그 수단이다.

육십사괘??四?, 이위화?火.

콰르르르──!!!

드문드문 홍염을 품은 보랏빛 불꽃이 불타는 무대를 장악한다.

은하염허를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상의 영역은 가져왔다.

짤랑, 짤랑.

그리고 방울을 흔들었다.

무대의 결계 밖에 꽂아 놓은 정령토템은 제 역할을 다했다.

불타는 우주 같은 정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정령을 모은 것이다.

­ 앗, 뜨거! 으아앗! 뜨거? 우잉? 안 뜨겁네?

­ 짜가 불꽃인가? 무언가 타고 있기는 한데?

­ 그런데 보라순이는 왜 우주에 있는 거야? 우아아! 별 이쁘다!!

주로 불의 정령이 많이 모이긴 했지만, 그래도 토템의 힘을 빌어 형형색색의 정령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나는 개판이 된 무대의 맞은편에서 빛을 뿜는 현서진을 노려봤다.

화상으로 아려오는 왼쪽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옅게 읊조렸다.

"현서진."

품 속에서 최루탄의 핀을 뽑았다.

"내가, 이래도, 잡캐야?"

최루탄의 분진이 터져나오는 소리와 함께, 두 학생의 2페이즈가 시작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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