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주술사로서 살아간다는 것-70화 (70/119)

〈 70화 〉 아직 못 본 푸른 갈기도 (2)

* * *

아인델로제엔 세피로트, 로엠에는 클리포트.

각각 열 개의 의석을 가진 차원의사결정 기구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이들을 대천사와 대악마라고 부른다.

세피로트의 대천사는 세피로트 내의 의논을 통해 선발하고 그 임기도 종신이지만, 클리포트의 대악마는 수시로 바뀌곤 한다.

힘과 자격을 갖춘 자라면 얼마든지 기존의 대악마를 떨어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는 최초의 대악마라 불리는 초대 타미엘, 크리스탈이 의회 자체에 걸어 놓은 법칙인지라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신성한 상식이자 율법이다.

극도의 자유와 방종을 보장하는 로엠에서 유일하게 영원불멸한 개념이라고 할까.

때문에 대악마의 좌를 차지한 클리포트의 악마들은 매번 의회에 새겨진 법칙을 뜯어 고치거나 지워내려 용을 쓰지만 번번이 좌절되기 일쑤다.

= 클리포트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 법은 세 가지예요. 차원 곳곳에 영향력을 떨치거나, 대악마를 사살하거나, 그도 아니면 십이가문의 인정을 받거나 그러면 클리포트에 새겨진 법칙이 알아서 보석명을 내리면서 자격을 부여해요.

칠흑여제와 하르미아는 클리포트 제9좌, 가말리엘을 차지한 가네이아의 영지를 빈파시키고 친위대를 모조리 사살한 뒤 로엠을 탈출한 전무후무한 업적 덕에 그 자격을 얻었다.

평균 임기가 18년 밖에 안 되는 대악마의 자리를 200년 넘게 사수한 시대를 초월한 강자를 사실상 패배시켰다는 건 로엠 전체를 뒤집어 버린 대사건이었기에.

나는 미리 잡아 놓은 1인실 숙소에서 원을 그리며 걷다가 셀레스티에게 물었다.

"셀레스티. 궁금해서 묻는 건데 너도 혹시 자격이 있어?"

= 전 악마가 아니라니까요?

"자격 자체는 악마가 아니어도 취득할 수 있는 거 알거든. 그리고 지금 장난치는 거 아냐."

이쪽이 오팔을 눈치챈 만큼, 저쪽이 칠흑여제나 셀레스티를 눈치챘을 수도 있다.

셀레스티는 사실상 망토에 봉인된 상태고 칠흑여제는 미약한 힘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상대가 대악마와 그 계약자인 만큼 그 존재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

= 우움 저는 없어요. 저도 프라임워커의 후계답게 웬만한 고위 악마 따위는 한끼 식사도 안 될 정도의 힘을 가졌지만 딱히 차원을 뒤흔든 적도 없고 십이가문의 추천을 받은 적도 없어요. 대악마를 죽인 적은 당연히 없고.

그렇다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대악마들은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기 위해 자격 있는 자를 닥치는 대로 회유하거나 죽이려고 든다.

셀레스티의 존재를 들켰고 그에 더해 셀레스티가 자격이 있었다면 오팔이 어떻게든 나를 노려 왔겠지만, 다행히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 전 있어요. 옵시디언이라는 보석명이 있죠.

"걸렸으면 어쩌지. 날 죽이려 들지도 몰라"

내 가슴 속에 박힌 칠흑여제는 대악마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 무위는 실제로 대악마를 노려봄직한 수준에 다다라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삭초제근을 명분으로 힘을 되찾기 전에 없애버린다는 태도로 나오면 심히 곤란했다.

­ 후후. 저는 아마 걸렸을 거에요. 제가 저쪽을 느꼈는데 저쪽이 저를 못 느꼈을 리가.

"뭐? 그, 그런"

나는 태연하게 내뱉는 그녀의 말에 등골에 식은땀이 나는 걸 느꼈다.

오팔은 신임 대악마라 '자격 있는 자'를 상당히 신경쓰는 대악마였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튀자. 이모님이나 스승님에게 가면!"

= 아니, 잠깐 진정해요. 죽일 거면 진작에 죽이지 않았겠어요? 기만의 대악마인데 백주대낮에 사람 하나 못 죽일까요.

그러고 보니 그렇다.

명색히 대악마의 계약자인데 불쌍한 아카데미 학생 하나 조용히 슥삭하지 못할 리가 없다.

아무리 칠흑여제의 힘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 크기는 미약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건가? 회유?"

= 그럴 수도 있죠. 당신 생각은 어때요? 제대로 숨지도 못하는 바보 악마?

­ 저는 악마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그리고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건데.

= 뭐? 당연히 너 때문이지! 네가 들켜서 그런 거잖아!!

칠흑여제는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 얼마 되지도 않는 힘으로 당신의 존재를 감추느라 그런 거거든요. 몰락한 가문의 후계?

= 뭐!? 몰락하긴 뭐가!! 가주랑 후계가 버젓이 살아 있는 프라임워커 가문한테!!!

­ 당신이랑 카우디가 나란히 도망치면서 프라임워커 가문은 산산히 찢어졌어요. 당신은 십이가문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론 십일가문 체제로 변한지 오래죠.

= .

셀레스티는 할 말을 잃었는지 조용히 팔을 꼭 감쌌다.

야금술에 심취한 카우디와 영웅담에 매료된 셀레스티.

프라임워커의 두 구심점이 마성을 버리고 다페르헤이드로 도망치면서 프라임워커 가문이 몰락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어쩔 수 없었다고. 가문의 인장을 뺏길 순 없잖아.

­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저는 내키진 않았지만 최우선적으로 당신을 먼저 숨겼어요. 당신은 잃어버린 인장의 단서인데다 가문회의의 참석 권한을 가진 존재니까. 어찌 보면 저보다 훨씬 위험하죠. 하지만 전 얘기가 달라요.

셀레스티가 우울해하든 말든, 칠흑여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제가 말씀드리기엔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아주 강력했어요. 약한 대악마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그렇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나약하죠.

"그래서?"

­ 오팔은 당신에게서 제 존재의 잔향만을 희미하게 느꼈을 거예요. 당신을 제 계약자 정도로 여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그럼 더 위험한 거 아냐? 적의 계약자를 살려 둬서 뭐해?"

­ 아니죠. 오히려 모른 척하거나 호의를 보내올 거예요. 신임 대악마인 오팔을 해치우는 건 제 전성기 기준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오팔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거고요.

그러니까, 괜히 칠흑여제의 계약자인 나를 건드렸다가 피 볼 짓은 하지 않을 거란 소리다.

계약자를 죽인다고 해서 칠흑여제를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실상은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용할 수도 있겠어.'

칠흑여제의 생존 소식은 로엠의 판도를 뒤바꾸기 충분하다.

칠흑여제와 하르미아를 낳은 가네이아는 물론이고, 클리포트를 견제할 카드를 찾는 십일가문까지.

어떻게 수만 잘 쓰면 로엠이 다페르헤이드에 수를 못 쓰도록 내전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치만요, 너무 위험해요. 계약자가 아닌 걸 들키면? 그보다 많은 악마들에게서 수많은 접촉이 들어올 텐데 그 중에 악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셀레스티의 말도 맞다.

개중엔 아무런 이유 없이 칠흑여제를 자극하기 위해 날 죽이려 드는 부류도 있을지 몰랐다.

악마라는 종족이 그런 돌발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족속들이니까.

악마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건 많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건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그리고 오팔이 칠흑여제에 대한 걸 마음대로 떠벌리고 다닐 만큼 멍청하지도 않을 테고. 내 태도와 그쪽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겠지."

­ 맞아요. 이러나 저러나 프라임워커의 후계가 걸리는 것보단 낫거든요.

"여제님도 마냥 당당할 처지는 아닌 건 아시죠?"

이건 서로가 만나 봐야 아는 일이다.

오팔이나 이쪽이나 피차 그냥 넘어가기에는 찜찜한 일이니까 말이다.

"알리바이를 짜죠. 어떻게 계약을 했고, 목적이 무엇이며 설악산에는 왜 왔는지."

물론 저쪽이 이쪽을 계약관계가 아니라고 간파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까지 고려해서 상황극을 짜면 될 일.

나도 연기와 거짓말에는 일가견이 있으니까 말이다.

'기만의 대악마를 상대로 거짓말이라니'

무섭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

"걔네가 설악산엔 왜 왔을까요? 설마 저랑 같은 목적은 아니겠죠?"

­ 그런 건 너한테나 필요하지 걔네한테 필요한 게 아니야. 뭐 방해할 수는 있겠지만.

스피넬의 아지트.

별 건 아니고, 설악산 근처의 빈 펜트하우스를 마음대로 점거하고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간만에 찾아온 집주인은 신경지배 기생충을 먹였으니 강제로 퇴거시킬 사람도 없는, 완벽한 그녀만의 아지트다.

주인 없는 푹신한 침대에 얼굴을 묻고 한껏 부비적대던 스피넬은 돌연 짙은 공복감을 느꼈다.

다름 아닌 옵시디언의 계약자와 그 외국인 동료 때문이었다.

"간만에 카니발리즘 한 번 하고 싶은데요. 헤헤."

­ 넌 이제 인간으로 보기도 힘드니까 카니발리즘이라 보기엔 어폐가 있지 않아?

"아아~ 변이시키거나 씨받이로 쓰거나. 그게 먹는 것보단 훨씬 이득인데 그 외모랑 가슴은 좀 탐나네. 그 옆에 정령친화력이랑 직감도 외국인 외모도 있으면 좋긴 할 텐데요."

옵시디언의 계약자는 꽤나 예쁜 외모의 소녀였다.

흑단 같은 머릿결, 황홀한 보랏빛의 눈동자, 껴안아주고 싶은 적절히 작은 체구와 귀엽고 예쁜 외모.

결정적으로 만지면 무조건 기분 좋을 것 같은 건방진 가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수많은 남자의 아랫도리를 울려 봤을 법한 모습이었다.

"탐나, 탐나아 와작와작 뜯어서 제 가죽으로 만들고 싶어요"

­ 그 옆에 외국인은?

"걔는 다 좋은데 가슴이 조금 그렇잖아요. 걔보다는 이 몸이 훨씬 큰데요."

온갖 괴물의 인자를 인간의 몸에 때려 박는 우월의 수장답게, 스피넬은 다른 조직원들과 다른 시술을 몇 개 받았다.

다름 아닌 '도플갱어'의 인자 또한 그 중 하나다.

로엠에 희귀하게 자생하는 괴물인지라 그 능력을 온전히 따올 수는 없었지만 기만의 권능과 조합하면 포식한 생물의 외형만은 완벽하게 복사할 수 있게 된다.

­ 그러고 보니 옵시디언이랑 많이 닮았던데. 객관적으로 보면 많이 다르지만 뭔가 그런 게 있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네.

"칠흑여제랑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다른 건 몰라도 가슴 큰 거랑 예쁜 거는 많이 닮았어요."

­ 진심으로 묻는 건데 가슴에 왜 이리 집착하는 거냐?

"남자가 성기 크기에 집착하는 거랑 비슷하죠, 뭘."

지금의 가죽 또한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은 거다.

감히 술에 취해 앞섶을 끄르고 가슴골을 노출한 채 밤길을 다니길래 슬쩍 납치해서 오족오족 씹어 먹었다.

­ 대악마 시체 치울 일 있냐. 먹지 마.

"아~ 왜요~! 칠흑 아니, 옵시디언이 그렇게 무서워요? 우우~ 쫄뱅이 대악마~"

­ 무서운 게 아니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거야, 멍청한 년아.

오팔이 자격 없는 악마이던 시절, 그녀는 현 십일가문 중 하나인 기르키스 가문의 가주였다.

대악마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던 그녀는 가네이아의 요청을 받아 로엠을 탈출하던 라이나와 하르미아의 앞을 가로막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오팔은 순식간에 온몸이 산산조각 나서 죽을 뻔 했다.

만일 둘이 오팔을 작정하고 죽이려 들었다면 그녀는 손쓸 새도 없이 세상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물론 스피넬에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결코 아니었다.

­ 다페르헤이드에서 조용히 살겠다고 한 년인데 계약자는 대체 왜 둔 거지? 죽었다고 한 건 연기였나? 설악산은 왜 온 거고? 아니, 그 전에 계약자가 맞긴 한가? 워낙에 반쪽짜리다 보니까 모르겠네.

"정말로 자기 딸이라서 보호해주고 싶다던가?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애엄마도 먹어 봐서 알거든요."

­ 그럴 리는 없어. 그 년은 내가 잘 알아.

곰곰이 생각하던 오팔은 제8좌의 손잡이를 탁 치며 스피넬에게 명령했다.

이건 보통 건수가 아니다.

어떻게든 그 의도와 목적을 알아내야만 한다.

­ 너, 옵시디언의 계약자를 따라가.

"에헤헤, 맨입으로요?"

­ 이 씨발년이.

***

"책자에 따르면 대청봉에는 아비늑대가 산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와이번이 살지 않는 봉우리라네요."

"내가 알기로는 대청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라 들었는데. 아비늑대가 와이번을 이길 정도로 세던가?"

"글쎄요. 저도 그게 조금 의문이긴 합니다."

산에 들어가야 하는 정오가 되기 전까지는 샬롯과 함께 필요한 물품을 챙기기로 했다.

나는 그냥 '비밀도구' 하나랑 에너지바 몇 개만 들고 가려고 했건만, 샬롯은 그래선 안 된다며 제 배낭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를 숙소 바닥에 뿌려 놨다.

"그래서 그 책자는 대체 어디서 뽀려 온 거야?"

"뽀려 오다니요. 그런 비문명인 같은 언사는 자제해주십시오."

"그래, 그럼 대체 어디서 절도해 온 거야?"

"헌터협회 건물에 있더군요. 책장에 있길래 읽어 보려던 건데 옆에 있는 여자가 너무 무서워서 본의 아니게 들고 도망쳐버렸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지으며 잡동사니를 뒤적거렸다.

홍삼즙부터 미지근한 콜라병,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바비 인형까지.

워낙 크길래 무슨 간이 텐트나 침낭이라도 챙겼나 했지만, 얇은 돗자리를 빼면 그 비슷한 건 추호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바비 인형은 대체 왜 챙긴 거야?"

"그건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이리 줘 보십시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인 샬롯은 예쁜 바비 인형의 목을 공포스럽게 끼릭 돌리더니 힘을 줘서 콱 뽑아 냈다.

그러자, 머리를 잃은 인형의 목에서 난데 없이 뾰족하고 긴 칼날이 뽑혀져 나왔다.

"뭐, 뭐야, 이게."

"일종의 은장도입니다. 부잣집 어린아이의 쉽고 빠른 정조 지키기를 위해 인형 회사에서 출시한 신품이죠."

"."

그러니까 그걸 대체 왜 챙겨 오는데.

"그나마 들고 갈만 한 건 돗자리와 향수병 뿐이네."

"예?"

"어째서냐는 표정은 짓지 말아 줄래?"

내키진 않지만, 돗자리는 유사시 은신이나 체온 유지에 쓰일 수 있다.

설악산은 아이스트롤 등의 괴물이 둥지를 틀면서 이름 그대로 눈 덮인 바위산이 되었으니 말이다.

향수병은 쫒아 오는 괴물의 감각을 혼란시키거나 피 냄새를 지우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바, 바비 인형은?"

"네 마음대로 해라."

그 말에 샬롯은 해맑게 웃으며 배낭에 바비 인형을 집어 넣었다.

은장도를 배낭에 넣어서 대체 무엇하나 싶긴 하지만, 정 갖고 가고 싶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는 없겠지.

무게나 부피가 큰 것도 아니니까.

"나머지는 숙소에 두고 가자."

"칫. 알겠습니다."

샬롯은 아쉬운 티를 팍팍 내며 잡동사니를 바닥에 고이 정렬시켰다.

쓸데 없이 오와 열을 맞춘 모습이었다.

"책자도 들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럴까. 생태정보 책자 정도야 뭐"

그 때, 누군가가 숙소의 문을 두들겼다.

단순히 똑똑대는 소리였지만, 짐을 싸던 샬롯은 섬짓했는지 몸을 움찔 떨고 말았다.

­ 오팔의 계약자네요.

'씹.'

나는 헐렁해진 배낭을 끌어 안고 덜덜대는 샬롯을 지나쳐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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