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출정
* * *
나는 발을 쾅쾅 구르면서 접견실로 들어갔다.
이 저택에서 가주의 눈이 안 닿는 곳은 없다.
아버지는 내가 젊은 메이드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간 걸 확인했을 거다. 그걸 알면서 부른 게 틀림없다. 애초에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바닥이 다 깨지겠구나.”
접견실 안쪽에서 선인장을 다듬던 아버지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무슨 일이 그렇게 급하길래 이 저녁에 다 큰 아들을 부르십니까?”
“일단은 앉아라.”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마력의 발산.
능숙한 마법사가 아니면 흉내 내기도 힘든 마력의 운용법이다.
하지만 마력의 운용은 내가 아버지보다 한 수 위다.
나는 손가락을 퉁겨서 아버지의 마력을 흩어버리고, 반대로 내 마력으로 이 접견실 전체를 뒤덮었다.
“윽...”
아버지는 비틀거리다가 결국 본인이 먼저 의자에 주저앉았다.
나는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면서 따라 앉았다.
패륜? 글쎄, 먼저 선을 넘은 건 이 인간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나를 축복하고 감싸고 이 세계의 즐거움을 알려준 여인들. 나의 누이들을 정략 때문에 늙은 대신들에게 팔아넘긴 능구렁이.
나 자신조차도 자신의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병정으로 쓰려는 게 이 인간이다.
낳아주고 길러준 은혜가 있어서 적당히 협력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내 손으로 저 인간을 뒷방에 눌러 앉히고 말겠다.
그런 생각은 아마 아버지도 갖고 있겠지.
아버지는 내 눈치를 살피고, 나는 아버지의 의중을 떠본다.
우리는 서로 그런 관계다.
아버지는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이마를 닦았다.
“모르겠구나. 또 왜 그리 성이 난 게냐?”
“정말 몰라서 물으십니까?”
“그래. 설마하니 발정난 고블린처럼 여자에 미쳐서 그런 건 아닐 테고.”
“하하하.”
내가 웃자, 아버지도 가식적으로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정색을 하고 말을 이었다.
“명심하여라. 네 마력은 네 것이 아니야. 우리 레시아르 백작가의 것이지.”
“예.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는 녀석이 그리 마력을 펑펑 쓴단 말이냐? 네가 지금 씨앗 뿌리는 데에 낭비할 마력이 어디 있다고? 그러다가 켈자르나 파티스가 당장 쳐들어오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출정할 수나 있겠느냐?”
“켈자르, 파티스가 어떻게 레시아르로 쳐들어온단 말입니까? 다름 아닌 제가 그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준 지가 일 년이 채 안 되었는데요.”
“네 녀석의 방탕한 성행이 왕도까지 소문이 퍼졌으니, 못 쳐들어올 것도 없지.”
“제 마력은 제가 더 잘 압니다. 누가 쳐들어오건 격퇴할 정도의 마력은 남아있어요.”
“말이 통하질 않는구나.”
아버지는 탁자를 세게 두들겼다.
“집사장.”
“예. 가주님.”
접견실 바깥에서 집사장 뮌이 들어왔다.
늙은 주름 사이사이에 계략과 음모가 끼어 있는 자였다.
“가주님.”
“그래. 바이스가 데리고 들어간 메이드, 이름이 무언가?”
“유리라고 합니다.”
“바이스가 아끼는 것 같던가?”
“새로 여자를 취하신 것이 일 년 만이니, 그러겠지요.”
“그럼 그 자를 수녀원으로 보내게.”
“예, 가주님.”
“잠깐, 잠깐만요!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벌떡 일어섰다.
아버지는 마력을 쓸까 고민하다가 그냥 나를 노려보기만 했다. 본인도 마력 승부를 하면 뻔히 질 거라는 걸 안 거지.
그러니 나도 마력을 쓰기가 애매했다.
아무리 밉더라도 집사장 앞에서 가주를 겁박할 수는 없으니.
아버지는 비열하게 씩 웃었다.
“걱정 말거라. 네가 원정을 다녀오면 무사히 돌려줄 테니. 네가 마력을 함부로 낭비하는 게 아까워서 그런다.”
“결국은 저를 또 이용하려고 하신 거군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하지만 나는 언제나 레시아르를 위해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 여자만 쫓아다니는 한심한 장남과는 달리 말이다.”
시발.
능구렁이처럼 옭아매기는.
여기서 당장 아버지를 마력으로 후려칠 수 없는 이상, 설전으로는 내가 패배할 수밖에 없다.
권위도 명분도 모두 저쪽에 있으니.
나는 아버지를 노려보다가 겨우 입을 뗐다.
“자꾸 저를 시험하지 마십시오.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어찌 내가 너를 몬다고 생각하느냐. 서운하구나. 다 네가 잘 되라고 하는 일인데.”
“유리는... 손 끝 하나 대셔서는 안 됩니다.”
“내가 그리 멍청하겠느냐.”
아버지는 끌끌 웃었다.
하기는, 내 여자에 손을 대면 아버지고 뭐고 당장 전쟁이란 걸 모를 인간이 아니니.
“동생들 학비를 벌러 왔다니, 수녀원에 있는 동안에도 급료는 원래대로 주셔야 합니다.”
“그 두 배, 아니, 세 배를 주마.”
“후……. 원정에 대해서나 얘기해보십시오.”
“그래.”
완승해서 기분이 좋은지, 아버지는 온통 미소를 지은 채로 설명을 시작했다.
레시아르 백작의 영지는 남쪽에 커다란 강을 끼고 있고, 북서쪽으로는 켈자르 백작 영지, 북동쪽으로는 파티스 공국과 맞대고 있다.
대부분의 이웃들이 그러하듯 켈자르, 파티스는 레시아르와 삼파전을 벌이는 앙숙 사이였다.
그 구도가 바뀐 건 내가 성인이 되면서 마법사의 돌을 쥐고 나서다.
켈자르에는 마법사가 가주 한 명뿐이고, 파티스에는 마법사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레시아르에 마법사가 두 명이나 생기자, 켈자르와 파티스가 연합을 맺고 레시아르를 견제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작년에는 놈들이 레시아르의 주도(??)까지 쳐들어와서 내가 직접 나가 격퇴해야 했다.
그 때는 정말 미친 듯이 날뛰어서 한동안은 레시아르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었는데, 아버지는 이 기회를 이용해 켈자르와 파티스 양쪽을 완전히 꺾어두려는 모양이었다.
“그럼 치려는 건 어느 쪽입니까? 켈자르입니까, 파티스입니까?”
“어느 쪽일 듯싶으냐?”
“파티스겠지요. 그 쪽에 마법사가 없으니.”
파티스는 공국이고, 백작령인 켈자르보다 네 배는 크지만, 이 세계의 전쟁은 마법사의 유무로 승패가 갈린다.
공략 난이도를 따지자면 파티스를 치는 게 맞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
“켈자르를 치란 말입니까? 저 혼자?”
“그렇다.”
나는 아버지가 나를 버림말로 쓰는 게 아닐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마력이 비정상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대인 켈자르의 가주도 마법사이고, 그와의 결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원정군이고, 켈자르는 방어군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내 쪽에 불리한 요소가 더 많다.
거기다가 우리 영지에 파티스를 견제하기 위한 병력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 원정은 너무 위험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허나 네가 아무리 못난 자식이래도, 아비가 아들을 버리겠느냐?”
“누이들은 버리셨지요.”
“켈자르의 가주가 몸져누웠다. ‘정오의 그림자’에서 사들인 정보니 확실하다.”
아버지는 내 말을 무시했다.
“제 누이들은...”
“켈자르에서도 가문의 일부만 아는 사실이라더군. 마법사를 제하고 보면 켈자르를 공략하는 것이 파티스를 공략하는 것보다 수배는 쉽다. 백여우 기사단과 병사 이천을 주마. 가능하면 가주를 격살하고, 여의치 않다면 주도(??)를 불태우고 와라.”
아버지는 제 말만 하고 일어섰다.
내가 나가란 대도 나가지 않을 것 같으니 자기가 나가는 것이다.
나는 그 등에 대고 소리쳤다.
“유리는 유리의 보상을 받는 거고, 저는 저대로 이 원정의 보상을 받아야겠습니다.”
“다녀오면 얘기하자꾸나.”
“아버지! 아버지! 이런, 씨팔.”
나는 탁자를 쾅 내려쳤다.
고목으로 만든 탁자가 형편없이 뭉개졌다.
집사장 뮌은 실눈을 뜨고 내게 가만히 다가와서 속삭였다.
“도련님. 무얼 그리 화내십니까.”
“화 안 내게 생겼소? 아버지 좋은 대로 부려 먹히게 생겼는데.”
“백여우 기사단과 정병 이천, 그들과 함께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실 텐데 그 때 도련님이 원하는 보상이 무엇이든 안 이뤄지겠습니까?”
“허. 재밌는 얘길 하는군. 집사장. 내가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를 저기서 아버지도 궁금해 하고 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뮌은 허리를 깊이 숙였다.
노인네가 그래봐야 기분만 나쁠 뿐이다. 이 작자의 음험함은 끝이 없다.
확실히 내 편이 된다면 당장 가문을 뒤엎을 수도 있겠지만, 잘못하여 배신을 당하면 나는 몰라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전부 생지옥에 빠지겠지.
“나가보시오. 유리는 수녀원까지 확실하게 호위해서 보내도록 하고.”
“예.”
뮌은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나갔다.
나는 부서진 탁자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글쎄, 승전보를 울리고 돌아오면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기는 하다.
준비를 잘 하기만 한다면…….
아버지를 계승할 수도 있겠지.
원래는 십 년은 내다보던 계획이다.
하지만 슬슬 아버지의 꼬장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
이틀 뒤.
나는 열심히 메이드장 세리야를 괴롭히고 있었다.
“윽, 윽, 하으윽.”
한 다섯 시간을 박고 있었던가?
마력으로 강화된 신체는 정욕과 정기를 끊임없이 보충하면서 여체를 게걸스레 탐하게 했다.
강직한 세리야도 땀만 뻘뻘 흘리면서 간신히 서 있을 정도.
나는 자꾸 무너지려는 세리야를 일으켜서, 한 쪽 다리를 손으로 받쳐 든 채로 질 안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세리야는 한 쪽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면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 도련님. 죄송합니다. 윽. 제가 먼저 신경을 썼어야 하는 건데.”
“세리야가 잘못한 건 없지. 아버지가 날 써먹으려고 함정을 파둔 거였는데. 아, 한 번 쌀게.”
살점이 좀 부족한 세리야의 허벅지를 꽉 쥐면서 깊숙이 자지를 박아 넣고 거침없이 정액을 쌌다.
세리야는 눈을 미세하게 까뒤집다가 다시 새초롬한 표정을 되찾았다.
어쩐지 열이 받아서 그대로 입술을 탐하면서 끈적한 질 안에서 다시 자지를 세웠다.
그리고는 화난 감정을 풀듯이 거침없이 세리야의 자궁구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세리야의 자궁구는 세리야 본인처럼 성심성의껏 내 귀두를 주물렀다.
“후. 좋아.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드네. 애초에 유리를 성 안에 들인 것 자체가 아버지가 세운 미인계가 아닐까 하는.”
“설마... 윽. 그렇게까지 하셨을까요? 하윽.”
“몰라. 아버지는. 진짜 그랬을 수도 있는 인간이야.”
이 세계에 미인은 많다.
하지만 내 취향의 미인은 그리 많지 않다.
전생에서는 체모가 가장 적은 황인종으로 태어나 같은 황인종을 짝사랑했었으니까 그런 취향이 현생에도 좀 남아 있는 거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는 귀족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이 수인족의 피가 어느 정도는 섞여 있다.
왕가와 몇몇 귀족가의 혈통인 금혈(血), 하위 귀족가의 혈통인 은혈(?血), 기사와 유력 시민 가문의 혈통인 동혈(?血)은 전체 인구의 삼 퍼센트나 될까.
나머지 구십칠 퍼센트는 수혈(?血), 또는 잡혈(?血)이라 불리는 수인과 인간의 혼종이다.
다시 말해 체모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나는 퍼리는 아니라, 잘 섹스하다가도 등에 북실북실하게 털이 나 있는 걸 보면 좆이 죽는다.
아버지는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체모가 적은 미인들을 포섭해서 나를 이용하려한다면 그건 아버지한테는 아주 쉬운 일이다.
씨발.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좆에 지배당하는 놈 같잖아.
나는 세리야의 가슴을 거칠게 쥐면서 자궁구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거친 동작에 세리야가 비명을 숨긴 교성을 내질렀다.
세리야는 몇 안 되는 확실한 내 사람이자, 내 취향에 맞게 체모가 거의 없는 미인이기도 하다.
세리야를 남겨준 첫째 누이에게는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를 안아준 사람. 내게 여체의 젖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알려준 사람.
그런 사람을 아버지는 늙은 두꺼비 같은 새끼한테 팔아넘겼단 말이지.
나는 세리야의 귀를 깨물면서 다시 한 펀 질펀하게 질 안에 사정했다.
그리고는 세리야의 매끈한 등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켰다.
오랫동안 섹스해서 땀이 났다가 식었다가 흘렀다가 굳기도 했다. 약간 시큼하고 달달한 냄새가 났다.
“도련님. 청소해드리겠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자.”
자지는 세리야의 안에 들어간 채로 작아졌다. 질압에 자지가 자꾸 뒤로 밀려나려했지만 세리야의 치골에 더 깊숙이 허벅다리를 밀어 넣는 걸로 좆이 빠지는 걸 막았다.
세리야의 체온은 평균보다 약간 서늘한 편.
나는 그 서늘함을 즐기면서 세리야의 가슴을 잡고 등에 얼굴을 누였다.
“출정이 하루 남았군.”
“걱정 마세요. 도련님은 분명히 이기고 돌아오실 테니.”
“그건 걱정 안 해. 내가 걱정하는 건 아버지가 나 없는 동안 세리야를 건드는 거지.”
“설마요…….”
성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을 거다.
그 능구렁이 같은 인간은 자기 마력이 닳는 게 아까워서 아이를 낳을 때가 아니면 여자를 안지도 않는 인간이니.
그것 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독수공방을 했지.
그런데도 아버지는 내가 세리야를 원정에 데려가지 못하게 했다.
그 인간은 늘 나를 억제할 인질을 잡아두곤 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정원으로 도망가.”
“정원이요?”
“응. 장미꽃밭 밑에 몸 숨길 데를 만들어놨어. 정원사 몰래 파느라 좀 힘들었거든. 여하튼 너 하나 들어가기는 충분하니까, 들어가서 숨어있어.”
“... 예. 도련님도 부디 몸조심하세요.”
나는 완전히 수그러진 자지를 세리야의 몸에서 빼냈다.
세리야는 안경 닦는 비단을 꺼내서 세심하게 내 음경을 닦았다. 서늘한 손이 와 닿는 감촉이 좋아서 자지에 힘이 들어갔지만, 또 한 번 뺄 시간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출정 준비를 미룰 수 없다.
나는 세리야가 입혀주는 대로 옷을 입고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파샨.”
“예. 도련님.”
“가자고.”
“따르겠습니다.”
다섯 시간 내내 내 옆에서 세리야와의 교합을 지켜보던 여우 수인이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경례를 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