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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32화 (32/166)

〈 32화 〉 노예유희

* * *

프렌다와 토모, 이 두 소녀와 베티아를 즐기는 방법은 또 다르다.

베티아는 걸레짝이 된 몸만큼이나 마음도 닳아버린 여자다.

이런 여자는 괴롭혀도 괴롭히는 사람만 괴로울 뿐이다.

어차피 모든 걸 포기하고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베티아를 즐기기 위해서는, 베티아가 닫아 건 마음의 문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은 베티아의 몸을 다듬는 것부터.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고 하니까.

내가 바라는 게 베티아의 건강한 마음이 아니긴 한데.

“드러누워.”

베티아를 침대에 엎드려 누이고, 나는 그녀의 엉덩이 바로 아래, 허벅지 뒤에 걸터앉았다.

자지가 추우니까 일단 안에 박아 넣고서.

여전히 질이 헐렁헐렁해서 싸인다는 느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따뜻하긴 하다.

그 자세로 두 손을 베티아의 등에 얹었다.

아래에서 위로 쓰다듬어 보니, 살결은 약간 거친 편이다. 튼살도 좀 있고.

섭식도 불량했을 테고 아무 데서나 막 굴러다니면서 잤다면 피부가 좋기가 힘들지.

오히려 그런 생활을 몇 년이나 하면서 이만큼이나마 유지한 게 놀랍다.

메이드 데이지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백작님. 젤과 향초를 가져왔습니다.”

“향초는 거기 탁자 위에 켜서 놔두고, 젤은 이리 주고 나가.”

“예. 백작님.”

향초는 진정 성분이 있다는 약초를 기름과 배합한 것이다.

데이지가 심지에 불을 붙이자, 곧 은은한 향기가 방 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젤은 묽은 생크림으로 만든 것인데, 바로 바르기에는 좀 차가웠다.

왼손과 오른손에 번갈아 옮기면서 체온 정도로 적당하게 덥히고 나서, 젤이 잔뜩 묻은 손바닥을 다시 베티아의 어깨 뒤쪽, 견갑골 사이에 얹었다.

축축한 촉감에 움찔할 법도 한데, 베티아는 그냥 시체처럼 가만히 있었다.

손으로 원을 그리며 젤을 펴 바른다.

그러면서 아랫배로 쏠린 마력을 소량 끌어올려서 손바닥 쪽으로 밀어냈다.

마사지하면서 내 마력을 조금씩 베티아의 체내에 투사하는 거다.

입으로, 또는 질로 흡수하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은 형편없이 나쁘다.

내가 뿜어내는 마력의 만분의 일이나 베티아에게 흘러갈까.

일단 베티아에게 흘러간 마력도, 베티아에게 마력을 담아둘 그릇이 없으므로 그대로 다시 흘러나오게 되어 있다.

하지만 효율 따져서 노는 건 아니니까 상관없지.

불의 기운이 충만한 내 마력이 베티아 안으로 스멀스멀 스며들면서 그녀의 몸을 안에서부터 따끈하게 덥힌다.

베티아의 살결 위로 송골송골 땀방울이 군데군데 맺히기 시작한다.

전생에서 체온이 올라가면 건강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림프구가 어쩌구, 면역력이 어쩌구.

그런 건 잘 몰라도 그 말이 맞다는 건 몇 번이나 직접 경험했다.

아플 때는 뜨끈하게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땀을 쭉 빼면 다음날 대개 상쾌하게 일어나곤 했으니까.

몸 바깥을 덥히는 것도 그랬는데, 이건 뜨거운 마력을 베티아 안에 직접 때려 넣는 거니 효과는 더 좋겠지.

“온도는 일단 조절하고 있는데, 너무 뜨거워지면 얘기해.”

“... 예.”

“기분은 어때? 나쁘진 않지?”

“네... 에.”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손바닥에 열기를 더해가면서 그녀의 등 위에 원을 점점 더 크게 그려나간다.

사이사이 어깨를 주물주물하고, 겨드랑이 사이도 집적거린다.

뒤에 올라타 몸을 마사지하다보니 그냥 몸을 겹칠 때보다 더 자세히 베티아를 살피게 된다.

이것도 은근히 재밌다.

뒷골목 생활을 하는 동안에 제대로 된 걸 먹고 다니진 않았겠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서 옆구리에 군살이 좀 붙었다.

그래도 허리가 구부러지진 않았고.

골반은 순산형이다.

엉덩이가 커다래서 손바닥 자국을 남기고 싶은 걸 참고, 주물주물 만지기만 했다.

슬쩍 항문도 벌려봤는데, 여기도 상당히 썼는지 뻐끔거리는 게 전혀 없다.

내가 벌리는 대로 그냥 벌려지는데.

윤활유만 조금 묻혀서 자지를 밀어 넣으면 그대로 쑥 들어갈 거다.

이 정도면 괄약근에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어차피 침실에 데려오기 전에 깨끗하게 씻겼으니까...젤 묻힌 손가락을 항문 안에 집어넣어 보았다.

역시 너무 쉽게 쑤욱 들어갔다.

케겔운동을 시켜야 할 거 같은데.

정확한 운동법은 떠오르질 않아서, 적당히 말했다.

“베티아. 오줌 눈다고 생각하고 힘을 줘 봐. 진짜로 누진 말고... 그래.”

항문이 약간 조였다.

“힘 풀고, 다시 주고. 그렇게 열 번 반복.”

베티아는 시키는 대로 잘했다.

“똑같이 열 번만 더 하자. 이번에는 천천히. 속으로 다섯 세는 동안에 힘 풀고, 다시 다섯 세는 동안 힘주고.”

사람의 몸은 의외로 신축성이 있다.

마구 굴리면 망가지는 것도 금방이지만, 또 신경 써서 관리를 하면 복원되기도 한다.

고작 그 몇 번 움직였다고 베티아의 항문은 이전보다 꽤 조여 왔다.

그래도 여전히 느슨하긴 하지만, 계속 꾸준히 시키면 점점 나아지겠지.

“앞으로는 내가 안 시켜도 매일 이거 하는 거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총 세 번. 알았지?”

“네.”

항문에서 손가락을 빼고, 마실 물로 대충 닦았다.

다시 마사지 시작.

주먹을 쥐고 엄지만 내민 상태에서 엄지 끝으로 척추를 따라 꾹 눌러서 일자로 주욱 내려간다.

목 뒤에서 시작해서 엉덩이 위까지.

거기서 손을 펼쳐 엉덩이를 살살 어루만진다.

떡 주무르듯 하고 싶지만, 참는다.

만지는 내가 아니라 만져지는 베티아의 성감을 위해서 만진다는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아주 조금이지만, 베티아의 안이 움찔하며 내 물건을 조였다.

케겔운동은 괄약근에도 좋고 요도, 방광에도 좋다는데 정말인가 보네.

“아까처럼 한 번만 더 해볼래? 그래, 그렇게.”

확실히 질이 조이는 게 느껴진다. 그래봐야 헐렁한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자지가 질에 싸여있다는 느낌은 난다.

베티아의 몸도 슬슬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 번 자지를 빼고 명했다.

“이제 돌아누워.”

베티아는 천장을 보고 정자세로 누웠다.

여전히 초점 흐린 눈동자가 꼭 방금 강간당한 여자 같아서 좀 꼴린다.

다시 허벅지 사이에 자지를 문질러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질구에서 귀두가 한 번 걸렸다.

조금씩 탄력이 되돌아오고 있는 거다.

또 다시 마사지 시작.

처진 가슴을 밑에서부터 살살 쓰다듬으면서 아래에서 위로 마사지한다.

가슴살을 유두 정중앙으로 모아준다는 느낌으로 오른손은 오른쪽, 왼손은 왼쪽으로.

손가락을 스타카토 칠 때처럼 세워서 여러 번 돌리며 쓰다듬었다.

“가슴, 크네.”

“죄송... 합니다...”

“뭐가?”

“흉하니까...”

“글쎄. 객관적으로 예쁜 가슴은 아니긴 한가? 그래도 난 좋아해.”

“…….”

“안 좋아하면 내가 시간 들여서 이 짓을 왜하고 있겠어.”

베티아는 혼란스러운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니까.

여자라면 누구라도 쉽게 취할 수 있는 젊은 백작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창녀의 몸을 애무하고 있으니.

자기를 부정하고 비하하며 살아왔을 베티아에게,

그 삶을 넘어서서 자기 삶을 긍정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 어떤 기분이 들게 하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바란다.

소녀들에게 있어 백마 탄 왕자님은 그런 구원의 일종이고, 종교는 무엇보다 보편적인 구원책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베티아에게도 구원을 바라는 마음은 있겠지.

하지만 그녀가 당장 나를 구세주로 여기진 않을 거다.

베티아의 삶에서도 몇 번이고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어 왔을 테니.

희망이 큰 만큼 그 뒤에 오는 절망도 커진다.

백작에게 팔려서, 저택에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베티아의 눈동자가 여전히 죽어있는 것은 더는 속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다.

희망하지 않는 대신 절망하지도 않겠다는 조용한 울부짖음이다.

그걸 뚫어내야 한다.

베티아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잃어버린 희망과 욕망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젤을 손에 잔뜩 묻히곤, 오로지 검지만으로 건포도처럼 검은 베티아의 유두를 집적대며 건드렸다.

손바닥에서 젤이 뚝뚝 떨어지며 유두 근처를 두들겨도 직접 피부가 닿는 건 오직 검지 끝부분 뿐.

그렇게 체감 상으로는 십분 정도 흘렀을까.

단순 반복노동이라, 하는 나도 상당히 힘이 든다.

베티아의 몸 위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촛불이 일렁이면서 뿜어내는 허브 향기.

남녀가 나신으로 맞댄 살.

열기 오른 숨.

온 몸에 묻은 젤로 잔뜩 자극된 성감.

느슨한 베티아의 질 안에서도 자지가 쿠퍼액을 줄줄 흘려내기 시작했다.

당하는 베티아는 나보다 몇 배는 더 괴로울 거다.

그녀는 손을 꼭 쥐고 서서히 몰려오는 쾌감을 참아내려 했다.

“...!”

흐름이 오고 있다.

여기서 검지를 놀려 유두를 건드리면 한 번은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딱 손을 멈추었다.

절정을 강제로 미뤄진 베티아의 신체는 열기를 뿜어내지 못하고 안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잔뜩 뜨거워진 베티아의 신체는 유두에서 빼앗긴 쾌락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질벽이 스몰스몰 옴짝거리면서 자지를 쥐듯이 감쌌다.

“좋네. 베티아의 안, 기분 좋아.”

“... 감사... 합니다.”

“베티아는 어때? 좋아?”

“... 네.”

“어떤지 베티아의 입으로 직접 말해줘.”

“기분... 좋아요.”

“그래. 말해줘서 고마워.”

신체반응은 시간이 가면 흐릿해지지만, 말을 했다는 사실은 오래 남는다.

베티아는 닳고 닳은 몸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죽기만을 기다린 자신의 몸이 욕망을 가진 신체라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팔꿈치를 세워 베티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넣고, 두 팔을 모아 얼굴 마사지를 준비한다.

내가 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베티아와 서로의 코가 닿을 거리.

유리라면 얼굴을 붉혔을 텐데.

베티아는 공허한 눈으로 나를, 아니면 내 어깨 너머로 천장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몸은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데…….

뭐, 하루 만에 될 거라곤 기대도 안 했다.

관자놀이에 주먹을 대고, 엄지손가락의 마디 쪽으로 꾹꾹 누른다.

비스듬히 내려가며 광대뼈와 턱 옆선을 같은 방식으로 지압하고서, 다섯 손가락을 약간 구부려 헤어라인을 따라 톡톡 두들긴다.

반응 적은 베티아도 눈앞에서 손가락이 왔다갔다하니 눈을 감았다 떴다 했다. 이러니까 좀 귀엽기도 하고.

귀를 살살 핥자 옴찔옴찔 질벽이 꾸물거렸다.

여기가 민감한가 본데.

성감이 쌓여있는 만큼, 조금만 건드려도 베티아는 절정에 이를 거다.

귀에서 혀를 떼고 몸을 뒤로 젖힌다.

또 한 번 절정 보상을 유예당한 베티아의 신체가 확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뜨겁다.

나는 아예 상체를 일으키곤 베티아의 안에서 빳빳하게 선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베티아의 허벅지를 양쪽으로 벌렸다.

베티아가 나를 내려다보는 눈길에 아주 약간의 기대감이 실렸다.

하지만 오늘은 베티아와 섹스 할 생각이 없다.

나는 그대로 자지를 덜렁거리면서 일어나, 탁자로 가서 면도기를 가져왔다.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가만히 있어.”

“... 예...”

베티아의 벌린 다리 사이에 꿇어앉고는 그대로 몸을 숙여 베티아의 고간에 얼굴을 들이민다.

백작이 창녀의 가장 더러운 곳에 고개를 숙였다.

“아으...”

급히 일어서려고 한 건지, 베티아의 허벅지가 위로 움찔하며 들렸다.

꽉 잡아서 아래로 당기고는 조용하게 다시 말했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위험해.”

“...... 예...”

내 명령과 계급관 사이에서 갈등하던 베티아는 결국 내 명령에 순종했다.

베티아의 고간은 여전히 추잡해 보였다.

저택에 와서야 잘 씻고 다녔으니 이물질이 묻어있지는 않았지만, 새까맣고 커다랗고 너덜너덜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항문 주변과 회음부, 그리고 대음순과 불두덩까지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털이 나 있었다. 털도 길이가 다 제각각이라 삐쭉빼쭉하다.

남은 젤을 전부 베티아의 가랑이 사이에 발랐다.

그리고 면도날로 조심스럽게 베티아의 털을 밀기 시작했다.

베티아가 아무리 삶의 의욕이 없더라도 몸은 정직하다.

면도날이 살에 살짝 닿을 때마다 소음순이 떨리며 옴츠러든다.

공포와 쾌락은 모두 흥분을 낳는다.

질 안에서 희뿌연 액체가 한 줄기 흘러나왔다.

베티아의 쾌감은 무시하고 계속 면도날만 놀렸다.

음모를 깎는 사각사각 소리만 이어진다.

은근히 성취감이 있는 일이었다.

“됐다.”

털을 완전히 다 밀지는 않았다. 베티아의 몸에 그런 건 안 어울릴 거 같아서.

항문과 회음부에 난 털은 깔끔하게 밀고, 질구 주변의 털은 균일하게 맞춰서 잘라서 적당히 남겼다.

제모를 마치고 나자 베티아의 성기는 한결 깔끔해보였다.

대음순과 소음순이야 여전히 유용된 감이 많지만 이걸 손댈 생각은 없다.

절제수술을 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어차피 몸 예쁜 애들은 내 주변에 널렸다.

베티아를 굳이 수많은 미녀 중 하나로 만들 이유가 없으니.

“일어서.”

베티아에게 거울을 가져다주었다.

이게 나? 라고 할 정도는 아니어도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마사지 때문만은 아니고, 근 며칠저택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던 것도 영향을 줬겠지.

늘어지던 살이 균형 있게 잡히고, 기미가 옅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인상이 확 바뀐다.

계속 마사지를 하고, 알맞은 식단조절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오래잖아 베티아도 원래의 미모를 되찾을 거다.

베티아는 오래도록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

오랫동안 신경 써서 마사지를 해줬더니 내 몸이 쑤신다.

계속 발기해있었는데 한 발도 못 뺐으니까 자지도 좀 아프고.

나는 빳빳해진 자지를 바지 안에 집어넣고 프렌다와 토모를 찾아갔다.

의상실 옆에 딸린 작은 창고.

창문도 없어서 볕도 들지 않는 곳에서, 토모는 온몸에 붕대를 휘감고 누워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프렌다는 토모의 손을 꼭 잡고 계속 중얼거렸다.

“미안해. 토모. 미안해.”

“바보라서 미안해. 토모가 아플 때 케이크 먹고 있어서 미안해.”

“토모가 괴롭힘 당하는 거 모르고 웃고 다녀서 미안해. 토모 때린 언니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던 거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토모…….”

한 발 빼줄 분위기는 아니네.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프렌다는 고개를 휙 돌렸다.

퉁퉁 부은 눈 밑에 눈물자국이 말라붙어 있다.

“무슨 일이야?”

“사람들이... 토모를 괴롭혀요.”

“모두가 모두를 좋아할 수는 없지.”

“백작님. 백작님은 좋은 사람이죠?”

애원하듯이 프렌다는 물었다.

프렌다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저택 사람들이 토모를 괴롭히지 않도록 내게 비는 것뿐이다.

하지만 희망과 사실을 혼동하면 안 되지.

나는 프렌다 곁에 앉아서, 끙끙 앓는 토모의 이마를 쓸어 넘겼다.

“프렌다. 우리 첫 만남이 어땠지?”

프렌다는 입을 다물었다.

노예상점에서 나는 토끼 수인을 두들겨 패며 범했고, 프렌다에게는 토모의 뺨을 후려칠 것을 강요했다.

프렌다가 저택에 와서 맛있는 밥을 먹고, 좋은 옷을 입고, 내게 애지중지 아껴지며 안겨지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설령 프렌다가 애써 눈 돌리려 했더라도.

나는 처음부터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멋있는 사람이야. 누군가에게는 위대한 영웅일 수도 있어. 누군가에게는 주군이고 누군가에게는 연인이지.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흉악한 살인마고, 누군가에게는 더 없는 귀축 강간마이기도 해.”

토모를 쓸던 손길을 프렌다에게로 향했다.

프렌다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이제 기억해낸 것처럼, 덜덜 떨면서 내 손길을 칼날이라도 되는 듯이 받아들였다.

토모를 이렇게 만든 놈이 나란 걸 이제야 겨우 알아차린 거다.

나는 손날로 프렌다의 목을 여러 번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프렌다. 네게 나는 어떤 사람이지?”

“... 좋은... 사람이요.”

“그래.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우리의 관계가 안 좋게 변하길 바라?”

프렌다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럼 됐잖아?”

“하지만…….”

“프렌다. 네가 저렇게 될 수도 있었어.”

프렌다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인다.

“하지만 프렌다는 귀여워서, 아니면그냥 운이 좋아서, 이 꼴을 피한 거야. 토모랑 다르게.”

“저... 는...”

“그냥 모른 척 하면 되잖아. 프렌다가 토모를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토모가... 토모가 아픈 건 싫어요. 토모도 저처럼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옷 입으면 안 되요? 백작님. 제발요. 제가 더 잘할게요. 네?”

프렌다는 울면서 떼를 쓰듯 졸랐다.

“그래, 뭐. 안 될 건 없지.”

“백작님!”

화색을 띠는 프렌다에게, 다시 목에다가 손날을 세운다.

“프렌다가 토모랑 입장을 바꿔주면 돼.”

“...?”

“이해가 안 돼? 지금까지 프렌다가 받았던 거, 전부 토모한테 주면 된다고. 그 대신 이제는 프렌다가 토모 대신 괴롭힘 당하는 거지.”

“왜애... 그런... 둘 다 그냥 안 괴롭히시면 되잖아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두 명을 산 거야. 누가 됐든 둘 중에 하나는 웃고, 나머지 하나는 울고 있어야 해.”

“도대체 왜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재밌잖아.”

프렌다는 그제야 나를 노려봤지만, 미워하는 게 너무 늦다.

처음부터 나를 경계했어야지.

그런다고 뭐가 달라졌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할래? 프렌다가 토모 대신 괴롭힘 당할 거야?”

“프렌... 다...”

신음소리만 겨우 내던 토모가 힘겹게 목소리를 내어 끼어들었다.

“안... 돼... 절... 대...”

다 죽어가는 실낱같은 목소리 때문에, 프렌다는 오히려 결심을 굳힌 듯했다.

“토모가 지금까지 나를 지켜줬잖아. 이제 내가 토모를 지킬 거야.”

“프렌... 다...”

프렌다를 지켜보는 토모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두 소녀가 마주 쥔 손깍지는 단단하게 연결되었다.

다음날부터 토모를 향한 괴롭힘이 프렌다에게로 옮겨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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