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노예유희
* * *
저택 앞 정원.
분수대 근처에는 너른 공터가 있다.
조상님들은 여기서 춤을 추기도 했다는데, 나는 춤을 별로 즐기지 않는지라.
오늘은 훈련장 대신 쓰려고 한다.
나를 졸졸 따라온 카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정원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이.”
“아, 네! 백작님.”
“여기 서서 해봐. 어제 가르쳤던 거.”
관심이 가는 아이기는 하지만, 똑같은 걸 두 번 가르칠 생각은 없다.
내가 고추 달린 놈한테 할애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다행히 카이는 내게 배운 대로 마력을 운용해서 손바닥 앞에 작은 불길을 발현시켰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백작님.”
“기본만 알면 그 다음부터는 숙련의 문제야. 얼마나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빠르게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거지.”
아무리 강대한 마력을 가졌어도, 그걸 끌어내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면 하급 기사의 칼질 한 번에 목이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 카이가 라이터 정도의 불을 켜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이삼 분 정도.
이걸 반복해서 이, 삼십 초 안에는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동작들을 이어 보고, 한 동작을 여러 개로 분할해 봐. 그러면서 무엇을 생략하고 무엇은 빠뜨릴 수 없느냐를 고민해보는 거지. 이건 사람마다 다 다르니 내가 가르쳐 줄 순 없고, 동작을 반복하면서 마력이 간당간당할 때까지 계속 연습해.”
“네. 백작님!”
“의욕 넘치는 게 좋긴 한데, 마력탈진 오면 위험하다. 마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아직 잘 모를 거고. 고추가 아프다 싶으면 위험신호니까 바로 그만해.”
“네.”
카이를 뒤로 하고 분수대 뒤편의 장미꽃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미덤불로 작은 미로를 만들어 둔 곳이었는데, 베티아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시간에 맞춰서 부른 거였다.
베티아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렸을 적에 꾼 꿈을 십 년이나 이십 년이 지나서 다시 꾸었을 때 그런 표정을 지을까?
누구나 그렇듯, 베티아도 한 때는 꿈 많은 소녀였을 거다.
자신만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멋있는 남자를 꿈꾸고, 그와 함께 집을 꾸미고, 아이를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미래를 그렸겠지.
가족 중 누군가가 밤중에 베티아의 몸을 더듬었을 때, 그 꿈에는 금이 갔다.
강간이 거듭되면서 하나였던 손이 여러 개로 늘어나고, 그 여러 손이 한 번에 베티아를 더럽히고, 누구도책임지지도 않을 아이의 씨앗이 자궁 깊숙한 곳에 심겨졌을 때, 베티아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이후로 베티아의 삶에서 꿈은 없었다.
강간범들에게 더럽다는 욕설을 들으며 집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몸을 팔고, 건달들에게 노리개 취급을 당하면서 무엇이든 넣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넣었다.
베티아로서는 배 안의 아이가 떨어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겠지.
하지만 결국 카이가 태어났을 때.
꼬물거리는 작은 원숭이 같은 생명을 자기 손으로 받았을 때.
그 때, 베티아는 다시 꿈꾸지 않았을까.
꿈꾸었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다른 형태로 가족을 꾸릴 수 있는 미래를.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을 거다.
길거리 창녀의 아들로 사는 것보다는 수녀원에서 눈칫밥을 먹는 아이로 사는 게 나을 거라고.
그래서 개와 말의 자지를 받아가며 번 돈으로 카이를 찾아가서 몰래 보고 오고, 자유를 팔아서 금화를 벌어 학비를 대려한 거지.
하지만그 작은 꿈마저도 마콤이란 놈한테 속아서 완전히 부서져버렸을 때.
그 때의 베티아가 내가 처음 본 베티아다.
모든 걸 포기하고 문을 닫아 건 창녀이자 노예.
몸은 더럽다 못해 추잡하고, 마음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정성으로 추하게 망가진 몸이 기적처럼 회복되고,
텅 비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누군가에 대한 감정으로 차차 들어차기 시작하며,
베티아는 꾸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꿈을 다시 꾸게 된다.
그 분에게 부탁하면 아이를 데려와주지 않을까.
아니... 다른 남자의, 그것도 친족의 아이라며, 더럽다고 욕하진 않을까.
그 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후회되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분은 용서하고 받아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의 일을 떠올리면 너무 무서워서 차마 말을 할 수가 없다.
베티아의 꿈은 늘 깨어져 왔다.
이번에 꾼 꿈도 깨어질 게 틀림없다고, 그녀는 생각했을 테니.
내가 스스로 카이를 찾아서 데려왔을 때.
나와 카이가 나란히 서서 마력 연습하는 장면이, 그녀에겐 어떻게 비춰졌을까.
베티아의 흐릿한 눈동자 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렁였다.
나는 그 불꽃이 비추는 장면을 들여다보았다.
황혼 무렵.
젊은 부인이 뜨개질거리를 무릎에 얹고 흔들의자에 앉아서 남편과 아이가 함께 노는 걸 지켜보고 있다.
남편은 아이보다 더 촐싹이고, 아이는 어른스러운 체하며 서로 경쟁심을 불태운다.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고소한 빵 냄새가 퍼져나간다.
어서 들어가서 저녁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이 자리를 뜨는 게 너무나도 아쉽다.
아이가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와 안긴다.
왜 울고 있냐며, 자신의 뺨에 흐르는 눈물줄기를 고사리만 한 손으로 열심히 닦아준다.
어느새 남편도 다가와서 자신의 어깨를 껴안았다.
행복한데, 너무 행복한데. 어째서인지 눈물이 그치지가 않았다.
아이는 자신을 따라 울고, 남편은 허둥지둥 거리다가 자신과 아이를 모두 껴안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까꿍.
우르르. 까꿍.
이 이는 우리 아이가, 내가, 아직도 아기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색하게 어르고 달래는 소리에 아이가 먼저 웃고, 결국 자신도 웃음을 터뜨렸다.
멀리서 작은 새소리가 들리고. 석양이 따뜻하게 온몸을 감싼다.
베티아의 인생에 단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고, 앞으로도 찾아올 일이 없는 장면이다.
그런 장면을, 그녀는 나와 카이를 보면서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꿈을 꾸고 있었다.
베티아가 입을 벌렸다.
감사인사일까, 죄송하다는 말일까.
아니. 그건 물음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왜 저한테... 이런, 이렇게, 저는, 백작님한테... 아무런, 그냥, 저는, 더러운 길거리 창녀인데...”
베티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을 표현할 말을, 베티아는 배우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텅 비었던 가슴이 꽉 차버린 것 같은 만족감.
무언가를 돌려주어야 할 것만 같은 초조함.
그럼에도 자신이 그에게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절망감.
그래서 질린 그가 자신을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베티아는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고, 그걸 내게 표현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울었다.
서럽게.
언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쓰여 온, 가장 원시적인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그 울음의 의미를 나는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안아줘.
안아주세요.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도록.
당신만은 수없이 반복되어 온 헛된 희망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도록.
꼭 안아주세요.
버리지 마세요.
나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나는 베티아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베티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문지르면서 옷깃을 눈물로 적셨다.
“저는... 백작님께... 드릴 게... 없어요.”
“주지 않아도 괜찮아.”
“드리고... 싶어요... 무엇이든... 그런데 제겐... 아무 것도... 없어요...”
나는 베티아를 품에서 잠시 떼어서 눈을 마주했다.
“정말 줄 수 있어?”
“네...”
“내가 하라면 뭐든 할 수 있어?”
“네...!”
단호한 울림이었다.
베티아는 내가 자살하라면 당장 자기 목을 칼로 찔러 죽일 것처럼 다짐한 듯 보였다.
내가 어떤 변태적인 욕망을 털어놓더라도, 무슨 흉악한 범죄를 공모하더라도 모두 받아줄 결의가 엿보였다.
하지만 이건 예상하지 못했겠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말했다.
“그럼, 카이를 죽일 수도 있겠네.”
베티아의 결의로 굳어졌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으..."
"그건 안 되겠어? 미안. 뭐든 한다고 해서, 해본 말이었어."
"그... 건..."
미안하지만 나는 베티아의 꿈속의 남편이 아니다.
카이는 적당히 귀엽고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씨앗도 아닌 녀석을 아들처럼 챙겨줄 생각 따윈 없다.
베티아는 결정해야 한다.
나인지, 카이인지.
내가 준 것을 다시 내가 빼앗으려는 이 모순.
기독교의 신이 아브라함에게 그의 아들 이삭을 바치라고 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베티아를 시험에 들게 하는 그 만능감이 전신에 짜릿하게 퍼진다.
베티아의 꿈은 결국 또 한 번 무너졌다.
자상하게 아이와 자신을 동시에 어르고 달래던 남편은 허상이다.
나는 베티아의 마음속에서 카이와 순위를 다툴 생각이 없다.
나는 금화 반 푼을 주고 베티아를 샀으니, 그녀의 모든 것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혼자 오롯이 소유할 거다.
내 말을 들은 베티아의 표정은 놀라우리만치 전혀 변하지 않았다.
코도 찡그리지 않고, 입이 내려가지도 않는다.
다만 눈에서 물을 주르륵 쏟을 뿐이었다.
나는 사람이 그렇게도 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카... 이... 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안 한 대도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냥, 궁금해서.”
“정말... 뭐든... 할 수... 있는지...?”
“응.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잔인했네. 하지 마, 베티아. 안 해도 돼.”
달래듯 말했다.
프렌다와 토모에게 한 것처럼 무언가를 강제할 생각은 없다.
그저 시험해보고 싶을 뿐이다.
베티아가 내게 바치기로 한 마음.
거기에 거짓은 없는가.
그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카이를 택한다면, 나는 적당히 돈이나 쥐어주고 두 모자를 그냥 내쫓을 생각이다.
그것도 베티아에게 나쁠 건 없다.
그녀가 내게 의존하고 있지 않다면, 하는 얘기지만.
“…….”
베티아는 저 편 분수대 쪽에서 마력연습 중인 카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
베티아는 내 허리춤에서 칼집을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화염검을 빼내었다.
마력이 없는 베티아에게 그건 그냥 독특하게 생긴 검일 뿐이다.
검의 무게에 익숙지 않은 베티아는 휘청거리면서도 분수대 쪽으로 걸어갔다.
훈련을 하고 있던 카이는 누군가가 칼을 빼들고 자신에게 오는 걸 보고는 어깨를 굳혔다.
“누구세요?”
“…….”
베티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젖먹이 아기일 때 버려진 카이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베티아는 지금 그에게 조금 수상한 여자일 뿐이다.
“누구시냐고요.”
“……아아. ……아아아.”
베티아는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옹알거리면서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카이도 입술을 깨물고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전까지 베티아의 종교는 카이였다.
가족들의 저열한 욕망을 어린 몸에 받아 품은 씨앗.
누군가는 더럽다고 여겨 버릴 그것을, 베티아는 소중히 여겼다.
몸을 팔아서 번 돈으로 아들을 보러 갔고, 스스로 노예까지 되면서 배움의 기회를 주려 했다.
그러나 이제 베티아의 종교는 나다.
카이 앞에서 칼을 치켜든 것은 개종을 위한 새로운 기도다.
나는 드디어 베티아의 모든 걸 받았다.
베티아가 칼을 내려치고, 카이가 손바닥에서 불길을 쏘아내기 직전. 싸늘한 긴장감이 흐르는 모자 사이로 내가 끼어들었다.
카이가 이르듯이 말했다.
“백작님. 이 여자...”
“신경 쓰지 마. 내 여자야.”
“아, 네...”
“마력은 어때? 다 썼나?”
“천천히 해서... 아직은 괜찮은 거 같아요.”
“그럼 계속해.”
나는 베티아를 끌고 분수대 뒤로 돌아갔다.
물줄기 너머로 카이가 마보자세로 마력을 운용하는 게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했다.
옷을 벗어 잔디 위에 깔고는 거기에 베티아를 눕혔다.
그리고 그 위에 나도 엎드렸다.
얼굴 마사지를 해주던 그 자세로 나는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해서 미안해.”
“아니... 에요.”
“그냥, 시험해보고 싶었어. 베티아의 진심이 어떤지.”
“저는... 시험에 통과했나요...?”
“완벽하게.”
베티아는 얼빠진 표정으로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활짝 웃었다.
아들을 버리고 새로운 구세주를 찾은 그녀에게, 내 말은 복음과도 같았으니.
“백, 작님...”
“예뻐. 베티아.”
베티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베티아는 혀를 내밀어 격렬하게 나를 탐했다.
질척한 혀가 서로 뒤섞이면서 야한 물소리를 냈다.
당연히 할 생각이었지만, 베티아가 먼저 자신의 옷을 벗었다.
“안아주세요. 백작님...”
“여기서?”
“네...”
더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베티아의 과실을 수확할 때다.
나는 바지를 튀어나올 것처럼 잔뜩 발기한 자지를 꺼냈다.
베티아는 대번에 그걸 입 안 깊숙한 곳까지 물었다.
침을 모아놨는지 축축한 혀와 입천장이 동시에 자지를 감싸는 게 기분 좋았다.
베티아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밑기둥까지 깊게 자지를 쭈우웁 빨았다.
앞뒤로 고개를 흔들지도 않고, 그저 입 안에 물고 주기적으로 빨아줄 뿐인데, 그 안에서 혀가 복잡하게 움직이면서 자지 뒷면을 핥아줘서 금세 사정할 것 같았다.
“잘하네.”
칭찬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베티아는 시무룩하게 눈썹을 내렸다.
“... 죄송... 해요...”
“왜?”
“처음... 못... 드려서... 처음을... 드릴 게 없어서...”
정말로 죄송하다는 듯이, 베티아는 울상을 지었다.
창녀생활을 하면서 앞이고 뒤고 위고 아래고 다 썼으니.
베티아가 내게 바칠 처음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베티아의 뺨을 어루만졌다.
“왜 그런 말을 해? 베티아의 마음, 그건 내가 처음 받아가는 거 아니야?”
“마... 음...?”
“그래. 베티아의 마음.”
“마음... 마음... 마음... 후후... 그런... 가요... 제 마음…….”
베티아는 서서히 눈을 까뒤집다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밑에서 진한 애액이 흘러나왔다.
내 말 한 마디에 절정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베티아는 울고 웃으면서 나를 세게 껴안았다.
베티아의 젖가슴이 뭉개지면서 내게 닿고, 내 자지도 베티아의 배에 눌렸다.
하지만 몸과 몸이 겹쳐지는 것보다 베티아는 마음으로 더 느끼는 것 같았다.
“사랑... 해요... 더러운 제가... 감히... 백작님을... 이 마음... 이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어요... 이 마음을 바칩니다... 백작님...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베티아.”
나는 베티아를 다시 눕히고 키스한 뒤, 가슴을 어루만졌다.
처음 봤을 때는 축 처졌던 젖가슴은 이제 탱탱한 탄력을 되찾았다. 끝없이 주무르고 싶어지는 야한 젖통이다.
잔뜩 바로 선 젖꼭지를 슬쩍 핥고,밑으로 내려가 질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보지는 단정하게 털을 정리하고 괄약근을 단련하면서 상당히 깔끔해졌다.
색이 검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눈에 익으니 이건 이것 나름대로 정감이 간다.
부드러운 음모를 쓸고, 음핵에 키스했다.
“아흑... 백작님...”
“예뻐,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예뻐. 베티아.”
“백작님...”
베티아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노예와 백작 간의 관계에 불과했던 이전까지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그녀 안에서 나는 이제 백작이 아니라 남자가 되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얼굴로 느끼며, 혀를 움직여 소음순을 젖히고 질문 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안은 이미 물로 흥건했다.
약간 시큼하면서 짜고, 무엇보다도 짙었다.
“넣어주세요... 백작님을... 느끼고 싶어요...”
베티아는 발정한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후끈 내뿜었다.
지금까지 내가 베티아에게 불어넣은 열기를 모아놨다가 지금 전부 내뿜는 것 같았다.
“베티아. 사랑해.”
몸을 일으켜 입술에 키스하자, 베티아는 단정한 얼굴로 행복하게 미소 지으면서 밑으로 조수를 뿜었다.
자지를 그대로 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방에서 돌기가 꿈틀거리면서 자지를 주물렀다.
안은 꽉 조였다.
처음에 베티아 안에 삽입했을 때 느꼈던 그 당혹감을 떠올리면 놀라울 정도다.
바로 사정할 것 같아서 잠시 그대로 멈추었다.
하지만 베티아의 안은 스스로 꾸물거리면서 계속 움직였다.
“으윽...”
"백작님..."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베티아의 몸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나는 마사지할 때처럼 마력을 모아, 전신에 넓게 흩뿌렸다.
따끈하게 덥혀진 내 몸을 베티아는 끌어안고
“헤헤...”
소녀처럼 웃었다.
이 순간 베티아는 창녀도, 노예도, 한 아이를 낳은 어머니도 아닌 그저 내 여자일 뿐이다.
바로 싸버려도 좋다.
나는 허리를 흔들었다.
“안에... 안에 싸주세요...!”
베티아는 교성을 지르면서 젖가슴을 흔들었다.
커다란 가슴이 서로 부딪히면서 척, 척, 야한 소리를 냈다.
카이가 분수대 너머로 힐끗힐끗 여기를 살피는 게 느껴진다.
아홉 살이면 성을 깨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알려고 들면 또 모를 나이도 아니었다.
내가 다시 만들어낸 베티아의 몸.
내가 처음으로 취한 베티아의 마음.
나는 카이의 엿보는 시선 앞에서 베티아의 모든 것을 탐했다.
한 번 후배위 자세로 바꾸어, 허리를 퉁길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을 손에 쥐었다.
한동안 프렌다의 작은 엉덩이만 맛보다가 내 자지를 폭 감싸는 커다란 엉덩이에 삽입하니 자지 전체가 귀두처럼 민감해진 기분이다.
자지를 쑥 밀어 넣을 때마다 불알이 베티아의 엉덩이골을 탁, 탁 치면서 사정감을 자극했다.
“쌀게, 베티아!”
“보면서, 저를 보면서 싸주세요.”
언제나 말투를 질질 끌던 베티아가 그 말만은 또렷하게 했다.
나는 간신히 사정을 참고 베티아의 몸을 뒤집었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하면서 원형으로 움직였다.
베티아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두 손을 뻗었다.
오로지 나만을 갈구하는 듯한 손짓. 처연하면서 충만한 시선.
“백... 작님.”
서로의 몸이 닿는 곳은 성기와 그 주변부의 한 뼘 고작.
하지만 시선을 서로 휘감아 탐하면서, 우리는 존재 자체가 뒤섞이는 듯한 쾌락을 느꼈다.
내 전신이 베티아의 눈 안에 담겼고, 베티아의 온 몸은 내 눈에서 취해졌다.
카이의 얇은 시선이 베티아의 야한 몸을 스치고 가는 것 또한 쾌락의 조미료였다.
“베티아. 사랑해.”
“저도,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너무, 너무, 모든 걸, 다, 사랑해요. 바칠, 제, 마음을, 백작님, 당신만을, 사랑하고 사랑해서, 전부, 오직, 백작님, 감히, 더럽고, 천박한, 그렇지만, 사랑해요. 사랑을, 사랑만은, 백작님께...”
베티아가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질이 꽉 조였다.
자지의 해면체가 딱 달라붙은 베티아의 보지와 섞여서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뷰루룻! 뷰루루루룻!
자궁에 귀두를 붙이고 모든 정액을 남김없이 안에 뿌렸다.
자지가 녹아내려서 정액으로 발사되는 것 같이 쭉 빨리는 기분이, 그 아찔한 해방감에 나는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후으윽... 베티아... 계속 나온다..."
사정하는 중에도 베티아의 질벽이 꿈틀거리면서 자지를 계속 주물렀다.
베티아는 질을 조이면서 나를 보고 고백하듯 말했다.
“백... 작님... 당신을 위해서...”
“제가 죽을 수도... 다... 죽일 수도... 있어요...”
“저를, 버리지,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카이의 눈에서 보았던 열기가 베티아의 눈동자에서 엿보였다.
여전히 흐릿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연기였다.
자욱한 연기 속에 성화처럼 타오르는 불길이 숨겨져 있다.
그건 꿈속의 남편과 아이도, 카이도 아닌, 바로 나였다.
금화 반 닢짜리 하급 노예를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든 순간이었다.
“사랑해요... 백작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