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51화 (51/166)

〈 51화 〉 데이트

* * *

붉은 벽돌로 지어진 자그마한 상점 앞.

흰색 가운에 검은색 주름치마를 껴입은 여자가 벽에서 살짝 거리를 둔 채 서 있다.

그녀는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듯이 시계탑에만 시선을 붙박여 두었다.

추위 때문에 붉어진 손을 호호 불어가며, 때때로 발을 동동 굴러가며 기다리는 모습은 흐뭇함을 자아낸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지만, 가끔 시계탑을 올려볼 때마다 소녀와 처녀의 경계선 상에 놓인 얼굴이 드러났다.

귀여운 인상 속에 언뜻언뜻 요염한 미색이 비친다.

지나다니던 남자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개중에 용기 있는 자는 다가가서 이름을 묻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여자는 살포시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로부터도 한참 뒤까지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는 추위에 달달 떨면서 기다려야 했다.

오지랖 넓은 노파가 지팡이를 짚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처녀. 그러지 말고 여기 가게 안에 들어가서 기다려. 점주가 나 아는 사람이라 들여보내 줄 거야.”

“네? 아하하. 아니에요. 할머니. 저 괜찮아요.”

“괜찮긴. 내가 아까 한 시간 전에 나와 봤을 때부터 여기 서 있더만. 안 춥나?”

“네에……. 저 정말 괜찮아요, 할머니.”

“이잉. 누굴 기다리는지 몰라도 처녀 같이 예쁜 아가씨를 기다리게 하는 놈이 제대로 된 놈일 리가 없지. 오면 확 걷어 차버려. 알았지?”

그녀는 곤란한지 눈썹을 내려뜨리며 웃었다.

그 미소에 노파도 호호 웃고는 결국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인가?”

딱딱한 여자 목소리가 마치 나를 힐난하듯 물었다.

“글쎄. 이제 나갈까?”

“이해가 안 되는군. 애초에 왜 기다리게 한 건가? 그냥 바로 나가면 될 것을.”

“저거 봐. 달달 떨면서 기다리는 게 귀엽잖아.”

“후우. 너란 인간은.”

“자, 가자. 나도 슬슬 춥다. 웨이터, 여기 커피 두 잔 계산 좀 해주지.”

“예. 나리.”

나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서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바로는 눈치 못 챌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환히 웃으며 달려왔다.

“백작님!”

“유리. 늦어서 미안해.”

메이드 유리는 자기 이름을 불리자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녜요. 백작님. 바쁘신데 저 때문에 시간 내셨잖아요.”

“간만에 우리 유리랑 데이트하는 건데 당연히 시간 내야지. 이리 손 줘.”

나는 거침없이 유리의 손을 잡았다.

유리는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기분 좋은 미소를 띠웠다.

“따뜻해요. 백작님 손.”

“기다리느라 추웠지? 미안해.”

“괜찮아요. 저 얼마 안 기다렸어요.”

몰래 지켜보지 않았으면 깜빡 속았을 뻔 했다.

아니. 추위로 붉어진 코끝과 창백해진 두 뺨을 보면 속기도 힘든가.

나는 작은 불씨 몇 개를 동동 띄워서 유리의 몸 근처에 붙였다.

“와아 예쁘다……. 아, 그런데 어디로 가시게요?”

“일단 옷부터 보자. 추워 보이던데.”

그대로 유리의 손을 잡고 대로로 나가려는데, 유리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뒤에 분은 체닐린 씨 맞죠?”

검은색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체닐린이 움찔 어깨를 떨었다.

“신경 쓰지 마. 이제부터 내 호위하기로 했거든.”

한때 적이었던 여자에게 호위를 맡기는 게 위험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체닐린은 뼛속까지 기사다.

오만할지언정 간사하지는 않다.

직접 결투를 청했으면 청했지, 뒤에서 목을 노리진 않을 거다.

그래서 체닐린이 내무대신에게 실수한 걸 빌미삼아 호위기사로 삼았다.

켈자르 원정으로부터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체닐린이 역쿠데타 당시에 나를 위해 저택에서 싸우기도 해준 공도 있어서 호위기사 임명은 의외로 매끄럽게 받아들여졌다.

“정말로 체닐린 씨가 호위기사...”

“왜?”

“아뇨. 그냥, 좀 신기해서요.”

그러고 보니 유리와 체닐린은 한 방에 같이 묵던 메이드 동료였다.

같이 빗자루 쓸고 접시 닦던 친구가 호위기사가 된 걸 보니까 신기한 걸까.

체닐린은 원래 기사단장이었으니 메이드를 하고 있는 게 더 이상했는데.

유리야 체닐린이 전장에 나와 있는 모습은 못 봤고, 메이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봐왔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아…….”

체닐린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특별한 용건도 없이 호위에게 직접 말을 거는 건 무례다. 유리.”

“그런가요?”

“주인을 무시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어. 기억하도록 해라.”

“아, 알았어요.”

체닐린은 의외로 세심하게 예법을 가르쳐주었다.

생각해보면 프렌다에게 검을 가르치는 것도 즐거워했고, 은근히 돌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나한테는 여전히 까칠하지만.

나는 체닐린 뒤로 손을 뻗어 엉덩이를 꽉 쥐었다.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려던 체닐린은, 유리에게 들킬 거라 생각했는지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표정이 왜 그래? 좀 웃어."

"... 하. 하. 하."

탱탱한 엉덩이를 한 번 쓸고는 툭 쳐주고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도착한 곳은 북문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의상을 갖추고 있다는 쿠루스카 의복점.

여자 점주가 빙글빙글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손님.”

“여자친구 옷을 좀 보려는데.”

“여자친구...!”

유리는 귓불까지 빨개져서 입을 가렸다.

그래도 헤벌쭉 늘어난 입가가 다 보였다.

“어머나. 귀여우셔라.”

“저희한테 맡기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어쩜 머릿결도 이렇게 좋으실까?”

여직원들이 작게 꺅꺅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유리를 끌다시피 탈의실로 데려갔다.

그 사이 나는 커다란 탁자로 안내받았다.

점주가 따뜻한 차를 내왔다.

“백작님. 모시게 되어 영광이에요.”

“쉿. 모른 척 좀 해줘. 오늘 비밀 데이트거든.”

“그러시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종걸음으로 물러났다.

나는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서 주위를 살폈다.

복도 안쪽에 탈의실이 있고, 요 앞에 거울과 행거가 잔뜩 있다.

그 밖에 달리 주목할 건 없고.

다만 테이블보가 바닥까지 늘어지도록 길어서, 탁자 안에 사람 한 둘 정도는 들여보내도 밖에서는 눈치 채지 못할 것 같았다.

“체닐린.”

“뭔가?”

“탁자 아래로들어가.”

테이블보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명령했다.

체닐린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이었다.

“대체... 왜?”

“아래로 들어가서 내 자지 좀 빨라고.”

“무슨! 그게 무슨 소린가!”

체닐린은 얼굴을 확 붉히면서 빽빽거렸다.

“안할 거야? 그럼 그냥 여기서 다 벗기고 박아버릴 건데.”

“항상 그러지 않나!”

생각해보면 디부시 요새에서도 그렇고, 저번에 저택 복도에서도 그렇고.

사람들 눈 닿는 데에서 체닐린의 몸을 탐한 게 벌써 꽤 여러 번이었다.

체닐린은 이제 그런 것 쯤은 협박도 안 된다는 듯이 콧김을 뿜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게 하나 있다.

나는 턱으로 탈의실 쪽을 가리켰다.

“유리가 데이트 많이 기대한 거 같지?”

“무, 무슨...”

“방한복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나한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지 얇은 옷만 입고 나왔잖아. 발 동동 구르면서 기다리는 게 참 기특해 보이던데. 귀여운 애야. 그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그냥. 그렇게 기대한 데이트 초장부터 내가 유리는 안중에도 없고, 체닐린 너만 벗겨서 박아대는 걸 보면... 유리는 기분이 어떨까? 좀 궁금해지네.”

“쓰레기!”

체닐린은 주먹을 꽉 쥐고 씩씩댔다.

하지만 탈의실 쪽에서 사람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를 째려보면서도 급히 탁자 밑으로 들어갔다.

곧 유리가 여직원들과 함께 나왔다.

그녀는 두꺼운 모직 드레스로 갈아입고 있었다.

팔소매가 아주 길고, 허리는 잘록하며 치마는 푸른색, 하늘색, 흰색의 세 가지 색깔로 염색되어 있었다.

“예쁜데.”

“정말요? 이히히.”

대충 던진 칭찬 한 마디에 유리는 입이 귀에 걸렸다.

여직원들도 유리 뒤에서 호들갑을 떨며 온갖 찬사를 쏟아냈다.

유리는 귀엽게 으쓱대다가 갑자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체닐린 씨는요?”

“화장실.”

적당히 대답해주면서 발로 탁자 아래 웅크린 체닐린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하지만 체닐린은 그냥 가만히 버티고만 있었다.

기 싸움하자는 건가?

테이블보를 걷어 올리려고 하니, 체닐린이 아래서 내 종아리를 꼬집었다.

오해받기는 싫은 거겠지.

세리야에게서 유리와 체닐린이 나름대로 친하다는 건 다 전해 들었다.

작은 한숨소리가 들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바지춤이 살짝 내려갔다.

해줄 거면서 앙칼은.

뜨거운 숨결이 자지에 닿자 심지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꺼떡거리는 자지에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길이 닿는 게 느껴졌다.

체닐린은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아서 손가락 고리로 내 자지를 천천히 훑었다.

부드럽게 귀두 밑까지 말아 올렸다가 불알 위까지 고리를 돌려가면서 스윽스윽.

대충할 줄 알았는데 나름 정성스러운 손길이다.

“유리. 그 드레스만 입고 나가면 어디 공주님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농담두...”

“농담 아닌데?”

유리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베베 꼬았다.

나는 그녀의 깜찍한 자태를 감상하면서 아래로는 체닐린의 대딸을 즐겼다.

체닐린은 내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게 아니꼬운지 빨리 끝내려고 손을 꽉 조였다.

다섯 손가락을 모두 자지에 착 붙이고 슥슥, 슥슥슥슥.

자지살이 손에 말려서 주름이 졌다가 펴졌다가 했다.

나는 유리와 대화를 하면서도 자지에 힘을 꽉 주고 버텼다.

손으로 싸면 아깝지.

체닐린은 일부러 그러는지 귀두에 후후 숨결을 불어가면서 손딸을 쳐줬지만, 사정감을 참고 더 빳빳하게 자지를 세웠다.

결국 체닐린이 먼저 꺾였다.

귀두 끝에 촉촉한 것이 닿았다.

체닐린은 혀로 자지를 한 바퀴 돌려가며 핥아서 침을 적시고는,

“으... 읍...”

크게 입을 벌려 자지를 반쯤 입 안에 머금었다.

다리를 쫙 벌리고서 체닐린의 혀가 자지를 휘감는 감촉을 즐겼다.

내 자지를 물고 있을 체닐린이 보이지 않으니 촉각이 더 예민해져서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쾌감이 밀려왔다.

“어우... 유리. 포즈 취해 봐.”

“포즈요? 이, 이렇게요?”

유리는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무릎에 두 손을 짚었다.

좀 어색하긴 하지만 본판이 예쁘니 뭘 해도 귀엽다.

뒤에서 종업원들도 또 한 번 꺅꺅거리며 무도회에 온 아가씨 같다느니 하는 칭찬을 해댔다.

“으흥흥. 어때요?”

유리도 점점 흥이 났는지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흰 다리를 보여주었다.

“어. 예쁘네.”

나는 적당히 대답하곤 탁자 밑으로 쓱 손을 내려 체닐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체닐린은 내 손을 탁 쳐내면서도 입으로 세게 자지를 빨았다.

역시 틱틱거리는 게 체닐린의 매력이지.

눈을 치켜뜨고 속으로 욕을 주절거리면서도 내 좆을 물고 있는 체닐린의 모습이 상상된다.

자지가 몇 차례나 맥동하면서 정액을 쏘아낼 준비를 마쳤다.

체닐린은 체닐린대로, 이대로 끝마쳐버리려는지 혀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그녀는 자지를 세게 쭉 흡입하면서 혀로 자지 아랫면을 감아서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쭈봅. 쭈봅.

작게 물소리가 울렸다.

“하... 좋아.”

“정말요? 그럼 이걸로 살까요?”

내 말을 자기에게 한 걸로 오해했는지 유리는 순진하게 웃으면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긴 치마 밑단이 예쁘게 팔랑거리며 바닥을 쓸었다.

“... 쭙.... 쪽.”

그 천이 스치는 소리에 체닐린의 자지 빠는 소리가 묻혔다.

나는 두 손을 탁자 밑으로 넣어 체닐린의 얼굴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 컥!”

“유리. 계속 돌아볼래? 예쁘네.”

“이렇게요? 이렇게, 이렇게요?”

유리는 발레라도 하듯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나와 마주칠 때마다 깜찍한 윙크를 날렸다.

나도 마주 웃어주며 체닐린의 머리를 사타구니에 깊게 묻었다.

“... 끅 ...끄윽...”

“아하하하. 이렇게요? 이렇게?”

“공주님 같네. 우리 유리.”

“계속 돌아요? 아. 약간 어질...”

“한 번만 더 돌아 봐.”

“끄윽... 큭...”

“저 예뻐요? 으헤헤.”

“옳지. 예쁘네.”

“끅...”

“으아아앙. 너무 어지러워.더는 못하겠어요.”

체닐린이 결국 못 참겠는지 내 허벅지에 손톱을 박아 넣을 무렵, 때마침 유리도 헉헉 거리며 턴을 멈췄다.

“어지러워요…….”

“이리 와. 차라도 좀 마셔.”

나는 탁자 옆으로 유리를 불렀다.

여전히 한 손은 아래로 내려서 체닐린의 머리를 콱 잡아 자지를 깊게 삽입한 상태다.

유리가 가까이 오자 체닐린은 긴장했는지, 내 엉덩이로 손을 돌렸다.

컥컥거리는 소리는 멈추었지만, 목젖이 부르르 떨리는 게 귀두 끝에 느껴지고 있다.

체닐린도 헛구역질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있는 거다.

여기서 들키면 유리의 데이트가 엉망이 되니까.

유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인 내 찻잔을 살짝 들었다.

“이거요? 이건 백작님이 드신 거잖아요.”

“싫어?”

“싫은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그럼 이리 와. 입으로 먹여줄 테니까.”

“아하하하. 그건 싫어요~”

유리는 내 손을 피하느라 휙 몸을 돌려선, 찻잔을 들어 꿀꺽꿀꺽 차를 마셨다.

“후하... 이제 좀 살 거 같아요. 아깐 너무 어지러워서.”

“긴 치마 입고빙글빙글 도는 게 너무 예쁘더라.”

“이힛. 그럼 이걸로 살까요?”

“그래. 일단 담아놓고, 저건 어때?”

나는 한 쪽의 행거에 걸린 옷을 가리켰다.

검은담비의 가죽으로 만든 모피 코트였다.

귀족이라도 쉽게 사기 어려운 사치품이다.

유리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엄청 비싼 거잖아요?”

“유리. 네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라고 생각해?”

“그래두...”

금화 수십 닢을 호가하는 명품인지라 서민 출신인 유리는 망설였다.

바로 받지 않고 부담스러워하는 게 또 순진한 여자한테 선물하는 맛이지.

나는 탁자 아래로 체닐린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유리에게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지.”

“뭐, 뭔데요?”

자기 몸값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옷이니, 그걸 받으려면 대단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닐지.

유리는 잔뜩 긴장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탈의실 들어가지 말고 여기서 입어봐.”

짓궂게 웃자, 유리도 맥이 풀렸는지 따라 웃었다.

점내에서 옷을 갈아입으라는 것도 보통 요구가 아니긴 하지만 여기 점원들은 전원 여성.

다른 손님은 없고, 점주가 눈치껏 커튼을 쳐서 다른 남자의 눈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백작님이... 바라시면...”

유리는 살짝 쭈뼛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점원들이 또 새된 말소리를 지저귀며 유리의 옷을 겉에서부터 하나씩 차례대로 벗겼다.

이내 위아래로 흰색 속옷만 남긴 유리.

브래지어 위로 살짝 나온 윗가슴과 팬티 아래의 오동통한 허벅지가 눈을 끈다.

저택에서야 매번 봤지만 이렇게 밖에서 보니 감회가 또 달랐다.

유리는 부끄러운지 움츠러들어서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어깨를 오므렸다.

“켁. 켈록.”

갑자기 체닐린이 자지를 문 채로 마른 기침소리를 냈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이빨도 좆기둥 밑을 깔짝이면서 스치고 있다.

다행히 유리는 자기 몸을 가리는 데 정신이 팔려서 기침 소리는 못 들은 모양이지만.

머리를 잡은 손을 떼 주자, 체닐린은 귀두 끝을 물고서 숨을 조금씩 나누어 뱉었다.

다시 머리를 잡아당기려고 하자, 기겁하며 열심히 자지를 물고 빠는 체닐린.

오줌구멍을 혀끝으로 간질이다가 입술을 오므려 자지를 쭙쭙, 정성스럽게 애무했다.

딥스로트를 당하느니 그냥 열심히 펠라치오를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사이에 유리는 맨몸 위에 모피 코트를 걸쳤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이지만, 중간에 단추가 없어 브래지어와 팬티가 그대로 보였다.

“어울리네.”

“늘 감사해요. 백작님.”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하고는 뺨에 쪽하고 키스를 해준 유리와,

탁자 밑에서 추잡하게 자지를 빠는 체닐린 간의 차이가 참을 수 없이 꼴렸다.

나는 더 참지 않고 체닐린의 입 안에 정액을 터뜨리면서 그녀의 머리를 다시 깊게 사타구니 쪽으로 묻었다.

뷰루루룩.

뷰루룩.

발사된 정액이 체닐린의 목구멍을 두들겼다.

체닐린은 기침소리를 내지 않으려 그러는 건지 목젖을 꿀렁거리면서도 자지를 쭈우웁 길게 빨았다.

쭈욱 짜내지는 것 같은 감각에 정액이 한없이 계속 나왔다.

“... 컥... 끅... 꿀꺽...”

애써 헛구역질을 참는 체닐린.

이만하면 너도 애쓰긴 했다.

나는 의자를 일부러 끌어서 소리를 감춰주었다.

살짝 키스하고 떠나려는 유리의 뺨을 한손으로 지그시 잡은 채로 길게 사정했다.

“백작님?”

“조금만 이러고 있자.”

“헤…….”

그게 로맨틱하다고 느꼈는지 유리는 헤실헤실 녹아내리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 사이 밑에서 체닐린은 숨도 안 쉬고 계속 자지를 빨았다.

조용히 사정을 마친 다음, 나도 유리의 뺨에 키스했다.

탁자 밑에서는 체닐린이 학습된 대로 정액을 모두 마시고 혀로 깔끔히 청소했다.

“그런데 체닐린 씨는 화장실이 엄청 길어지네요. 몸이 어디 아픈 건 아닐까요?”

“변비겠지.”

자지를 아프지 않게 살짝 무는 체닐린.

반항이라고 하는 건가? 귀엽기만 할 뿐이다.

“이거랑, 저거 예뻐 보이네. 그리고 저거까지 안에 들어가서 입고 나와.”

“네에~”

싱글벙글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하는 유리의 뒤를 여종업원들이 따른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테이블보를 들어올렸다.

체닐린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턱을 손등으로 닦고 있었다. 내가 정액을 너무 많이 싸서 몇 방울 정도 흘린 모양이다.

“후우우... 이러케 마니...”

“너 입에서 정액 냄새 난다. 말하지 마.”

“내가 누구 때문에...!”

“빨리 나와. 곧 있으면 유리 또 올 거야.”

유리에게 들키긴 싫은지, 체닐린은 허겁지겁 탁자 밑에서 나와서 내 뒤에 섰다.

뒤늦게 억울해서 노려보기라도 하는지 뒤통수가 따가웠다.

하지만 나는 개운하게 사정을 마친 여운을 즐기며 남은 찻물을 마셨다.

유리가 다시 탈의실에서 나와서 옷 두 벌을 양손에 들었다.

“백작님! 이건 어때요? 파란색이랑 노란색 중에 어느 게 더 좋으세요?”

“노란색이 더 예쁘네. 거기에다 그 벨트하면 어울리겠다.”

“그럼 맨날 입고 다녀야겠어요.아. 체닐린 씨 나오셨네요.”

“음.”

체닐린은 입에서 좆물 냄새가 날까봐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

이후로도 몇 개 정도 옷을 더 보고 나서, 유리가 입은 건 전부 다 샀다.

물론 다 들고 다닐 이유도 없으니 저택으로 배달시켰고.

“이건 이대로 입고 가. 아까 옷은 너무 추워 보이더라.”

“네!”

두꺼운 가운 드레스 위에 모피를 입히고 구두와 장갑까지 완전 방한차림을 시켰다.

유리는 옷자락을 들어 팔랑거려보고는 기분 좋은지 내게 팔짱을 끼고 머리를 기댔다.

소담한 가슴이 팔꿈치에 닿아서 슬쩍 뭉개졌다.

“백작님. 그거 아세요? 저 지금 너어무 행복해요.”

“옷 사줘서?”

짓궂게 묻자, 유리는 입술을 빼죽 내밀어 삐쳤다는 시늉을 냈다.

“저 그렇게 속물적인 여자 아니거든요.”

“알아. 농담으로 해본 말이야.”

“그냥... 저택 들어오기 전에는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그래? 그럼 어떻게 생각했는데?”

“아! 그게, 그... 아니에요!”

유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지.

짐짓 화난 척 눈썹을 치켜뜨면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솔직하게 말해.”

“아니... 백작님...”

“어서.”

“그게... 사실은 엄청 괴롭힘 당할 줄 알았어요... 레시아르 가 도련님은 호색한이라고 들어서...”

“그런데?”

“사실은 되게 자상하신 분이셔서... 수녀원에 가있을 동안에도 월급 챙겨주시고, 저 같은 여자애도 기억해주시고, 다정하게 안아주시고, 예뻐해주시고...”

유리가 앞으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꽉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윤이 나는 머릿결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그러고 있자니 또 하반신이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안 되겠어. 따라 와.”

“어, 어디로 가시게요?”

“저기.”

나는 맞은편의 호텔을 가리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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