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예물 상납
* * *
카린은 내 자지 위에 걸터앉은 채로 잠시 멈추었다가, 숨을 한껏 들이쉬고는단숨에 내려앉았다.
커다란 음문 안으로 자지가 완전히 삼켜졌다.
손으로 질분거릴 때부터 이미 질 안은 질척이던 터라 삽입은 매끄러웠다.
“윽...”
카린은 처녀를 잃은 아픔에 잠깐 얼굴을 찡그렸다.
커다란 눈망울이 가늘어지고 콧대에 살짝 주름이 졌다.
하지만 발정의 효과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없이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강한 갈색 살갗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자 무척 야한 냄새가 났다.
"좋아... 좋아요... 백작님... 흐읏... 하앙... 이거... 좋아..."
카린은 내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채 열심히 허리를 돌려댔다.
“히익... 히이익...”
커다란 엉덩이가 내 허벅지와 고환을 내리눌렀다.
뜨겁고 축축한 보지가 내 자지를 완전히 감싸고 애무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쭈풉...
찍! 찌익!
참을 새도 없었다.
나는 카린의 안에 어이없이 사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카린의 질은 정액을 받아내고 나서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후끈후끈 달아올라 내 자지를 꽉 쥐고 주물럭거렸다.
“... 으극... 으응...”
카린은 커다란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엉덩이가 위로 들려도 입술처럼 두툼한 음순은 밑기둥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았다.
외음부가 아래로 쭉 늘어진 모습은 자궁이 질 밖으로 빠져나온 것처럼 보여서 상당히 기형적이긴 했지만, 거기서 비롯되는쾌감만은 어마어마했다.
자지를 뽑아낼 기세로 빨아들이는 질압 때문에 내 허리까지 들릴 정도다.
“아흐...”
나도 모르게 나약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앗... 히읏... 으응...”
카린도 쾌락에 젖은 얼굴로 내 가슴팍에 손을 얹은 채 엉덩이를 계속 퉁겨댔다.
방금 전까지 처녀였던 주제에 기승위 자세가 꽤나 능숙했다.
탄탄한 허벅지가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그 결을 따라 손가락을 대어보니, 카린은 더 흥분해서 뜨거운 콧김을 내뿜었다.
파앙! 파앙! 파앙!
카린은 엉덩이로 내 허벅지를 강하게 내리찍어댔다.
탱탱한 살결이 부딪힐 때마다 윽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질 안에선 굵은 돌기가 기둥을 오무락거리고, 외음부가 뻐끔거리면서 뿌리를 쥐락펴락한다.
이미 한 번 사정해서 잔뜩 예민해진 자지가 이런 명기의 자극을 견뎌낼 수 있을 리가.
나는 애써 참지 않고,허리를 위로 쳐올리며 카린의 자궁을 향해 힘차게 정액을 뿌렸다.
부루루룩!
“앙...!”
카린은 상체를 내게 겹치곤 엉덩이를 살살 흔들어대서 남은 정액을 빨아갔다.
벌써 두 번째로 정액을 안에 받았지만, 카린은 멈출 줄을 몰랐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싶더니 또다시 내 자지를 질 안에 돌려가며 문질렀다.
세 번이고 네 번이고 계속해서 내 위에 걸터앉아 정액을 뽑아 먹을 기세다.
기분이야 좋긴 하지만,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처녀가 감히 나를 섹스로 이겨 먹으려고 해?
나는 카린의 갈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평소에 관리를 잘 했는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으응... 백작님...”
카린은 몽롱한 표정으로 내 손에 목을 문질러 댔다.
뭘 기대하는지는 알겠지만, 그러니까 오히려 반대로 해주고 싶어진다.
나는 그녀의 갈기털을 더듬는 척하다가 뒤쪽으로 쥐어뜯었다.
“아악! 백작님!”
카린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뒤로 넘어졌다.
그 바람에 내게 허벅지 베게를 해주던 브레이스까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임산부를 놀라게 하면 안 되지.
브레이스의 볼록한 배를 살살 쓸어준 뒤에 벌떡 일어섰다.
그대로 자지를 덜렁거리면서 다가가서는, 카린을 뒤집고 후배위로 다시 삽입했다.
“으응...!”
카린은 내 귀두가 음문에 닿자 무의식 중에 자세를 고쳐,삽입하기 좋도록 엉덩이를 위로 올렸다.
엉거주춤 두 손과 무릎을 바닥에 디딘 채 자지를 더 깊숙이 받기 위해 골반을 살살 흔드는 게 창부가 따로 없다.
“이런 음란한 년!”
허리를 퉁겨 자지를 안쪽으로 밀어붙였다.
“꺄으윽!”
말 수인의 피가 짙다면 성감대도 비슷한 곳에 있겠지 싶어 해본 일인데.
수평으로 찔러 넣은 자지가 질 안 깊숙이 들어가 카린의 약점을 건드린 모양이다.
카린은 거의 비명을 질러 댔다.
그대로 자지를 찔러 넣을 때마다 카린은 앞으로 주춤주춤 밀려나갔다.
두 손과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게 잘 길든 암말을 연상케 했다.
무릎 꿇은 카린을 뒤에서 범하면서말 꼬리를 확 부여잡고 위로 쭉 잡아당겼다.
“이럇! 이럇!”
"아극... 흐읏...!"
모양 좋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가 푸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옴쭉거리는 음문 사이로 자지가 꽂혀 있는 모습도 적나라하게 다 보였다.
워낙에 음순이 커다래서 빈말로라도 예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서 더 야했다.
카린의 목 갈기를 다시 쥐어뜯으면서 뒤에서 자지를 박아 댔다.
넣었다가 뺄 때마다 후끈한 열기가 조금씩 빠져나와 내 아랫배를 간지럽혔다.
진한 한숨을 삼키고서, 차오르는 욕정을 카린의 안에 때려 박듯 강하게 치받았다.
“헥... 히극...”
카린은 내가 자지를 박아 넣을 때마다 앞으로 밀리면서 바닥을 기어 다녔다.
헉헉거리는 신음 소리에는 열기가 배어있었다.
“좋으냐?음탕한 암말 같으니.”
"재송합니다아..."
“암말이면말처럼 울어!”
“히, 히힝...”
“더 크게!”
“히히잉! 히히힝!”
카린은 정말 말 우는 소리를 똑같이 냈다.
말 소리가 울릴 때마다 카린의 보지는 윙크하듯 수축하며 내 자지를 깊게 빨아들였다.
힘줘서 버티지 않으면 바로 또 싸버릴 정도로 엄청난 질압이다.
조금만 더 참으려고 했지만, 후끈한 열기와 눅진한 습기가 한데 합쳐진 카린의 말보지를 이기는 건 쉽지 않았다.
일단 피스톤질을 멈추었지만, 카린의 안은 스스로 움직이며 내 자지를 훑어 댔다.
아슬아슬하게 사정감이 차올랐다.
어금니를 꽉 물고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어디에 싸줄까?"
"안에... 안에 싸주세요...!"
카린은 뒤로 엉덩이를 문질러대면서 질내사정을 졸랐다.
촉촉한 살결이 겹쳐지자, 사정관이 고장난 것처럼 쿠퍼액을 쏟아냈다.
간신히 후속 사정을 참아내고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안에, 제 안에 싸주세요!"
"다시."
"백작님의 아기씨... 잔뜩 안에 뿌려주세요...!”
“아니. 말이 자꾸 사람 소리를 내네?”
짝!
엉덩이를 두들겨주자, 카린은 흐느끼면서 말 우는 소리를 냈다.
“히힝... 힝...”
말 울음소리와 동시에 카린의 등이 시옷 자로 굽혀졌다.
"그래. 암말은 암말 답게 울어야지."
상단주의 딸이니 뭐니 해도 내 앞에서는 일개 평민에 불과하다.
흉한 말 소리를 내며 질내사정을 청하는 카린을 우월하게 내려다보면서, 한 번 한 번 살이 떨릴 정도로 강하게 삽입해주었다.
파앙...! 파앙...! 파앙...! 팡!
이제는 멈출 수 없다.
오로지 사정만을 위한 거친 피스톤질.
그대로 속도를 높여 자지를 박아넣으며 카린의 목갈기를 위로 쥐어뜯었다.
보지가 꽉 조여 들면서 내 자지를 강하게 압박했다.
"히히힝... 히힝...! 아아앙!"
카린은 눈물까지 흘려 대면서 끝까지 말 소리를 흉내냈다.
엉덩이를 짝 소리 나게 갈기면서 허벅지에 힘을 풀었다.
수위가 끝까지 차올랐던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강렬한 기세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길게 오줌을 누는 듯이 카린의 질 안에 사정했다.
퓨우웃! 퓻! 퓻!
퓨루루룻!
"흐윽..."
간헐적으로 정액줄기가 세게 뿜어져 나올 때마다 카린의 등근육이 움찔거리면서 다른 형태로 바뀌어갔다.
“푸히힝...”
카린은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로 투레질 소리를 냈다.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이런 추잡한 섹스에 익숙해지면 곤란할 텐데.
내 알 바 아니긴 하지만.
자지를 이리저리 움직여 남은 정액을 모두 질 안에 칠하고 나서 허리를 뺐다.
카린의 커다란 음문에는 자지 구멍이 동그랗게 뻥 뚫려 있었다. 그 안쪽으로 내가 싸질러 놓은 정액이 한 가득 보였다.
“가... 감샤... 합니다...”
카린은 쉰 목소리로 간신히 인사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처녀를 땄는데 감사인사를 받는다.
이게 권력의 맛이지.
한숨을 돌리고서, 오페이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녀만 순결한 몸으로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옷깃을 여몄다.
“백작님. 송구합니다만저는 이미 약혼한 몸인지라...”
“음?”
“예물의 양을 더 늘리겠습니다. 부디, 부디 백작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오페이아는 바싹 엎드린 채 두 손바닥을 위로 올려 보였다.
완벽한 복속의 자세다.
하지만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베르죈도자기가 아무리 귀하다한들 사람보다 중하겠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오페이아는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토커만 상단의 여식은스스로를 바쳤어. 그런데 그대는 고작 도자기 몇 점으로 내게 바치는 충성을 증명하겠다는 건가?”
“그것은...”
“유라지아 상단이 내게 바치는 충성심은 그 정도란 거군. 그대들은 내가 아니라 아직도 아버지에게 충성하는 건가?”
"그건 결코 아닙니다! 저희 유라지아 가문이 섬기는 레시아르의 주인은 오직 한 분 뿐! 바이스 레시아르 님 뿐입니다!"
"그럼 그대의 몸으로 그 충성심을 증명하게."
오페이아는 고민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흰 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갈기나 털이 없는 새하얗고 매끈한 목.
역시 사람은 사람이랑 섹스해야지.
카린의 후끈한 말 보지도 나쁘지 않았지만, 오페이아가 훨씬 더 내 취향이다.
하지만 몇 번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페이아는 완고했다.
상단보다도 약혼자가 더 중요하다는 건가?
그녀는 내가 은근히 협박해도 몇 번이나 돌려서 거절했다. 상단에 불이익을 주어도 감수하겠다는 거였다.
대놓고 겁간이라도 하면 못 이긴 척 넘어가겠지만, 내 여자들이 뻔히 다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러긴 좀 민망했다.
나는 말을 돌렸다.
“약혼 상대가 누군가?”
“... 그건...”
내가 어쩌기라도 할까봐 겁나는지 오페이아는 한참 대답을 망설이다가 겨우 대답했다.
“케이어드 남작의 삼남인 미장센입니다.”
“적여우 기사단 소속 이등 기사입니다.”
타라가 덧붙여 말해주었다.
내 부하란 말이지.
“좋아. 오늘은 이만 물러가라.”
“예...?”
“물러가라고 했다.”
오페이아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가 마음을 바꿀까봐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옷을 챙겨 입은 카린도 내게 인사하고 나갔다.
“도련님?”
파샨이 정말 보낼 거냐고, 눈짓으로 물었다.
“내 기사와 약혼했다잖아. 위에 선 자로서 어찌 부하의 여자를 탐할까.”
“그, 그렇군요.”
안 믿는 눈치라 간만에 파샨에게 꿀밤을 한 대 먹여줬다.
“힝... 춥... 쭈웁...”
파샨은 제 머리에 난 혹을 쓰다듬으면서 내 자지를 물었다.
익숙한 청소펠라를 받으면서 오페이아를 어떻게 가질지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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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여우 기사단 막사. 면회소.
두 남녀가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는데, 안에는 과일과 빵이 들어있었다.
헌신적인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온 상황인 것 같다.
그런 훈훈한 분위기를 깨고 갑자기 난입하는 눈치 없는 놈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백작님.”
기사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한 발 늦게 오페이아가 치맛자락을 옆으로 들어 올렸다.
나는 오페이아를 모른 척하고 기사에게 물었다.
“귀관, 이름이 뭔가?”
“미장센 케이어드입니다. 백작님. 적여우 기사단 소속 이등기사입니다.”
오페이아의 약혼자인 미장센은 아주 잘생기진 않았지만 이목구비가 또렷한 호남이었다.
팔과 다리가 길쭉길쭉하고 허리도 곧게 펴져서 척 보기만 해도 호감이 가는 인상이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백작님.”
그는 나를 존경하는 시선으로 올려다 보았다.
옆에서 오페이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건 눈치 채지도 못하고.
“일단은앉지.”
"예. 백작님. 여기..."
나는 미장센의 말을 무시하고 오페이아 옆에 앉았다.
미장센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백작님,혹시 제게 하명하실 일이 있으신지...”
“아니. 없네.”
“그렇습니까?”
미장센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용건도 없다면 백작이 왜 면회소에 와서 자기네들 옆에 앉나 싶겠지.
하지만 답을 해줄 생각은 없다.
나는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젖혔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얘기들 나눠.”
“예?예...”
두 남녀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페이아와 미장센은 서로 존댓말을 썼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화제가 끊기는 법이 없었다.
때론 작게 킥킥거리기도 하고, 어쩔 땐 잠깐씩 손을 잡았다 놓기도 했다.
한 눈에 봐도 서로 신뢰하고 아끼는 관계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건 이런 사람들이겠지.
미장센을 바라보는 오페이아의 시선에선 아주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유도 없지만 그냥 화가 나네.
나는 손을 탁자 밑으로 뻗어 오페이아의 허벅지 위에 올렸다.
오페이아는 움찔하고 몸을 떨긴 했지만 내 쪽을 돌아보진 않았다.
좋아.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
손가락을 거미처럼 세워 불규칙적으로 오페이아의 허벅지를 찌르고 쓸었다.
기습적으로 치마 안에 손을 넣어보니, 매끄러운 살결 위로닭살이 돋아 있는 게 느껴졌다.
오페이아는 좌불안석인 채 내 애무를 받아냈다.
"오페이아 양? 왜 그러십니까?"
미장센이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몸을 내밀고 물었다.
조금만 더 몸을 내밀면 오페이아의 허벅지를 주물러대는 내 손이 보일 지도 모른다.
오페이아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돌렸다.
"별일 아니에요. 미장센 님. 아마 몸살 기운이 있나 봐요."
"몸조심하세요. 오페이아 양, 그대의 건강이 나의 행복입니다."
"미장센 님..."
눈꼴 시려서 못 봐주겠네.
나는 오페이아의 엉덩이 사이로 손을 거칠게 넣어 세게 주무른 다음, 몸을 일으켰다.
"내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나 보군. 이만 가보지. 편히 쉬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백작님."
미장센은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나를 배웅했다.
하지만 오페이아는 앞날을 예견했는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다시 오페이아와 미장센을 찾아갔다.
그리곤 눈치 없는 척 그들의 면회를 방해하고 앉아 오페이아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져댔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다다음날,그 이후로도 쭉.
날이 갈수록 오페이아의 얼굴은 해쓱해졌다.
미장센도 눈치가 아주 없는 놈은 아닌지 어느 시점부터는 내가 찾아올 때마다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봐야 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남작가의 삼남, 가문의 계승권도 없어서 이등기사가 된 녀석이 백작에게 대들 순 없는 법이다.
권력도 재력도, 심지어는 개인의 용력마저도 내게 밀리니.
서서히 말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포기하게 되어있다.
약혼자 앞에서 앙앙거리기 싫으면 밤중에 몰래 내 처소로 찾아와야겠지.
나는 오페이아의 얼굴이 점점 더 하얗게 질려가는 걸 보면서 줄기차게 면회를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막사로 찾아가도 미장센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기사단 부단장은 그가 휴가를 냈다고 했다.
“그럼오페이아는... 아니, 됐어. 뻔하지.”
둘이서 사랑의 도피를 떠났구만.
기사와 상단주의 여동생이라는 자리를 내팽개치고 도망간 거다.
뭐 나름 낭만적이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점찍은 여자를 그냥 내버릴 생각은 없다.
내 눈치를 살피던 타라가 슬쩍 물었다.
“추적자를 보낼까요?”
“아니. 내가 직접 간다.”
“백작님. 계승식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혹시라도 기일에 늦는다면...”
“애송이들이 도망쳐봐야 얼마나 갔겠어. 금방 잡아서 돌아올게.”
미적거리다가는 미장센이 오페이아의 처녀를 따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오페이아는 결혼 전에 몸을 겹칠 것 같은 여자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급박한도피생활 중에야 눈이 맞으면 몸 맞는 것도 금방이다.
이건 무엇보다도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일인 것이다.
"그 여자가 그렇게 마음에 드셨습니까?"
"글쎄..."
오페이아는 도도한 인상의 미녀이기는 했다.
하지만 아주 맘에 드냐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그럼 어째서..."
"눈 도장을 찍었으니까."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모를까, 일단 한 번 눈 도장까지 찍었는데 딴 놈 주기는 배알이 뒤틀린다.
타라는 기가 막힌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가 말려도 백작님은 듣지 않으시겠죠……. 후우.”
타라는 또 한 번 작게 한숨을 쉬고는 허리를 굽혔다.
“백작님이 돌아오시기 전까지 준비를 마쳐두겠습니다.”
“고맙군.”
타라는 내 부관으로 있으면서 행정 실무를 많이 경험해왔다. 성실하고, 나름대로 능력도 있는 편이고.
메이드장 세리야, 마티란 자작 루이사, 그리고 책사 이오시스의 도움을 받는다면 내가 없어도 계승식 준비를 마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거다.
나는 파샨과 친위대원들, 그리고 호위기사 체닐린을 대동한 채 출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