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56화 (56/166)

〈 56화 〉 추적

* * *

땟국 묻은 얼굴을 한 농부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댔다.

그 시선 가는 곳에는 은화 한 닢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파샨은 손바닥을 덮어서 은화를 숨긴 다음에 농부에게 물었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다고?”

“아, 예. 예. 기사님. 머리가 길고 얼굴이 곱상해서, 한 눈에 척 봐도 저희 같은 촌부들과는 달랐습니다요.”

“남자는?”

“인물이 훤칠하고 잘생겼습디다.”

“음... 그거 밖에 없어?”

농부는 땀을 뻘뻘 흘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칼을 차고 있었습니다! 예,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구만요.”

“칼? 길이가 이것보다 길었어?”

“예. 예. 이 정도... 아니, 이 정도는 됐습지요.”

“흐응. 알았어. 자, 여기 이야깃값.”

파샨이 은화를 던져주자, 농부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받아갔다.

그가 마을로 돌아가기까지 기다렸다가 파샨은 내게로 돌아왔다.

“도련님. 그 인간들, 여길 거쳐 간 거 같습니다.”

“그런 거 같네.”

인상착의가 대략 일치한다. 이십대 초중반의 선남선녀.

게다가 비싼 검을 차고 다니는 인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십중팔구는 오페이아와 미장센이 맞겠지.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흔적을 지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기사인 미장센 혼자라면 몰라도 오페이아가 딸렸으니 마을에 들르지 않고서 야영만 할 순 없을 터.

시골 촌구석에 행상인도 아닌 젊은 남녀가 들렀다면 그것만으로도 며칠 동안은 소문거리가 된다.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촌민들이 알아서 떠들어대고, 가끔 막힌다 싶어도 은화 한 닢만 던져주면 입을 여는 인간이 반드시 나타난다.

“출발하자. 방향은 어느 쪽이라고 했지?”

“남쪽이요. 도련님.”

나는 바로 말에 올랐다.

말갈기를 쓰다듬고 출발하려니, 탱탱한 카린의 나체가 문뜩 떠올랐다.

지금쯤 토커만 상단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거다.

디칸트 상단은 아예 예물 상납을 거부당했고, 유라지아 상단은 오페이아의 도피 건으로 내게 찍혔으니.

당분간은 토커만 상단의 독주가 지속되겠지.

너무 심하다 싶으면 내가 나서야겠지만, 어느 정도의 시세 확장은 허용해줄 생각이다.

그래야 다들 알아서 처녀를 꼬박꼬박 잘 바칠 거 아니야.

“이럇! 가자!”

생각을 끊고 말 궁둥이를 두들겼다.

겨우내 쌓인 눈이 질퍽하게 녹아서 흙과 함께 뭉쳐 있다가 말발굽에 튕겨나갔다.

넓은 초원에 띄엄띄엄 흩뿌려진 농가마다 오페이아와 미장센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걸 하나씩 이어보면 행선지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도망치는 그들과 쫓는 우리의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남쪽으로 말을 달렸다.

행선지를 대충 추측해보자면, 오페이아는 항구도시인 헤시아스로 가서 배를 타고 떠날 생각인 듯한데.

계승식 전에 넉넉히 잡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다.

#

“도련님. 이 자도 모르겠답니다.”

“흠…….”

“죄, 죄송합니다! 나으리!”

“모르면 됐어. 가 봐.”

농부는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아는데 숨기는 것 같진 않고, 그저 높은 사람을 대하는 게 익숙지 않은 거겠지.

“이러면 완전히 꼬이는데.”

내가 다스리는 직할령까지는 근근이 이어지던 목격담이 갑자기 끊겼다.

하늘로 솟았을 리는 없고, 땅으로 꺼졌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무작정 가는 것도 멍청한 짓이지. 저번에 오페이아를 봤다는 데가 어디였지?”

“여기서 북쪽이었던 거 같은데...”

“그리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오페이아와 미장센을 보았다는 농가 주변을 빙빙 돌면서 탐문했다.

허리가 굽어진 할아범이 코를 벌름거리면서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고. 나으리. 여긴 또 어쩐 일로...”

“저번에 봤다는 그 남녀가 돌아오진 않았나?"

"예에. 그 때 보고 다시 보지는 못했습지요."

"그럼근방에 강이나 산이 있나?”

“돌산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요. 하지만 지세가 워낙 험해서 사람이 숨을만한 곳은 못 되는데... 아, 밑으로 동굴이 나있습지요.”

“동굴?”

“예이. 안쪽으로는 꽤 깊은 동굴입니다요.”

노인은 직접 우리를 돌산까지 안내했다.

“여깁니다. 나으리.”

“꽤 험한데.”

돌산은 고도가 그리 높진 않지만, 화강암으로 되어있어서 험준해 보였다.

길도 나 있지 않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닌 듯 보였다.

미장센이 암만 체력 좋은 기사라도 오페이아를 데리고 저길 넘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동굴인데.

“동굴은 어디 있지?”

“저 쪽의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이온데...”

“음?”

“죄, 죄송합니다. 저긴 마수들이 나오는 곳이라... 쇤네는...”

노인은 머리를 박고 주절거렸다.

그깟 마수들 백 마리가 나와도 무서울 건 없지만, 이 노인은 내가 누군지도 모를 테니까.

어차피 길 안내는 이걸로 충분하다.

나는 노인에게 돈 한 푼을 던져주고 친위대원들과 함께 동굴 입구로 향했다.

아름드리나무가 교묘하게 동굴 입구를 가리고 있었다.

“킁킁...”

파샨은 까치발을 딛고 냄새를 맡더니, 얼굴을 구기듯 찡그렸다.

“웩. 도련님. 안에 냄새가 엄청 지독합니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친위대원들 중에서도 수인의 피가 진하게 섞인 이들은 파샨과 마찬가지로 악취가 난다는 말을 했다.

“안에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어떡할까요?”

파샨은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이건 들어가서 확인해볼 수밖에 없다.

여기 외에는 달리 단서도 없으니까.

이렇게까지 했는데 오페이아가 처녀막을 따인 후라면 좀 화가 날 것 같다.

우선은 작게 불꽃을 만들어내어 동굴 안쪽으로 던져보았다.

불꽃은 어둠을 밝히며 일직선으로 쭉 날아가다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깊군.”

뒤에서 칼집 위에 손을 얹고 있던 체닐린이 한 마디 했다.

“니 보지처럼?”

“이...! 이.. 이이이...!”

체닐린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욕을 해주고 싶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는지,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

파샨은 고소하다는 듯이 킥킥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조심해. 체닐린의 보지만큼 깊은 동굴이니까.”

“네, 도련님!”

“이런 천박한...”

체닐린이 꿍얼거리는 소리를 들어 넘기면서 천천히 동굴 안으로 진입해갔다.

안은 어두컴컴했지만, 불을 다루는 마법사인 내게 불씨를 몇 개 띄우는 건 일도 아니다.

한결 밝아진 동굴을 죽 둘러보니, 바닥엔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널려 있었다.

이런 데에 발이라도 빠지면 기분이 아주 더러울 것 같은데.

고개를 숙이고 웅덩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위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곧 무언가가 내 쪽을 우르르 덮쳐왔다.

새까만 몸통에 붉은 눈동자. 흡혈박쥐들이었다.

“히얏!”

파샨은 재주 좋게 벽을 박차서 날아올랐다.

그리곤 몸을 회전시켜 양손에 쥔 검으로 박쥐 떼를 마구 베었다.

놈들은 파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친위대원들도 나를 중심으로 진열을 짜고 무기를 휘둘러 댔다.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상황은 금방 정리되었다.

“별 것도 아닌 게!”

파샨은 마지막 한 놈까지 모두 육편으로 만들어 버리곤 검을 털었다.

동굴 한 구석에 흡혈박쥐의 시체가 쌓였다.

친위대원 하나가 시체를 갈라보더니, 그 안에서 자그마한 마석을 꺼냈다.

“백작님. 이것들, 그냥 박쥐가 아니라 마수입니다.”

“그 노인네가 나온다고 했던 마수가 이 놈들인가? 독특하긴 하네.”

“마석을 챙길까요?”

“작아 보이는데. 그냥 놔둬.”

다시 동굴 탐험을 재개했지만 속도가 영 나질 않았다.

기괴하게 생긴 쥐나 벌레형 마수들이 계속 뛰어나와 발목을 묶었기 때문이다.

대개가 소형 마수들이라 친위대원들이 알아서 정리하긴 했지만, 놈들이 튀어나오면 일단은 멈춰서야 하니 귀찮은 건 사실이다.

“이만한 규모의 동굴치곤 마수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좀 이상하긴 합니다. 혹시 하이브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음... 그럴 수도 있겠어.”

“조심히 살펴보겠습니다.”

나름 귀엽게 생긴 친위대원 하나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거닐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조용하나 싶더니.

“컹컹컹!”

기역자로 완전히 꺾인 모퉁이를 돌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수들이 습격했다.

개 머리에 원숭이 몸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에 쥔 돌도끼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게 꽤나 위협적이었다.

친위대원들은 급히 무기를 들어 맞서 싸웠다.

“뭉쳐라!”

“백작님을 보호해!”

솔직히 실력은 고만고만했지만 충성심 하나만은 대단했다.

얼마 안 되는 마력으로 애쓰는 게 귀여워서 뒷짐 지고 구경했다.

"정렬! 정렬!"

마수의 습격에 대형이 흔들린 것도 잠시.

파샨의 지휘 하에 친위대원들은 진열을 정비하고, 한 번에 마력창을 쏘아냈다.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개와 원숭이 형태의 마수들은 처참하게 찔려 죽어나갔다.

“긴장 풀지 마! 더 온다!”

파도가 몰아치듯 몇 차례나 마수들이 몰려왔다.

그 때마다 피해 없이 물리치긴 했지만, 가쁜 숨을 내뱉는 친위대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났다.

마력탈진의 징후를 보이는 자들도 몇 있었다.

“컹컹컹!”

개와 원숭이 마수들이 사납게 짖어대며 시체를 짓밟고 달려왔다.

천장 위에서는 박쥐 마수들이 때맞춰 음파를 뿜어대면서 귀를 따갑게 했다.

이전보다도 협공이 더 거세졌다.

절대로 여길 넘어서게 하지 않겠다는 듯, 마수들은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었다.

"케엑!"

"윽..."

"다쳤으면 뒤로 빠져! 너, 너! 앞으로 나와!"

파샨이 기를 쓰고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친위대원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체닐린.”

“... 뭔가.”

“솜씨발휘 좀 해봐.”

궁시렁거릴 줄 알았는데, 체닐린은 별 말 없이 검을 꺼내 들었다.

은근히 좀이 쑤셨던 모양이다.

“비켜라!”

그녀는 크게 소리 질러 친위대원들을 통로 양 옆으로 비켜 서게 한 후, 검을 휘둘러서 초승달 모양의 마력 파동을 쏘아냈다.

“켕!”

역시 전 기사단장의 실력은 차원이 달랐다.

친위대원들이 애먹던 마수들이 단칼에 썰려서 나자빠졌다.

“흥. 겨우 이 정돈가.”

“잘했어.”

“힉?!”

잘난 척하는 체닐린의 엉덩이를 꽉 주물러서 칭찬해주자, 체닐린은 어깨를 움츠린 채 나를 노려보았다.

“자꾸 이런 식으로...”

“즐겼으면 된 거 아니야?”

“누가 즐겼다고!”

체닐린은 내 손을 탁 쳐내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몇 걸음 안 가서 멈추었다.

“왜 그래?”

“저... 저 앞에...!”

체닐린은 검을 꽉 쥔 채로 앞을 가리켰다.

마수들이 막아서던 시야가 뻥 뚫리자 그 뒤에 가려진 흉물이 드러났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커다란 형체가 규칙적으로 맥동하고 있었다.

인간의 심장을 수백 배 확대해놓은 것처럼 생긴 흉물, 하이브.

마수를 낳는 마수.

지구라트 숲지대에서 발견했던 녀석이다.

"정말 있을 줄이야."

“이게 그 마수인가?흉측하게도 생겼군.”

체닐린이 고개를 젓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아니. 죽이지 마. 이건 가져가서 연구할 거야.”

“이런 괴물을?”

“알아보면 어디라도 쓸 데가 있겠지.”

“도련님! 도련님!”

잠시 앞으로 정찰 다녀온 파샨이 흥분해서 꼬리를 흔들었다.

“왜 그래?”

“저 앞에 하이브가 엄청! 엄청!”

“엄청 뭐?”

“하이브가 엄청 모여 있습니다!”

“어느 정도인데?”

"수십 마리가 넘어요!"

이건 아무리 파샨이 한 말이라지만 쉽사리 믿기지 않는 말이다.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큰일인데.

지금까지 하이브를 여러 차례 사냥하긴 했지만, 하이브가 몰려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하이브는 혼자서도 마수를 어마어마하게 낳아대는 골칫거리다.

만약 하이브가 군체를 형성하여 마수를 집단적으로 생산해낸다면, 끔찍한 재앙이 될 거다.

나는 급히 파샨의 뒤를 쫓아갔다.

“꾸웨엑!”

“꾹!”

“웨에엑!”

구토하는 소리가 겹쳐지면서 동굴을 가득 메우듯이 메아리가 울렸다.

청각이 발달한 일부 친위대원들은 이명에 괴로워하며 귀를 틀어막았다.

코가 좋은 이들은 코를 쥐었고, 비위가 약한 자들은 입을 주먹으로 가렸다.

“식욕이 싹 달아나네.”

놈들은 통로를 가로막듯 두세 개씩 엇갈려 뭉쳐져 있었다.

혈관으로 서로 얼기설기 뒤섞여 합쳐진 꼴이 상당히 역겨웠는데,그런 대열이 뒤로 쭉 이어졌다.

얼마나 있는지는 세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이런 데서 마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연구고 뭐고 할 계제가 아니다.

“꾸웨엑!”

어디선가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하면, 어김없이 하이브 밑으로 마수들이 쏟아졌다.

갓 태어난 마수들은 아직 약하지만 성장 속도만은 무시무시하다.

하이브 밑에서 눈을 비비던 고블린 하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쪽으로 달려들었다.

“어딜!”

파샨이 칼로 놈의 머리를 쳤다.

흉측한 대가리가 땅에 떨어지며 박살나자, 파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웩... 도련님. 이것들 어떻게 할까요?”

“모조리 죽여. 이 놈들이 번식을 해대면 일주일도 안 돼서 주변 영지가 초토화될 거야.”

“네, 도련님!”

파샨과 친위대원들은 급히 검을 휘둘렀다.

다행히 하이브는 작은 상처를 내기만 해도 피를 쏟아내며 죽었다.

그래도 워낙에 수가 많은 지라 하나씩 해치워서는 답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하이브가 낳은 마수들까지 있었으니.

“끝이 없습니다, 도련님. 헥헥...”

“나와 봐.”

나는 소매를 걷고 앞으로 팔을 쭉 뻗었다.

커다란 불길이 생겨났다가, 내 쪽으로 휙 덮쳐왔다.

"왓?"

급히 마력을 조절해서 불길을 돌렸다.

"뭐, 뭐지?"

체닐린은 윗 머리를 살짝 그을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동굴 안쪽보다 바깥쪽에 산소가 더 많아서 불을 태우면 이쪽 방향으로 돌아오는 건가.

마력을 섬세하게 운용하면 불길을 조절할 순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뭐, 뭐냐고?"

체닐린은 무시하고 팔을 쭉 뻗어서 마력을 응집시켰다.

이번에는 화염 속성이 없는 마력창이 일렁이면서 나타났다.

살짝 팔을 흔들자, 거대한 마창이 나선형으로 회전하더니 맹렬하게 돌진해나갔다.

진로에 놓인 하이브와 새끼 마수들은 모조리 고깃조각이 되어서 썰려나갔다.

“역시 도련님!”

파샨이 짝짝짝 손뼉을 쳤다.

어쩐지 놀리는 것 같아서 고 녀석 볼을 쭉 잡아당기고 있는데, 친위대원 하나가 다가와서 보고했다.

“백작님. 저 안쪽에 뭔가 남아있습니다.”

“하이브인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크기가 훨씬 더 큽니다.”

친위대원은 겁에 질려 있었다.

"커 봤자 그 놈이 그 놈이지. 안내해."

나는 그를 따라 갔다.

사, 오 분 정도 걸었을까.

그것의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건가?"

"예. 백작님."

하이브가 심장 모양이었다면,그건 거대한 두뇌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맥동하고 있는 건 하이브와 같았지만,크기와 박력은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어찌나 거대한지 그것이 맥동할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온통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구우우우우..."

고래 울음소리처럼 웅장한 메아리가 울림과 동시에 그것의하단부에서 무언가가 쏟아졌다.

심장 형태의 하이브였다.

"배, 백작님! 놈이 하이브를 낳았습니다!"

친위대원은 호들갑을 떨었지만,나는 다른 곳에 주목했다.

기사의 검이 근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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