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64화 (64/166)

〈 64화 〉 황금의 인간

* * *

아르토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태양이 언제나처럼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영원불멸할 태양.

그 빛은 내일, 모레, 그리고 수백 년 뒤에도 여전할 것이리라.

아르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가장 존귀한 황금은 태양이라.”

저 밑으로는 산트 루마니아 ­ 태양의 도시가 뽐내는 정경이 펼쳐져 있다.

태양으로부터 스스로 태어난 황금의 아이들이 각자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돌아다니고 있다.

“모든 것은 예정되고 조율되어 있노라니.”

아르토는 창 밑을 내려다보며 경전의 한 구절을 읊었다.

태양의 안배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지만 가끔은 이 질서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우리를 영속하게 하였습니까?”

아버지 태양에게 물어보았지만, 태양은 근엄하게 사물에게 빛을 내릴 뿐이었다.

아르토는 한숨을 삼키고 몸단장을 마쳤다.

곧, 정해진 시각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이마에 한 줄로 금칠을 한 여성이었다.

눈매가 위로 올라가 있으나 거북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고, 대체로 깐깐한 인상이되 누가 보아도 미인이라고 평할만 했다.

이 도시, 산트 루마니아의 수호자 비르토였다.

그녀는 아르토에게 가볍게 경례하고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아르토 님. 원숭이들이 도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르토는 돌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산트 루마니아 인근의 사막에서 돌연히 나타났다는 원숭이 한 쌍.

그들에 대한 정보는 사흘 전에 급히 전달되었다.

그것들을 추살할지, 내쫓을 것인지, 아니면 방치할 것인지에 대하여 도시위원회에서는 격론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나타나자마자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을 보인 탓에 원숭이들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조화를 숭배하는 위원들은 당장 원숭이들을 죽여야한다고 했으나, 아르토가 극구 반대한 덕분에 원숭이들은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출현부터 행동원리까지 완전한 변칙성을 보이고 있는 원숭이들.

그것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상하고, 또 그 예상이 빗나가는 걸 확인하는 것이 최근 아르토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녀는 잔뜩 부풀어 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조절했다.

그리고는 예의 평안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것들은 한창 싸우고 있다 하지 않았나요?”

“예. 한동안은 서로 몸을 떨어뜨리지 않고 울며 싸워댔습니다만... 그것도 질린 모양입니다. 하등한 동물이니 그리 변덕스러운 것이겠죠.”

비르토는 원숭이를 조롱하는 투로 말하고는 표정을 굳혔다.

“아르토 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것들이 산트 루마니아를 더럽히기 전에 처리해야 합니다.”

“비르토. 그 건에 관해서는 내가 이미 입장을 전달했던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신성한 도시에...”

“산트 루마니아의 조화가 고작 원숭이 두 마리에 의해서 깨어질 정도로 연약한 것이던가요?”

“결코 아닙니다.”

비르토는 가로 고개를 저었다.

도시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은 수호자인 그녀의 책무.

원숭이 두 마리조차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다.

아르토는 가볍게 웃었다.

“그럼 문제없겠군요. 원숭이들은 내버려두도록 하세요.”

“아르토 님. 그들은 조화롭지 못한 존재입니다.”

“조화롭지 못한다고 전부 없애는 것이 수호자께서 생각하는 조화인가요?”

비르토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괜찮아요. 그것들이 정말로 산트 루마니아에 위협을 가한다면, 그 때 처리해도 늦지 않아요.”

물론 원숭이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태양의 도시에 위해를 가할 수는 없을 터.

아르토의 말은 공수표나 다름없었지만, 비르토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르토는 본래는 느껴서는 안 될 경박한 감정을 만끽하며 작게 발을 굴렀다.

그녀 자신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원숭이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감정이 날뛰는 걸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긴 머리를 손수 땋아 왼쪽으로 내리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잠시 후.

드디어 원숭이들이 산트 루마니아에 발을 디뎠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아르토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신전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낯선 냄새가 나는 곳으로.

#

아르토는 골목 언저리에 몸을 숨기고 원숭이들을 지켜보았다.

암컷은 꽤 귀엽게 생겼다. 몸집은 조그마한데 유방은 커다래서 앞으로 기우뚱 넘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뽈뽈 잘만 걸어 다녔다.

그에 비하면 수컷 원숭이는 그다지 귀엽게 생기진 않았지만, 행동하는 게 깜찍했다.

짜악.

“아오!”

수컷 원숭이는 빨갛게 부어오른 손등을 쥐고 깡충깡충 뛰었다.

녀석은 엄청난 장난꾸러기였다.

근처로 여자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뻗는데, 그럴 때마다 호되게 손등을 얻어맞고서도 또 다음 여자가 지나가면 다시 손을 뻗친다.

지능이 좀 떨어지는 듯 했지만, 그게 아르토에게는 더 마음에 들었다.

“예측할 수가 없네. 신기해.”

아르토는 쿡쿡 웃다가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근처를 지나다니던 태양의 아이들이 그녀를 이상하게 보며 지나갔다.

“아, 흠. 흠.”

“별일 없으시죠, 아르토 님?”

“물론이죠. 그럼.”

잠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던 사이에 원숭이들이 사라졌다.

아르토는 다시 그들의 기색을 찾아 움직였다.

그것들은 암컷과 수컷이 따로 떨어져서 한참이나 울부짖으면서 낑낑대다가 다시 한 자리로 모였다.

탑 앞이었다.

“배가 고픈 걸까?”

아르토는 원숭이가 먹을 만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과일, 벌레, 그리고 밀빵 정도.

그거라면 그녀가 얼마든지 준비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탑 근처를 계속 서성거렸다.

“거긴 안 되는데.”

탑에 비축된 것은 꿀술 넥타르와 황금사과 암브로시아. 오직 태양의 아이들만이 식음을 허락받은 성찬이었다.

아르토는 그들 앞에 끼어들지 말지 잠깐 고민했다.

태양 아래의 모든 것은 그녀의 예지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오직 저 원숭이들만은 그녀도 예측할 수가 없었기에.

그녀가 고민에 빠진 사이 수컷은 두 발로 꼿꼿이 서더니 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르토의 눈이 번쩍 뜨였다.

수컷이 쏘아낸 화려한 불길이 탑을 휘감으며 붉은 혀를 날름거렸다.

“어리석은 것!”

원숭이를 둘러싼 군중 사이에서 비르토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주문을 읊었다.

“너는, 스스로, 폭산하리라!”

애초부터 원숭이들을 탐탁찮게 여기던 비르토였다. 그녀가 읊은 주문은 원숭이를 속박하여 그 안의 양기(??)를 전부 터뜨려버리는 것이었다.

몸 안의 양기가 꼬이자, 그가 쏘아낸 불길도 통제를 벗어나 창공으로 사라졌다.

“컥... 으윽...!”

수컷 원숭이는 목을 잡고 컥컥거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저대로 두면 저것은 분명히 죽게 될 것이다.

아르토는 입 안이 바싹 말라 혀로 입 천장을 훑었다.

원숭이는 산트 루마니아의 건물과 그 안에 든 성찬을 모두 불태우려 했다.

그건 한낱 짐승이 용서받을 수 있는 죄가 아니었고, 그렇기에 도시의 수호자인 비르토가 원숭이를 징벌한 것은 누가 보아도 공정하였다.

그럼 죽게 놔두어도 될까?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렬한 감정이 그녀를 강타했다.

“……하아.”

명분도, 이득도 전혀 없지만 오로지 충동적인 감정 때문에 그녀는 개입하기로 했다.

아르토는 작게 주먹을 쥐고 나섰다.

그녀가 환하게 빛을 뿜어내며 걸어 나오자, 시민들은 모두 길을 내어주며 목례했다.

“비르토. 그만 원숭이를 놓아주세요.”

수호자는 아르토의 모습을 확인하고 놀랐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르토 님. 송구하지만 아르토 님께서는 이 원숭이들이 산트 루마니아에 위해를 가한다면 처리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요. 내가 그렇게 말했지요.”

“그러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원숭이를 죽이는 건 이 내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비르토와 아르토의 시선이 서로 맞부딪혔다.

"아르토 님...!"

"명령입니다. 물러나세요, 비르토."

도시를 수호하는 것은 수호자의 역할이지만, 그 수호자의 위에 선 것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깝게 태어난 자, 아르토다.

아르토가 굳게 뜻을 세운 것을 확인한 비르토는 결국 물러섰다.

“... 뜻대로 하시지요. 하지만 그 원숭이가 다시는 산트 루마니아에 해를 가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이죠. 그 점은 내가 약속하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비르토가 먼저 등을 돌렸고, 다른 태양의 아이들도 하나둘씩 사라졌다.

아르토는 그들이 모두 떠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수컷 원숭이의 등 위에 손을 가져다댔다.

원숭이의 몸은 의외로 탄탄했다.

그녀는 약간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태양의 기운을 조금씩 흘려보내 뭉친 기운을 풀어주었다.

“후우... 후우... 후...”

원숭이는 숨을 고르고 나서 덥썩 아르토의 팔을 잡았다.

아르토는 원숭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가까이서 본 원숭이의 얼굴은 의외로 그리 못생기지 않았다.

원숭이는 아르토를 빤히 보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뷰지.”

고맙다는 말일까?

한낱 짐승도 감사할 줄 안다.

이토록 모두 조화로운 존재인 것이다.

아르토는 비르토로부터 그를 구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원숭이에게 화답했다.

“뷰지.”

#

아르토는 잠깐 원숭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그것들을 관찰했다.

원숭이는 의외로 영리했는데, 그것들의 재주 중에서 가장 아르토를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이 가진 언어였다.

원숭이의 언어는 굉장히 정교하고 고도로 발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아르토는 원숭이들이 태양의 아이들과 같은 인간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은 언어나 지능이 아니라 유래(??)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말미암았는가.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스스로 생겨난다.

반면에 동물은 수컷과 암컷이 서로 어우러져 아기를 만들어낸다.

아르토는 그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바는 없었지만, 대략적인 지식만은 갖추고 있었다.

커다란 수컷과 귀여운 암컷이 서로 껴안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면 아기가 생겨나는 것일 테니.저것들도 언젠가는 깜찍한 아기를 낳겠지?암컷이 귀여우니 아기도 필시 귀여울 것이다.

아르토는 아기 원숭이를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빈틈 발견!”

딴 생각에 팔린 아르토의 가슴을 노리고 수컷 원숭이가 손을 뻗었다.

정말 장난을 좋아하는 녀석이야.

아르토는 흐뭇하게 웃으며 수컷 원숭이의 손을 피했다.

수컷은 잠시 입을 삐쭉이다가 원숭이어로 조잘거렸다.

아르토는 띄엄띄엄 수컷의 말을 따라해 보았다. 그러자 수컷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재밌었다.

자신이 원숭이 말을 배울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오랫동안 권태 속에서 살아온 아르토에게 있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정신없이 원숭이들의 언어를 배웠다.

“나. 바이스, 남자.”

수컷 원숭이는 끽끽거리다가 갑자기 사타구니를 가린 천을 훅 내렸다.

허벅지 사이의 기다란 막대기와 그 밑에 달린 두 개의 동그란 공이 보였다.

아르토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건 수컷 동물이 달고 있는 무게추다. 덤벙대는 수컷이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비르토가 그렇게 가르쳐주었다.

아르토는 자신에게는 없는 수컷 원숭이의 무게추에 약간 관심이 생겼다. 조금 만져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아르토는 한 번 다시 신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원숭이들과 놀아주는 일이 즐겁기는 했지만, 그녀의 의무를 완전히 방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성무(??)를 보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원숭이들의 일이 떠나질 않았다.

수컷과 암컷이 서로 싸우진 않을까? 내가 없는 사이에 아기를 낳으면 어떡한담? 혹시라도 비르토가 앙심을 품는다면?

아르토는 결국 평소보다 빨리 일을 마치고 급히 원숭이들을 찾아 나섰다.

“아!”

불행한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수컷이 한창 암컷을 괴롭히고 있었다.

“오럇! 보지 똑바로 조여랏!”“응...! 흐읏...! 진짜...! 미쳤어...!”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타 무게추를 사타구니 사이로 밀어 넣고 있었다.

수컷에 비해 체구가 훨씬 작은 암컷은 무거운 건지 괴로운 건지 땀에 흠뻑 젖어서 힘겨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하필이면 도로 한복판에서 그 짓을 해대는 탓에 태양의 아이들은 못 본 척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힐끔힐끔 시선을 던져댔다.

“다 보는데... 진짜...!”“뭐 어때. 아르토 말고는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그리고 그 아르토를 끌어내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니까?”“없긴... 흣... 뭐가 없어...! 핑계는... 큿... 하웃...”

암컷은 울상으로 팔다리를 휘저으면서 수컷의 등과 허벅지를 탁탁 때렸다.

하지만 수컷은 암컷의 무릎 안쪽에 손을 넣어 두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암컷의 살 안쪽으로 무게추를 강하게 처박았다.

살이 서로 붙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쩍, 쩍하는 소리가 났다.

아르토로서는 그게 얼마나 아플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안 돼! 떽! 친구가 아파하잖니!안 돼! 나쁘다!”

아르토는 얼른 달려가 수컷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오. 진짜 왔네? 아흐흐. 오히려 좋아.”

수컷은 아르토가 엉덩이를 때릴수록 오히려 암컷의 몸 안쪽으로 무게추를 깊게 꽂아 넣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르토는 수컷의 살로부터 느껴지는 생경한 감각에 잠시 얼어붙었다.

자신의 손에 닿는 수컷의 엉덩이는 딱딱하면서도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뒤에서 보면 암컷의 궁둥이와 수컷의 궁둥이가 서로 착 달라붙어 있는데, 수컷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기둥이 암컷의 가랑이 사이로 밀려 들어갔다가 빠져나오길 반복한다.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주머니가 암컷의 둔덕을 퍽퍽 두들길 때마다 암컷의 선분홍색 항문이 옴찔옴찔 떨렸다.

아르토는 그걸 보고 있다가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빠졌다.

태양의 아이들은 스스로 태어나서 평생을 완결된 존재로 살아간다. 배설은 그들에게 무관한 일이고, 생식기는 모양은 갖추어져 있으되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르토에게 있어 수컷과 암컷 원숭이들이 생식기를 겹치며 나뒹구는 일은 너무나도 낯설었고, 또 그만큼 호기심을 끌었다.

아르토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꼬았다.

그 사이 수컷은 상체로 암컷을 덮듯이 끌어안았다.

그는 가슴팍으로 암컷의 머리를 누르고 정수리에 코를 묻어 암컷의 냄새를 맡으며 끽끽 소리쳐댔다.

“웃, 정자 올라온다! 제대로 받아랏!”“아르토 님... 아르토 님 왔잖아...! 이제 그만... 읏... 해도... 하앙...”

암컷은 수컷의 몸에 깔려 비명을 질렀다.

더 방치하면 암컷이 죽을지도 모른다. 짐승들은 연약해서 쉽게 죽어버리니까.

아르토는 수컷의 허리를 잡아 떼려다가, 힘으로 떼어내려 한다면 연약한 원숭이들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손을 띄웠다.

그리고는 허리에 매어둔 호리병을 꺼냈다.

“자, 자, 착하지? 그만하고 이거 먹을래? 달콤한 거야. 그러니까...먹는다. 맛있다.”

호리병 안에서는 꿀을 농축해둔 것처럼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

태양의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성스러운 음료, 넥타르였다.

물론 그걸 수컷 원숭이에게 줄 생각은 없고 다만 꾀어내어 암컷에게서 떨어지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음... 오...”

수컷은 코를 몇 번 킁킁거리더니 호리병을 보고 아르토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왔다.

아르토는 호리병을 흔들면서 수컷이 암컷으로부터 완전히 몸을 떨어뜨릴 때까지 차근차근 유인했다.

거리가 웬만큼 벌어졌을 무렵, 그녀는 호리병 뚜껑을 닫고 다시 허리춤에 걸었다.

아무리 원숭이가 깜찍하다한들 성찬을 짐승에게 먹일 생각은 없었다.

“뭐야, 시발. 줬다 뺐는 게 어딨어!”

수컷은 자신의 가슴에 주먹을 날리며 항의했다.

아르토는 녀석의 앙탈을 받아주며 수컷을 껴안아 뒷머리를 쓸면서 등을 톡톡 두들겼다.

아무래도 먹을 걸 코앞에서 뺏은 건 미안했다.

“오...”

수컷은 아르토의 품 안에서 갑자기 온순해졌다 싶더니, 그녀의 허벅지에 딱딱해진 무게추를 비벼댔다.

“아하하핫. 간지러워.”

아르토는 무게추를 살짝 쥐었다.

이전에 봤을 때는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말랑말랑했는데, 지금은 위로 고개를 들고 있는데다가 딱딱하다.

아르토는 어쩌면 이 무게추가 나중에 아기로 자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수컷이 무게추를 암컷의 안에 넣어, 암컷이 그것을 품고 다니면 나중에 아기가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무게추가 꽤 귀여워보였다.

“축축해졌네... 우는 거니?”

아르토는 무게추가 찔끔찔끔 흘려내는 백탁색 액체를 손가락으로 훔쳤다.

흰 점액 방울이 길게 늘어나며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퍼져나갔다.

무게추가 크게 꺼떡였다.

“신기해.”

무게추를 위로도 쥐어보고, 아래로 살살 쓸어내리기도 하고, 좌우로 움직여보기도 하면서 놀고 있는데, 수컷이 거칠게 숨을 내쉬며 아르토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었다.

마주 본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 꺅?”

수컷은 아르토의 옷을 순식간에 벗겨내 자신의 허리춤에 걸었다.

원숭이가 지금껏 보였던 행동 중에서 가장 재빨랐다.

아르토는 오한이 돋는 걸 느꼈다. 꽤 신선한 감각이었지만 지금 그녀는 그걸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자, 잠깐...”

수컷은 두 손으로 아르토의 양 손을 하나씩 깍지 끼워 잡았다.

그 힘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아르토가 마음만 먹으면 이 수컷 원숭이를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분해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쩐지 아르토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볼이 빨갛게 물드는 게 느껴진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원숭이의 무게추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닿았다.

꾸욱.

무게추의 머리가 자신의 두터운 살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르토는 자신의 다리 사이가 그렇게 열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동글동글한 무게추의 끄트머리가 먼저 길을 열고, 그 안을 단단하고 뜨거운 기둥이 확고하게 밀고 들어왔다.

아르토는 아랫배 밑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절로 한숨을 흘렸다.

무언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동시에 짜릿하고 알싸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아르토. 한 번에... 들어간다... 읏, 뜨거워."

무게추가 살을 파고들자끈적한 선혈이 가랑이 사이로 흘러내렸다.

수컷 원숭이는 아르토를 바닥에 뉜 채로 이마를 맞대고 웃었다.

“자지를 보고 놀라지도 않아서 반신반의했는데. 역시 처녀였군."

암컷 원숭이가 사타구니를 가리고서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저, 정말 아르토 님을...”“돌아가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다니까. 황금의 인간이 흘린 피에 마력을 더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런 미인을 두들겨 패서 피를 취할 수도 없잖아. 이제 마력만 불어넣으면 돼.”“마력을 불어넣는다고?”“다른 말로는 질싸라고도 하지.”“미쳤어! 미쳤어!”

암컷 원숭이가 끽끽거리면서 수컷 원숭이의 등짝을 마구 때렸다.

어쩐지 방금 전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훗, 흐읏…….”

아르토는 웃으려다가 숨을 멈추었다.

수컷 원숭이가 허리를 가볍게 튕기자 자신의 몸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무게추가 와서 톡하고 닿았다.

처음에는 분명 톡이었다.

그 다음에는 툭. 그리고는 쿵, 쿵, 쿵, 쿵.

수컷 원숭이는 자신의 얼굴을 핥아대며 세차게 허리를 퉁겨댔다.

그럴 때마다 무게추가 심부를 두들겼다.

분명 아무 것도 아닌 정도의 충격인데.

아르토는 고작 그 정도의 충격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맥박은 불규칙해지고, 호흡은 전혀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하으... 으읏... 하으...”

자신이 이상한 신음을 내고 있다는 걸 아르토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르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참지 마.”

“... 읏...!”

수컷은 기둥을 앞뒤로 넣었다가 빼는 걸 그만두고, 완전히 삽입한 상태에서 엉덩이를 원형으로 돌려 꼭두머리만 데굴데굴 굴렸다.

심부를 둥글둥글 마사지하며 자극해오는 감각에 아르토는 다리를 꼿꼿이 세웠다.

전신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에는 근육이 당기며 눈 앞이 번쩍번쩍거렸다.

“흣... 흐읏... 하앙...”

참지 않고 신음을 흘려내자, 자신의안이 더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단단한 무게추.

아르토는 갑자기 이 원숭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다시 보니 시원한 눈썹과 다부진 코, 길쭉한 입술까지 꽤나 미남형이었다.

아르토는 저도 모르게 원숭이의 목 위로 두 팔을 휘감았다. 꼿꼿이 세운 두 다리는 이미 수컷의 허리를 휘어 감고 있었다.

“아르토 님!”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도로 저편에서 비르토가 경악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뒤로도 수많은 태양의 아이들이, 성무(??)를 행할 때와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토는 그제야 자신들이 도로 한복판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비르토... 흣... 아앙...”

“어... 어떻게... 원숭이 따위가... 아르토 님... 아르토 님...!”

비르토는 피가 터지도록 이를 깨물었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자라는 지위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아르토는 태양의 낳은 첫째 아이이고, 산트 루마니아를 점지한 예언자이며, 태양의 아이들에게 성무를 베푸는 신관이었다.

산트 루마니아의 가장 고귀한 것을 꼽으라면 누구나 아르토를 꼽으리라.

그러니 저 원숭이는 산트 루마니아의 가장 고귀한 것을 더럽힌 것이다.

“죽여버리겠어!”

비르토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두 손을 위로 치켜 들었다.

어마어마한 양기가 그녀의 주위로 응집되며 새파란 스파크를 튀겨댔다.

“지금은 안 돼! 시발!”

수컷 원숭이가 원통스럽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녀석은 아르토의 가슴을 꾹 눌러짜며 허리를 잽싸게 놀려댔다. 그의 허리를 휘어감은 아르토의 두 다리가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아르토 역시 다리를 풀지는 않았다.

산트 루마니아의 신관과 수컷 원숭이는 서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으려 살과 살을 맞부딪혔다.

“죽어도 임신시키고 죽는다!”

수컷 원숭이는 아르토의 입술을 비집어 열어 억지로 혀를 휘감았다.

익숙하지 않아 더듬거리던 아르토도 이내 수컷 원숭이와 혀를 겹쳐 타액을 나누며 황홀감에 젖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비르토의 눈길은 더욱 사나워졌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태양의 아이 중 심약한 이들은 도망까지 쳤지만, 원숭이는 오히려 허리 놀림을 더 빠르게 했다.

무게추가 잔뜩 부풀어 오르며 폭발을 예고했다.

아르토는 몸 안으로 꽉 차오르는 기둥의 압박감에 달뜬 한숨을 흘려내며 긴 다리로 수컷의 허리를 꽉 당겨 안았다.

“우옷... 짜여진다...”

수컷 원숭이는 아르토의 엉덩이에 몸을 착 붙이고 힘차게 사정을 개시했다.

뷰루룻!

뷰룻! 뷰루루루룻!

백탁액이 아르토의 안으로 분출되어 처녀혈과 서로 뒤섞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르토가 던진 벼락이 수컷 원숭이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세 종류의 마력이 서로 휘감기고 충돌하면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이 사방을 뒤덮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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