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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80화 (80/166)

〈 80화 〉 넥타르를 찾아서

* * *

백은의 시대라면 황금의 시대 이후의 시대.

왜 저번과는 다른 시대로 전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름 위에 얼어붙은 달과 흩날리는 눈발을 보면 백은의 시대로 와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르토는 이미 죽은 게...

아니. 아르토의 수명이 엄청나게 길수도 있다. 황금의 시대가 끝난 직후에 우리가 전이해왔을 수도 있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지.

머뭇거릴 바에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낫다.

"가... 자...!"

나는 화리메의 부축을 받아 비척비척 걸어갔다.

하지만 채 오 분이 지나기도 전에 우리 둘 모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눈보라는 살벌하게도 몰아쳤다.

열 보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이 눈이 흩날리는 탓에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귀가 떨어져나갈 것처럼 추위는 날카롭다.

몸을 달달 떨며 손으로 귀를 덮어보려 하지만, 손가락은 굽은 채로 얼어붙어서 제 기능을 하질 못한다.

“후욱…….”

숨을 내쉬면 입김이 얼어붙는다.

벌린 입 안까지 얼려버리는 강추위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정도다.

문뜩 뒤를 돌아본다.

하늘에서 퍼붓는 눈은 발자국을 모두 지워버렸다. 나는 내가 어디서부터 걸어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르토를 찾는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눈앞이 캄캄해졌다.

“윽...”

비틀거리다가 어디 돌부리에 잘못 맞았는지 발톱이 쑥 빠져나갔다.

몸은 확실히 약해졌다. 더군다나 이런 혹한 속에서는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곧 이데트 누이처럼 오랜 혼수상태에 빠져들 거다.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어떻게든.

나는 이를 악물고 조금씩 걷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

.

눈을 뜬다.

“일어났어?”

커다란 황금방패가 경사면을 썰매처럼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화리메는 그 위에 나를 눕혀두고서 황금방패의 각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몇 시간째 돌아보고 있는데 사람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눈 때문에 앞이 가려서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일단은 계속 나아가고 있긴 한데…….”

눈이 감긴다.

...

..

.

눈을 뜬다.

“마력이 좀 부족해.”

화리메는 중얼거리면서 빛을 잃어가는 황금방패 위에 손을 얹었다.

다시 찬란한 황금색 광휘가 주변을 밝혔지만, 곧 눈에 덮여 빛은 사라지고 말았다.

화리메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좀 위험하게 됐는데.”

눈이 감긴다.

...

..

.

눈을 뜬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구!”

화리메는 나를 억지로 업고 눈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키가 작은 화리메에게 내가 업힌 것이니 무릎 아래로 다리가 질질 끌리면서 눈길에 자국을 만들어낸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아니면 며칠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황금방패를 운용할 마력을 다 소진한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 괜히 와서! 이씨!”

화리메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눈밭을 헤치고 나갔다.

눈이 감긴다.

...

..

.

눈을 뜬다.

“으흐흐흑... 추워! 추워 죽겠어!”

화리메는 눈밭에 대자로 누워서 팔다리를 버동거렸다.

내 몸도 내팽개쳐져 있다.

어디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 것 같다.

“야! 바이스 레시아르!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안 그러면 버리고 갈 거야!”

눈이 감긴다.

...

..

.

눈을 뜬다.

“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추워…….”

화리메는 내 발 한 쪽을 잡고 기듯이 걸어가고 있다. 등과 뒷머리에 가끔씩 얼음이 부딪히긴 하지만, 감각이 거의 느껴지질 않는다.

눈이 감긴다.

...

..

.

눈을 뜬다.

“하아…….”

화리메는 쭈그려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날숨은 금세 얼어붙어 서리가 되었다.

눈이 감긴다.

...

..

.

#

눈을 뜬다.

비스듬하게 지면에 묻혀 있는 커다란 바위 아래.

자연이 만들어낸 처마 아래서 누군가가 모닥불을 피워내 나뭇가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덩치가 꽤 큰 남자였다. 얼굴은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몸은 근육질이라 보기 좀 부담스러웠다.

“일어나셨군. 눈을 뜨지 않으면 포기하려 했는데.”

그는 내게로 다가와서는 작은 호리병 하나를 건넸다.

떨리는 손으로 그걸 받아서 마시려니, 입술이 얼어붙어서 벌어지질 않았다.

남자는 호리병 아래쪽을 입에 대는 시늉을 했다.

그 시늉을 따라하니, 불에 데워져 따뜻한 호리병 아랫부분이 입술 사이에 낀 성에를 녹였다.

입술을 몇 번 움직여 혀로 핥고는, 호리병을 똑바로 들어 그 안에 든 것을 마신다.

혀에 닿는 뜨끈하고 달큰한 액체는, 분명 꿀술이었다. 좀 싱거운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꿀 냄새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두 모금 정도 겨우 남아있었지만, 나는 그걸 걸신 들린 듯이 허겁지겁 마셨다.

온 몸에 열기가 돌며 정신이 맑아지는 게 느껴진다.

사우나에서 후끈하게 땀을 빼고 나왔을 때처럼 개운한 기분이다.

“하…….”

노곤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모습을 남자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고맙긴 한데 저런 시선은 좀...

아차. 화리메는?

“여자는 저기 있소.”

남자는 불가를 가리켰다. 그의 덩치에 가려서 안 보였던 모양이다.

화리메는 모닥불에 손을 가까이 대고 온기를 쬐고 있었다.

나는 호리병을 끝까지 기울여 마지막 방울까지 입에 털어넣은 후에 남자에게 돌려주었다.

독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꿀술의 농도가 옅어서 그런 것 같은데, 아마 물을 많이 탄 게 아닐까.

“깐깐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 혹시 술에 물을 탔소?”

내 질문에 남자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넥타르를 원액으로 즐길 정도로 사치를 부리는 자가 어디 있겠소? 어디 클랜의 장 정도 되지 않는 이상에야... 그건 일 대 백으로 넥타르를 희석한 거요.”

그렇게 물을 많이 탔으면 꿀술의 효능도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몸은 괜찮아졌지만 마력의 운용이 어렵다. 힘을 주어 마력을 주회시켜보았지만 불꽃 하나 내지 못했다.

아직 독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물을 타지 않은 꿀술 원액을 찾아서 해독을 해야 한다는 건데.

“넥타르 원액을 찾는다고? 그거야 모두가 찾는 것 아니오. 어디 멀리서 온 모양인데…….”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히 의심받아서 좋을 건 없으니, 나는 말을 얼버무리고 꿀술에 대한 감사인사를 건넸다.

자연스레 통성명이 이어졌다.

“아바르라 하오.”

“나는 바이스. 저기 저 여자는 화리메.”

“특이한 이름들이군.”

내가 보기엔 별 다를 게 없는데. 황금의 인간에게는 그게 특이하게 느껴지나 보다.

아니. 아바르는 황금의 인간이 아니지.

피부색은 창백한 허연색이고 황금의 인간 특유의 거대한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뭐지?

대뜸 묻기엔 뭔가 꺼려진다.

나는 일단 의문을 숨기고서 아바르와 함께 불가로 걸어갔다.

마침 화리메는 아바르의 배낭짐을 뒤져서 육포 같은 걸 굽고 있었다. 물에 빠진 놈 구해줬더니 봇짐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뭐, 뭐! 배고프단 말이야!”

아바르는 황당한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식사들 하셔야지. 암브로시아는 아니지만, 순록고기를 포로 뜬 것이니 맛은 좋을 것이오. 사양치 말고 많이 드시오.”

아바르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우리는 그가 준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눈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등 따숩고 배부르니 그제야 여유가 생겼는지 화리메가 내 쪽으로 기대 속삭였다.

“몸은 괜찮아진 거야?”

“일찍도 물어본다.”

“야! 내가 너 버리고 갔으면 넌 이미 죽었어!”

“그래. 고맙다, 고마워. 하여튼 몸은 좀 나아졌어. 아바르가 준 꿀술, 너도 마셨지? 역시 그게 효과가 있더라고.”

화리메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그럼 바로 돌아가면 되겠네?”

“아니.”

“왜!”

“효과가 있긴 한데 좀 적어. 몸은 나아졌는데 마력은 전혀 쓸 수가 없거든. 물을 타서 효능도 반감된 것 같은데…….”

“그럼 더 달라고 해.”

아바르가 헛기침을 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내 생명수요. 이 눈보라 속에서 넥타르 없이 누가 살아남겠소. 당신들이 죽어가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조금 나눠주긴 했지만...”

“아, 뭐, 나도 염치가 있지. 더 달라고 할 생각은 없었소.”

내 말에 화리메는 고개를 홱 돌렸다. 성질 더러운 건 여전하네.

아바르는 또 껄껄 웃고는 말했다.

“추측해 보건데, 당신들은 달을 피해 달아난 자, 원류를 잊어버린 후손들이구려.”

나와 화리메는 서로 멀뚱히 바라보았는데, 아바르는 무슨 착각을 했는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눈바람은 쉬이 그치지 않을 것이고, 무료하게 보낼 시간들은 길 테니. 당신들이 잊어버린 옛이야기를 해주겠소.”

아바르는 그렇게 운을 띄우고는 아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것이 완전한 시대가 있었소. 하늘에는 찬란히 빛나는 태양이 자리하고, 땅에는 지혜롭고 현명한 인간들이 지냈지. 그 사이를 거대한 신전이 이었기에 모든 것은 조화로웠고, 삿된 것은 발을 디딜 수가 없었소.”

황금의 시대.

내게는 그렇게 이상적인 시대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바르는 향수 어린 표정으로 그 시대를 추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바르는 황금의 인간인가?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추위에 떨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대가 있다는 게 믿어지시오? 하늘을 올려다보면 찬란한 태양께서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지. 그 아래 빛나는 황금모래를 밟으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난다오. 밭을 갈지 않아도 올리브와 오렌지가 알아서 자라나고, 양과 염소가 스스로 고기를 바치러 제단까지 올라오던, 그런 시대가, 그런 시대가 있었다오…….”

아바르는 잔잔하게 말하다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허나 어리석은 무녀가 원숭이와 배를 맞춤으로써 그 모든 것이 망가졌소. 조화는 완벽한 것, 달리 말하자면 아주 조금의 실수로도 불완전한 것이 되어버린다니 세상의 이치는 오묘하지.”

나와 화리메의 시선이 격렬하게 붙었다가 떨어졌다.

아르토 같은 여자와 나 같은 남자가 달리 있을 것 같진 않다.

내가 원숭이라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황금의 인간들은 나를 원숭이처럼 쳐다봤으니까, 뭐.

“사실...”

화리메가 내게 딱 붙어서 모기 소리처럼 작게 소곤거렸다.

“너 없을 때, 혼자 전이해보려고 한 적 있어.”

“뭐? 하이브의 마석은 다 창고 안에 넣어놨을 텐데!”

“하여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런데, 전이를 못했어. 다른 조건은 다 갖췄단 말이야. 하이브의 마석, 불어넣을 마력, 그리고 주변의 화석(火?)까지. 갖추지 못한 조건은 딱 하나인데…….”

아. 나네.

내가 주변에 없다면 전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내 존재가 고대 시대로의 전이의 한 조건이라…….

“일단은 알았어. 훔친 건 훔친 거니까 돌아가면 자지로 귀싸대기 백 번, 아니, 자수했으니까 오십 번만 맞자.”

“기껏 말해줬더니…….”

“쉬잇.”

“소리는 자기가 다 내놓고서.”

하지만 아바르는 자기 이야기에 취해 우리들이 속닥거리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는 반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가장 천한 것이 가장 귀한 자를 배태(??)케 했으니. 누구도 어찌할 줄을 몰랐소. 차라리 아이를 떨어뜨렸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무녀는 쌍둥이 남녀를 낳았다오. 허나 원숭이 새끼를 누가 가까이하려 할까. 태양께서 무녀를 데려가신 후에는 그 누구도 원숭이 새끼들을 가까이 하지 않았소. 그래서 쌍둥이 남녀는 서로만을 아꼈고, 그들은…….”

아바르는 커다란 손으로 자기 얼굴을 덮었다. 그는 얼굴을 가린 채 음울하게 뇌까렸다.

“그렇게 원숭이 새끼들이 지면에 퍼졌소. 그들은 고귀한 자들보다 수십 배는 더 빨리 번식하며 수를 불렸지. 무녀의 음행에 이미 분노하셨던 태양은 지상에 펼쳐진 추태를 보다 못해 이 세상을 뜨셨소. 존숭할 태양께서 사라지니 고귀한 자들도 자리를 비웠고, 그리하여 세상에는 차가운 달과 우리, 원숭이의 새끼들만이 남게 된 것이오. 당신도 아마 그 중 하나겠지. 그렇다면 나와는 먼 혈족 사이일 테고.”

아바르는 거기까지 말하고 자조하는 기색으로 픽 웃었다.

“미안하오. 당신들을 조롱할 생각은 없었소. 다만 내가 한심할 뿐이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화리메도 어쩔 줄 몰라 발로 눈더미만 걷어찼다.

별 생각 없이 아르토를 취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황금의 시대가 저물고 백은의 시대가 도래했으며,아르토와 나 사이의 자손들이 퍼져나갔다니.

당장 내 앞에 있는 아바르도 내 자손 중 하나라는 거잖아.

일이 이렇게까지 된 게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적막은 눈바람에 휩쓸려갔다가도 금방 다시 자라나 세 사람 사이를 가득 메웠다.

아바르는 분위기를 돌릴 셈인지 경쾌하게 빈 호리병을 두들겼다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황금의 인간들의 음식과 음료. 태양도 살피지 않는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것을 조금씩이라도 섭취해야 하는 법. 이는 당신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요. 그러니 그것들을 찾아 여기까지 왔겠지.”

그래. 일단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당면한 목표만 바라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을 완전히 중화시키고 마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성찬,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찾는 거지만, 아바르에게 복잡하게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맞소. 나와 화리메는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찾고 있소. 혹시 그게 어디 있는지 아시오?”

“빙하 밑에도 있고, 설산 위에도 있으며, 운이 좋으면 눈만 파도 나오지만 운이 따르지 않으면 얼어붙은 강을 전부 깨부숴도 나오지 않는 것이 넥타르요. 그게 어디 있을지는 저 너머로 모습을 숨기신 태양만이 아시겠지.”

아바르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휴전 기간은 단 일주일. 이미 나흘이 지났으니 삼일 안에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찾아서 되돌아가야 하는데.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걸 찾아 헤맬 시간은 없단 말이다.

“급한가 보오.”

“뭐…….”

“그렇다면, 당신에게 제안이 하나 있소.”

제안이라. 제안이랍시고 말하는 놈들 중에 사기꾼 아닌 놈이 드물지만...

아바르는 생명의 은인이다. 한 번쯤은 믿어줄 수 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바르는 곧장 그 제안을 설명했다.

“나는 태양의 도시, 산트 루마니아를 노리고 있소. 한 때 가장 고귀한 자들이 지내던 곳이지. 도시의 규모만큼 식량창고도 클 게 틀림없소. 그 곳에 돌아가기만 한다면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모두 당신이 원하는 만큼 취할 수 있을 거요. 물론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하시겠소?”

어떤 난관이 기다리건, 패장이 되어 국왕 앞에 무릎을 꿇는 것보다 어렵지는 않겠지.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아바르는 씩 웃었다. 건장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 같은 얼굴이 빛났다.

사내놈인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단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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