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휴가의 끝
* * *
헤시아스 남작과 아버지를 연이어 만난 후, 나는 창관으로 돌아가 하루를 더 쉬었다.
네 쌍둥이 무희들을 그 쪽으로 다시 불러서 한 판 거나하게 즐기고, 지명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전부 돌아가며 품으며 성애에 절인 시간을 보냈다.
나는 싱글벙글 바지춤을 추스르며 헤시아스 남작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남작이 거의 직각으로 인사하며 나를 안으로 모셨다.속으로는 욕설을 주절거리고 있겠지만.
그런데 침실로 들어가기 전의 복도에서 타라가 급히 따라붙어와 말했다.
“백작님.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며칠만 더 쉬면 안 되나? 어차피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은 없잖아.”
“아티아의 성민들이 전승식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후처리와 영지 내 문제도 쌓였을 거고요.”
“그거 좀 미룬다고 문제되는 거 아니잖아?”
“장례식도 치러야합니다. 백작님.”
그 일을 꺼내면 내가 할 말이 없다.
오록스 단장의 유해는 잘 염해서 먼저 주도(??) 아티아로 보냈다.
하지만 장례식을 치르려면 상주를 맡을 타라가 있어야 하고, 물론 나도 참석해야 한다.
“알았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돌아갈 준비는 다 마쳐뒀나 본데.”
“예. 명령만 내리신다면 내일 새벽에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부관은 잘 뒀어. 그럼 날 밝는 대로 출발하기로 하지.”
타라는 언제 우리가 입을 맞췄냐는 듯이 사무적인 태도로 인사하고 돌아갔다.
“에이.”
침실에 들어가 벌러덩 드러눕자, 남작이 보낸 메이드들이 알아서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미색은 그럭저럭이지만 주둥이가 튀어나오거나 송곳니가 드러나는 등 수인의 특징이 도드라지는 수혈평민들이다.
이들을 건드릴 마음은 들지 않아서, 파샨에게 전했다.
“파샨. 오늘은 오는 사람 있어도 막지 마.”
“어... 그럼 엄청나게 몰려오지 않을까요?”
“오늘 다 달래주고 들어가려고.”
“그럼 알겠습니다!”
파샨은 문가에서 물러나 구석에 쿠션을 깔고 누웠다.
그러다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길게 하품을 한다. 뾰족한 송곳니가 입술 위로 슬쩍 드러났다가 이내 숨겨진다.
충실한 문지기가 사라지자 가장 먼저 쳐들어온 건 아마트리체 파티스트롬 영애였다.
백금발을 땋아서 틀어 올린 머리가 반짝거린다. 금과 은가루를 뿌린 건가.
뺨에는 홍조화장을 했고 입술도 복숭아색으로 빛난다.
화장은 사교회의 주목 받는 아가씨인데, 복장은 창부나 다름없다.
얇은 비단 드레스 아래로 보라색 브라와 속옷이 그대로 비추었다. 그것도 면적이 적어서 눈 둘 곳이 곤란할 정도다.
“작정하고 왔나본데.”
“내가 올 거라고 생각했나 보죠?”
“어제부터 잔뜩 화나 있었으니까.”
아마트리체는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들고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백작님은 약속을 어겼어요.”
“음...”
“변명, 안 하실 건가요?”
변명이라.
카산드라 공주와의 정략혼 정도면 좋은 변명거리가 되겠지만, 아마트리체는 내게 진심을 보인 여자이니 진심을 돌려주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되든 그대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
파티스트롬 가의 막내 아가씨는 내 말을 듣더니 입술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청금석 같은 눈동자에 습기가 어리더니, 그녀는 이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왜애... 왜애요...? 내가, 내가... 그리 못났나요...?”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럼요...?”
“이제껏 봤으니 알잖아. 나는 여자 하나로 만족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니야. 그리고 그대는 다른 여자를 허용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고.”
아마트리체는 드레스 자락을 쥔 손으로 내 가슴팍을 때렸다.
퍽퍽하는 소리가 날 정도라 꽤 아팠다.
하지만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아가씨의 주먹을 맵다고 거부할 만큼의 귀축은 아닌지라.
적당히 귀축인 나는 아마트리체의 폭행과 욕설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바람둥이...! 호색한...! 변태...! 쓰레기...! 치한...! 추행범...!”
“마지막 두 개는 좀... 아니, 듣고 보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억!”
“장난으로 얼버무리려고 하지 마세요!”
아마트리체는 화장이 땀으로 번질 때까지 나를 두들겨 패고서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으흐흑... 내가 왜 이런... 이런 답도 없는 바람둥이를 좋아해서...”
“그래. 아마트리체 양. 굳이 이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나 같은 파렴치한은 그냥 잊어버리고... 윽!”
“닥쳐요! 당신이 뭐라고... 내가 좋아하는 당신을 욕하는 거야!”
“말이 좀 이상한데...”
“마법사에... 잘생겼고... 키도 커... 영웅이었어... 그런 남자한테 반하는 게 당연하잖아... 부란타 고원... 마수들이 밀려들어와도... 너는 할 수 있다고 믿어줬는데... 어떻게 안 반할 수 있겠냐구...”
나는 아직도 그녀의 사랑에 회의적이다.
아마트리체의 연심은 동경과 질투가 섞여서 부풀려진 솜사탕 같은 게 아닐까.
하지만 순진한 처녀의 연심만큼 불타기 쉬운 게 없기도 하고. 내가 막아봤자 아마트리체의 연심은 더 타오르기만 하겠지.
그래도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 안 해줄 수는 없다.
“그러다 후회할 텐데... 억!”
“가만히 있어요! 안 그러면 죽여 버릴 거야.”
아마트리체는 드레스를 찢어서 던져버리고는 속옷 차림으로 내 위에 앉았다.
역시 인생 선배의 교훈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녀는 내 가슴 위에 두 손을 얹고 쇄골을 따라 검지를 누이며 말했다.
“좋아요. 인정할게요. 다른 여자들을 품어도 되요. 영웅호색이라니까... 싫지만... 그래도 내가 참을게요. 그 대신...!”
“그 대신?”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해요.”
소박하기 그지없는 조건이었다.
“그거면 돼?”
“아니... 나를 가장 사랑해요!”
“그건 좀.”
“왜요!”
또 다시 퍽퍽 소리 나게 나를 두들기는 아마트리체.
“마이포흐 남작은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유부녀라구요! 카산드라 공주님은 목소리도 굵고 눈도 부리부리해서 남자 같고. 싸구려 창부 같은 미망인 남작은 말할 것도 없고, 아우럼 가의 마법사는 꼬맹이 주제에 가슴만 커서 기괴하지 않아요? 책사년은 생긴 대로 음험하구요. 그나마 타라 부관이나 기사 체닐린은 좀 괜찮은 사람 같긴 하지만 농담이 안 통하는 목석같은 여자들이더군요. 그럼 내가 제일 낫잖아요! 나는 유서 깊은 파티스트롬 공작 가문의 딸이고, 고귀한 금혈이며, 외모도...”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지.”
놀리듯 말하자 아마트리체는 성질 부리듯 거칠게 입술을 부딪혀왔다.
기교라고는 전혀 없는 마른 키스에 입술은 물론이고 앞니까지 아파왔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인지, 아마트리체는 팔뚝으로 입술을 슥 닦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보다는 별로네요. 키스라는 거. 으음, 상관없어. 오늘은 끝까지 할 테니까.”
“파티스트롬 공작께서 알면 화를 많이 내실 텐데.”
“입 닥치고 그냥 꽉 안아주세요.”
나는 그렇게 했다.
굵은 팔 사이에 안긴 아마트리체는 괴로우면서도 행복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극... 이런... 이런 기분이었던 거네요? 백작님에게 안겼던 여자들은.”
“답답하지 않아?”
“아뇨. 더 세게 졸라주세요... 으스러지도록... 으극... 힛...”
몸을 일으켜 대면좌위 자세로 아마트리체를 안는다.
아가씨의 가녀린 몸은 내 품 안에 쏙 들어왔다. 두 손이 서로 반대편 팔꿈치에 닿을 정도로 꽉 끌어안자, 브래지어 너머로 꼿꼿하게 선 젖꼭지가 느껴진다.
서로 맞댄 가슴 너머로 심장이 두근, 두근, 두근 뛰는 게 느껴진다.
아마트리체도 숨을 헐떡이며 내 등 뒤로 손을 끌어안았다.
보드라운 팔뚝이 힘껏 나를 조르는 기분이 퍽 나쁘지 않다.
서로 속옷을 입은 채라 면이 스치는 게 색다른 촉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무리 질감 좋은 옷감도 보드라운 여체만은 못하다.
발기한 막대기가 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고파 부르르 떨렸다.
아마트리체는 눈치 채고는 방긋 웃었다.
“제게 욕정하신 거죠?”
“그래.”
“으흥흥.”
“웃기는. 이제 그만둬달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을 거야.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전부 잡아먹어버릴 거라고.”
“제가 할 말이에요.”
나와 그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속옷을 벗겨주었다.
아마트리체는 처음이라 합이 잘 맞지 않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부끄러운지 시선을 돌렸지만, 여하튼 두 남녀가 전라가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아마트리체는 두 손으로 가슴과 성기를 가리고는 내 앞에 섰다.
어지간히 흥분했는지 땋아 올린 백금발에 머리카락 끝이 삐쭉삐쭉 섰다.
짙게 화장한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것도 보인다.
“그럼...”
“눕지 않아도 되겠어? 처음이니까 눕는 게 나을 텐데.”
“싫어요. 아까 그 자세로. 안으면서 해주세요.”
아마트리체는 가부좌 자세로 앉은 내 위에 천천히 걸터앉았다.
그러다가 살과 살이 서로 닿자, 화들짝 놀라며 내 목 뒤에 두 손을 올렸다.
“뭐, 뭐였죠?”
“이제 곧 네 안으로 들어갈 것.”
“... 으...”
“왜 그래?”
“조금 이상해서... 그거, 살 맞아요? 딱딱하고... 맨질맨질하고...”
아마트리체가 어정쩡하게 허공에 떠 있는 동안에도 자지는 세차게 꺼떡이며 쾌락을 좇는다.
그 끄트머리가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아마트리체가 움찔거리는 게 귀엽다.
하지만 성욕에 취한 내게는 귀여운 행동보다도 야한 몸이 더 눈에 들어온다.
여자의 체취와 섞인 화장품 향기는 미약향보다도 머리를 아찔하게 하고,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젖꼭지는 이성을 무너뜨리는 최면을 거는 진자 추나 다름없다.
“잠깐, 멈춰 봐.”
나는 오른손 엄지를 눌러 자지를 조준하고는 왼팔로 아마트리체의 등을 끌어안았다.
“백작님...?”
“좀 아플 거야.”
“아으으읏?! 끄흐흐흣... 끄흐흣...”
엉덩이를 쳐들며, 가볍게 삼분지일 정도 깊이로 삽입한다.
그럼에도 아마트리체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눈물을 줄줄 흘려냈다.
눈 화장이 지워지며 검은색 눈물 줄기가 뺨에 남는 게, 이 아가씨를 드디어 꺾어낸다는 감상과 엮여 자지를 더 단단하게 한다.
“아파요... 이렇게 아파... 으읏... 읏...”
“그럼 그만할까?”
“... 아뇨... 더 할 거야... 끝까지... 흐으읏...”
아마트리체는 내 목 뒤로 돌린 팔을 조여 제 가슴께로 내 얼굴을 품는다.
그리고는 내 머리통이 애착인형이라도 되는 양 강하게 끌어안으며 눈물과 신음을 참는다.
젖가슴에 폭 쌓인 채로 향수와 체취가 섞인 여자의 냄새를 들이켜며 천천히 엉덩이를 치켜든다.
아마트리체는 비명 섞인 신음을 터뜨렸지만, 나는 자지를 얕게 계속 삽입해 넣는다.
촉, 촉, 촉.
귀두 밑까지 간신히 들어가는 깊이지만, 어차피 성감대는 귀두 쪽에 몰려있다.
따뜻하고 확 조여 오는 아마트리체의 안에 귀두를 넣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은 빠르게 찾아왔다.
슬근하게 참은 힘을 풀기만 하면 그녀 안에 백탁색 자국을 남길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일단은 자지가 들어가는 깊이까지만 왔다갔다하며 길을 들인다.
그 사이 처녀혈이 섬짓하게 흘러내려서 속옷으로 닦으려 했는데, 아마트리체가 어떻게 알았는지 내 어깨를 꽉 잡고 밀쳐내더니 무섭게 노려봤다.
“제 순결의 증거에요. 할 수만 있으면 백작님의 그 곳에 평생 묻혀놓고 싶다구요.”
“그건 좀... 무섭지 않나?”
“아가씨의 순정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허튼 소리 할 정도면 어느 정도는 적응한 것 같다 싶어, 엉덩이를 슥 퉁겨본다.
“...!”
아마트리체는 입을 뻐끔거리며 허리를 뒤틀었지만, 안으로는 삼분지이의 깊이로 자지를 받아들였다.
“으으흐... 으흐... 으읏...”
그래도 그녀는 상당히 아파했다.
처음치고는 많이 젖기는 했지만, 그래도 속이 너무 좁았다.
육벽이 자지를 꽉 문 탓에 일진일퇴에 힘을 주어야 할 정도였으니.
“끝까지... 끝까지... 해줘요...”
“괜찮겠어?”
아마트리체는 검은 눈물줄기를 뺨에 매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술적으로 돌려 땋은 백금발은 풀어헤쳐진지 오래.
아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 마리 암컷이 그 자리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더 꼴린다.
나는 자지를 꼿꼿이 세운 채 끝까지 쑥 밀어넣고, 아마트리체를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하아... 하아... 하아...”
아마트리체는 내게 이마를 맞댄 채로 가쁘게 호흡했다.
숨을 가득 마신 채로 내뱉질 않아 가슴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 정도였다.
“아마트리체. 숨을 내쉬어. 후우, 후우.”
“후, 후우... 후우...”
“그렇지. 이번에는 들이마시고.”
“하아... 읏... 하아...”
호흡이 정돈됨에 따라 아마트리체의 가슴은 조금 작아졌다.
그래도 손바닥으로 덮으면 보드라운 살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올 수준이다.
내가 그녀의 젖가슴을 가볍게 터치하며 희롱하자, 아마트리체는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꼼지락거렸다.
육벽이 꿈틀거리며 삽입된 자지를 주물러대며 서서히 형체를 맞추어간다.
나는 그녀의 귓불을 어루만지며 질 안이 내 물건에 적응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하아... 응... 이거...”
“좋아?”
“... 이상해요... 그래도, 싫진 않아...”
그렇게 말하는 아마트리체의 표정은 이미 녹진하게 풀어져 있었다.
가끔 힘을 불끈 주어 자지를 부풀리면, 이전의 크기에 딱 맞추어가던 질내가 경련하며 또다시 옴짝여 커진 자지를 감싸안는다.
수천, 수만의 돌기가 오므락 움직이며 자지를 간질이는 그 기분이란.
넣고 있는 것만으로 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차근차근 올라오는 사정감을 버텼다.
“에취!”
갑자기 파샨이 재채기를 했다.
그 전까지 파샨이 거기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아마트리체는 깜짝 놀라 나를 껴안으며 엉덩이를 문질러댔다.
“잠... 큭...”
퓻!
조금 안에 싸버렸을지도 모른다.
질내사정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아마트리체는 자기 몸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구석에 몸을 만 파샨만 죽일 듯 노려보았다.
“저 여우수인이 왜 당연하다는 듯이 백작님의 침소에 있는 거죠?”
“그게...”
“저것도 안으셨겠죠?”
아마트리체의 시선이 날카로워지자, 파샨은 슬그머니 꼬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숨겼다.
“아니.”
내 말에 아마트리체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요?”
“하지만 입으로 하는 거라면 받고 있는데.”
“입으로... 라뇨...?”
“그대가 밤의 정원에서 해줬던 것 말이야.”
아마트리체의 독기 어린 시선이 파샨을 향헀지만, 파샨은 이미 꼬리로 얼굴을 폭 가린 후였다.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 파샨은 내 최측근이라고.”
“최측근이건 말건, 그런 건 앞으로는 전부 내가 할 거예요.”
“다른 여자의 속 안을 왔다갔다한 걸 핥아서 청소해주겠다고?”
“…….”
아마트리체는 그건 좀 어렵겠다 싶었는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가, 내 어깨를 콱 깨물었다.
그녀는 그대로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며 웅얼거렸다.
“내 꺼라고 생각했는데... 더 빨리 가졌으면 다른 여자들이 달라붙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질투할 건 없잖아. 이젠 다 안다며?”
“그래요. 알아요. 그리고 백작님이 당장 어제도 여자들을 불러서 안았던 것도 안다구요.”
아마트리체는 날선 시선을 내게로 향했다.
여체를 탐닉하는 정복자도 움찔하게 하는 시선이었다.
“어떻게 했어요? 아니, 말하지 말아요. 그 여자들한테 했던 것, 나한테 똑같이 해요.”
엄밀히 따지자면 무희들이 내게 이것저것 해준 건데.
눈치 없이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아마트리체를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키스했다.
윗입술과 윗입술, 아랫입술과 아랫입술을 서로 붙이고, 혀를 집어넣어 다문 이빨을 열게 한다.
잇몸을 톡톡 건드려 반응을 확인하고 아마트리체의 눈동자가 녹아내리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익숙해졌다 싶으면 거칠게 구강을 휘젓는다.
그녀가 급히 안쪽으로 숨긴 설육을 밖으로 잡아당겨 진하게 엉겨 붙으며 타액을 나눈다.
어렴풋이 바닐라 향기가 풍긴다.
아가씨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근사한 모든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아마트리체의 촉촉한 혀는 정말로 설탕과 오렌지와 레몬과 라임, 뭐 그런 것들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달콤하고 청량하고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다.
이대로 빨아 녹여 없애버리고 싶다.
무의식중에 그녀의 혀를 지나치게 세게 얽어 빨았는지도 모른다.
“읍... 읍... 으브븝...!”
아마트리체는 숨을 헐떡이며 내 어깨를 탁탁 때렸다.
나는 그녀가 호흡을 정돈할 수 있도록 천천히 혀와 입술을 떼어준 다음, 다시 가볍게 입술을 쪼는 버드키스로 끝냈다.
아마트리체는 쾌락 속에서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런... 이런 걸... 다른 여자들에게...”
“무희였어. 네 쌍둥이였지.”
“천한... 천한 무희들에게...”
아마트리체의 콧김이 데일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녀가 내 등 뒤로 돌려서 묶은 손깍지가 풀리는 듯싶더니, 열 개의 손가락이 등판에 직각으로 세워진다.
손톱이 살을 파고든다.
“윽.”
“아파도 참아요.”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나는 허벅지를 들썩이며 아마트리체의 몸을 위로 튕겨 올렸다.
잠깐 자지가 빠졌다가, 그녀가 내 위로 떨어짐에 따라 다시 깊게 안으로 파고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궁부가 귀두에 눌려 짜부러지는 형태.
실제로 그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아마트리체는 고통스러웠는지 말라붙은 눈물자국 위로 다시 눈물을 흘려낸다.
“하으으윽...”
그녀는 그 아픔을 내 등에 털어놓는다.
내가 그녀의 질내를 파고드는 만큼 그녀도 내 등을 살벌하게 긁는다.
아마트리체는 키스가 기분 좋아서, 이런 기분 좋은 키스를 빼앗아간 무희들에게 질투해서, 그런 무희들을 안은 내가 미워서 사정없이 등을 헤집어 놓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통을 선사하면서도 다정한 연인처럼 입을 맞추었다.
그 사이 차근차근 올라온 사정감은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까지 도달했다.
이대로 안에 싸서 수정시키고 싶다는 욕망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서로 맞선다.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마리안이나 헤시아스 남작 부인은 유부녀였다.
내가 그녀들을 임신시켜도 들키지만 않으면 별 문제는 없다. 유부녀가 임신하는 거야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아마트리체는 처녀, 그것도 공작 가의 아가씨다.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문제가 커진다.
나는 당장 이대로 안에 정액을 털어 넣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아마트리체에게 말했다.
“아마트리체.”
“... 응... 네...”
“쌀 것 같은데.”
“괜... 찮... 아요...”
“괜찮은 게 아니라, 비키라고. 지금 임신하면 안 되잖아?”
하지만 아마트리체는 일어나는 대신, 엉덩이를 꾹 눌렀다.
자지가 안에서 크게 꺼떡였다.
아마트리체는 눈웃음을 치며 내 젖꼭지에 검지를 대고 빙빙 돌렸다.
“사랑한다고 말해요. 그럼 비켜드릴게요.”
“사랑해.”
"... 역시 바람둥이야."
"알고 있었잖아?"
“알고 있어도 싫은 건 싫은 거라구요. 또박또박 다시 말해요, 이 바람둥이!”
“사랑해, 리체.”
“... 읏...!”
아마트리체는 그 한 마디만으로 눈꺼풀을 까뒤집었다.
“바, 방금... 뭐라고...”
“사랑해.”
“그거... 말고... 아니, 그것도 좋은데...”
“리체.”
“... 읏...!”
애칭이 좋은 건가?
나는 아마트리체를 꽉 껴안고 그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였다.
“리체. 사랑해. 사랑해. 리체. 사랑해.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백작님. 난봉꾼인 당신을, 흐흣... 읏...”
아마트리체도 나를 마주 껴안았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고동소리가 온기를 타고 그대로 전해져온다.
내 품 안에 안긴 이 여자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하반신에서 들끓는다.
찰나,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아마트리체의 지위는 애매하다.
카산드라 공주가 있으니 정실은 될 수 없고, 첩실이 된다고 해도 마티란 자작과 화리메에 밀려 간신히 세 번째나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지위를 파티스트롬 공작이 납득할 리가.
거기다가 정식으로 혼약을 맺기 전에 임신까지 시켜버린다면 여간 문제가 아닐 터.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파티스 공국이 연합군에서 탈퇴할 확률도 아주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생각과는 정반대로 허벅지에 잔뜩 힘을 주어 최선의 사정을 준비했다.
언제부터 뒷일 생각했냐고.
복잡한 건 전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사정하는 한은 일발필중이라는 기세로 싸낸다.
아마트리체는 자신을 껴안은 내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는지 힛, 하고 웃었다.
“사정하실 건가요? 제 안에?”
“응.”
“좋아요. 당신의 것으로, 낙인, 찍어주세요.”
아마트리체도 내게 두 팔과 두 다리를 엉겨 붙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매미처럼 달라붙는다.
뒷일 따윈 모른다.
지금은 단지 내 품에 안긴 여자를 확실히 임신시킨다는 생각으로,
아랫배를 꽉 조이던 힘을 탁 풀어,
정자를 자궁 안으로 꾸역꾸역 쏘아붙인다.
븃!
븃!
뷰우웃!
요도구가 화끈거릴 정도로 세찬 기세였다.
귀두에 밀착한 자궁구로 백탁액이 길게 몰려 들어간다.
고환에 든 것을 모조리 비워 자궁구를 꽉 채울 생각으로 허벅지에 힘을 주어 연신 사정한다.
“아... 아... 핫...”
아마트리체는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도통 모를 녹아버린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나는 가볍게 그 혀에 혀를 휘감으며 다시 한 번 팔뚝에 힘을 주어 그녀를 껴안는다.
“극... 힛...”
숨이 턱 막히는지 아마트리체의 신음이 새되게 바뀐다.
아래의 조임은 더욱 세진다.
“큭...”
... 븃! 븃!
뷰웃!
질투 많은 공작가 막내 아가씨의 자궁을 내 체액으로 가득 채운다.
“아핫... 이힛힛...”
아마트리체는 내 품 안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피곤해서 기절하다시피 잠에 든 모양이다.
화장은 땀과 체액으로 다 지워지고 땋은 머리도 다 흐트러졌지만, 내 아기씨를 안에 잔뜩 품게 한 여자라 그런지 사랑스럽게만 보인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바지런히 눕혀주었다.
새하얀 허벅지 사이에 묻은 처녀혈과 정액이 내가 그녀를 정복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물을 마시며 정사의 열기를 씻어내려는데, 슬그머니 문이 열렸다.
두 번째로 찾아온 것은 어쩐지 우물쭈물해하는 화리메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