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휴가의 끝
* * *
“흐응. 파티스 공국의 아가씨가 먼저 왔나보네.”
화리메는 조심조심 방 안을 살피다가, 아마트리체가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구부린 허리를 펴고 가슴을 쭉 내밀었다.
페릴에게 빌리기라도 했는지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는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중앙에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어서 옆 가슴선과 배가 뻔히 노출되는 옷이었다.
그야말로 착정을 작정한 복장이다.
“있지, 바이스. 아가씨 하나 상대하느라고 벌써 지쳐버린 건 아니지?”
화리메는 두 손을 방바닥에 짚은 채 무릎으로 기어서 다가왔다.
아마트리체의 연한 백금발과 달리, 화리메의 머리카락은 방 안을 환하게 비출 정도로 짙은 황금색이다.
그리고 금발 미녀답게 가슴도 커다랗지.
얼굴은 앳되기는 하지만, 그 불균형이 또 더없이 야하거든.
가만히 보고 있자니, 화리메는 내가 침대 아래로 내린 다리에 얼굴을 비벼대며 아양을 떨었다.
그 모습에 잠시 시들었던 자지가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하지만 나는 발을 들어 그녀를 쓱 밀었다.
“미리 말해두는데, 넥타르는 더 안 줘. 다 쓸 데가 있거든.”
“야! 누가 그거 원해서 이러는 줄 알아? 발로 밀치는 건 뭐야! 진짜 기분 나쁘거든?”
“안하던 짓을 하니까 그렇지.”
“... 나도 네 부인이잖아? 가끔은 이러고 싶을 때도 있는 거네요.”
화리메는 성질을 죽이고서 다시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무릎에 턱을 얹고는 고개를 갸웃, 갸웃하며 끼를 부려댔다.
종아리에 닿는 젖가슴의 감촉이 이성을 흐린다.
뭔가 바라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나오는 걸 텐데.
... 일단은 섹스하고 나서 생각할까.
아마트리체를 슬쩍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첫 정사가 어지간히도 힘들었는지 쌕쌕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어있다.
질투심 많은 아가씨 옆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한다.
그건 참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나는 화리메의 볼과 턱을 살포시 쓰다듬었다.
딱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턱선. 민들레 꽃씨처럼 부드러운 솜털.
위로 올라간 눈매만 좀 모른 척한다면 깜찍하기 그지없는 얼굴.
화리메는 자지가 꺼떡거리는 걸 보고는 샐쭉 웃는다.
“발기했어?”
“다 보면서.”
“말로 해주면 더 좋아하잖아. 아, 손도 안 댔는데 방금 움직였어. 에잇.”
화리메는 깔깔 웃으며 작은 손으로 자지를 감싸 쥐었다.
“으흥흥... 놀리는 것도 미안하니까, 이대로 문질문질...”
“아니, 손 말고.”
“응? 문질문질... 이거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가슴으로 해줘.”
“가슴이 뭐라고. 남자들은 다 바보야.”
화리메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원피스, 긴 타원형 구멍이 뚫린 노출부분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내 자지를 쥐고서 귀두로 밑가슴에서부터 아랫배까지를 길게 붓질한다.
탱탱한 피부에 귀두가 주르륵 문질러지자, 나약한 신음소리가 절로 흘러나온다.
“윽...”
“아하하하. 원숭이 같은 표정하고. 바보, 바보, 바아보.”
화리메는 악녀처럼 웃고는 자지를 몇 번 휙휙 돌렸다.
급소를 장난감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감각에 머리털이 쭈뼛 섰다.
하지만 그 또한 흥분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는 것이라, 그것도 모조리 쾌감으로 치환되어 버렸다.
“화리메, 빨리...!”
“으흥흥. 어쩔까. 어떻게 해줄까나.”
“가슴, 가슴으로!”
“아하하하! 정말 변태라니까! 그래도 착한 내가 봐줘야지, 뭐.”
화리메는 자지에서 두 손을 떼었다.
하지만 한계까지 발기한 자지는 받침대 없이도 똑바로 직각으로 섰다.
“브으... 베에...”
화리메는 나를 올려다보며 자지에 희멀건 침을 흘려냈다.
그리고는 두 팔을 옆구리에 착 붙이고서 중앙으로 모인 젖가슴을 천천히 들이댄다.
누푸풋...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화리메의 젖보지를 파고든다.
거대한 모찌떡 같이 촉촉하고 보드라운 가슴.
그거야말로 모든 남자들이 원해 마지않는 절대적인 섹스 심벌이자 모성애의 상징이었다.
원피스 위로 도드라지는 유두 자국.
그리고 긴 장대가 커다란 가슴에 폭 쌓여 있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화리메는 팔뚝을 모으며 또 고개를 갸웃한다.
“기분 좋아?”
“좋아…….”
푹 익어버린 한숨으로 대답한다.
내무대신 바리보예즈가 이 장면을 보면 지옥에서 피눈물을 흘리겠지.
좀 더 괴롭히다가 죽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그 놈은 손도 못 대보고 죽은 여자를 내 마음껏 유린하고, 이제는 그녀로부터 봉사까지 받고 있으니.
나는 손을 뻗어 화리메의 금발을 쓰다듬었다.
화리메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비음을 흘리며 가슴을 흔든다.
손은 대지도 않고 가슴만 위아래로 절묘하게 흔들어 정액을 졸라대는 모습이 음탕하기 짝이 없다.
살이 조금 집힌다 싶으면, 화리메는 가슴 사이에 침을 흘려 넣어 윤활유를 더하고,
다시 팔을 그러모은 채로 가슴만 흔들어서 자지를 애무했다.
누풋... 누풋... 누푸풋...
착의 파이즈리라고는 하지만, 화리메가 입은 원피스는 침과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지 오래.
특히 가슴 부분은 푹 젖어버려서 옷을 다 벗은 것보다도 야해보였다.
화리메는 한참 가슴을 흔들어 파이즈리를 하다가, 이번에는 가슴 위로 손을 모아 깍지를 낀다.
가슴이 자지로 더 밀착하며 압력이 세진다.
그에 반발하듯 자지도 꿈틀거리며 숨구멍을 찾는다.
“으흣. 자지, 엄청 뜨거워.”
“그래? 난 네 가슴이 뜨거운 건 줄 알았는데.”
“바보. 가슴은 그냥 살이잖아.”
“자지도 살이거든?”
“에잇!”
화리메는 가슴 위에 손을 얹어 아래로 짓누른다.
자지 끄트머리가 목 아래로 빼꼼 드러난다.
“음... 츄...”
화리메는 탐스러운 금발을 귀 뒤로 넘기며 귀두 끝에 가볍게 키스했다.
“윽...”
찹쌀떡처럼 보드라운 가슴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보드라움이다.
화리메는 작은 혀를 이리저리 굴려가며 오줌구멍을 살살 핥았다.
“흐으으...”
저릿한 쾌감에 발끝을 세우자, 화리메는 두 손을 바닥으로 내려, 내 발을 살포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내 발바닥과 자신의 손바닥을 반대로 해서 깍지를 껴버렸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끼어든 손가락. 그 이물감.
꼼지락거리는 손장난에 말단에서부터 전류가 파지직 오르는 듯하다.
화리메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이힛힛 웃었다.
“다아 짜내버릴 거야. 레레... 레로레...”
그녀는 노래하듯 소리를 내며 혀끝으로 오줌구멍을 집요하게 건드렸다.
묵직하게 모여든 사정감이 임계점을 넘어 섰다.
불알이 꿈틀하며 정자를 위로 퍼 넘기고, 장대는 불룩해져서 한껏 모은 아기씨를 싸지르기 직전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정을 잠시만이라도 유예하고 발끝에 힘을 주자, 화리메도 마주해서 힘을 주며 발가락에 낀 손깍지를 꾹 눌렀다.
끝에서부터 눌러서 짜내지는 기분에 머리가 일순 멍해진다.
그리고 찾아드는 쾌락의 격류.
“큭...!”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화리메의 젖 안에서 자지를 껄떡이며 사정을 개시했다.
보드라운 젖보지는 오줌구멍이 백탁액을 뱉어내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착정을 계속한다.
도퓻!
첫 탄은 화리메의 붉은 혀 위에 하얀 실선을 남겼다.
퓻!
두 번째 사정은 화리메의 얼굴을 더럽힌다.
화리메는 우는 소리를 내더니 급히 고개를 들고는, 귀두를 자신의 턱 밑으로 꾹 짓눌렀다.
퓨슛! 퓻! 퓻!
뷰륵, 뷰르륵.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연이어 내뿜어지는 정자는 몇 번이고 화리메의 턱 안쪽을 때리며 목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쇄골선을 따라 움푹 파인 곳에 고이다가, 그마저도 다 채워버리자 결국 몇 갈래로 나뉘어 가슴에 정액줄기를 남긴다.
“으으으... 끈적끈적해... 얼마나 싸는 거야...”
화리메는 정액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우물우물 입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손으로 슥 닦아봐야 백탁액은 뺨 위로 번져나가며 더 질척하게 달라붙을 뿐이다.
결국 화리메는 울상을 지었다.
“욱... 냄새도 비려...”
그거야 내가 신경쓸 건 아니고.
나는 개운한 기분으로, 원피스 너머로 찍히는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질분거리면서 화리메의 모습을 감상한다.
내가 잔뜩 싸지른 정액은 화리메의 턱에서부터 쇄골과 가슴까지를달팽이 점액처럼 자국을 남기며더럽힌지라, 그녀는 야한 진주목걸이를 건 모습이 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성격 더러운 화리메가 화를 낼 법도 한데.
그녀는 그냥 침대보를 당겨 얼굴과 가슴을 슥슥 닦더니, 뽀얀 손으로 내 자지를 쥐고 후희를 시작했다.
네 손가락으로 기둥을 쥐고 엄지로는 귀두를 살살 돌리는 차분한 핸드잡.
사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애무는 아니고, 사정 후에 남은 오르가즘을 연장시키는 포근한 손놀림이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있던 정액국물이 손가락의 연주에 따라 찔끔, 찔끔 흘러나와 화리메의 백합 같은 손에 달라붙는다.
"후우..."
이것도 페릴한테 배웠나본데.
역시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할 말 있으면 내가 기분 좋을 때 해.”
“하, 할 말은 무슨...”
“지금 아니면 기회 없다?”
“아니, 음, 별 건 아니고... 저번에 있잖아. 백은의 시대에서 돌아올 때, 아바르가 아르토 님을 찾는 걸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그랬지.”
화리메가 꺼낸 건 의외의 화두였다.
태양이 데려 가버렸다는 황금의 무녀, 아르토.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의 딸이자 아바르의 쌍둥이 누이인 파르토.
아바르는 그녀들을 찾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
아르토는 딱 한 번 몸을 겹쳤다고는 해도 내 여자고, 파르토는 내 딸이니 당연히 도와줄 생각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짧아도 몇 주, 심하면 몇 달이 걸릴 지도 모르는 일이니만큼 여기서의 일을 모두 끝마친 후에 가는 게 맞다.
그러니 아바르를 도와주러 가게 된다면, 그건 레시아르가 중앙의 수작을 전부 쳐내고 대등하게 맞설 수 있을 정도가 된 후가 아닐까.
하지만 화리메가 그걸 궁금해 할 이유가 있나?
“넥타르 때문에 그러는 거야? 다시 백은의 시대로 가서 가져오려고?”
“아니…….”
그녀는 커다란 젖가슴을 들이밀며 애처롭게 물었다.
“그때도 나 데려갈 거지?”
왜 이러지?
화리메에게 아바르나 파르토는 별 관계없는 사람이다.
황금의 인간이라 동경하는 아르토라면 약간 관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게 간청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잠시 대답을 멈추고 머리를 굴려본다.
아르토와 파르토를 구출해낸다고 해서 화리메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그들이 선의로 무언가를 베풀어 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추상적이야.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는 다시 구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얻는다 해도 거의 대부분은 내 창고로 직행할 테니 그것도 제외.
그럼 아바르의 요청 자체에서 화리메가 얻을 수 있는 건 없다시피한데...
잠깐... 그녀가 그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걸 해야 하기 때문에 따라온다는 거라면?
이것도 아양의 일종이라면?
아, 알겠다. 화리메는 지금 자신의 지위를 확인 받고 싶은 게 아닐까.
아우럼 가의 황금마법사.
레시아르 백작의 두 번째 첩실.
그녀의 입지는 저 두 가지의 지위로써 굳혀진 것이다.
그런데 아우럼 백작은 대마법의 여파로 쓰러져 행방불명이다.
직계 마법사들이 그를 부축해 도망치긴 했지만, 중앙에서는 아우럼 가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그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제 믿을 건 나뿐인데, 내게는 화리메 말고도 여자가 너무 많다.
같은 첩실인 마티란 자작은 이미 임신 중인데 새로이 정실까지 들어오게 되었으니 그야 불안도 할 테지.
그러니 자기 지위를 확인받기 위해 이렇게 달려든 게 아닐까.
자신 있는 젖가슴을 써서 아양을 떨고, 자기도 쓰임새가 있으니 아바르를 도우러 갈 때 데려가 달라고 하는 거지.
그거야 계산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처음 만났을 때는 나를 죽이려 들던 악녀가 지금은 내 애정을 갈구하며 보호를 받으려 한다는 게 나로서는 퍽 만족스럽다.
“으흐흐흐.”
“뭐야, 갑자기. 음흉하게 웃고.”
화리메는 제 속내를 들켜서 불편한지 입술을 비쭉였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하!”
“좀!”
화리메는 내 자지를 세게 움켜쥐었지만, 그것도 귀엽게만 보일 뿐이다.
“베티아. 거기 있어?”
“네... 백작님...”
“이오시스 불러 와.”
베티아는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기묘하게 사라졌다.
그나마 문이 한 뼘 간격으로 열렸다가 닫혔다는 게 그녀가 방을 나갔다는 사실을 짐작케 했다.
이오시스는 곧바로 달려왔다. 어정거리면서 왔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려나.
“배, 백작님.”
“엉덩이 이쪽으로 돌려 봐.”
이오시스는 내게 엉덩이를 돌려 보이고서 다리를 부르르 떨었다.
“바지는 벗어야지.”
그녀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바지와 속옷까지를 한 번에 내려버렸다.
어지간히 안에 꽂힌 게 버거웠나보다.
뒷구멍에 살짝 삐져나온 나무막대기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상당히 괴로워 보이기는 한다만.
“반성은 좀 했나?”
“예, 에, 백, 작님, 앞으로, 는, 반드시, 보고를... 으하읏?!”
나는 단숨에 막대기를 뽑아버렸다.
이오시스는 앞으로 무너지면서도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잔뜩 부어오른 항문이 바깥으로 약간 튀어나온 게 보인다.
이거 나중에 치질로 고생할 수도 있겠는데.
삐져나온 직장 점막을 쿡쿡 눌러본다.
말캉말캉하다기보다는 쫄깃쫄깃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 어쨌거나 계속 만지면 중독될 것 같은 촉감이다.
살짝 꼬집어보기도 하고, 잘근잘근 눌러보기도 한다.
이오시스는 몸서리치면서도 내 손을 감히 쳐내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화리메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오시스.”
“예흐으으...”
“대답 똑바로.”
“예, 백작님...!”
“아우럼 가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중지를 똑바로 세워 직장 안에 깊숙이 꽂아 넣으면서 묻는다.
이오시스는 엉덩이를 치켜든 채 얼굴으로는 바닥을 기면서도 꿋꿋이 대답했다.
“아흑...! 아, 아우럼 가문은... 멸문당할... 거예요... 원래... 적보다도... 배신한 아군이... 더 증오스러운 법... 이라... 게다가... 하이브와 강독의 실험자료도... 아우럼 가문에 있을 테니... 국왕은...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그들을... 치겠죠... 이미... 그림자를 보내... 전부... 지웠을 지도... 만에 하나 국왕이 용서하더라도... 병무대신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배신을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이니까... 으으흐읏...”
역시 이오시스는 머리회전이 빠르다.
내가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걸 깔끔하게 정리해서 내놓는단 말이야.
나는 화리메를 힐끗 보고는, 이오시스에게 다시 물었다.
“아우럼 가문이 그렇게 된다면, 화리메는 어떻게 대하는 게 맞을까?”
화리메는 긴장해서 나와 이오시스를 번갈아보았다.
이오시스의 대답에 따라서 화리메에 대한 처분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녀로서는 내 책사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신경쓰일 수밖에 없겠지.
“화리메 님은... 아우럼 가문과 별개로... 안고 가셔야... 해요... 화리메 님은... 그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황금마법사이고... 시간전이의... 열쇠이자... 무엇보다도... 백작님이 아끼시는... 애첩이니까요... 으흣...!”
“맘에 드는 말을 해주는군.”
“가, 감사합니다.”
중지를 꽂아 넣은 채로 가만히 있자, 이오시스는 차차 장내삽입에 익숙해졌는지 말투가 조곤조곤해졌다.
“게... 다가 후웃... 중앙에서도, 레시아르에 회유책을 병행하기로 한 이상, 방계 출신이 백작님의 애첩으로 있는 것만으로 간섭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우럼 가문도 만만치 않으니 중앙도 한동안은 본가의 처리에 고심하겠죠.”
“그렇대. 화리메. 잘 됐네.”
“으흥, 뭐, 당연하지.”
화리메는 콧소리를 내며 가슴을 쭉 폈다.
“그런데 너는 멸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냐?”
“음... 마법사인데도 방계 출신이라고 차별을 받고 그래서... 아주 애정이 있는 건 아닌데...”
하긴. 화리메는 황금의 시대에 전이하기 전에는 황금마법도 익히지 못했었다.
방계출신에, 여자에, 암석마법, 어리기까지 하니 차별을 어지간히 당하긴 했겠다.
그러니 밖으로 겉돌았겠지.
“아버지나 어머니는?”
“두 분 다 돌아가셨어. 유모랑은 그나마 친했는데...”
“이오시스. 자정의 여명 단원들, 능력 대로 추려서 아우럼 백작령으로 보내. 화리메의 유모를 데려오도록."
“백작님. 혹시라도 그림자와 충돌하게 되면 아직은 승산이...”
"어차피 누이들이 아직 거기 있는지도 확인해야 돼. 내 기사와 친위대원 중에서 괜찮은 녀석들 뽑아가도 되니까, 일단은 바로 보내."
"알겠습니다."
화리메는 슬그머니 웃으며 내 등 뒤로 돌아가 덥석 나를 껴안았다.
유모보다도 자기를 신경 써줬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날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우흐흐, 히히힛.”
뭐가 그리 좋은지 몸을 비틀며 가슴을 문질러대는 화리메.
우리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이는 아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면간 후 마구 두들겨 패줬는데 그건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나 보다.
그래도 황금의 시대나 백은의 시대에서는 믿을 사람이 서로밖에 없었고. 서로를 구해준 일도 꽤 있었고 하니, 나름대로 애정이라고 할 만한 것도 쌓인 건가.
새콤달콤한 분위기를 풍기는 화리메와 달리, 이오시스는 슬슬 허벅지가 아픈지 경련이 이는 게 보인다.
침실의 전경을 보면 좀 혼돈스럽긴 하겠다.
아마트리체는 처녀혈과 정액을 가랑이 사이에서 흘리며 잠들어 있는데, 그 옆에서 화리메는 내 등에 가슴을 비벼대고 있고, 이오시스는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만 보이고 있으니.
아. 파샨도 구석자리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똑, 똑, 똑.
절도 있게 끊어지는 노크소리가 울린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문이 슬그머니 열린다.
“이게 다 무슨...”
체닐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오고, 그 뒤를 마리안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온다.
아무래도 혼란스러운 열기는 잠시 더 이어질 모양인가 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