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95화 (95/166)

〈 95화 〉 휴가의 끝

* * *

기대했던 열기는 없었다.

반대로 오싹한 한기가 스며든다.

“…….”

마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슥 둘러보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

화났나?

솔직히 말해서 좀 쫄렸다.

아니.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싶다가도, 잘 생각해보면 잘못한 게 없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마리안은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이오시스에게 먼저 다가가 연고를 주고는 가서 쉬라고 내보냈다.

“하지만...”

“가세요.”

이오시스는 나를 힐끗힐끗 돌아보며 말을 흐렸지만, 마리안은 반론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투였다.

결국 이오시스가 제일 먼저 어적이면서 나갔다.

“체니. 파티스트롬 아가씨를 부탁해.”

“언니는?”

“이야기 할 게 있으니까.”

“으응...”

체닐린도 언니인 마리안의 눈치를 보더니, 기절하듯 자고 있는 아마트리체를 들쳐 업고 나가버린다.

내 뒤에서 꼼지락거리던 화리메는 자기 차례가 오자, 먼저 눈을 부라리며 강하게 나왔다.

“뭐, 뭐야?”

“…….”

“나는 바이스의 부인이거든? 당신은 이 남자의 아무 것도 아니잖아!”

“…….”

“무, 무슨 권리로... 나를... 내보내려고... 그러는...”

“…….”

마리안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그저 그것뿐인데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마리안은 백작가 맏며느리이자 스스로 마이포흐 남작이기도 하다. 정숙한 인상 때문에 종종 잊기는 하지만, 그녀 자신도 상당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 가면 되잖아!”

성깔 있는 화리메도 마리안의 서늘한 시선을 버티지는 못하겠는지, 결국 울상을 지으며 뛰쳐나갔다.

그렇게 방 안의 여자들을 차례대로 쫓아낸 마리안은, 이제 고개를 돌려 파샨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파샨은 움찔움찔 떨면서도 송곳니를 드러내며 버텼다.

“... 알아요, 당신은 저 이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

파샨은 허용 범위 내인가.

마리안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방 안을 다시 둘러본다.

정사의 흔적으로 더럽혀진 침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 박수를 쳐 메이드를 불렀다.

“마님. 부르셨습니까.”

“요 좀 갈아줘요. 주전자랑... 저기 옷가지도 가져가구요.”

메이드들은 마리안을 안주인처럼 모시며 바삐 움직였다.

젖은 이불보를 둘둘 말아서 빼내고, 바닥을 치우고, 향을 다시 피우고, 몇몇은 내게 붙어서 찐득한 체액을 열심히 닦아낸다.

그 사이 마리안은 창문을 탁 열어 시원한 바깥 공기를 들여왔다.

살이 부딪혀 만들어진 열기가 쓱 빨려나가고, 신선한 밤공기가 들어온다.

팔에 조금 닭살이 돋아나지만 이 정도가 딱 기분 좋다.

이제 이대로 이불 덮고 자면 그게 꿀잠인데.

마침 청소도 대충은 마무리가 되어서, 마리안은 메이드들을 전부 내보냈다.

잠시 북적이던 소란도 끝이 나고, 한적해진 방 안에 말끔한 기분으로 드러누워 있자니 잠이 솔솔 온다.

나는 담요를 턱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얘기 좀 해요.”

옆에 매트리스가 살짝 꺼지는 게 느껴진다.

“잘자…….”

“얘기 좀 하자구요.”

마리안은 내 코를 꼬집었다.

무시하고 못 잘 정도는 아니지만, 그보다도 시선이 따끔해서 결국 이불을 걷고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마리안이 다시 코를 집는다.

이어지는 마리안의 잔소리.

“왜 계속 피했어요?”

“피곤해서.”

“그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자, 마리안은 목소리를 낮게 깔고 차분하게 따졌다.

“저한테 주셔야 할 게 있죠?”

“글쎄…….”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말아요. 나는 다른 아가씨들과는 달라요.”

“알아.”

다른 여자들과 달리 마리안은 내게 연심을 품고 있지 않다.

몇 번 몸을 허락하긴 했지만, 그건 패전 후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몰렸을 때의 일이고.

그 날 밤의 일은 나에게는 언제까지고 기억하고 싶은 일일 테지만, 마리안에게는 잊고 싶은 일에 불과하겠지.

그러니 그녀는 내게 사무적으로 청구서를 들이밀 수 있는 것이다.

타라나 아마트리체, 화리메와는 달리.

마리안은 나를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핏값을 받으러 왔어요.”

파샨의 귀가 움찔한다.

쿠션 아래에 숨긴 검을 언제든 빼들 수 있도록 살그머니 손을 움직이는 게 보인다.

“괜찮아, 파샨.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

내가 손을 휘휘 저어도 불안한지 파샨은 꼬리를 바짝 세우고 마리안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마리안은 파샨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을 잇는다.

“켈자르의 장정들이 너무 많이 죽었어요.”

“전쟁은 원래 서로를 죽이는 거야.”

“그래요. 하지만 전투 한 번에 일 만 명이 죽었어요.”

담담하게 말하는 마리안의 목소리에는 짙은 분노가 깔려 있었다.

나도 오록스 단장을 비롯해서 많은 이들을 잃었지만,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많은 병사를 잃은 세력을 꼽자면 그건 역시 켈자르였다.

검은튤립 기사단의 돌격을 받아내느라 보병들이 말 그대로 갈려버렸으니.

“그들이 다 죽을 걸 알면서 버림패로 쓴 거죠?”

“그래.”

“나쁜 사람.”

“이제 알았어?”

“하지만... 나도 공범이겠죠.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전장으로 데려왔으니.”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기 책임을 나눠들었다.

조금은 의외였다.

그녀는 무작정 나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도 인정했다.

내가 제안한 일이지만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이라고.

그러면서도 그녀는 그녀가 응당 받아야할 대가를 당당히 요구했다.

“그러니 나, 마리안 마이포흐는 켈자르 백작의 대리인으로서, 켈자르가 흘린 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그리고 의무에는 보상이 따른다.

켈자르를 대리하는 마리안에게는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거기에 응할지는 내 마음에 달려있긴 하지만.

“뭘 원하는데?”

내 물음에, 마리안은 엉뚱한 답을 돌려주었다.

“켈자르의 독립을 보장해주세요.”

“켈자르의 독립? 내가 국왕도 아닌데, 그걸 나한테 요구할 이유가 있나?”

“당연히 있죠. 바로 당신이 켈자르를 합병하려 하니까.”

나는 베개를 슥 밀고, 마리안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

그녀는 부담스러운지 내 머리를 치우려했지만, 나는 그녀의 턱을 엄지와 검지로 잡았다.

마리안은 빠져나가려하고, 나는 용납하지 않는다.

미세한 힘겨루기가 짤막하게 이어지다가 끝나고. 마리안은 결국 한숨을 삼킨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채로 은회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머리핀이 풀어지며 명주실 같은 머리카락이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

그리고, 은회색 커튼 안에서의 밀담이 시작된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내가 켈자르를 집어삼킬 거라고.”

“... 전쟁이 끝나고 지금까지도 연합군을 해산하지 않은 이유, 반대파 영주들에 대한 약탈을 허용하면서까지 병사들에게 인심을 사고 있는 이유, 무엇보다도 켈자르의 장정들을 맨 앞에 내세운 이유...”

“켈자르 보병들을 먼저 내보낸 건 전략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일거양득으로 켈자르의 약화를 노리셨죠?”

마리안은 내 표정을 살피고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확신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은회색 암막이 일렁이며 뺨을 간지럽힌다.

“켈자르 뿐만이 아니었어. 파티스 공국도, 아니, 다키아 왕국 서북부를 전부 삼키실 생각이었던 거잖아요.”

“삼키다니. 연합을 좀 더 강화하는 거라고 생각해. 연합이 아니더라도 연맹, 동맹, 공동체, 좋은 말 많잖아.”

“당신은 누군가가 나란히 서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건, 그렇긴 하지.”

글쎄. 나도 처음부터 그런 귀찮은 발상을 떠올린 건 아니었다.

저택의 메이드들과 놀고, 가끔 창관에 다니고, 내키면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미녀나 찾아다니며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어도 좆같이 구는 새끼들은 있기 마련이다.

하이브를 풀고 누이들을 강독의 실험체로 쓴 중앙의 대신들, 그리고 폰세르크 국왕이 바로 그런 존재다.

이 좆같은 새끼들에게 굽히고 살 수는 없다.

나를 건들면 자신들도 피를 본다는 걸 확실히 알려줘야지.

거칠게 말하자면 이번 전쟁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중앙을 상대한다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중앙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레시아르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거듭 느꼈다.

지금처럼 느슨한 연합체로는 안 된다는 것도.

그래서, 뭐, 솔직히 말하자면 마리안의 말이 다 맞다.

켈자르를 합병할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는 거다.

“역시...!”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피할 필요가 있어? 켈자르에도 그렇게 나쁠 건 없을걸?”

“당신은 화염이에요. 화염은 더 이상 태울 게 없을 때까지 타오르죠.”

마리안은 정색하고 말했다.

“당신은 거슬리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고 태워버리겠죠. 저는 그 전쟁의 업화 속에서 켈자르의 아이들이 화살받이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래서, 켈자르는 그만 발을 빼겠다?”

“그건...”

나는 어깨를 밀쳐 마리안을 넘어뜨렸다.

서로의 위치는 순식간에 뒤바뀌어, 내가 마리안의 위에 올라탄다.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하는 마리안.

“자, 잠...!”

그녀의 입을 입술로 틀어막는다.

눈을 한 번 깜빡하는 사이에 마리안의 표정에는 당황과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자책과 죄책감이 차례대로 스쳐지나간다.

마리안의 청명한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는 게 또렷이 보인다.

설마 자신을 덮칠까, 라고 생각했을까.

핏값을 받으러 온 켈자르의 대리인인 자신을.

그녀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나는 즉흥적인 인간이다.

가지고 싶은 건 가진다.

그렇게 살기로 정했다.

마리안의 말대로,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

이번에 떠나보내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뿐더러,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둘만이 있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나는 정신없이 마리안의 입술을 탐했다.

이리저리 피하려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꽉 쥐고는 구강 내로 깊숙이 혀를 집어넣어 그녀의 설육을...

“...!”

따끔하더니 알싸한 고통이 입 안에서 번진다.

혀를 깨문 건가.

조금은 놀랐다. 그녀가 이런 강단이 있었나 하고.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표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내 혀쯤은 잘라냈을 거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모진 인간이 되지 못한다.

나는 마리안의 입 안으로 피를 흘려 넣으며 더 거칠게 혀를 섞어댄다.

“읍... 으읍... 읍...”

한동안 내 몸을 때리고 밀어내려고 애쓰지만 결국은 체념했는지, 마리안은 몸을 축 늘어뜨린다.

내가 밀어대는 대로 흔들리는 농익은 여체.

이미 몇 번이고 여자를 안아 사정했음에도 정욕이 새롭게 불타오른다.

나이트가운 아래로 손을 넣어 맨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의 목을 따라 키스한다.

키스마크를 남길 정도로 세게.

그녀의 남편이 지나치지 못할 확연한 부정의 증거를 새긴다.

“푸핫...! 당신...! 읍...! 읍...”

무어라고 따지려는 마리안의 입술을 다시 격렬하게 빨아 당기며 혀를 뒤섞는다.

나는 그녀 위로 몸을 뭉개며 잔뜩 발기한 자지를 허벅지에 문질러댔다.

나이트가운은 보드랍지만 거슬린다.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서 가운을 양 옆으로 활짝 벌린다.

젖가슴이 자태를 드러낸다.

세 아이를 먹여 키운 가슴임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나도 홀린 듯 그 젖꼭지에 달라붙어 아기처럼 젖을 빨아댄다.

물론 성인 남성인 내가 힘주어 빨면 마리안은 힘겨운 신음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정말... 저질...!”

그런 매도도 감미료가 될 뿐이다.

딱딱하게 굳은 젖꼭지와 말랑말랑한 젖가슴의 대비를 한껏 즐기고, 만족할 때까지 젖을 쥐고 빨고 핥아댄 후에야 입을 뗀다.

그리고는 침이 잔뜩 묻어서 번들거리는 유두를 검지로 퉁겨본다.

“읏...!”

마리안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이렇게 당할 줄 모르고 침실 안에 들어온 거야?”

“나는... 켈자르의 대리인으로서 온 거에요. 그런데 당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레시아르가 켈자르를 대할지 잘 알겠네요.”

“재밌는 은유네.”

나는 마리안의 살결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마리안은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겠는지 끈질기게 조잘거렸다.

“중립을 원한 것도 아니잖아요. 레시아르에 조력할 수는 있어요.”

“동맹으로서 말이지? 그대가 방금 말했잖아. 나는 누군가가 나란히 서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건...”

“마리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그대가 내게 바랄 수 있는 건 나의 호의뿐이야.”

헤시아스 남작이나 아버지가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 세계는 철저한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강자는 무엇을 해도 허용된다.

약자가 바랄 수 있는 것은 강자의 호의 뿐.

“그건 레시아르와 켈자르 간에만 하는 말이 아니야. 나와 그대 사이에도 적용되는 말이야.”

“그게 무슨...?”

“내가 그대와 배를 맞춘 사실을 그대의 남편과 아이들에게 밝힌다면? 그대가 뭘 어쩔 수 있을까?”

“당신!”

마리안은 내 어깨를 찢어버릴 듯이 세게 쥐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모습조차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 짓을 한다면 당신도, 당신도 파멸시켜버리고 말겠어요!”

“정말? 그럴 수 있겠어?”

“... 쓰레기!”

“그렇게 화내지 마. 그냥 해본 말이야. 나도 그렇게 매너 없이 행동할 생각은 없다고.”

보드라운 배를 검지로 훑어 내리고, 질색해하는 마리안에게 달라붙어 볼을 핥는다.

싫어하는 모습이 나를 더 자극하는지 모르는지 마리안은 경멸하는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켈자르는 우대할게. 당분간은 징병하지 않을 거고, 금화를 요구하는 일도 없을 거야.”

“하지만 언젠가는 레시아르의 속령(??)으로 삼겠다는 거죠.”

“당장은 아니지만, 그래. 대신 그대가 그 속령의 총독이 되는 거야. 어때?”

내 말에 마리안은 낯빛을 어둡게 했다.

“내가 고마워해야 하나요?”

“글쎄. 파샨을 앉히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우리 귀여운 친위대장이라면 내가 요구하는 대로 켈자르 영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낼 텐데.”

“결국... 결국 켈자르의 장정들이 흘린 피는 레시아르를 위한 것이었나요?”

“연합군이 지나쳐 온 반대파의 영지들을 떠올려 봐. 켈자르는 그 꼴은 피했잖아.”

마리안은 켈자르의 주도가 약탈당하던 날을 떠올렸는지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좋게 생각하라고. 레시아르와 합쳐지는 게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악은 되는 거니까.”

"... 알겠어요."

모른 척 일어서려는 마리안을 도로 눕힌다.

"왜 자연스럽게 가려고 해? 레시아르와 켈자르 간의 우호를 다지려면 우리가 서로 긴말한 관계여야 하지 않겠어?"

“하아아……. 결국은 이렇게 되는 거네요.”

마리안은 또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인은 찡그려도 그림이 된다더니.

그 그림을 망쳐버리고 싶은 욕망에 나는 그녀의 가슴을 세게 꽉 쥐었다.

“... 읏...”

다른 한 손은 아래로 내려서 마리안의 비부를 더듬는다.

속옷은 어렴풋이 젖어있었다.

헤죽헤죽 올라오는 입 꼬리를 애써 티내지 않으며 마리안의 얼굴을 확인해보니,

“... 아무 말 하지 마요.”

그녀는 두 손으로 벌게진 얼굴을 꼭 가리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

“차라리 욕을 해요.”

“욕할 게 뭐 있어. 젊은 남자, 농익은 여자. 한밤중에 침실에 같이 있으면 서로 성욕 느끼는 게 당연하지.”

“내가 들은 말 중에 가장 모욕스러운 말이었어요, 그게.”

나는 그녀의 말을 귓등으로 넘기며 속옷을 벗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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